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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최근연재일 :
2022.08.11 00:05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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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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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3화 - 운명

DUMMY

비명 같은 호각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숲속에서 정하시 상단과 마주한 고려의 군사들은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를 썼으나 불리한 상황에 대한 근심은 완전히 숨길 수 없었다.


정하시 상단의 시위들이 동요하는 고려 군사들을 바라보며 비웃자 유수는 칼을 겨눈 채 정하시를 재차 도발했다.



“상단을 이끈다는 자가 꽤나 많은 숫자를 숨기고 다니는 것을 보니 평소에 원한을 많이 사 겁이 많아진 모양인가 보군.”


“명색이 상단의 대행수이거늘, 큰 노예상단을 꾸리는 저를 보필하는 시위들이 고작 몇십에 불과할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헌데 시위들의 꼬라지를 보아하니 생각보다 행수를 위하지 않는가 보군. 귀청이 떨어지도록 시끄러운데도 계속 불어대다니 존귀하신 대행수의 귀가 상하면 어찌하려고.”



유수는 정하시가 자신의 도발에 넘어가 먼저 공격을 감행하기를 바랐다. 어차피 싸우다가 죽게 될 운명이라면 눈앞에서 정하시의 목을 베어 죽여 없앨 명분을 갖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하시는 오히려 즐기는 듯 유수의 말장난을 맞받아쳤다.



“나리께서 되려 겁을 먹은 것은 아니신지요. 이 정도 규모의 소리를 듣는 자는 반드시 죽게 되리라는 것을 나리께 귀띔해드리지요.”


“발칙하긴. 지금 머릿수로 우리를 대적하려나 본데 우리는 너희 따위에 기죽을 리 없는 고려의 최정예다. 하물며 우리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고려의 군사들이 너희를 모조리 몰살시킬 것이다.”


“장담하건대 절대 한 사람도 살아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귀신같은 조의선인이라 할지라도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병장기들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겠지요. 죽어서 귀신이 되면야 또 모르겠지만.”


“내가 그대를 너무 얕봤다는 것은 인정하지.”



너울에 가려진 정하시의 얼굴을 응시하던 유수는 느닷없이 검 끝으로 너울의 천을 걷어내며 정하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딜 감히!”


“됐다. 재이야.”



타인이 너울의 천을 걷어내는 것은 어지간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재이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으나 주인인 정하시는 그를 말리며 가만히 유수를 응시할 뿐이었다.



‘네가 그 정하시..’



너울 안쪽에 목소리만큼 외모 또한 만고절색인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으나, 유수는 직감적으로 정하시의 눈빛에서 말 못 할 어떤 감정을 느꼈다.


평범한 여인이었다면 대장부의 아내가 될 몸이었을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 굳이 노예 상단을 이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엣취!”



갑자기 마차에서 재채기 소리가 나자 대치 중이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마차의 창문 쪽으로 시선이 몰렸다.


마차 안의 소녀가 빼꼼히 창문을 열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재채기한 것이었다. 시선이 몰리자 소녀는 당황한 나머지 창문을 닫아버렸다.



‘후후흣.“



유수를 응시하던 정하시는 소녀의 재채기 소리를 듣고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정하시가 오른손의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니 숲속에 시끄럽게 울렸던 호각소리들이 일제히 멈췄다.


시끄러웠던 소리가 멈추자 유수도 너울을 들쳤던 검을 내렸다. 이내 정하시는 정확한 억양의 고려어로 유수에게 물었다.


“나리께서 중리소형이라고 하셨는데, 중리소형의 존함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려어에 능숙하구나, 헌데 중리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내 이름을 묻는 것이냐?”


“알려주시리라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허면 제가 직접 알아보도록 하지요.”


“뭐라?”



정하시의 길게 내쉰 한숨에 너울이 너풀거렸다. 정하시는 계속 고려어로 말을 이었다.



“제 상단에 속특인은 없는 것은 확인하셨으니 중리소형께서 용무는 다 보신 것 아닌지요. 저희도 오래 쉬었으니 다시 길을 떠나야겠습니다. 딸아이도 걱정되니 이만 가 봐도 되겠습니까?”


“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행여 속특인과 고려여성을 보거든 풀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리소형 나리, 오늘 아주 좋은 만남이었기에 아까 말씀하신 고려인들은 나리께 선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하시는 유수에게 묵례를 한 뒤, 감옥 마차에서 살려달라고 외쳤던 고려인 부부를 풀어주었다. 그녀는 마차에 오르기 전 유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리께서 그토록 애타게 찾으시는 속특인들과 고려 여인이 어떤 이들인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강조하시니 소인 역시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찾게 되거든 기별 드리도록 하지요. 하하하.”



그녀가 마차에 오르고 유수 또한 착검하자 쌍방의 모든 군사들도 대치 상태를 거뒀다.


정하시는 마차의 창문을 열어 마차 안의 소녀와 함께 유수의 기마병들을 바라보았다.


유수 역시 떠나가는 마차 안의 붉은 너울과 어여쁜 소녀를 응시했다.



“모두 이동한다!”



야차 같은 재이의 호령에 정하시의 마차 주변으로 붉은 도복의 기병들이 호위했다.


감옥 마차들과 수레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사방의 수풀에서 이동하는 수많은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했다.


마차와 수레들이 저만치 멀어지고 수풀을 헤집는 소리가 점차 사라져갈 무렵이 돼서야 유수의 기마병들은 경계를 풀었다.



“중리소형.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정하시를 너무 얕잡아봤구나. 자칫 모두 목숨을 잃을 뻔했다.”


“정하시 상단을 조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문보다도 더 보통내기가 아닌 듯합니다.”


“좌우지간 구출한 자들이 있으니 넷은 이들을 데리고 복귀하고 나머지들은 수색을 계속 한다.”



유수의 기병대와 멀어진 황영은 삐걱거리며 이동하는 감옥 마차에서 저 멀리 유수의 기병대들이 되돌아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수가 찾는 이들이 속특인들과 고려 여성이라면 아마도 내 부친을 죽인 놈들일 것이다. 그 속특인들의 면상을 확인했어야 했거늘. 어쨌든 정하시라는 계집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건가. 하하.“



방금까지의 상황을 보아하니 정하시에게 잡힌 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여긴 황영은 복수의 상대가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감옥 마차에 다리를 꼬고 누워 웃기 시작했다.



***



횃불이 활활 타오르는 호권의 마을 입구에 열 마리의 말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혹시 모를 정하시 일당의 추격을 피하고자 일부러 평상시와는 다른 길로 돌아와 늦은 밤이 돼서야 마을에 도착했다.


호권 일행이 마을에 도착해 말에서 내리자 문지기들이 다가와 걱정스레 물었다.



”호권 두령! 어떻게 됐어!? 그 죽일 놈은 찾았어?“


”아니. 못 찾았어. 우선 입구의 모든 횃불을 전부 꺼. 정하시 본대를 만났어.“


”뭐!? 정하시 본대라고?“


”설마 마을까지 쫒아온 거야?“


”그러진 않았을 거야. 일부러 다른 길로 돌고 돌아서 왔어. 여기까지 추격하진 않았을 거야.“



호권의 말에 놀란 문지기들이 부랴부랴 횃불의 불씨를 없애자 순식간에 마을 입구는 암흑으로 변했다.



”아참. 수수리 아까 마을에 도착했어. 아마 장막에 있을 거야.“


”쥐새끼 같은 새끼. 뻔뻔하게 잘도 기어들어 왔군. 이놈을 그냥!“



개기지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성큼성큼 장막으로 향했다. 마을 요소요소에 젊은 사내들이 무장한 채 횃불을 들고 경계를 하고 있었다.


장막에 들어오니 수수리가 죽은 시체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묵념하고 있었다.



”수수리. 이 벌어먹을 새끼!“


-빠악!-


”으윽!“



장막에 들어온 개기지는 느닷없이 수수리를 뒤통수를 걷어찼다. 수수리가 쓰러진 후에도 계속 발길질이 이어지자 마을 어르신들이 놀라며 그를 말렸다.



”이놈아! 수수리를 왜 때리느냐!“


”그만해라 개기지. 이게 뭔 소란이냐?“


”저 쥐새끼 같은 놈이 들여온 놈 하나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때려 죽여도 시원찮은 새끼! 너 때문에 셋이나 죽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쥐새끼라는 말을 내뱉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리는 말없이 얻어맞고 있었다. 이내 호권도 장막 안으로 들어와서는 폭행 중인 개기지를 붙잡고 말렸다.



”그만해! 개기지! 이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와!?“


”놔! 두들겨 패서라도 저놈의 어리바리한 버릇을 고쳐놔야지!“



한참을 얻어맞은 수수리가 갑자기 품안의 단도를 꺼내 들자 장막 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그래.. 다 내 잘못이야. 죽어서라도 죄를 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게.. 모두 용서해주길..“


”수수리!“



목에 칼날을 그으려는 수수리의 행동에 호권이 달려가 칼을 뺏고는 수수리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이 멍청한! 죽어버리면 뭐가 해결되는데! 정신 차리라고!“



호권은 수수리의 멱살을 잡고 몇 차례 그의 뺨을 때렸다.


마을에 사망자가 생긴 상황과 정체 모를 살인자를 놓친 상황, 그리고 바보 같은 짓을 하려는 수수리에 대한 억하심정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행동이었다.


호권이 동료에게 손찌검하는 것은 마을에 정착한 후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장막의 마을 사람들 역시 놀란 표정으로 그의 행동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호권에게 뺨을 얻어맞은 수수리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두령, 주몽.. 이방인온달 데리고 와서 다들 기뻐했잖아.. 두 번째로 데리고 왔던 그놈도 주몽 데리고 왔을 때처럼 살리고 나면 모두가 기뻐하길 바랐기에 데리고 왔었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길에서 죽게 내버려 뒀을 거야.. 정말 몰랐어. 이렇게 될 줄.. 미안해. 나 때문에..“



수수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끅끅대며 울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일부 청년들도 죽은 할멈과 동료들의 시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게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일단 할멈과 동료들의 염습을 준비하자. 수수리. 이방인온달의 흔적이라도 찾았어?“


”그게..“


”두령! 그깟 놈들을 왜 자꾸 신경 쓰려는 거야? 그놈들도 원인이라고!“



이방인온달이라는 말만 나오면 성을 내는 개기지에 호권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할멈의 유언이 돼버렸군.. 할멈이 전에 내게 당부했던 것들이 있어. 그러니까 개기지. 너무 성내지 마. 수수리 어떻게 됐는지 말해봐.“



수수리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말을 발견했어..“


”말? 무슨 말.“


”하사안과 주몽이 함께 타고 나갔던 말. 산길에서 죽어 있었어.“


”뭐!?“


”참나. 말까지 빌려 타놓은 것들이.. 우리 말이 죽었다면 노예로 써야 될 놈들이잖아!“


”그만해 개기지. 그놈이 가져온 군마와 낙타도 있으니 지금은 말이 문제가 아니잖아.“



수수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안장을 보니까 분명 우리 마을 말이었어. 말이 죽어있던 걸 보니까 누군가에게 당한 것 같아. 주몽을 해친 것들이 만약 정하시 일당이라면 어쩌지..“



수수리가 정하시라는 말을 꺼내자 호권은 걱정스레 말을 이었다.



“우리도 아까 전에 정하시 본대를 목격했었어.”


“본대라고? 그렇다면 주몽이 정하시 일당에게 잡혔을지도..”



정하시 일당에게 잡혔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는 방법은 노예로 팔려나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수수리는 주몽인 이방인온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이방인온달은 주몽이야. 반드시 살아 돌아올 운명이라고, 근데 그 죽일 놈은 어떻게 됐어? 찾아서 죽였어?“


”아니 찾지 못했어. 찾는 도중에 정하시 상단의 본대를 발견해서 다들 도망쳐온 거야.“


”정하시 본대가 왜 이 근방에서 설치는 거지? 후우..“


”수수리. 일단 죽은 사람들의 염습을 준비해줘. 난 이방인온달의 모친을 뵙고 와야겠어.“


”어떻게 뭐라고 얘기할 거야?“



호권은 대답하지 않은 채, 크게 한숨을 내쉬며 수수리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장막을 나온 호권은 곧바로 잔수의 거처로 향했다. 방 안에는 이미 소식을 들은 듯, 으리가 몸을 웅크리며 울고 있었다.


호권은 부정주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적당히 포장해서 이야기했다.


부정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슬퍼했지만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할멈의 계시를 이야기하면서 온달의 운명을 믿자며 격려했다.


온탕과 냉탕을 번갈았던 밤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



한편 온달을 포획한 상단 역시 계속해서 변방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맥궁에 들떠있던 행수는 값비싼 노예가 될 온달을 위해 나름 노력을 하는 중이었다.


다른 노예들과는 다르게 자신들이 먹는 식사를 꼬박 챙겨주고 추위를 위해 털가죽도 더 많이 제공했다.


그러나 온달은 여전히 하사안의 죽음 때문에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다. 정신 차리지 못하는 온달에게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들고 행수가 다가가 말을 이었다.



”먹어라. 네놈의 죽은 시위 때문에 정신이 나간 것 같은데 너희가 죽인 내 부하들의 숫자가 몇 곱절은 되니 이기적인 생각하지 마라.“


「”정하시.. 반드시 죽일 것이다.“」


”후후. 너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잘 먹고 잘 쉬어둬라. 혹시 아냐? 좋은 곳으로 팔려 가 새 출발 할 운명일지.“


『”새 출발 같은 소리 하네! 그나저나 온달 정신 차려. 우리 여기서 죽을 운명은 분명 아니야. 어떻게든 살아남을 테니까 정신차리고 버텨야 해.“』


「”운명 같은 소리 하네!“」


『”온달아. 제발 정신 차려야 한다고.“』


「"다 꺼져!"」



온달이 감옥 안으로 건넨 음식 그릇을 재차 발로 차버리자 행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네놈이 별 볼 일 없는 놈이었다면 진즉 죽였을 것이다. 갖고 있던 활과 신분이 네놈의 명줄을 이어주는 것이니 운이 좋은 줄 알아라.“



행수가 되돌아가려는 찰나, 저 멀리서 어떤 한 소년이 포박당해 끌려오고 있었다.



”뭐냐? 이 꼬맹이는?“


"이익! 꼬맹이라니!!"



꼬맹이라는 말에 잡혀온 소년이 발악하며 대들자 잡아온 부하가 소년을 마구 걷어찼다. 얻어 맞은 소년은 끅끅거리며 숨을 고르고 고통을 호소했다.



”예. 몇 시진 전에 산중에서 고려인들을 포획하는 도중에 반항해서 죽인 놈들이 있었는데, 그놈들의 일족인 것 같습니다. 복수하겠다고 숨어서 돌을 던져대는데 이놈의 돌팔매질이 어찌나 대단한지 일행 몇이 돌을 맞고 크게 다쳤습니다.“


”아니! 가뜩이나 부하들이 많이 당해서 걱정되는데 이런 젖비린내 나는 꼬맹이에게 돌팔매질로 다치면 어쩌자는 것이냐!“


”고려에 ˚투석꾼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애들까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죽여 버릴까요?“


”우리 상단의 부하들을 너무 많이 잃었다. 나리께 변명할 명분 꺼리는 있어야겠지. 마땅히 처넣을 감옥은 없고.. 저 속특인 마차에 일단 같이 넣어둬라.“


”알겠습니다. 행수. 따라와 이 새끼야!“


”아파! 그만 때려! 이 죽일 한족놈들!“



소년를 끌고 온 부하는 몇 차례 구타를 하고 나서 쇠고랑을 채운 뒤 온달이 있는 감옥 마차에 쳐넣었다.



『”꼬마야, 너도 참 기구한 운명이구나. 휴우.“』



감옥에 들어온 소년은 물끄러미 온달을 바라보다가 하사안의 시체를 보고는 질린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으악! 여기 시체가 있잖아! 날 여기서 내보내 줘! 이 죽일 한족놈들아!“


『'중국놈 싫어하는 놈이라니, 이 녀석에게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시끄럽다! 꼬맹이!“」


”뭐 꼬맹이!? 이상하게 생긴 이방인(異邦人)주제에!“


「”뭐라?“」


『”들어오자마자 왜들 그래!“』


”한 번만 더 꼬맹이라고 부르며 무시했다간 가만 안 둬!“


『'꼬맹이에 반응하는 걸 보니 수수리가 쥐새끼에 반응했던 게 생각나네. 왠지 느낌이 좋은 걸. 분명 도움이 되겠어!'』


「”성가시게 굴지 마라. 꼬맹이.“」


”내 이름은 문덕이다! 꼬맹이라고 부르지 마!“


『'문덕이라..'』


당돌한 소년은 감옥에 들어오자마자 우리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상황에 당장에는 혹이 더 달린 꼴이라 여겼지만 감옥에서 빠져나와 우리를 도와줄, 그리고 훗날 수나라의 침략을 박살내는 살수대첩의 영웅인 을지문덕이라는 것을 알 리 없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작가의말

˚투석꾼 : 고구려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투석 부대가 있을 정도로 한반도에는 돌팔매질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석전(石戰)이라고 해서 돌팔매질 싸움이 조선시대에까지 전통놀이(?)로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석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중국의 수서(隋書)에서 등장하는데 매년 정초에 좌우 두 편으로 나뉜 패가 서로 돌을 던지고 싸우는 것을 왕이 구경했다고 할 정도의 연중행사였다고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석전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야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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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 도움과 작별. +8 21.01.20 202 12 13쪽
40 39화 - 다시 찾아온 적들. +9 21.01.19 192 11 14쪽
39 38화 - 서부의 도사(道使) +6 21.01.16 197 11 14쪽
38 37화 - 싸이코와 강이식(姜以式) +6 21.01.15 203 10 15쪽
37 36화 - 새로운 국상. +6 21.01.14 200 12 14쪽
36 35화 - 철태궁(鐵胎弓). ② +4 21.01.13 208 13 14쪽
35 34화 - 철태궁(鐵胎弓). ① +5 21.01.12 226 12 14쪽
34 33화 - 복수와 탈출. +8 21.01.09 267 13 14쪽
33 32화 - 위기. +6 21.01.08 190 11 16쪽
32 31화 - 스쳐 지나가는 원수. +8 21.01.07 199 11 14쪽
31 30화 - 동향 사람의 도움. +7 21.01.06 216 11 15쪽
30 29화 - 답례. +10 21.01.05 211 14 17쪽
29 28화 - 정하시와 재이 ② : 사소취대 (捨小取大) +10 21.01.02 221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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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반목의 시작. +12 20.12.30 245 13 14쪽
25 24화- 을지문덕과 동병상련. +12 20.12.29 270 11 17쪽
» 23화 - 운명 +14 20.12.26 298 11 16쪽
23 22화 - 두 여인과 능욕. +12 20.12.25 367 14 14쪽
22 21화 - 지키려는 자와 무너뜨리려는 자. +8 20.12.24 288 11 17쪽
21 20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② +10 20.12.23 294 12 15쪽
20 19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① +8 20.12.22 293 12 17쪽
19 18화 - 떠나는 하사안. +6 20.12.19 301 11 16쪽
18 17화 - 정하시 일당과의 만남. +4 20.12.18 313 13 15쪽
17 16화 - 부친의 행방을 찾으러간 사이. +3 20.12.17 317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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