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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최근연재일 :
2022.08.11 00:05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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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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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7
글자수 :
1,373,441

작성
21.01.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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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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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8화 - 정하시와 재이 ② : 사소취대 (捨小取大)

DUMMY

날씨가 따듯한 봄의 어느 날.


큰 저택의 마당에서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한참 동안 울리고 있었다.


“이이익! 얍! 이얏!”



8척 장신의 사내와 한 소년이 진검 수련을 하고 있었다.


소년은 늘 살기를 품고 달려들었지만 사내는 간단하게 공격을 방어하며 합을 맞춰주고 있었다.


“후우. 그만... 괴물 같은 놈. 여기까지 하자. 재이.”


“예. 도련님.”



기진맥진한 소년은 검을 재이에게 건네고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착검한 재이는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자세를 숙였다.



“넌 진짜 괴물 같구나. 온 힘을 다해도 지치질 않으니. 고려인들은 다들 너처럼 강하냐? 제길. 헉헉.”


“도련님은 아직 어리시니 곧 저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후우. 물론이지! 더 연마해서 황제 폐하를 보위하는 장군이 될 것이야! 하하!”



정하시와 재이는 북제(北齊)의 한 거부(巨富)인 아용피에게 팔렸다.


아용피는 자수성가하여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 상인이었다.


재이는 상당한 검술을 지녔기에 그의 능력을 아깝게 생각한 아용피는 그에게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인 아걸의 검술지도를 맡겼다.


아용피는 정하시를 처음에는 그저 고려에서 온 계집종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빼어난 미모와 목소리로 성숙해가는 그녀를 눈독 들이고 있었다. 이는 아들인 아걸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채로 향하던 정하시가 마당에서 쉬고 있는 아걸의 눈에 들어왔다. 정하시는 아걸을 보고 묵례를 하고 눈웃음을 지었다.



“후우. 내가 두 살 때 너희를 들였다고 아버님께서 그러셨으니 대충 십 년이 넘었구나.”


“예. 도련님. 벌써 열 두 해가 지났습니다.”


“시간이 빨리도 가는군. 그나저나 정하시는 갈수록 예뻐진단 말이지. 집안의 여종 중에서 걔를 따를 계집이 없어.”



아걸은 누운 채로 다리를 꼬며 재이를 바라보았다.



”근데 네놈과는 닮은 구석이 전혀 없단 말이야. 정말 정하시가 네놈의 누이가 맞는 거냐?”


“예. 도련님. 저의 누이입니다.”


“검술 사범의 누이이니 참 난감하기 그지없군. 네가 필요 없을 정도로 검술을 연마하는 수밖에.”


“자질은 충분하십니다. 도련님. 곧 저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그래. 널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면 무예는 충분한 거겠지?”



소년의 말에는 분명 독기가 품어져 있었다. 그러나 재이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걸은 고려인을 오랑캐로 여기며 싫어했지만 아용피의 제안으로 그를 검술 사범으로 이용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다.


술에 취한 아걸이 정하시를 겁탈하려던 것이었다.


정하시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뽀얀 살결에 눈이 돌아간 사춘기 소년 아걸은 위력을 행사하며 그녀를 범하려 하였다.


여종임에도 불구하고 발버둥 치는 정하시의 태도에 분개한 아걸은 그녀를 두들겨 팬 후에 마방간으로 내쫒았다.



“빌어먹을 고려 년! 여종 따위가 감히 주인을 거부해?! 앞으로 네 거처는 이곳이다!”



상황을 접한 재이는 마방간으로 달려가 정하시를 위로했다.


재이는 그녀의 엉망진창인 얼굴을 바라보며 하얀 천으로 터진 입술의 피를 닦아주었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아걸 이놈! 감히 주인님께 이런 험한 꼴을!”


“아파. 살살해. 재이”


“주인님에게 해를 끼친 아걸 그놈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겁니다.”


“아직은 참아. 지금은 때가 아니야.”


“주인님.”



정하시는 자신이 팔려 온 이 엄청난 거부 집안을 집어 삼키기 위해 참고 있었다.


아걸이 정하시를 겁탈하려던 사건은 곧 아용피의 귀에도 들어갔다.


평소 정하시를 눈독 들였거늘 아걸이 먼저 그녀를 건들었다는 것에 속으로 분개한 아용피는 아들을 심히 꾸짖었다.


부자(父子)가 여종 하나를 두고 난리를 칠 정도로 정하시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되어가고 있었다.



***



집안의 주인이 자신 때문에 티격태격함을 알게 된 정하시는 그때부터 일부러 아걸을 피하고 아용피에게만 살갑게 굴었다.


아용피는 자신에게 살갑게 구는 정하시에 홀려 그녀를 더욱 총애했고 곧 이 때문에 본처와도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본처가 정하시를 규방으로 불러 악담을 퍼부을 때, 화가 난 아용피는 규방으로 들어가 정하시를 싸고돌았다.



“부인! 도대체 이 아이가 뭔 잘못을 했기에 이리도 난리를 떠는 거요!?”


“나리! 그 여종을 언제까지 싸고돌 셈이십니까? 그 계집은 한낱 고려 여종일 뿐입니다!”


“내가 좋다면 좋은 거지! 부인은 상관 마시오! 그리고 내 곧 정하시를 후처로 삼을 것이오!”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어찌 그런 고려의 천한 계집을! 이익! 네년을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꺄악! 마님! 고정하시..”



후처라는 말에 눈이 돌아간 본처는 정하시에게 달려들어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들었다.



“이 빌어먹을 고려년! 네년이라면 참을 수나 있겠느냐!? 죽어라! 죽어!”


“꺄악! 나리! 살려주십시오!”


“부인! 그만 놓으시오! 그만 놓으라고!”



아들에 이어 본처와의 충돌 이후로 아용피는 더더욱 정하시를 싸고돌았고, 정하시 역시 계속해서 아용피를 홀렸다.


아용피에게 술시중을 들던 어느 날 밤.


이미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셔 취한 아용피에게 정하시는 고개를 숙이며 하소연했다.



“나리. 이 천한 것의 혼기가 찰 나이까지 이렇게 저와 제 오라버니를 양육해주시니 나리께 어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보답이라 하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구나. 끅.”


“이 천한 것을 애정으로 감싸주시니 나리의 은혜에 감탄할 뿐입니다.”


“내 너를 거둘 때부터 알아봤거늘. 재이 덕분에 아걸의 검술이 날로 발전하고.. 또 네 덕분에 나 역시 즐거우니 말이야. 끅.”



정하시는 술기운에 혓바닥까지 꼬며 정신 줄을 놓은 아용피의 술잔을 계속해서 채우던 중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정하시, 갑자기 왜 우는 것이냐?”


“나리. 이 천한 것, 아걸 도련님과 주인마님께 밉보이는 것이 너무도 두렵습니다.”


“하하. 내가 있잖느냐. 아들이고! 부인이고! 뭔 걱정이겠느냐! 끄윽. 하물며.. 네가 내 후처가 된다면야 더는 걱정할 것도 없을 거야! 암!”



술에 잔뜩 취해 꾸벅거리는 아용피는 술김에 속내를 드러냈다.


정하시는 다소곳이 자세를 고쳐 앉고 영롱한 목소리로 그를 유혹했다.



“나리, 정녕 저를 후처로 삼고 싶으십니까?”


“우음. 여부가 있겠느냐? 어으으.”



아용피가 정신을 놓고 있을 때, 정하시는 마지막 술잔에 몰래 정신이 혼미해지는 하얀 가루를 넣었다.


아용피는 곧 정하시가 주는 대로 마지막 술잔을 비웠다.



“나리, 함께 침상으로 가시지요. 꼭 저를 후처로 삼으셔야 합니다. 나리.”


“아음. 물론이다. 물론이야. 으..”



아용피를 부축해 침상으로 옮긴 정하시는 눕자마자 그대로 뻗어버린 아용피를 보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아용피의 상의를 벗긴 뒤, 자신 역시 스스로 옷을 벗고 그와 함께 침상에 올랐다.



다음날.



“끼아아아악! 나리! 이게 어떻게 된 것입니까! 저! 저 저... 고려 상것이! 결국! 아윽.”


“으앗! 어머님! 정신차리세요! 아버님! 어찌 정하시 그 년과 동침하셨단 말입니까!”



한 침상에 섞인 두 남녀를 본 본처는 목덜미를 잡으며 쓰러졌고, 아걸 역시 당황해하긴 마찬가지였다.


아용피는 그녀와 동침했으나 관계를 한 기억은 없는 듯했다.


그러나 정하시는 술기운 때문에 기억을 못 한 것이며, 오히려 동침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내며 본처와 아걸의 정신머리를 더 세게 후려쳤다.


그리고는 머지않아 정하시는 헛구역질을 하며 임신 흉내를 냈다. 임신 흉내에 속은 아용피는 기뻐하며 곧 그녀를 후처로 삼았다.


계집종이 후처로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임신할 것을 생각하니 본처로썬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이를 본 재이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인적 드문 정각으로 정하시 끌고 와서 물었다.



“주인님, 주인님! 정녕, 정녕 아용피와 동침한 것입니까!?”



불안해마지않는 재이를 보며 미소를 지은 정하시가 대답했다.



“훗.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아용피는 서서히 중독될 거야. 재이 너는 때를 일러줄 때, 아걸을 치우도록 해. 얼마 남지 않았어.”


“아! 주인님, 생각이 다 있으신 거군요. 휴. 알겠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정하시가 계책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재이는 머지않아 정하시의 명령을 받고 저택의 뒷산으로 남들이 모르게 아걸을 유인했다.



“재이. 무슨 일로 예서 보자는 것이냐?”


“그동안 네놈의 살기를 참아오는 것도 곤혹스러웠다.”


“뭐!?”


“죽어라.”



검집을 빠져나온 뾰족한 검끝이 순식간에 아걸의 가슴을 꿰뚫었다.



“으억! 이.. 고려놈이 배신을..!”



아걸이 즉사하고 난 뒤, 실종된 아걸로 하여금 본채에서는 그를 찾으려 난리가 났다.


그러나 늦은 밤이 돼서야 하인들은 뒷산에서 아걸의 사체를 찾았다.


설상가상으로 외아들까지 죽자 분노한 본처는 아용피에게 재이를 죽일 것을 강요했다.



“나리! 이 미천한 것들이 이토록 집안을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는데! 어찌 보고만 있으십니까! 나리! 아걸을 죽인 놈은 필시 저놈뿐입니다!”


“누가 내 아들을 죽였단 말이냐! 재이, 너는 아걸이 당했을 당시 어디에 있었느냐!”


“나리! 저는 온종일 마방간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갈등이 있었던 아들이었을지라도 아들은 아들이었기에 아용피는 아들의 시신을 끌어안으며 오열했다.



“나리! 필시 저것들이 벌인 짓입니다! 저것들을 찢어 죽여야 합니다! 나리!”



머리에 붕대를 맨 본처가 눈깔을 부라리며 광분하자 재이는 엎드리며 호소했다.



“나리! 저는 절대 도련님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부디 헤아려 주십시오!”



재이의 부르짖음에 아용피의 옆에 있던 정하시 역시 호소했다.



“나리! 재이가 어찌 도련님을 고의로 해한단 말입니까! 그토록 동고동락했던 사내들입니다. 나리!”



본처는 정하시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닥쳐! 이 요물! 이 고려 쌍것들! 네년을 반드시 내가 죽일 것이야! 뭘 구경만 하는 게냐! 어서 저것들을 죽여라!”


“나리!”


“나리. 고정하십시오!”



본처의 명령에 여러 명의 부하는 검을 뽑아 들어 재이를 마당 터로 끌어내렸다.


많은 부하가 무릎 꿇은 재이를 위협하자 정하시는 곧바로 재이의 옆으로 달려가 그를 보호했다.



“나리! 후처가 되면 평생 비호해주실 것이라 약조하지 않으셨습니까! 이곳에 들어와 진실로 나리만을 섬겼는데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 나리!”



부하들은 정하시와 재이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었다.



“어서 저 쌍것들의 목을 베라!”


“나리!”


“으으. 그만! 멈춰라!”



아용피와 본처의 대립한 명령에 주변의 부하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나리! 어서 죽이세요!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부인! 그만!”


“나리. 어떻게 할까요?!”


“죽여라! 당장 두 년놈의 목을 쳐라!”


“아니다! 멈춰라!”



부하들이 말을 듣지 않자 광분하던 본처는 옆에 있던 부하의 칼을 뺏어 정하시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이 요물 같은 년!”


“부인! 부인을 막아라!”



하인들이 들러붙어 그녀를 막고 있을 때였다.


재이 옆에 엎드려 호소하던 정하시는 갑자기 재이의 허리춤의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왼쪽 손목을 향해 내리쳤다.



“아아윽!”



지금껏 힘겹게 버텨온 나날이 자칫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정하시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자신의 옆에서 자해한 정하시를 본 재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앗! 작은 마님!”


“으아앗! 정하시! 어찌!”



잘려나간 손목으로 하여금 정적이 흘렀다.



“나리. 왼손을 걸고 맹세합니다. 재이는 결코 도련님을 죽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발 믿어주십시오! 으윽..”


“작은 마님! 마님!”


“정하시! 여봐라! 어서 내 후처를 치료할 의원을 불러라! 어서!”



재이는 눈물을 흘리며 부랴부랴 정하시의 손목에 자신의 머리띠를 감아 지혈하며 속삭였다.



‘주인님! 어찌! 어찌하여 이런 짓까지!’


‘이제 다 넘어왔어.. 재이야..’



아용피와 하인들이 정하시에게 다가가 안채로 모셨고 곧 의원이 도착해 그녀를 돌봤다. 그는 정하시의 고육지책에 완전히 넘어갔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본처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망연자실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멍청한 사내 같으니, 아용피도 우리 집안도 이제 다 끝이로구나.”



***



아들을 잃은 충격과 정하시가 후처로 완전히 자리매김함에 분노한 본처는 얼마 못 가 절명했다.


집안에 남은 주인은 아용피였으나 후처에서 본처가 된 정하시의 먹잇감일 뿐이었다.


왼손을 잃은 정하시는 아용피에게 부탁하여 은으로 된 인조 손을 만들었다.


전완근을 감싸는 인조 손은 손가락 하나하나가 분리되어 작은 수리검 대용의 쓸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무기 그 자체였다.


본처가 된 이후 정하시는 매일 독을 조금씩 아용피에게 먹였다.


정신이 피폐해진 아용피는 헛것을 보며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잦아졌다.



“아들이! 아들과 부인이 보이는구나! 나를 마중 나온 것이냐! 그런데 이것들이 감히 왜 날 비웃는 것이냐! 으흐흐.”


“나리. 탕약을 드실 시간입니다.”


“탕약? 좋지! 그런데 나는 네가 제일 좋구나! 흐흐”


“나리께서 드실 마지막 탕약입니다.”


“그래그래, 이게 마지막이란 것이지!?”



아걸과 본처가 죽고 난 뒤 머지않아 정하시는 아용피 마저 제거하고 그의 집안을 완전히 접수했다. 비록 왼손은 잃었지만 어마어마한 거부를 손에 넣게 된 정하시와 재이였다.



'남아도는 금전으로 새로운 상단을 꾸린다면 가문의 복수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우두머리가 된 정하시는 붉은 치마와 너울, 그리고 흰 두루마기로 자신을 포장했다.


거부 아용피의 집안을 접수한 뒤, 남아도는 자금으로 자신의 상단을 꾸린 정하시는 과거 자신을 이곳에 바친 행수를 찾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내 시위의 얼굴에 난도질을 한 자를 봐야겠어요. 그때의 약속은 지켜야겠지요.”


“곧 불러들이겠습니다. 주인님.”



부하들을 시켜 전갈을 보낸 지 몇 주 후, 아용피에게 정하시 일행을 넘겼던 상단의 행수가 도착했다.


그는 아용피가 아직 존재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소인 막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대인.”



사랑채의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행수는 문이 열리자 적잖이 놀랐다.


사랑채의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은 아용피가 아닌 은빛 인조 손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입니다. 행수.”


“예? 초면입니다만 아가씨는 누구이신지?”


“오랜만이니 기억하실 리가 만무하지요.”


“기억이 잘..”


“이 자를 보면 기억이 잘 나실 겁니다.”



여성의 뒤로 큰 덩치의 사내가 사랑채 문에서 나와 행수의 앞에 섰다.


그가 고개를 들어 사내의 상처난 얼굴을 확인하자 소스라치며 놀랐다.



“마, 맙소사! 네놈은 전의 그!?”


“내 뺨을 이따위로 만든 네놈을 나 역시 잊지 않고 있었지.”


“아니! 대인께서는 어딜 가시고! 네놈들이!?”


“나리께선 생전에 제게 모든 것을 다 넘기셨는데 행수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모셨습니다.”


“뭐!? 그게 무슨 헛소리냐!? 대인은 어디 계시냐!?”


“곧 뵐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곳의 주인은 저입니다. 오래전에 제가 한 말은 기억하시지요?”


“이 고려 년! 아용피 대인을 어떻게 한 것이냐!”



행수가 그녀에게 달려들 찰나 재이가 순식간에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끄. 끄억!”


“행수도 아용피의 뒤를 따르세요. 곧 만날 겁니다.”



정하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이는 행수의 목을 분질렀다.



“재이, 뒤따라온 잡것들도 모두 치우세요.”


"뒤따른 무리들을 한놈도 빠짐없이 모두 죽여라!"



재이의 호령에 붉은 도복을 입은 정하시의 부하들이 행수의 부하들을 남김없이 도륙했다.


세군의 몰락 후, 노예로 전락했던 정하시는 비록 왼손을 잃었으나 제나라 땅에서 재이와 함께 거부를 손에 넣은 뒤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었다.


두 남녀는 세군과 함께 멸족당한 자신의 가문을 상기하며 고려 황실에 복수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작가의말

˚사소취대 (捨小取大) :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고육지책(苦肉之策) : 자기 몸을 상해 가면서까지 꾸며 내는 계책이라는 뜻으로어려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어쩔  없이 꾸며 내는 계책을 이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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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 - 정하시와 재이 ② : 사소취대 (捨小取大) +10 21.01.02 221 12 16쪽
28 27화 - 정하시와 재이 ① : 복수의 근원 +10 21.01.01 219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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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② +10 20.12.23 294 12 15쪽
20 19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① +8 20.12.22 293 1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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