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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최근연재일 :
2022.08.11 00:05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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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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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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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6화 - 부친의 행방을 찾으러간 사이.

DUMMY

수수리의 마을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내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뒤, 아이들 때문에 소문이 마을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할멈의 숨이 멈췄다가 다시 깨어났다는 소문은 곧 마을 입구의 젊은 문지기들에게까지 퍼져 서로들 구시렁거렸다.



”두령이랑 나간 그 청년이 글쎄 숨이 멈춘 할멈에게 입을 맞추고 지랄을 떨었는데 다시 살아났다지 뭐야?“


”그게 무슨 헛소리냐? 뭔 지랄을 했기에 살아났다고?“


”입도 맞추고 숫자도 세더니 막 가슴을 주물렀다지 뭐야? 그랬는데 깨어났대!?“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인마. 그나저나 생긴 것도 이상하게 생긴 놈이었나 싶었는데 별 희귀한 취향일세.“


”진짜래도? 어? 저기 두령이 오는 것 같은데?“



말을 타고 그 사내를 따라 나갔던 호권 일행이 어느새 느릿한 속도로 마을 입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금방 들어오는군. 그 이상한 사내는 안 보이는걸?”


“어? 말에 뭔가 매달려 있어. 세 마리 전부 뭔가 있네.”


“뭔가 짐승인 것 같은데? 사냥이라도 한 건가?”



호권이 입구에 다다르자 문지기들은 하나같이 놀람을 금치 못했다. 세 마리 전부 승냥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들어온 모습에 한 사내가 창으로 승냥이를 툭툭 찔러보며 물었다.



“아니, 이게 다 뭐람? 이거 죽은 거 맞소? 아니면 다 사냥해 온 거요 두령?”


“이방인온달이라는 자의 말이 맞았어. 수수리를 구해줬던 자들이 틀림없었어.”


“거봐. 농담이 아니었다니까. 주몽 이방인온달이 사냥한 승냥이들이라구!”



수수리는 마냥 이방인온달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목숨도 구해줬거니와 할멈이 했던 말에 완전히 빠져버린 그는 자신의 주군이 생긴 것처럼 추켜세웠다.


그들이 매고 온 승냥이들의 숫자라면 마을 사람 모두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양이었다.



“맙소사, 정말 주몽께서 재림한 것인가? 우리 마을에 난데없이 갑자기 이런 일이..”


“할멈을 살린 그 청년 덕분에 오늘 밤은 뱃가죽이 따듯해지겠구만! 수수리, 으리가 데리고 온 덕분이야!”


“엣헴~ 이 몸 덕분이라고!”



그런데 막상 이야기의 주인공이 보이지 앟았다.



“근데 그 이방인온달이라는 자는 어디 갔습니까? 혹시 벌써 떠난 건 아닌지?”


“뭐 때 되면 돌아오지 않겠어? 우리 말을 빌려 갔다고. 돌아오지 않으면 그놈이 맡긴 낙타는 우리 것이 되겠지?”



수수리는 떠난 온달일행을 비아냥거리는 개기지의 말을 들을수록 화가 치밀었다.



“넌 고기 먹지 마라.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야.”


“무슨 헛소릴 하는 거냐? 내가 말을 빌려줬으니 그들이 누굴 찾으러 나간 거잖아?”


“하, 얘들은 둘이 모이기만 하면 항상 싸우더라? 그만들 하고 어서 들어가.”



문지기 한 명이 그들을 갈라놓으며 말렸다.



“그들은 찾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기다리면 돌아올 테니 우선 객당으로 가서 이것들을 해체하자.”



호권을 비롯해 여러 사내가 객당의 부뚜막에서 승냥이들을 풀어 가죽을 벗기기 시작하자 곧 아낙들이 부뚜막에 모여들었다.



“두령. 이 승냥이들은 갑자기 어디서 난 것입니까?”


“밤에 우리 마을에 찾아온 손님들이 건넨 승냥이들입니다.”


“승냥이들을 잡기가 쉽지 않을 텐데 이렇게나 많이 잡다니..”



부뚜막이 모인 여인들은 가마솥에 물을 가득 담아 끓이기 시작했고, 남성들은 꼬치구이를 만들기 위해 불을 지피고 있었다.


해체한 고기들 일부는 ˚맥적을 만들기 위해 간장에 절여졌고, 또 일부는 훈제로, 다른 것들은 탕을 위해 손질되었다.


고기를 다듬던 사내 하나가 부뚜막의 여인들에게 일전의 일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가? 우리 무녀 할멈이 숨이 멈췄었는데 아니 수수리가 데려왔던 그 청년이 할멈을 살렸지 뭐야!?”


“아니 그게 무슨 헛소리래요? 숨이 멈춘 걸 살리다니?”


“아까 장막에서 할멈이 갑자기 쓰러졌는데, 그 청년이 난데없이 입을 맞추고 가슴을 주물렀더니 할멈이 깨어났다고!”



사내의 말에 부뚜막의 여인들이 까르르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어서 참, 사람 살리는데 가슴을 왜 주무른대!? 에휴~ 자네! 그렇게도 만지고 싶은가? 사람이 무슨 헛소리를 해도 이리도 푼수처럼 한담?”


“야이! 푼수이라니! 내가 거짓말 하는 거라고 지금? 이보게들 다들 봤잖아!”



어처구니없어하는 여인들의 대꾸에 말을 꺼낸 사내가 억울해하자 다른 남성들이 거들었다.



“이 형님 말이 맞소. 우리 농담하는 거 아니야.”


“진짜야. 할멈이 아주 천지신명이라며 난리도 아니었어!”


“아니 두령, 그게 참말이오?”



호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났다. 그 역시 일전에 일어났던 상황이 믿기지 않았기에 다시금 할멈을 찾아가 물을 생각이었다.



***



호권은 장막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캄캄한 장막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장막 주변의 할멈의 가택으로 들어갔다. 할멈은 지친 기색으로 깨졌던 항아리와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할멈. 괜찮습니까?”


“두령. 그분께선 잘 떠나셨는가?”



할멈은 온달 내면의 이방인을 따로 그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예. 하사안이라는 자와 말을 타고 떠났습니다. 몸은 좀 어떻습니까?”


“죽다 살아났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나. 기이한 분일세. 이방인 그분은.”


“이방인..”



할멈은 방 한쪽의 작은 화롯불에 차를 끓인 후 호권에게 건넸다. 찻잔을 받은 호권은 다시금 질문했다.



“전에 말씀하시기를 고려 황실에 일이 있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자가 고려 황실에 중요한 인물입니까?”



할멈은 주름진 두 손에 쥔 찻잔의 김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분은 황실뿐 아니라 고려에 중요한 인물이 될 분이시네.”


“고려에 중요한 인물인데, 어째서 우리 마을에 당도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분의 운명이거늘 우리가 어찌 정하겠나.”



호권은 찻잔을 한 모금 마신 뒤 다시 질문을 이었다.



“하여, 전에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란 말씀입니까.”


“고려에 중요한 인물이 될 분이시니, 그분께서 큰일을 도모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준비해야 할 것이네.”


“아시다시피 마을 사람들도 굶주림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헌데 다른 이들도 아니고 왜 우리가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우리 마을에 나타난 그 청년 내면의 그분의 도움으로 하여금 고려의 원한을 갚을 것이야.”


“고려의 원한이라는 것이 혹시 우리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까?



할멈은 찻잔의 물을 마시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국원성(國原城)을 떠나 이 마을에서 숨어 지낸 지가 벌써 수년이 지났네. 용케 두령 덕분에 많은 이들이 살아남았으나 ˚패잔이라는 치욕을 가슴에 묻고 살고 있지 않은가.“



패잔이라는 말에 호권의 표정이 진지해지며 말에 힘이 들어갔다.



”무능한 황실과 귀족들 때문이지 저희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하물며 황실의 군대가 우릴 도왔더라면 국원성이 그리 쉽게 함락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호권은 고려 남쪽에 있는 국원성 지역 소성(小城)의 하급 귀족으로 소성을 지휘하는 ˚가라달(可邏達) 호문의 차남이었다.


국원성 일대가 신라와 백제의 연합군에게 공격을 받아 함락되어갈 때, 가라달이었던 호문은 백성들과 함께 죽기 살기로 싸웠으나 결국 패배 원인의 누명을 뒤집어썼다.


고려에서 패잔은 전쟁의 패배를 물어 사형을 시켰기 때문에 호문 일가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백성들이 그들의 선처를 구했으나 결국 호문은 장남과 함께 사형을 당했다.


사형당하기 전 호권의 형은 그를 가까스로 피신시켰고, 목숨을 부지한 호권은 국원성 일대의 패잔을 이끌고 산맥을 넘어 고려 북쪽의 산속 깊은 곳에 안착했다.


그들은 패잔의 무리였기에 따로 마을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었다.


갑작스레 과거의 일이 떠오르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 호권에게 할멈이 말을 이었다.



”두령. 자네가 해야 할 일이 앞으로 커질 걸세. 천지신명께서 내리신 운명으로 여기는 것이 좋을 것이야.“


”좀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이방인온달이 돌아오면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동안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할멈은 찻잔을 다 비우고는 오방색 천 앞에 거적을 깔고 앉았다. 그녀는 갑작스레 대화의 주제를 바꾸며 물었다.



”그분 말고 혹시 다른 이가 함께 마을에 오시지 않았는가?“



할멈의 물음에 놀란 호권은 낙타를 타고 온 여성을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아. 이방이온달이라는 자의 어머니라는 고려 여성이 함께 왔습니다.“


”그 여성은 우리에게도 아주 중요한 분이라는 점괘가 나왔네. 그 여성을 자네의 모친처럼 여기고 잘 모시도록 하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여성을 모친처럼 모시다니요?“


”그분과 재회하기 전까지 내 말 명심하고 준비를 잘 해두게나.“


생각에 잠긴 호권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말을 이었다.



”이방인온달이 우리 마을에 고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일 없네. 먼저 쉴 테니, 가서들 들게나.“



호권은 할멈에게 묵례를 하고 가택에서 나왔다. 자신이 이방인온달 일행을 모셔야 한다는 할멈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었다.


호권이 밖으로 나가자 할멈은 곧 오방색 천 위에 작은 뼈들을 굴렸다. 하나의 뼈가 하얀색 부분을 넘어 천 밖으로 삐져나가자 그녀는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속삭였다.



”부디 무사하시길 비나이다..“



***



우리는 산길을 빠져나와 대지를 달리고 있었다.


하사안이 말고삐를 잡았고 온달은 맥궁과 화살을 동개에 넣은 채 횃불을 들고 있었다.



「”하사안.“」


”예, 주인님.“


「”아까 장막에서 본 것들, 어떻게 생각해?“」


뜬금없는 질문에 하사안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아직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그 할멈의 말이 정말 맞는 거라면, 원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겠어.“」



동개에 활을 보관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저 마음속에서 떠들 뿐이었다.



『”그래, 나도 참 궁금하다. 뭐가 원한인지.. 내 원한은 아닌 것 같은데. 나 살면서 원한 살 만한 일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흐음.“』



원한이라는 말에 온달이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이방인!“」


『”응. 왜?“』


「”너 때문에 내 순결을 할멈에게 빼앗겼어. 나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봐요. 난 결혼 직전에 이 세상으로 온 거라고.“』


「”사람 살리는 주술이 어떻게 그런 망측한 주술인 거지?“」


『”망측하다니? 너 낮에 하사한한테 두 번 뺨 맞은 거 생각해봐. 네가 나한테 할 소린지.“』


「”으으! 하사한한테 맞은 거랑 할멈한테 입 맞춘 게 비교가 되냐!“」


『"아주 먼 미래에서는 그 망측한 주술이 사람을 살리는데 기본이 되는 거니까,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면 편하잖아? 네가 사람 하나 살린 거라고?"』


「"으으! 그렇다고 해도 하필이면 처음 보는 나이 든 할멈이라니!"」



하나의 안장 위에 두 사람이 타고 가는 상황에, 등 뒤의 온달이 혼잣말을 계속 해대자 하사안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주인님이 두 분이라니, 어찌 이런 해괴한 일이 생겼는지! 하하!“


『”온달, 우리 말 타고 가는 길이니까 이것저것 궁금했던 것들이나 좀 얘기해보자. 그리고 지금 찾아야 하는 분, 네 어머니에 대해서 모든 걸 다 말해줘.“』



온달은 어느 머나먼 국가의 왕족이고 상단을 이끄는 자들이라는 것, 나는 미래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양궁선수라는 것을 전해주며 말을 타고 달리는 동안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부정주가 어머님 성함이라..“』


「”고려가 곧 망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나라로 가려고 했던 거야.“」



나는 망국 직전의 상황의 고려에 떨궈진 상황이었다. 역사상으로는 망하지 않고 오히려 부흥기의 상황이었지만..


그 망국의 상황에 온달이라는 사내가 나타난 것이고, 평강공주와 결혼한 뒤 부마가 되어 장군이 되는 온달 설화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지금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네 미래에 대한 대강의 내용이야.“』


「”그게 내 운명이라니.. 그런데 왜 갑자기 전쟁터로 가는 거지?“」


『”우리가 풀어야 할 답은 그때가 돼야 알 수 있겠지. 할멈이 말했던 것처럼 온달은 허망하게 죽거든.“』


「”허망하게라니, 난.. 어떻게 죽는데?“」



자신의 죽음에 관해 묻는 온달의 말이 조금 떨렸다.



『”왕이 죽고 나서 느닷없이 전쟁터로 나가서 싸우다가 활 맞고 죽는다고 했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온달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자신의 운명을 아는 사내가 몸속으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무녀라는 할멈이 자신과 내면의 이방인과 대화를 나눴다는 현실이 믿기 어려웠다.



『”아참. 하사안한테도 내 소개해줘. 이방인이야. 대한민국 금메달리스트. 동갑내기 친구네. 믿기 어려운 얼굴이지만..“』


「”하사안, 내 몸에 있는 자의 이름은 이방인이야. 같은 나이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른 주인님.“


『”하하. 다른 주인님이라니! 이방인온달이라고 말해서 많이 당황했을 거야.“』


「”이방인이 내 이름을 이방인온달이라고 해서 당황했을 거래.“」


”주인님은 주인님이시니 저는 관계없습니다. 오히려 든든합니다. 이방인님께서 부디 할멈의 말대로 원한을 꼭 푸셨으면 합니다.“


『”내 원한이라기보다 온달의 원한일 것 같은데, 나 살면서 죄지은 거 별로 없거든. 그나저나 하사안은 어떤 사람이지?“』



온달의 내말을 되받아 묻자 하사안이 대답했다.



”저는 몰락한 나라의 군인이었습니다. 강국 주변에는 여러 나라가 있는데 전쟁을 치르면서 소국들은 멸망하기를 반복했지요. 나라가 망하여 노예로 전락했을 때, 타르칸께서 저를 거두시어 이끌어주셨습니다.”


『“아.. 그래서 엄청 잘 싸웠던 거구나.”』



짧은 시간동안 많은 일들을 겪고 나서, 이제야 세 남자가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을 태운 말이 한참을 달리고 있었을 때, 걱정되어 물었다.



『”저기 우리 너무 정처 없이 달리는 거 아니야 온달?“』


「”우리 일족은 천문을 볼 줄 알아. 하늘의 별자리를 따라서 이동하는 거니까 틀릴 리는 없어.“」


”이방인님. 염려 놓으십시오. 마차가 있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중입니다. 그 부근을 중심으로 타르칸을 찾아볼 것입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곧 자객들의 습격을 받았던 숲속에 도착했다.


그러나 우리가 달아났을 때와는 뭔가 달라진 부분들이 드러났다. 누군가가 강국인들만을 화장한 흔적들이 보였다.



「”누가 우리 부하들을 이렇게 불태운 거지!?“」


”공격했던 놈들의 시체는 그대로입니다만, 어째서 부하들만..“


『”온달! 무슨 소리가 들려!“』



저만치 거리에서 다수의 수레 끄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다가옵니다!“


「”상단 같은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뭐야 이 야밤에 저놈들은!? 숫자가 많은데?“』



하사안은 말고삐를 쥐며 경계하듯 말을 움직여 다가오는 무리를 바라보았다. 우리 쪽이 말을 세우고 바라보자 접근하던 반대편도 멈춰 섰다.



”말 한 필에 두 사람이 타다니, 저놈들은 뭐냐?“



갖가지 치장을 한 상단의 행수가 한 부하에게 물었다. 시력이 좋은 부하 하나가 눈을 찡그리며 온달일행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옷을 보아하니 ˚속특인 같습니다.“


”속특이라? 이 야밤에 속특인들이 이런 숲속에 기어 나오다니. 하하하.“


”행수, 어떻게 할까요?“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소득이 없어 빈손으로 가면 정하시 나리께 무슨 화를 당할까 걱정이었는데, 속특인이라면 제대로 된 수확이지. 일단 접근해 어떤 자들인지 알아보되,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붙잡아라.“



곧 무장한 기병들이 슬금슬금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사안. 횃불을.“」



하사안은 왼손으로 온달이 건넨 횃불을 받았다. 온달은 곧 동개에서 활과 화살을 꺼내었고 활을 쥔 나는 화살을 집어 활시위에 걸었다.



”감히! 정체를 밝히지도 않고 활시위부터 걸다니! 너희들은 누구냐!?“



상대방들이 소리치며 정체를 물었으나 하사안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곧 다가오던 자들이 한족의 말로 뭐라고 구시렁거렸다.



『”중국말을 하네!? 하사안. 저들 중국말도 하고 있어!“』


”예? 중국이라고 하심은..?“


『”중국! 중국 몰라? 아니지, 고구려 바깥쪽에 있는 나라들 말이야!“』



하사안과 온달이 중국이라는 단어를 알 리가 없었다.


반대편에 있던 자들은 당황하는 우리들을 보더니 곧 검을 뽑아 들어 접근하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들이 입은 붉은 색 옷이 횃불에 선명하게 비추어 지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작가의말

˚맥적(貊炙) : 고구려는 간장을 아주 잘 만들기로 유명했었는데 각종 고기를 간장에 재워 놓고 먹었을 것으로 보이며 맥적이라는 이 요리는 오늘날 불고기의 원형이 되는 음식이었습니다.

 

˚국원성(國原城) : 고구려시대, 충주의 옛 지명으로 5세기 장수왕대에 한반도 남쪽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설치한 성입니다. 그러나 551년 신라가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신라의 영역으로 확립된 지역입니다. 한반도에서 유일한 고구려비인 충주고구려비가 이 지역에 있습니다.

 

˚패잔(敗殘) : 싸움에 져서 세력이 꺾인 나머지를 뜻합니다.

 

˚가라달(可邏達) : 고구려 성 단위 지방관들 중 현령급 지방관으로 누초(婁肖)와 동급인 하위 지방관입니다.

 

˚속특(粟特) : 소그드인이라고도 하며 중앙아시아 소그디아나(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유목민들을 뜻합니다. 중국의 사서에서는 소무구성(昭武九姓)이라 하여 강(), (), (), (), (), (), (), 화심(火寻), 무지(戊地) 성씨의 부족들이 있었다고 하며, 그중 소그디아 왕족의 성씨는 온()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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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 - 숨은 온달 찾기 ①. +8 21.01.23 234 11 14쪽
43 42화 - 나쁘지 않은 온달. +8 21.01.22 187 10 14쪽
42 41화 - 생존 보고. +10 21.01.21 197 10 14쪽
41 40화 - 도움과 작별. +8 21.01.20 202 12 13쪽
40 39화 - 다시 찾아온 적들. +9 21.01.19 193 11 14쪽
39 38화 - 서부의 도사(道使) +6 21.01.16 197 11 14쪽
38 37화 - 싸이코와 강이식(姜以式) +6 21.01.15 203 10 15쪽
37 36화 - 새로운 국상. +6 21.01.14 200 12 14쪽
36 35화 - 철태궁(鐵胎弓). ② +4 21.01.13 209 13 14쪽
35 34화 - 철태궁(鐵胎弓). ① +5 21.01.12 226 12 14쪽
34 33화 - 복수와 탈출. +8 21.01.09 267 13 14쪽
33 32화 - 위기. +6 21.01.08 191 11 16쪽
32 31화 - 스쳐 지나가는 원수. +8 21.01.07 199 11 14쪽
31 30화 - 동향 사람의 도움. +7 21.01.06 216 11 15쪽
30 29화 - 답례. +10 21.01.05 212 14 17쪽
29 28화 - 정하시와 재이 ② : 사소취대 (捨小取大) +10 21.01.02 221 12 16쪽
28 27화 - 정하시와 재이 ① : 복수의 근원 +10 21.01.01 220 10 14쪽
27 26화 - 반목에 이은 도발. +12 20.12.31 246 11 18쪽
26 25화 - 반목의 시작. +12 20.12.30 246 13 14쪽
25 24화- 을지문덕과 동병상련. +12 20.12.29 270 11 17쪽
24 23화 - 운명 +14 20.12.26 298 11 16쪽
23 22화 - 두 여인과 능욕. +12 20.12.25 367 14 14쪽
22 21화 - 지키려는 자와 무너뜨리려는 자. +8 20.12.24 289 11 17쪽
21 20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② +10 20.12.23 295 12 15쪽
20 19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① +8 20.12.22 294 12 17쪽
19 18화 - 떠나는 하사안. +6 20.12.19 302 11 16쪽
18 17화 - 정하시 일당과의 만남. +4 20.12.18 313 13 15쪽
» 16화 - 부친의 행방을 찾으러간 사이. +3 20.12.17 318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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