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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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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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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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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 답례.

DUMMY

아침의 따스한 햇볕이 안학궁성을 감쌀 무렵, 외전(外殿)의 입구에 찰갑 갑옷으로 무장하고 호랑이 가죽을 망토삼은 연자유가 들어오고 있었다.


연자유를 따라서 궁인들이 작은 함을 가지고 들어왔다.



“태왕 폐하를 알현하러 왔네. 고하시게.”


“병장기는 이쪽으로 주시지요. 이 함에 들은 것은 무엇이신지요.”


“인삼이네. 태왕 폐하께 드릴 것이네.”


“태왕 폐하! 연자유가 뵙기를 청하옵니다~”



옥좌에서 상소들을 읽던 평원왕 고양성은 연씨 가문의 알현을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들라하라.”



연자유는 고양성이 자리한 어전 앞에서 호궤하며 예를 올렸다. 내관도 함께 함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



“흘골산성의 성주 연자유. 태왕 폐하를 뵙사옵니다.”


“오오. 잘 오셨소. 연자유.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소. 가지고 온 것은 무엇이오?”


"예. 태왕 폐하. 인삼이옵니다. 받아주시옵소서."


"아. 그래요? 정말 고맙구려. 잘 받겠소."



평원왕이 내관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내관은 함을 들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곧 연자유가 말을 이었다.



“태왕 폐하. 지난날 첫 어전회의에서 소신이 누를 끼친 것은 아닌가 하여 용서를 구하러 왔사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연자유. 그게 무슨 말씀이오. 오히려 짐의 속이 다 시원했소. 너무 개의치 마시오.”


“황송하옵니다. 태왕 폐하.”


“안 그래도 동부의 대인에게 기별을 주려고 했던 참에 먼저 이리 와서 알현을 청해주니 뜻이 맞았나 보오.”



평원왕 고양성이 분위기를 환기하자 연자유가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태왕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비록 다사다난한 고려라 할지라도 태왕 폐하께서 어질게 나라를 다스려 이 고려를 다시 부흥시킬 것이리라 믿사옵니다. 저희 동부 역시 태왕 폐하의 수족이 되어 충성을 다할 것이옵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짐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지는구려. 아주 든든하오. 고맙소.”


“태왕 폐하.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연씨 가문을 찾아주시옵소서.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폐하의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짐이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많소만 그대와 같은 충신들이 짐을 보필해 백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짐의 목표요. 부디 많은 도움을 주길 바라오.”


“태왕 폐하. 심려 놓으시옵소서. 견마지로를 다하겠사옵니다.”



평원왕 고양성은 내관을 바라보며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 곧 연자유를 제외한 모든 궁인이 자리를 비웠다.



“연자유, 내 물어볼 것이 있어서 자리를 물렸소.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오.”


“하문하시옵소서. 태왕 폐하.”


“어전회의에서 서부의 해위지가 발의한 탄핵 건 말이오. 해위지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태왕 폐하. 아무리 서부의 해위지가 고추가라는 칭호를 받는 대가라고는 하나 대대로의 탄핵 발언은 월권행위이옵니다. 고려의 신하가 어찌 국상의 임기를 제멋대로 좌지우지하려 한단 말입니까.”


“오부가 균형을 맞추어 나라를 다스려야하거늘 어느 한 부족이 비대해지는 것은 짐이 바라는 바는 아니오.”


“태왕 폐하. 서부의 해위지는 기본을 망각한 자이옵니다. 절대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옵니다.”


“헌데 이미 탄핵 건에 대한 명을 거두기는 어려워졌소. 해위지의 태도를 보면 분명 대대로를 선출하려는 의도가 분명한데, 그대의 부친 역시 재신임을 받고자 움직이려는 것이오?”


“태왕 폐하. 제 부친께서는 해위지를 견제하기 위하여 힘을 쓸 것이옵니다. 저희 동부는 해위지처럼 권력에 눈이 먼 부족이 아니라는 것을 헤아려주시옵소서.”


“그대가 그리 말해주니 내 믿어보리다. 동부가 서부를 견제하는 데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짐도 후원할 것이오. 허나 제가회의에서 그대의 부친이 재신임을 받는다 한들 해위지가 인정하지 않을 것인데 어찌할 생각이오?”


“태왕 폐하. 해위지의 인정 여부는 중요하지 않사옵니다. 저희 동부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태왕 폐하께 증명해 보이겠사옵니다.”


“서부는 과거 왕족이었던 부족이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거늘..”


“태왕 폐하. 서부가 강한 부족인 것은 맞사오나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옵니다. 하물며 저희 연씨 가문은 철 생산은 오부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고, 활 생산에 있어서 과거 궁장 부정웅 못지않사옵니다.”



몰락한 부정웅의 이름을 연자유가 꺼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평원왕 고양성은 이 말을 연씨 집안이 부정웅의 자리에 들어서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평원왕의 의중대로 연자유는 황실을 등에 업고 가문을 크게 일으키려는 야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연자유는 자신의 부족이 고추가라는 칭호를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늘 안타까워했다. 황실의 후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고추가 못지않은 세력을 만들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다.



“궁장과 관련된 일은 짐이 참으로 애석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니 다시는 꺼내지 않았으면 하는구려.”


“태왕 폐하.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소신의 언행을 부디 용서하여주시옵소서.”



호기에 너무 앞서나간 연자유 역시 머리를 조아리며 애써 무마시키려 들었다.



“제가회의 때 황부와 북부는 동부를 후원하도록 힘을 쓸 터이니 앞으로 잘 처신토록 하시오. 오늘 잘 들었으니 이만 물러가시구려.”


“망극하옵니다. 태왕 폐하. 소신 물라가겠사옵니다.”



내전에서 나온 연자유는 일단 후원자가 생겼다는 상황에 안심했으나 한편으로 자신의 의중을 들킨 것에 대해 씁쓸해했다.



‘제길. 너무 경거망동해버렸구나. 허나 일단 계루부와 절노부의 신임을 얻은 거나 다름없으니 부친의 재신임이 더 유리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연자유의 의중을 파악한 고양성은 깊은 고민에 빠지고 있었다. 당장은 서부를 견제한다고 할지라도 서부를 견제할수록 동부의 세력이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



호권의 마을에서 얼마 동안 치료를 받은 부정주는 붓기가 많이 빠져 걷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회복했다.


아들과 하사안이 아직 도착하지 못한 상황에 하루하루가 걱정인 그녀였지만, 그런 그녀를 옆에서 호권과 잔수, 그리고 으리가 정성을 다해 돌봤다.


“모두가 무사히 도착했으면 하는데 하루하루가 참으로 걱정됩니다.”


“어머님. 무사히 돌아올 테니 너무 염려 마세요. 돌아가신 할멈의 점괘가 괴팍한 면은 없지 않았지만 분명 할멈의 말대로 무사히 돌아올 것입니다.”



온달과 타르칸의 실종으로 인한 극심한 불안감에 부정주의 머릿결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지라 좀이 쑤신 부정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안에만 있었으니 몸을 좀 풀어야겠습니다. 으리야 좀 도와주겠니?”


“네. 밖으로 나갈까요?”


“그러자꾸나. 실례하겠습니다.”



으리는 부정주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가 부정주의 약초 냄새를 털어내 주었다. 둘을 따라서 호권도 함께 길을 걸었다.



“어머님,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어디부터 가련? 아가?”


“다 돌아도 돼요?”


“가는 데까지 가보자꾸나.”



부정주가 웃으며 대답하자 으리는 마을 곳곳을 훑고 다녔다. 아이는 모친을 대하듯 즐거워했기에 부정주를 데리고 다니는 둘의 모습은 마치 모녀(母女) 같았다.


스치고 지나간 마을 사람들은 고기를 먹게 해 준 이방인인 그녀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고 그녀 역시 묵례로 답했다.


둘이 할멈의 장막을 지나칠 때였다. 향냄새를 맡은 부정주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아줌마. 왜요?”


“잠깐 이곳에 들러야 하지 않겠니? 두령 잠시 들러도 되겠습니까?”


“음.. 알겠습니다. 어머님. 들어가시죠.”



부정주는 곧 향내가 짙게 드리우는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장막 안에는 마을의 어르신들이 망자들의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다.


부정주가 갑작스레 들어오자 마을의 어르신들은 굉장히 놀라는 분위기였다.



“두령!? 저분이 어찌.. 어쩌다 이곳까지 오시게 되었소. 몸은 좀 괜찮으시오?”


“염려해주신 덕분입니다. 이 은혜를 어찌 보답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평범한 여인은 아닌듯한 부정주가 허리를 깍듯이 숙여 어르신들에게 예를 표하자 모두 그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무, 무슨 말씀을요. 덕분에 저희 마을 사람들 모두 굶주림에서 벗어났습니다. 참 좋은 날에 이런 애석한 일이 발생하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을 뿐입니다.”


“허면 예만 올리고 물러가겠습니다.”



부정주는 세 개의 관을 향해 절을 올렸다. 절하는 모습도 예법이 드러난 모습이었기에 어르신들은 그녀가 보통 여인은 아니리라 직감했다.


절을 한 뒤 장막을 빠져나온 으리는 부정주를 데리고 호권의 거처에서 가까운 대장간에 도착했다. 규모가 작은 대장간이었으나 많은 장정이 쇠붙이를 다루고 있었다.


한참 망치를 두들기던 수수리가 부정주를 보고는 일을 멈추고 다가와서 물었다.



“어? 어머님! 일어나셨군요. 으리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응. 삼촌. 아줌마가 답답해해서 같이 걸으러 나왔어.”


“으리를 따라서 오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여기가 마을의 대장간입니까?”


“예. 으이그~ 넌 어쩌자고 불편한 분을 여기까지 모시고 온 거야!?”


“아줌마~ 수수리 삼촌은 칼도 잘 만들고 활도 만들 줄 알아요. 이쪽으로 와보세요. 궁방도 있어요.”


"그래그래. 으리가 신이 났구나.”



으리는 곧 궁방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궁방 안에 들어서니 장정들이 모여 활이 되는 재료인 뽕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부정주는 활을 만드는 이들을 넋이 나간 사람처럼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긴 으리가 말을 건넸다.



“아줌마..? 괜찮아요?”


“앗!? 내 정신 좀 봐. 정신이 팔렸구나..”


“오래 걸었으니 이제 다시 돌아가요.”


“그, 그러자꾸나.”



궁방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부정주는 다시 잔수의 거처로 향했다. 궁방을 본 부정주는 답례로 활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고려 최고의 궁장인 부정 가문의 마지막 후예인 부정주, 궁장인 씨앗은 호권의 마을에서 다시금 싹트려 하고 있었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니 이상한 이 세상에서 깨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금메달을 딴 뒤 결혼을 약속한 은진이 꿈속에서 나왔다.


공항에서부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귀국했던 모습부터 그녀와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들이 꿈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곧 그녀가 미소지으며 다가와서는 내 뺨을 어루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쥐가 있어.”


“쥐라니?”


“빨리 쥐를 치워야 해.”



곧 은진이 내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뺨을 치기 시작했다.



“은진아. 왜 때리는 거야? 은진아?”


“빨리 일어나 쥐를 치워야 한다고. 온달 형.”


“뭐? 온달 형?”



눈을 떠보니 을지문덕이 내 뺨을 치며 잠을 깨우고 있었다.



『“으으. 은진이가 꿈에서 나왔었구나. 문덕아 간만의 단잠이었는데. 꼭 이렇게 깨워야해!?”』


「“방금 어떤 여자가 나왔어. 그 여자가 와이프은진이라는 여자였나? 맙소사.. 무서운 천둥번개들이 눈 앞에서 마구 번쩍였어. 엄청나게 큰 새가 날아다니고.."」


『“카메라 셔터에 큰 새는 비행기일테고.. 하하. 지금 기준이라면 천수백년 뒤의 미래겠지. 그리고 이름은 박은진이야. 와이프는 아내라는 말이고..”』


「“할멈의 말이 정말 사실인가 보구나. 이방인 너도.. 신기한 세상 사람이라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온달 형! 빨리 일어나봐! 쥐들이 들끓고 있어!”



내 꿈에서 기상천외한 미래를 맛본 온달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곧 더 당혹스러운 상황에 우리는 잠이 확 달아났다.



“온달 형! 정신 차려! 쥐가 있다고!”


「“쥐?”」


을지문덕은 하사안의 시체를 뜯던 쥐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으앗! 이 쥐새끼들이!”」


“온달 형! 이 아저씨 시체.. 이렇게 뒀다간 전염병이 돌지도 몰라. 우리 다 죽을지도 몰라!”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진행되는 부패는 막을 수 없었다. 부패하는 시신을 쥐들이 모른 채 할 리 없었다.



『“이런! 쥐까지.. 온달. 어떻게 하지 않으면 진짜 큰일이 나겠는걸..”』


「“이럴수가. 하사안..”」



마음 같아선 죽을 때까지 함께 하고픈 하사안이었으나 이제는 진짜 떠나보내야 할 시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감옥 마차 안에서 온달과 을지문덕이 쥐를 쫓아내는 모습을 본 행수가 다가왔다.



“그놈의 시체를 치우지 않으면 네놈들 다 죽을 것이다. 내가 도와줄까?”


「“뭘 돕겠다는 거냐!?”」


“우리는 곧 뱃길로 제나라로 갈 것이다. 그래야 정하시 나리보다 빠르게 제나라에 입성하겠지. 배를 타기 전 어쨌든 그 시체는 치워야 한다.”


「“그래서!?”」


“내 네놈이 원하는 대로 그놈의 장례를 치러주마.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니?”」


“네놈들이 내 상단의 부하들을 너무 많이 해쳤다. 속특인이 아니었다면 진즉 죽였을 터, 정하시 대행수를 뵙거든 내 말을 거들어다오.”


「“뭘 어쩌라는 것이냐?”」


“네놈들이 내 부하를 너무 많이 죽인 탓에 나 역시 대행수께 변명거리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시신을 묻어주는 데 그정도 답례는 해야지?”


『“변명할 때 잘 거들어달라는 거군. 온달, 슬프지만 일단 하사안의 시체가 더 상하기 전에 묻어줘야 해. 우리 반드시 살아남을 거니까 나중에 다시 돌아오자.”』


“온달 형. 이대로 두면 이 아저씨 시체랑 같이 우리도 다 큰일 날거야.”


「“여기가 어디쯤이냐?”」


“˚능한산성(凌漢山城) 부근이다.



온달은 하사안의 시체를 바라보며 마지못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선착장 부근에 이자를 묻어라.“」


”그래. 잘 묻어주도록 하지. 내가 변명할 때 잘 거들어주겠다는 약속 절대 잊지 마라.“


「”하사안..“」



선착장 부근에 다다랐을 때, 행수의 부하들이 하사안의 시체를 꺼내 묻어주고 무덤을 만들어주었다.


십수 년을 함께했던 가족이자 시위의 마지막을 그렇게 떠나보내며 다시금 오열했다.



「”하사안, 언젠가 반드시 다시 찾아올 테니 여기서 쉬고 있어. 그동안 날 지켜줘서 정말 고마웠어. 너무 보고 싶을 거야.“」


『‘하사안.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고마웠어. 훗날 반드시 돌아올게.‘』



배를 타고 육지와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온달은 멀어져가는 하사안의 무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슬픔을 뒤로 한 채, 뱃길로 제나라로 향하고 있었다.



***



고려땅을 떠난 뒤 얼마나 지났을까. 다른 선착장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중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드디어 중국 안으로 들어왔구나..“』



행수의 상단은 곧 엄청난 규모의 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시장의 이모저모를 즐기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마치 어떤 행사가 진행되는 것 마냥 많은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거리마다 수많은 연등이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이제 곧 노예 시장에 도착할 것이다. 저 꼬맹이는 따로 분리해라!“



행수의 부하들이 감옥 마차의 자물쇠를 풀어 창살을 열어 재꼈다. 그리고 을지문덕과 우리를 꺼내어 따로 분리했다.



『”으악! 온달 형! 놔! 난 온달 형이랑 같이 있을 거야!“』


「”문덕!“」



사내들에게 잡힌 을지문덕은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곧 사내들의 폭행이 이어졌고 얻어맞은 소년은 잠시나마 얌전해졌다.



”행수. 이 꼬맹이는 저희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먹는 건 아서라. 딱 알맞게 ˚삼질 기간에 도착했구나. 그간 고생들 했으니 내 든든하게 회포를 풀게 해주마.“


”으으. 아쉽군! 이리 와! 꼬맹이!“


”으! 꼬맹이라고 부르지 마!“


『”안 돼! 온달! 을지문덕과 떨어져서는 안 돼!“』


「”그 아이는 어디로 데려가느냐!?“」



온달의 물음에 행수가 대답했다.



”이놈은 싸구려니 싸구려 노예시장에 맡겨 둬야지. 제법 근성이 있는 놈이니 잘만 구슬리면 금화 한두 냥은 받을 수 있을 것 같군. 너처럼 비싸게 팔 놈들은 따로 가두어 둘 것이다.“


『”이 멍청한 새끼들! 을지문덕이 싸구려라니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들이! 온달! 어떻게든 을지문덕을 구해내야 해!“』


「’이방인, 을지문덕도 문제지만 우리조차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자! 이동한다!“


”놔! 놔아아! 온달 형! 온달 형! 이 빌어먹을 한족놈들아! 이거 놔!“


「”을지문덕!“」


『”을지문덕! 꼭 구해줄게! 잘 버티고 있어야 해!“』



노예 시장 초입부터 야단법석으로 발악을 해대는 을지문덕 때문에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리고 있었다.


노예상단에게 이끌려 발악하는 을지문덕과 함께 그를 향해 소리치는 우리를 어떤 한 사내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작가의말

˚능한산성(凌漢山城) : 한반도 서북방의 방어요새로 평안북도 곽산군 곽산읍 능한산에 세워진 석성입니다. 능한 산의 험한 지형을 이용해 고구려 시대에 쌓은 고로봉식 성으로 고려, 조선시대에 디르기까지 보수 정비된 중요한 요새였습니다.


˚삼질 : 음력 3월 3일로 삼월삼짇날이라고도 하며 중국 한족 및 많은 소수민족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명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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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화 - 새로운 국상. +6 21.01.14 200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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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4화 - 철태궁(鐵胎弓). ① +5 21.01.12 226 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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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 위기. +6 21.01.08 190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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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 답례. +10 21.01.05 212 14 17쪽
29 28화 - 정하시와 재이 ② : 사소취대 (捨小取大) +10 21.01.02 221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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