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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최근연재일 :
2022.08.11 00:05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3,227
추천수 :
1,767
글자수 :
1,373,441

작성
20.12.22 17:00
조회
293
추천
12
글자
17쪽

19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①

DUMMY

숨진 하사안을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부짖다가 지친 온달은 잠깐 잠들어 버렸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어떤 소녀의 형체가 보였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조금씩 앞으로 다가오더니 곧 뒷짐 진 손의 칼을 휘둘러댔다. 소녀를 살펴보니 오른손이 없었다.


소녀가 휘두른 칼에 오른 손목이 잘렸지만 고통은 없었고 피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겁에 질렸기에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쫓아오며 칼을 휘둘러대는 소녀를 피하고 있을 때, 곧 잘렸던 손목에서 새로운 손이 돋아났다.


손목이 다시 솟아난 것을 본 소녀는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내 손과 팔이 몸에서 마구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으아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눈을 떠보니, 곧 기름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맙소사.. 징그러운 꿈이었어..”』


「“손과 팔이 돋아났던 꿈이었나..?”」


『“어!? 우리 같은 꿈을 꾼 거야?”』


「“어떤 여자애가 칼 들고 휘두르고..”」


『“맞아.. 자다 깨면 현실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대로라니..”』



저만치에서 행수와 사내들은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사내가 국그릇을 들고 다가오자 온달은 하사안의 시체를 꼬옥 껴안았다.



“먹어라!”



나무 창살 틈으로 그가 건넨 그릇엔 기름진 국물과 고기 몇 조각이 담겨있었다.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곰탕 같은 느낌의 멀건 국물이었다.


온달은 마차 안으로 들인 국그릇을 발로 찼다. 국물과 그릇이 감옥 마차 밖으로 떨어지자 건넸던 사내가 말을 이었다.



“멍청한 놈! 후회할 짓을 하다니, 앞으로 며칠간 네놈이 발로 찬 그릇이 아주 그리워질 거다!”



사내가 되돌아가자 근처 감옥 마차에서 어떤 노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저 아까운 것을 그냥 발로 차버리다니! 차라리 날 주지!”



국물과 고기 건더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본 노예의 한탄이었다. 온달은 목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고려인은 아닌데, 저들이 나름 챙겨주는 걸 왜 발로 차버린 건지 모르겠군. 저 놈 말대로 아마 많이 후회할 거요. 며칠에 한 번 음식을 줄까 말까 하는 건데."


「“상관없다!”」


“그래도 저 행수가 직접 챙겨주려는 것을 보니 나름 몸값은 하시겠구려. 아마도 정하시한테 끌고 갈 모양인 것 같소.”


「“정하시.. 죽일 거야. 하사안의 복수를 해줄 거야..”」



온달이 어설픈 고려어로 정하시 욕을 하자 노예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크큭, 죽일 수야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소, 이놈의 상단들은 멀쩡한 사람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 잡아들이는 것들인데..”



사내가 조금이나마 정하시에 대해서 무언가 알고 있는 듯했기에 온달에게 말을 건넸다.


『“온달, 저 사내에게 정하시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더 물어봐.”』


「“내가 왜!?”」


『“알아야지 뭔가 대책을 세울 거 아냐.”』


「“무슨 대책? 하사안도 살리지 못했잖아! 그리고 이미 감옥에 갇혔는데 뭘 어쩌자고!”」


『“찡찡거리지 말고! 좀!”』


「“꺼져! 싫어! 네가 내 몸에 들어온 순간부터 모든 게 이상해졌어!”」


『“하 짜증 나네. 야! 아까 할멈이 뭐라 그랬어!? 내 말 잘 들으라고 충고했잖아!”』


「“그따위 할멈이 뭐라고! 하사안은 왜 못 살린 건데! 왜! 아윽!”」


『“으윽! 뭐지..!”』



온달과 감정적으로 마찰이 일어나자 목의 흉터에 심각한 통증이 찾아왔다.



『“컥! 커윽. 갑자기 뭐야..”』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마귀!”」


『“무슨 짓이라니, 너한테 짜증 낸 거 빼고 뭘 했다고..”』


「“네가 뭔 짓을 했잖아! 아윽!”」


『“야! 그만 짜증내. 짜증 내니까 더 아파지는 것 같아..”』



갑작스러운 통증에 대해 우리는 한참을 네 탓 공방을 하다가 서로 마찰이 일어날 때 목의 흉터에 심각한 통증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 감옥 안에서 시체를 옆에 두고는 목을 잡고 혼잣말을 해대는 온달을 본 노예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크큭, 동료가 죽어서 정신이 맛이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하시 그 여자 앞에서는 그러지 마쇼. 소문에 그년 옆에는 야차 한 놈이 있는데 마음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죽인 답디다.”



온달과 노예가 숙덕거리는 것을 본 사내가 곧 고함을 질렀다.



“뭘 그리 구시렁대는 거냐!”


“아이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얻어맞을까 겁이 난 사내는 털가죽을 뒤집어쓰고는 입을 다물었다.



“제나라로 복귀할 것이다! 모두 이동한다!”


『'제나라라니.. 중국으로 가는 건가.. 제길!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북제(北齊)로 복귀하라는 정하시의 명을 받았던 행수는 맥궁과 속특인을 얻어 의기양양했다.


행수의 명령에 상단과 감옥 마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차들의 삐거덕거리는 바퀴 소리가 숲속에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



태자 고양성은 기상 직후, 선태왕의 빈소를 다시 찾아 자리를 지켰다. 곧 내관의 목소리가 빈소로 들어왔다.



“태자 전하. 중리소형 유수가 뵙기를 청하옵니다.”


“그래. 들라 해라.”



곧 하얀 상복을 입은 유수가 고양성에게 예를 표했다.



“그래. 어떻게 되었느냐?”


“예. 태자 전하. 밤사이에 몇 가지 확인했사온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사옵니다.”



전날 공주 고담현이 했던 말처럼, 고양성 역시 더는 누군가 죽어 나가질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어차피 듣는 거라면, 나쁜 것부터 들어보자.”


“황영이 결국 탈주하여 행방을 놓쳤사옵니다.”


“결국 그자가.. 수색대의 피해 상황은 어떠하냐?”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황영을 쫒다가 사망한 자들이 여럿 되옵니다. 태자 전하.”



배신자 때문에 부하들이 죽었다는 말에 고양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부왕의 가신이었다 할지라도 선태왕의 상중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것을 더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으음! 반드시 처단해야 할 놈이구나.”


“허나 그 역시 상처를 입었을 거라 생각되옵니다. 보고에 의하면 핏물 젖은 도복을 발견했다고 하옵니다.”


“모든 성에 수배 전단을 살포하고 놈을 반드시 처단하도록 일러라. 또 안 좋은 소식이 있더냐? 아니면 다른 소식은 무엇이냐?”


“예, 태자 전하. 좋은 소식은 부정주 모자(母子)의 생존 가능성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옵니다.”


“오오. 그래? 어찌 되었기에?”


“타르칸을 찾았던 장소 부근을 재차 수색했사온데,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던 모양이옵니다. 위부건의 수급도 직접 확인했사옵니다.”


“부왕의 가신들이 벌인 일이라는 것이 확실해졌구나.”


“예. 태자 전하. 멀지 않은 곳에서 쓰러진 타르칸의 마차를 발견했사온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차 내부에는 부정주 모자(母子)와 하사안은 없었사옵니다.”



쓰러진 마차 주변에서 부정주나 온달 둘 중의 하나라도 시신이 있었다면 희망을 품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선태왕의 직속인 황순과 가신 일부가 죽었다는 것은 응전한 뒤 살아남았을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상황이었다.



“오오.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있겠구나.”


“예. 태자 전하. 또한 하사안이라는 자가 있으니 쉽사리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옵니다. 중리대형이 죽은 이유는 아마 그들이 응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 같사옵니다.”


“중리대형이 죽고 나서 양자(養子) 황영이 탈주를 한 것이라면..”


“태자 전하. 그들은 선태왕의 명령으로 부정가문을 멸한 자들이옵니다. 허나 황영 그자는 태자 전하 밑에서는 양친(養親)의 복수를 할 수는 없으니 탈주를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옵니다.”


“부왕께선 그들을 죽이려 했으나 과인은 그들을 살리려고 하고 있으니, 어찌됐든 우리 황부가 그들의 가문을 멸한 큰 죄를 지은 것이나 다름이 없거늘. 모자(母子)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착잡하구나.”


“황실에서 제거하려던 사실을 그들이 모르고 있다면 차라리 다행일 것이옵니다.”



고양성은 고개를 젓고는 한숨을 내쉬며 상복을 입은 유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피곤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여러모로 분주한 상황에서 고생이 많구나. 황실을 위해 충성을 다하니 참으로 기쁘다. 곧 보위를 잇거든 너를 중리대형으로 삼겠다.”


“망극하옵니다. 태자 전하. 어떤 직책을 맡는다 한들, 견마지로를 다하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옵니다.”


“고맙구나. 가서 좀 쉬어라. 일이 생기면 다시 부르겠다.”


“소신 물러가겠사옵니다. 태자 전하.”



유수는 고양성에게 호궤하며 감사의 예를 표하고는 빈소에서 물러났다.



‘착잡하구나. 이 죄를 어떻게 갚는단 말인가. 아버님 이를 어찌한단 말입니까.’



고양성은 방석에 앉아 선태왕의 위폐에 머리를 조아렸다. 고양성은 유수의 말대로 황실에서 군사들을 보내 자신들의 가문을 멸하고 위해를 끼친 것에 대해서 부정주와 온달이 모르고 있기를 바랐다.



***



아침 햇살이 높게 떠올라 차가운 공기를 제법 누그러뜨리고 있을 무렵, 마을을 빠져나온 수수리는 산길을 따라 온달일행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주몽을 처음 만났을 장소로 우선 이동해보는 게 좋겠어.‘



수수리에게 있어서 이방인온달은 자신만의 영웅이 되어 있었기에 그를 계속해서 주몽이라고 불렀다.


그는 지름길로 가려고 일부러 숲속을 향해 말고삐를 조종하자 말은 곧 숲속으로 들어가 달리기 시작했다.


가볍고 작은 주인이 타서인지 말은 잽싸게 숲속을 휘저으며 내달리고 있었다..


길을 가로질러 지름길로 들어섰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를 태운 말 한 마리가 접근하고 있었다.



“어? 뭐지? 워워~ 천천히 가자.”



수수리는 말고삐를 당겨 말의 속도를 천천히 늦추고는 품 안에서 수리검 하나를 집은 채, 다가오는 말에 조심스레 접근했다.



“죽은 사람인가?”



가까이 접근해서 보니 한 말 위의 청년은 많은 상처를 입은 채 기절해있었다.


찢어진 오른쪽 귀에서 흐른 핏물로 오른쪽 얼굴과 목은 피투성이였고 왼팔은 검은 천으로 지혈한 듯 보였다.



“뭐 하는 놈이기에 이렇게까지 당한 거지? 이봐! 죽었니? 살았니?”


“...”


수수리는 말에 다가가 쓰러져있는 청년의 코에 손가락을 대었다. 미세하지만 아직 숨은 붙어있었다.



“하 씨! 뭐야 이놈은! 갑자기 튀어나와서 갈 길을 막다니!”



숨이 붙어있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면 될 것이었는데, 아직 살아있는 청년을 그대로 두기는 그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 그냥 가야 하나.. 아니면 다시 마을로 데리고 가야 하나..”


“죽을..수..없..”


“뭐? 이봐? 정신이 들어?”


“으으..”



청년이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자 수수리는 마을로 되돌아가기로 하고 청년의 말고삐를 잡았다.



“후딱 마을에 건네고 다시 찾으러 가야겠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몸을 만나다니 운 좋은 줄 알아!”



수수리는 청년의 말을 끌고 다시금 마을로 되돌아갔다. 정체 모를 적들의 습격에 엎어진 마차 안에서 반격했던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공격한 자라는 것을 수수리는 알 리가 없었다.



***



이방인온달의 덕분에 호권의 마을에서는 오랜만에 고기 냄새가 마을 곳곳에 스몄다. 마을의 사람들 모두 오전부터 펼쳐지는 냄새의 향연에 어안이 벙벙했다.


고기는커녕 곡식조차 먹지 못한지가 며칠이나 되었기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코끝을 찌르는 냄새에 이끌려 객당으로 모였다.



“이게 무슨 고기 냄새야? 아침부터?”


“두령. 사내들과 밤에 사냥이라도 나간 거요?”



일부 어르신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객당의 부뚜막에서 익힌 고기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보통 사냥은 호권과 마을 청년들을 주축으로 나가는 편이었으나, 말들을 먹일 먹이조차 부족하여 자주 나가지 못할 형편이었다.



“어젯밤, 마을에 찾아온 손님들이 잡아다 주었습니다. 곧 모두에게 나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땡땡땡땡-



호권은 곧 객당 입구에 설치된 종을 때리기 시작했다. 종소리는 보통 식사 시간이나 어떤 위급한 일이 생기기 전에는 울리지 않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소리가 울려퍼지자 남녀노소 불문하고 기이하게 여기며 객당으로 모여들었다.



“우와! 고기다! 고기!”


“와~~아! 신난다~”



오랜만의 고기 냄새에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따듯한 국물과 고기를 나눠주자 많은 이들이 이방인온달이라는 이름을 부르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고기를 건넨 장본인이 없어서 아쉬워했다.


말을 빌려준 대가이기도 했지만, 많은 수의 승냥이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기에 호권과 마을사람 모두 마을로 찾아온 이방인들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호권은 고기와 국이 든 항아리 두 개를 직접 들고 잔수의 거처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으리는 밝은 표정으로 부정주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 정말 소뿔로 활을 만들어요? 음메하는.. 앗! 두령! 그게 뭐예요? 간장 냄새다!”


“어제 이방인온달이 승냥이 잡았다고 했잖아? 그거 가지고 왔거든.”


“와아! 이방인온달삼촌이 잡은 승냥이 고기!”


“이방인온달삼촌? 으리야 그게 누구니?”


“아주머니랑 같이 온 삼촌 있잖아요. 털보 아저씨 말구요~”


“내 아들을 말하는 거니? 아들의 이름은 온달이란다.”


“에? 삼촌이 이방인온달이라고 했었는데.. 원래 이름이 온달이에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구나, 으리야.”



으리도 부정주도 ‘이방인온달‘이라는 이름에 당황해했다. 잔수는 호권의 항아리를 받고는 그릇에 옮겨 담았다.



“어머님. 아드님 덕분에 마을 사람들 모두 허기진 배를 채우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호권은 쪽구들에 누워있는 부정주를 향해서 무릎을 꿇고 절했다. 당황한 부정주 역시 자리에서 묵례로 답했다.



“이러실 것까지야, 어서 일어나세요. 감사는 오히려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 이렇게 앉아서 예를 올릴 수밖에 없는 점 이해 바랍니다. 저희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정주는 다소곳이 두 손을 포개어 호권에게 인사했다. 행동거지나 말투는 평범한 여성이 아님은 분명했다. 호권은 곧 음식이 담긴 그릇을 부정주에게 건넸다.



“어머님, 간장으로 구운 맥적과 고기 삶은 국물입니다. 아쉽게도 드릴 곡식은 없지만 드시고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부정주와 잔수 다음으로 고기와 국물이 푸짐하게 담긴 그릇을 받고는 곧 으리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이의 울음에 놀란 부정주가 으리에게 물었다.



“흐흑..흑흑..”


“아가. 왜 우니?”


“두 손에 이렇게 많은 고기는 너무 오랜만이라.. 흑흑.”



평소 수수리를 따라 여러 성을 옮겨 다니며 구걸하던 으리는 갑작스럽게 마련된 음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고구려의 백성들은 대부분 기아에 허덕일 정도로 식생활이 해결되지 못했기에 으리가 울음을 터트리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부정주에게 음식을 건넨 호권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곧 한 청년이 호권에게 달려왔다.



“두령! 두령! 헉헉.”


“무슨 일이야? 왜 그래?”


“수수리가.. 수수리가 또 누군가를 데리고 왔어.”


“누구를? 이방인온달과 관련된 자야?”


“잘 모르겠어. 근데 그자도 많이 다쳤대.”



청년과 함께 마을 입구로 가보니 수수리가 어떤 청년이 탄 말을 끌고 온 것이 보였다.



“수수리 무슨 일이야? 이 자는 누구야?”


“주몽 찾으러 가는 길목에 발견했는데,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서 일단 데리고 왔어.”



근처에 있던 개기지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하. 진짜 꼴리는 대로 다 데리고 오는구나. 이놈은 또 뭐야? 얘도 주몽이래? 아니면 새로운 천지신명?”


“삐딱하게 말 하는 거봐라? 그럼 숨이 붙은 사람인데 그냥 버리고 와?”


“그래. 너 계속 꼴리는 대로 해라. 어찌 되는지 보자.”


“그만! 싸우지 마. 일단 안으로 들이자.



수수리는 곧 말고삐를 쥐고 방향을 틀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두령. 난 다시 주몽 찾으러 가볼게!“


”조심히 다녀와. 수수리.“



호권은 상처 입은 황영을 마을로 들였다. 타르칸을 죽인, 온달의 원수를 들이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고기에 취해 있을 때, 소멸해가던 원한의 씨앗은 그렇게 다시 자라나려 하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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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생존 보고. +10 21.01.21 196 10 14쪽
41 40화 - 도움과 작별. +8 21.01.20 202 12 13쪽
40 39화 - 다시 찾아온 적들. +9 21.01.19 192 11 14쪽
39 38화 - 서부의 도사(道使) +6 21.01.16 197 11 14쪽
38 37화 - 싸이코와 강이식(姜以式) +6 21.01.15 203 10 15쪽
37 36화 - 새로운 국상. +6 21.01.14 200 12 14쪽
36 35화 - 철태궁(鐵胎弓). ② +4 21.01.13 209 13 14쪽
35 34화 - 철태궁(鐵胎弓). ① +5 21.01.12 226 12 14쪽
34 33화 - 복수와 탈출. +8 21.01.09 267 13 14쪽
33 32화 - 위기. +6 21.01.08 190 11 16쪽
32 31화 - 스쳐 지나가는 원수. +8 21.01.07 199 11 14쪽
31 30화 - 동향 사람의 도움. +7 21.01.06 216 11 15쪽
30 29화 - 답례. +10 21.01.05 211 14 17쪽
29 28화 - 정하시와 재이 ② : 사소취대 (捨小取大) +10 21.01.02 221 12 16쪽
28 27화 - 정하시와 재이 ① : 복수의 근원 +10 21.01.01 220 10 14쪽
27 26화 - 반목에 이은 도발. +12 20.12.31 246 11 18쪽
26 25화 - 반목의 시작. +12 20.12.30 245 13 14쪽
25 24화- 을지문덕과 동병상련. +12 20.12.29 270 11 17쪽
24 23화 - 운명 +14 20.12.26 298 11 16쪽
23 22화 - 두 여인과 능욕. +12 20.12.25 367 14 14쪽
22 21화 - 지키려는 자와 무너뜨리려는 자. +8 20.12.24 288 11 17쪽
21 20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② +10 20.12.23 294 12 15쪽
» 19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① +8 20.12.22 294 12 17쪽
19 18화 - 떠나는 하사안. +6 20.12.19 301 11 16쪽
18 17화 - 정하시 일당과의 만남. +4 20.12.18 313 13 15쪽
17 16화 - 부친의 행방을 찾으러간 사이. +3 20.12.17 317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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