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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최근연재일 :
2022.08.11 00:05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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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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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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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4화- 을지문덕과 동병상련.

DUMMY

을지문덕이 노예 상단에게 잡혀 와 온달을 만나기 몇 시진(時辰) 전.



안학궁성의 북서쪽으로 위치한 어느 산골에서 살고 있던 을지문덕은 자신의 삼촌과 함께 장안성(長安城)이 축조되고 있는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을지문덕은 전쟁터에서 전사(戰死)한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어린 삼촌과 조부, 젊은 모친과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고려인이었다.



고려의 장안성.


고려의 삼경(三京) 중 하나로 평양성으로도 불렸던 장안성은 내성(內城), 중성(中城), 외성(外城)으로 이루어진 성벽의 총 둘레가 23키로미터나 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게 될 고려 최대의 성이었다.


고려 군사들의 관리 하에 수많은 고려인들은 누구나 성을 축조하는 데 참여했고 을지문덕 또한 마찬가지로 수시로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은 고려인들은 앞으로 살게 될 외성에 모여 임시로 움막들을 짓는 등, 아예 터전을 잡고 생활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훗날 고려가 멸망할 때까지 도성의 역할을 하게 될 이 장안성 터로 많은 고려인들이 모여든 까닭은 의무이기도 했지만 축조에 참여한 백성들에게 일당으로 곡식을 배급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삼촌과 함께 한 발걸음은 허탕을 치는 날이었다. 고려 태왕의 서거로 하여금 축조가 일시 중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삼촌과 을지문덕은 안학궁성 방향으로 엎드려 절을 한 뒤, 다시금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왕이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여기까지 힘들게 왔네. 문덕아.”


“삼촌. 그럼 우리 오늘 시루떡 못 먹어?”


“그러게. 문덕, 우리도 아예 이쪽으로 와서 터전 잡고 살까?”


“난 아무렴 상관없어. 할아버지께 허락 맡아보면 되지 않을까?”


“그래. 이렇게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일이니 오늘 여쭤봐야겠다. 그나저나 곡식을 받을 수 없으니 큰일이네. 할아버지와 네 엄마를 굶길 수는 없는데.”


“그럼 오늘은 토끼나 노루를 잡아서 가자. 삼촌.”


“그럴까? 잘 잡혔으면 좋겠다. 오늘도 문덕의 돌팔매질을 믿어 볼게.”



을지문덕은 옛날부터 성능 좋은 활을 갖고 싶어 했다. 그는 종종 고려 곳곳에 설치된 ˚경당(扃堂)에 가서 사람들의 활쏘기를 구경하곤 했다.


종종 극소수의 여유가 있는 자제들은 잘 만들어진 활을 가지고 활쏘기를 연습했다. 을지문덕은 그런 제대로 된 활을 가지고 연습하는 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도 좋은 활이 갖고 싶다! 활이 있다면 토끼도 노루도, 아니 분명 호랑이도 잡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을지문덕은 좋은 활을 가질 만한 여유는 되지 못했다.


아이가 무척이나 활을 갖고 싶어 했기에 어린 삼촌은 어설프게나마 활을 만들어주었지만 활의 살상력도 문제였고 화살의 질도 너무 떨어졌다.


그냥 무늬만 활이지 장난감 수준의 활은 산짐승은커녕 나무에도 제대로 박히지 않았다.


하루는 그 활을 들고 경당에 갔다가 아이들의 비웃음만 잔뜩 얻은 뒤 경당에 가는 숫자가 줄자 삼촌은 조카에게 아쉬움과 미안함을 드러냈다.



“삼촌이 손재주만 좋았더라도 더 좋은 활을 만들어줬을 텐데. 삼촌 손이 못난 손이라 미안하네.”


“아니야. 삼촌. 괜찮아.”



아비가 있었더라면 어떻게든 활을 마련해주었을 터, 을지문덕은 비록 쓸모없는 활이었어도 자신을 아껴주는 삼촌의 정성을 무시하지 않았다.


당장 좋은 활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을지문덕은 아예 발상을 바꿔 그때부터 돌멩이를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고려에서는 해마다 석전(石戰)을 하며 돌팔매질을 잘하는 사람은 주몽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우대해주었기 때문에 돌팔매질로 으뜸가는 사람이 되어 좋은 활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몇 년을 연습하다 보니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돌팔매질을 보여주는 을지문덕이었고 작은 산짐승 따위는 충분히 사냥하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삼촌과 함께 집 주변의 산에서 도착한 을지문덕은 옷 주머니에 돌들을 가득 넣어 탄환을 챙긴 뒤 노루를 찾기 시작했다. 곧 노루를 발견한 삼촌이 조심스레 문덕에게 속삭였다.



“문덕. 저기! 저기 어미 노루와 새끼노루가 보인다! 저기 보여?”


“어디? 아! 저기 있다! 어느 놈이든 먼저 맞는 놈 오늘 우리 밥!”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노루들이 포착되자 을지문덕은 조심스레 돌멩이를 꺼내어 있는 힘껏 던졌다.


-딱-


던진 돌이 기이하게도 한 번에 새끼 노루의 대가리에 맞았다. 새끼 노루가 비틀거리며 쓰러지자 깜짝 놀란 어미 노루는 '쾌에' 소리를 내며 새끼 주변을 잠시 맴돌다가 인간들이 다가오자 곧 달아났다.



“성공이다! 잡았어. 문덕아! 야호!”


“하하! 한 번에 맞췄어! 삼촌! 오늘 진짜 운이 좋아!”



새끼 노루를 등에 둘러업은 어린 삼촌과 을지문덕은 푸짐하게 먹을 고기에 마냥 즐거워했다. 큰 고생을 하지 않고 이렇게 한 번에 잡은 적은 드문 일이었다.



“어!? 삼촌! 저기 토끼도 있어!”


“문덕, 토끼도 잡아 올래? 삼촌은 먼저 집에 가서 털 벗기고 있을게.”


“알았어. 삼촌. 금방 잡을게. 먼저 가.”



삼촌과 떨어진 을지문덕은 조심스레 토끼에게 다가갔다.


확실히 노루보다 크기도 작고 이리저리 날래게 달아나느라 한참을 애를 먹었지만 토끼도 결국 을지문덕이 던진 돌에 맞고 멀리 못가 쓰러졌다.



“하하! 오늘 운이 엄청 좋은걸? 이렇게 하루에 두 마리나 잡은 게 얼마 만이지?”



사냥한 토끼를 들고 집 근방에 다다랐을 무렵, 근처에서 처음 듣는 삼촌의 비명이 들렸다.


놀란 을지문덕이 부랴부랴 집을 향해 달려갔을 때 무기를 든 붉은색 옷을 입은 사내들이 바지춤을 정돈하며 집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소년은 나무 뒤에 몸을 숨겨 그들을 응시했다. 한족어로 깔깔거리며 떠들던 그들은 주변을 서성이더니 곧 집을 떠났다.


을지문덕이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조부와 삼촌은 칼에 맞아 죽어있었고 모친은 겁간당한 뒤 죽어있었다.


죽은 삼촌 옆 방바닥에 놓인 새끼노루의 눈이 마치 을지문덕을 저주하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소년은 죽은 어미를 껴안고 울부짖었다.



“아아아.. 엄마.. 할아버지. 삼촌.. 안 돼! 안 돼! 이 죽일 놈들!”



을지문덕은 곧 돌멩이들을 들고 붉은색 옷의 적들 뒤쫓았다. 그는 산속에 몸을 숨기고 조심스레 네 명의 적과 거리를 좁혔다.


적들은 키득거리고 깐죽거리며 방금 전 상황에 대해서 대화를 하는 듯 보였다.



“빌어먹을 한족놈들! 가족들의 복수를 해주겠다!”


-따악!-



갑작스레 날아온 돌이 한 사내의 뒤통수에 정확히 명중하자 맞은 사내는 비명조차 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돌을 던지고 나서 바로 을지문덕은 자세를 낮추어 당황하는 그들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봐! 왜 그래!?”


“어흐으으..”



쓰러진 사내의 뒤통수에서 피가 철철 넘쳐흐르기 시작하자 나머지 인원들이 당황해했다.



“누군가 돌을 던졌다! 어디냐!”



남은 세 명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또다시 돌멩이가 날아들었고 다른 사내의 눈에 명중했다.



“아아악! 내 눈! 아윽!”


“저기다 저쪽에서 날아들었다!”


“돌팔매질이 엄청난 놈이다! 잡아라!”



나머지 둘은 돌이 날아온 방향으로 검을 뽑아 들어 달려들었다. 들킨 을지문덕은 사내들이 쫒아오자 길바닥의 돌멩이들을 주우며 달아났다.



“내 가족들을 죽인 놈들! 모두 용서치 않는다! 나머지 두 놈도 응징해주마! 이 죽일 한족놈들!”



열 살난 아이는 죽음을 무릅쓰고 네 명의 성인들과 맨몸으로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을지문덕은 달아나다가 멈추어 세 번째 돌을 던졌고 돌은 먼저 쫒아오는 사내의 턱주가리를 강타했다.



“으갸악! 으아아..”



이빨이 부서진 채 피를 흘린 사내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마지막 한명만 남은 상황에 을지문덕은 달아나려다가 곧 나머지 적에게 잡혔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잡았다! 참나 기껏 잡았더니 젖비린내 나는 꼬맹이 놈이라니!”


“꼬맹이라니! 이놈! 놔라! 내 가족을 죽인 한족놈아!”


“당장에 죽여 없애도 되지만 성에 안 차니, 데려가서 네놈의 살을 고통스럽게 포를 떠먹어주마!”


“개소리하지 마라 이 한족..!”



적은 을지문덕의 배를 강하게 강타했고 숨이 멎는 통증을 느낀 소년은 꺽꺽대며 고통을 호소했다.


다친 사내들은 을지문덕을 보자마자 정신없이 구타했고 그는 눈이며 뺨이며 온 몸이 멍이 들었다. 다친 사내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폭력을 이어갔다.



“이놈도 눈깔 둘 다 뽑아버릴 거야! 여기서 바로 죽여 버리자! 뭐 하러 데려가!?”


“이 빌어먹을 놈 때문에 내 이빨이 이렇게나 깨졌어! 이 새끼도 이빨 다 뽑아버릴 거야!”


“당장 목을 치고 싶지만, 일단 행수께 데려가자. 우리가 당한 것에 대해 변명도 해야 하잖아?”


“고려 꼬마놈이 간이 부었지. 이 새끼는 포 떠서 천천히 잡아먹자고.”



그렇게 가족을 잃고 복수를 하겠다던 을지문덕은 결국 상단 일행에게 붙잡혀 구타당한 뒤, 온달이 갇힌 감옥 마차가 있는 장소로 끌려오게 된 것이었다.


끌려온 장소에는 붉은색 옷을 입은 사내들이 여럿 있었고 곳곳에 있는 비좁은 감옥 마차에는 초췌한 노예들이 갇혀 있었다.


을지문덕은 오랑캐 상단에 잡혀 갇히게 된 감옥마저도 오랑캐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워서 난리를 떨고 있었다.


가뜩이나 심란한 상황에 시끄럽고 까칠한 소년이 들어오자 온달의 심기가 더 불편해졌다.



「“시끄럽다고! 입 닥쳐! 꼬맹이!”」


“이익! 이놈이고 저놈이고 오랑캐들이 문제야!”


『”꼬마야 온달도! 둘 다 진정해! 좀 참으라고 온달! 으윽!“』


「”시끄러! 둘 다! 으윽!“」



온달과 감정적 마찰이 생기면서 다시금 목에 통증이 찾아왔다. 목을 만지며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온달과 티격태격하던 을지문덕이 당황해했다.



"뭐, 뭐야! 갑자기!?"


『「"으윽. 쿨럭.."」』


"사람 죽는다! 여기 사람! 으아!"



한쪽 눈을 잃었던 사내가 곧 봉을 들고 다가와 온달은 그대로 둔 채, 을지문덕을 쑤시기 시작했다.



”조용! 조용히 해! 이 빌어먹을 새끼야! 주둥이를 확 찢어버리기 전에! 저걸 당장 죽일 수도 없고! 아오!“


”으악! 왜 때리는 거야! 여기 사람 이상하다는데! 이 죽일 놈!“


”이놈은 대행수께 데려갈 비싼 놈이니 건들지 마라. 네놈은 곧 뒈질 놈이니까 상관없고. 당장 안죽는것만 해도 운이 좋은 줄 알아!“



한참을 처맞은 소년은 자신을 괴롭히던 사내가 멀찌감치 사라지자 끅끅대며 엎드려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으흐흑. 삼촌, 엄마. 할아버지.. 흐흑. 으흐흑.“



온달은 작은 몸을 웅크리고 통곡하는 을지문덕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소년의 얼굴 곳곳에 피멍과 함께 많은 상처가 나 있었다.



『"문덕이 가만히 두라고. 온달.. 불쌍한 사연이 있는 녀석일지도 모르잖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소년을 확인한 온달도 더는 큰소리로 소년을 나무라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지친 두 노예는 말 없이 마차 감옥에 갇혀 어디론가 계속해서 끌려가고 있었다.


이윽고 식사시간이 되자 상단의 행수가 직접 고깃국을 들고 온달에게 다가왔다.


고깃국 냄새가 코를 찌르자 을지문덕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행수를 바라보았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것은 국물 몇 모금 담긴 그릇이 전부였다.



”뭐야! 왜 난 안 줘!?“


”넌 살아만 있으면 된다. 굳이 식량을 네깟놈에게 낭비할 수는 없지. 나중에 부하들이 네놈을 포 떠서 먹을 테니 숨만 붙여놓거라.“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 사람을 왜 먹냐!“



행수는 대답하지 않고 온달에게 음식을 건넨 후 자리를 떠났다. 을지문덕은 서러움에 또다시 끅끅대며 울기 시작했다.



”으흑. 그때 잡히지 않고 모두 물리쳤더라면! 흑흑! 차라리 죽여 이 나쁜 놈들아! 으흑흑.“



유추해보건대 소년은 분명 상단의 일행들과 전투를 벌인 것이 틀림이 없었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소년이 성인들을 상대로 싸웠다는 것에 놀란 온달은 천천히 을지문덕에게 다가갔다.


소년의 연이은 통곡에 온달은 고깃국 그릇을 내려놓은 채 말을 이었다.



「”누군가 죽은 거냐?“」


”뭐?“


「”누가 죽은 거냐고.“」


”죽었지! 다 죽었어! 할아버지! 엄마! 삼촌! 다 저놈들이 죽였다고!“



을지문덕은 온달을 바라보며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소년의 눈에서 온달은 자신의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온달은 서러워하는 소년에게 다가가 자신이 건네받은 고깃국의 그릇을 내밀었다.



「”먹어.“」


"뭐야..갑자기?"



갑작스러운 온달의 호의에 놀란 을지문덕은 울음을 그치며 온달을 바라보았다. 시체를 껴안은 정신 나간 오랑캐라고 생각했던 그가 음식을 건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나 주는 거야?“


「”그래.“」


”넌 어쩌려고?“


「”난 또 나와. 너 먹어.“」


”진짜 먹어도 돼?“


「”살아야 복수하지. 먹어.“」



어설픈 억양이었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처음 보는 종족이 고려어를 하니 한편으로 신기해하는 을지문덕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그릇을 든 을지문덕은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다.



"엄마.. 삼촌.."



가족들이 모두 살아있었다면 노루고기와 토끼고기를 모두가 함께 배불리 먹었을 텐데, 모두를 잃고 감옥 안에서 처음 보는 이방인(異邦人)에게 고깃국을 받게 되니 을지문덕의 가슴에 한(恨)이 맺히고 있었다.


온종일 배를 굶주렸던 을지문덕은 눈물 쏟은 고깃국을 허겁지겁 받아먹고 있었다. 그런 소년을 바라보며 온달은 안타까움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식사가 끝난 뒤 을지문덕은 멋쩍어하며 온달에게 말을 건넸다.



”먹여줘서 고마워. 시끄럽게 굴어서 미안해.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랑 시체 때문에 놀라서 그랬어.“


『'이놈 봐라.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라니.. 온달이 얼마나 못 생겼길래..'』



온달은 말없이 그저 차가운 하사안의 시체를 안고 있었다. 을지문덕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그 아저씨는 누구야? 왜 시체랑 같이 있어?“


”이자는 내 시위다.“


”시위? 시위가 뭔데? 이 아저씨 이름이야?“


「”시위는 나를 지키는 사람이다. 이름은 하사안이다. 저들한테 죽었다.“」


”그랬구나. 내 가족들도.. 우리 함께 살아서 꼭 복수하자. 근데 형은 이름은 뭐야?“



을지문덕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온달을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온달.“」


『”그래. 난 이제 쏙 빼겠다, 이거지? 그래 뭐, 편할 대로 해. 몸의 주인은 너니까.“』


「”....이방인온달.“」



온달은 마지못한 억양으로 다시금 이름을 불렀다.



”이방인(異邦人)인 건 말 안 해도 알아. 온달이라는 이름인가? 난 을지문덕이라고 해. 열 살이야. 온달 형 고려인은 아닌데, 어느 나라 사람이야?”



을지문덕은 동지가 생겼다는 상황에 안도하며 재잘거리듯 물었다.



「“난 열여덟. 말해도 모를 먼 나라 사람이다.”」



을지문덕은 기이한 옷과 외모를 지닌 온달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을지문덕이라..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름인데.. 뭐!? 을지문덕이라고!?”』



문덕이라고 했을 때는 그냥 문덕인가 했는데 소년이 재차 소개했을 때는 분명 을지문덕이라고 말했다.



『"온달! 온달! 와하하! 이거 완전 대박이야! 을지문덕이래! 이거 같이 사진 찍을 수도 없고! 정말 얘가 을지문덕이라고!? 맙소사!"』



내가 대놓고 웃음을 지으며 호들갑을 떨자 온달은 의아스럽다는 듯 되물었다. 을지문덕이라는 한마디로 이렇게 호들갑을 떨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왜? 을지문덕이 왜?"」


"응? 나 뭐?"


『온달. 방금 이 녀석 잘 먹였어! 이분은 우리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소년이라고! 와하하! 대박! 불세출의 영웅 을지문덕이 이 꼬마라니!"』


「"갑자기 무슨 말이야. 자세히 말 해."」


"온달 형. 뭘 말하라는 거지?"



소년은 왜 우리가 헛소리해대는지 알 리가 없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온달에게 을지문덕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대로 엄청난 영웅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잘 생긴 이마와 날 서고 짙은 눈썹에 단단해 보이는 턱과 매력적인 입술, 그리고 맑은 눈빛의 소년.


이 소년이 훗날 엄청난 영웅이 될 거라는 이방인의 말에 온달은 가만히 을지문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온달 형. 나 얼굴 이상해졌어? 너무 많이 맞아서 어떻게 된 거야?"


ㄴ"아니. 이방인이 네가 엄청난.. 아니지. 식사를 받으면 항상 나눠 준다. 반드시 함께 살아남자."」


" 내 가족을 죽인 한족놈들을 용서할 수 없어! 온달 형과 여기서 반드시 살아서 나갈 거야!"



아끼는 사람들을 해친 적으로 하여금 동병상련을 느끼는 미래 영웅들의 만남이었다.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을지문덕의 등장으로 우리는 왠지 모를 희망감을 품게 되었다.


마차는 계속해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우리가 과연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가게 될지 고민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긴 나날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작가의말

˚을지문덕(乙支文德) : (생몰년 미상 ) 고구려 영양왕 3년. 수차례에 걸친 중국 수나라와 고구려간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살수에서 수나라군을 박살낸 고구려의 명장입니다. 동아시아 역사상 최대 전쟁 중의 하나였던 고구려 수나라 전쟁에서 엄청난 전공을 세운 장군이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정보에 대해 남아 있는 것이 많지않습니다. 그의 출신성분에 대해서 선비족 귀족출신이다, 명재상이었던 을파소의 후손이다 등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이야기에서는 평민 출신으로 그려보고자 합니다.




˚장안성(長安城) : 성벽 둘레가 총 23km 라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던 고구려 최대의 도성으로, 평양성으로도 불리며 현재 북한의 국보유적 제 1호로 지정되어있는 성입니다. 장안성은 크게 궁성인 내성과 관청이 있었던 중성 그리고 백성들이 거주하는 외성, 그리고 내성을 보호하는 북성 등의 구역으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구조의 성이었습니다. 양원왕 대인 552년 축성을 시작하여 그의 아들인 평원왕 대에 이르러 천도를 한 뒤 593년 손자인 영양왕 대에 완공시킨, 3대에 걸쳐 완공한 고구려의 마지막 도성이었습니다.




˚경당(扃堂) : 구당서, 동이열전의 ’고구려조‘에 의하면 “고구려의 습속은 서적을 매우 좋아하며, 문지기, 말먹이 따위의 미천한 집에 이르기까지 각 거리마다 큰 집을 지어 경당이라고 부른다. 경당에서는 자제들이 결혼할 때까지 밤낮으로 이곳에 모여 독서와 활쏘기를 익히게 한다.” 라고 전해지는데, 경당은 평민들이 학문과 무술을 배우는 교육기관이자 군사훈련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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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생존 보고. +10 21.01.21 196 10 14쪽
41 40화 - 도움과 작별. +8 21.01.20 202 12 13쪽
40 39화 - 다시 찾아온 적들. +9 21.01.19 192 11 14쪽
39 38화 - 서부의 도사(道使) +6 21.01.16 197 11 14쪽
38 37화 - 싸이코와 강이식(姜以式) +6 21.01.15 202 10 15쪽
37 36화 - 새로운 국상. +6 21.01.14 199 12 14쪽
36 35화 - 철태궁(鐵胎弓). ② +4 21.01.13 208 13 14쪽
35 34화 - 철태궁(鐵胎弓). ① +5 21.01.12 226 12 14쪽
34 33화 - 복수와 탈출. +8 21.01.09 266 13 14쪽
33 32화 - 위기. +6 21.01.08 190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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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 답례. +10 21.01.05 211 14 17쪽
29 28화 - 정하시와 재이 ② : 사소취대 (捨小取大) +10 21.01.02 220 12 16쪽
28 27화 - 정하시와 재이 ① : 복수의 근원 +10 21.01.01 219 10 14쪽
27 26화 - 반목에 이은 도발. +12 20.12.31 246 11 18쪽
26 25화 - 반목의 시작. +12 20.12.30 245 13 14쪽
» 24화- 을지문덕과 동병상련. +12 20.12.29 270 11 17쪽
24 23화 - 운명 +14 20.12.26 297 11 16쪽
23 22화 - 두 여인과 능욕. +12 20.12.25 367 14 14쪽
22 21화 - 지키려는 자와 무너뜨리려는 자. +8 20.12.24 288 11 17쪽
21 20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② +10 20.12.23 294 12 15쪽
20 19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① +8 20.12.22 293 12 17쪽
19 18화 - 떠나는 하사안. +6 20.12.19 301 11 16쪽
18 17화 - 정하시 일당과의 만남. +4 20.12.18 313 13 15쪽
17 16화 - 부친의 행방을 찾으러간 사이. +3 20.12.17 317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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