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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省元)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온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성원(省元)
작품등록일 :
2020.11.28 17:19
최근연재일 :
2022.08.11 00:05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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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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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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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8화 - 떠나는 하사안.

DUMMY

여러 개의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던 밤.


적 행수의 상단은 따듯한 모닥불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잠들었다.


온달은 비좁은 감옥 안에 앉아 자신의 허벅지에 하사안의 머리를 누인 채, 왼손으로 그의 쇄골을 지혈하고 있었다.


호권의 마을에서 있었던 할멈의 경고가 계속해서 생각난 온달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나무창살 위의 검푸른 하늘은 바라보고 있었다.



「“이젠 다 끝났어. 아버님을 찾으러 나왔다가 결국 이렇게 되다니..”」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긴 하다만, 아직 안 끝났어. 우리 아직 죽지는 않았다고.”』


「“우리야 당장은 죽지 않겠지만, 이렇게 상처 입은 하사안은..”」



온달은 하사안의 얼굴을 바라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



속특인이 주를 이루는 중앙아시아의 한 국가에 위치한 거대한 시장.


강국 주변에 일어난 전쟁으로 약소국이 멸망한 뒤, 곧 많은 수의 노예들이 쏟아져 나왔다.


목숨을 부지한 패잔병들은 대부분 노예로 팔려 나오기 일쑤였는데, 온달의 부친 역시 괜찮은 노예가 있나 관심을 가지고 노예 시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노예와 패잔병들이 손과 발목에 쇠고랑을 찬 채, 물건처럼 거래되고 있었다. 간혹 반항하는 이들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시끌벅적한 사장 통에서 온달 부자(父子)는 무장한 시위들과 함께 마차를 타고 나무 감옥이 즐비한 노예 시장 초입으로 이동했다.



“자, 오늘 여기서 너를 위한 시위(侍衛)를 고를 것이다. 괜찮은 자가 있는지 살펴보아라, 상인으로서의 네 안목을 한번 시험해봐야겠다. 온달.”



여섯 살의 어린 온달은 마차에서 노예 시장의 노예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차는 천천히 노예 시장을 이동하고 있었다. 마차 안에서 많은 노예를 지켜보던 온달이 부친에게 물었다.



“아버님, 저들은 사기만 하면 주인에게 복종하는 것입니까?”


“그런 자들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복종할 수 있도록 길들여야겠지. 우리가 말을 탈 때도 길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내리쬐는 햇볓에 찡그린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던 온달은 곧 어느 한 사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도망칠 수 없도록 벽면과 연결된 쇠고랑이 목까지 연결된, 이십대 후반의 사내였다.


검게 탄 잿가루들이 그의 온몸에 묻어있었고 얼굴과 팔이 드문드문 새카맸다.


특히 얼굴에는 시커먼 눈물 자국이 볼기짝과 광대뼈를 뒤덮고 있었다.



“저놈을 고른 것이냐?”



어린 온달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르칸이 손뼉을 치자 곧 노예 상인이 기다렸다는 듯 활짝 웃으며 온달 부자에게 다가와서 영업하기 시작했다.



“타르칸 어서 오십시오~ 이놈이 눈에 들어오십니까? 역시 보는 안목이 있으십니다.”


“시위될 자를 구하는 중이다. 어떤 자이기에 주변 놈들과는 다르게 목에 쇠고랑까지 채운 것이냐??”


“예~ 얼마 전, 망한 소국의 패잔병인데, 평범한 군인은 아니고 나름 계급이 있던 자인 것 같습니다. 아주 만족하실 것입니다.”



타르칸은 금화가 담긴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물었다.



“계급이 있는 군인이라, 나쁘지 않겠군. 온달, 제법 괜찮은 자를 선택한 것 같구나.”



온달은 그저 말없이 노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래서 저자는 얼마면 되겠는가?”



상인은 얼마를 부를지 손바닥을 비비며 고민하다가 곧 말을 이었다.



“타르칸, 저놈은 못 해도 금화 일곱 냥은 주셔야 합니다.”


“아니 대체 어떤 놈이기에 금화 일곱 냥이나 달라는 것이냐? 너무 비싸군.”



다섯 냥이어도 많이 쳐주는 것인데 일곱 냥을 달라니, 그러나 상인은 오히려 타르칸의 반응에 두 손을 저으며 난감해했다.



“타르칸, 이놈 잡으려다가 제 부하 여럿이 죽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군인이었던 놈이라 시위로 쓰실 거라면 이보다 더 좋은 놈은 없을 것입니다. 더 받아도 되지만 타르칸께는 특별히 이 가격에 드리겠습니다.”



나무감옥에 갇힌 노예를 바라보며 어린 온달이 그 노예에게 물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하사안.”



노예는 소년을 노려보며 짧게 대답했다.



“저자를 고르겠습니다. 아버님.”


“온달. 아직 시장 초입이다. 노예는 아직 많이 있고 더 둘러봐도 되거늘. 바로 고른 이유라도 있느냐?”



아이는 머뭇거리다가 부친을 바라보았다.



“저자의 온몸에 묻은 숯가루가 왜 묻었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노예들과는 다른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음..”



부친은 갑작스러운 아들의 말이 조금은 못마땅한 표정이었으나, 상인이 부른 값이 분명 의미는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렇다면.. 자, 일곱 냥 받게.”


“감사합니다. 타르칸.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상인은 노예의 목에 찬 쇠고랑을 풀어주었다.



“앞으로 너의 주인이 되실 분들이시다. 실망하게 해드리지 마라.”



감옥에서 나온 하사안과 함께 이동하던 중에 타르칸이 그에게 물었다.



“너의 모습이 기이해서 내 아들이 너를 산 것이다. 어찌 검게 그을린 것이냐?”



한숨을 푹 쉬며 하사안이 말이 없자 온달이 다시금 되물었다.



“왜 그을렸는지 아버님께서 묻고 있지 않느냐?”



온달의 물음에 하사안이 온달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성이 함락될 때, 불 타죽은 아내와 아이를 찾으려다가 그랬소!”


“마차를 멈추어라!”



갑자기 타르칸이 마차를 세웠다. 노예는 검은 때가 낀 지저분한 손을 쥐고 시선을 떨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타르칸은 흐느끼는 노예를 바라보며 질문을 이었다.



“죽은 아이는 몇 살이냐?”



하사안은 마차의 온달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마차에 탄 소년과 비슷한 나이일 것이오.”


“그러면 아내와 아이는 찾은 것이냐?”


“찾기는 했지만 아직 묻어주지는 못했소.”



타르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하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아내와 아이를 묻어주러 가지. 어디인지 안내해라.”


”지금 뭐라 하셨소?“



타르칸의 말에 하사안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비록 돈을 주고 너를 샀으나 넌 이제 내 휘하의 사람이다. 가족들을 편히 보내지 못하면 그것대로 평생 한이 될 것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니 과거의 일은 깨끗하게 마무리 짓도록 도와주겠다.“


”정, 정말이시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길을 안내해라.“



타르칸의 마차는 곧 근방의 정복당한 성으로 향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 곳곳이 보수되지 않은 성에서 하사안은 자신의 거처를 찾아갔다.


그는 곧 어느 작은 집에서 검게 탄 아내와 아이의 시신을 다시금 찾고는 오열했다.


죽은 가족의 장례를 도와준 타르칸에게 하사안은 머리를 조아렸다.



”타르칸. 아내와 아이를 보내줄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목숨으로 평생 갚겠습니다.“


”앞으로 넌 이 아이를 지킬 시위가 될 것이다. 그걸로 은혜를 갚아라.“


”명심하겠습니다. 절 받으십시오, 온달 주인님.“



하사안은 온달 부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하사안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하사안의 가족을 찾아 장례 시켜준 것으로 온달 부자는 하사안의 마음을 얻었다.


그렇게 온달 휘하로 들어온 지 십 여 년이 지난 지금, 노예가 아닌 가족처럼 아끼던 시위가 죽어가고 있었다.



「“하사안 마저 죽게 되면 난 이제 아무 희망이 없어. 나 혼자서는 내 나라로 되돌아갈 수도 없어.”」


『“기운 빠지는 소리 하지 마. 두렵긴 해도 살아만 있다면 어떻게든 될 거야.”』



온달의 한탄이 이어지고 있을 때, 갑자기 저 멀리서 말을 탄 어떤 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느닷없는 말발굽 소리에 모닥불 주변의 인원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행수! 행수!”



말에서 내린 사내는 곧 행수에게 다가가 서신을 건넸다.



“정하시 나리께서 고려를 떠나 북제로 복귀하라는 명이십니다.”


“음, 그래, 알았다. 복귀하거든 나리께 큰 선물을 가져다드릴 것이라 전하여라.”


“알겠습니다. 행수.”



말을 탄 사내가 되돌아가자 조용했던 상단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온달, 고려를 떠난다는데?”』


「“고려를 빠져나가면 우린 아마도 죽은 목숨이야..”」



하늘이 보랏빛으로 변하며 아침의 시간이 다가옴을 알리고 있었다. 쌀쌀한 밤기운이 온달과 하사안의 살갗을 괴롭혔다.


부들부들 떨던 하사안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몸에서 열이 나면서 뜨거워지고 있었다.



「“하사안. 괜찮아!? 정신이 좀 들어?”」


“주인님..”



온달은 곧 털가죽을 긁어모아 하사안의 몸을 덮어주었다. 그러나 그의 고열은 단순히 추위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적들이 무리하게 뽑은 화살의 상처 때문에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기력이 쇠한 하사안은 열을 내며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주인님..”


「“그래, 하사안. 나 옆에 있어!”」


“주인님, 죄송합니다. 저는 먼저 가야할 것 같습니다..”



온달은 하사안을 제대로 눕히고 그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어딜 가겠다고 그러는 거야! 죽는 다는 말만 하지 마!”」



바짝 마른 하사안의 입술이 겨우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더 지켜드렸어야 했는데, 먼저 가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사안, 살 수 있어! 하사안처럼 강한 사내가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죽으면 안 돼! 다 같이 우리 왕국으로 돌아가야만 해!”」



하사안은 힘겹게 손을 들어 온달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양 볼 아래로 흐르는 눈물이 하사안의 손을 적셨다.


하사안 역시 눈물을 머금은 채로 온달을 바라보았다.



“이방인님.. 부디 제 주인님을 잘 보살펴 주십시오..”


『“하사안..”』


-하아아-



하사안은 말을 끝내자마자 마지막 날 숨을 내쉬었다.



「“하사안!?”」



온달은 수차례 그의 얼굴을 부여잡으며 불러봤지만 하사안은 대답이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하사안은 이렇게 죽지 않아!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온달.. 하사안..”』


「“그래! 아직 살릴 수 있어! 이방인! 이렇게 하면 살릴 수 있었지!? 그렇지!?”」



온달은 비좁은 감옥 안에서 숨이 멎은 하사안을 똑바로 눕혔다.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온달은 곧 내가 할멈을 살렸을 때처럼 심폐소생술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하사안의 입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리고는 쇠고랑을 찬 두 손으로 하사안의 가슴을 문대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나무 감옥 안에서 갑작스러운 온달의 행동에 주변의 적들이 히죽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저 미친놈?”


“와하하! 저 미친놈 좀 봐!”


“뒈진 놈한테 입 맞추고 뭐하는 지랄이래? 큭큭.”


“야! 아까 머리를 너무 세게 친 거 아니야? 정신이 나갔나?”



상단의 적들은 모두 기이한 온달의 행동을 비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행수. 꼭두새벽부터 저놈 정신이 어떻게 된 것 같은데요?”


“허허, 속특놈들이 유별나다고는 했는데, 저 정도로 미친 짓거리까지 하는 종족인 줄 몰랐다.”



일부는 마차 주변으로 와서 야유를 퍼부으며 온달의 행동을 비웃었다.


온달은 주변의 야유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장막 안에서의 이방인의 행동을 따라했다. 그러나 이미 숨이 끊긴 하사안의 숨결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이방인, 어째서! 하사안이 살아나지 않는 거야!? 이렇게 하는 거 맞잖아!? 네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했는데 왜!?”」



온달의 부르짖음에 하사안의 시체가 더없이 처량해 보였다.



『“온달.. 하사안은 죽었어. 그렇게 해도 하사안은 살아나지 않아..”』



온달과 나의 슬픈 감정이 동일하게 북받치며 눈물이 쏟아졌다. 순진하게도 어떻게든 하사안을 살려보려는 온달의 행동이었지만 하사안은 절대 살아나지 못함을 알고 있었기에 더 슬플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살아날 수 있잖아! 할멈도 살렸잖아! 왜 하사안은 안 살아나!? 내가 해서 그런 거야? 그래 맞아, 내가 못해서 그런 거야, 난 주술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서툴러서 그럴 거야. 네가 하면 하사안 살아날 수 있는 거지!? 흑흑. 제발 하사안 좀 살려줘!”」


『“하사안은 죽었어, 온달. 나도 살리고 싶지만 이젠 살릴 수가 없어..”』



계속된 부정에 온달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거짓말! 천지신명이라며! 주몽이라며!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해놓고 왜 못한다는 거야!”」


『“마음 같아선 나도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 근데 이미 죽었다고! 죽었다고 온달!”』



내면에서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치자 자신의 가슴을 턱턱 치며 오열하던 온달은 곧 감옥의 나무창살을 쥐고 행수에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 내 활을 훔친 놈! 어서 내 활을 내놔라! 이방인이 하사안을 살려야 한다! 당장 내 활을 내놔!”」



온달의 고함에 감옥 주변의 사내가 온달의 뺨을 때렸다.



“이 미친놈이 계속 뭐라고 지껄여 대는 거야!? 시끄러! 이 미친놈아!”


「“우윽! 내 활을 돌려줘! 빨리! 활이 있으면 살릴 수 있어! 이방인이 하면 살릴 수 있어! 하사안을 살려야 해!”」


“시끄럽다고 했잖아! 이 미친놈아!”


「"빨리 내놔! 내놓으라고! 으아아!"」



온달의 행동에 짜증이 난 한 사내가 다가와 나무 틈 사이로 온달을 발로 내쳤다.



“행수! 저놈 정신이 완전히 나간 것 같은데요?”


“내버려 둬라. 곧 제풀에 꺾일 것이다.”



그들은 온달의 고함에 반응하지 않고 무시했다. 온달은 곧 하사안을 끌어안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흑흑, 하사안. 하사안. 모든 게 내 잘못이야. 아버님도 어머니도.. 모두..”



***



동이 틀 무렵, 호권의 마을에 있는 객당에서 고기 음식들의 준비가 끝나가고 있었다.



“언제쯤 돌아오려나..”


“고기는 대충 준비가 된 것 같다. 수수리. 마을 사람들이 모두 기상하거든 나누어 주면 되겠어.”


“저기 두령. 아까부터 느낌이 좀 싸해. 이방인온달과 하사인이 걱정 돼.”



수수리의 말에 호권도 비슷하게 반응했다.



“흐음.. 아까 할멈도 조금 불안하다는 듯 말했던 것 같아.”


“할멈이 뭐라고 했는데?”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한동안 못 돌아올 거라는 말을 했어.”


“못 돌아온다고?. 할멈이 그렇게 말했어?”



호권의 말에 수수리는 한숨을 푹 쉬었다.



“으이그 할망구, 말을 해도 참 좋은 쪽으로나 말할 것이지. 안되겠어. 나라도 한번 찾으러 가야겠어. 그들보다는 내가 지리를 더 잘 아니까.”


“그냥 기다려보는 좋을 것 같은데. 길이라도 엇갈리면 어쩌려고?”


“엇갈리면 엇갈리는 대로 찾아야지.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니. 해질 때까지 찾아보고 올게.”


“그래, 기다릴 테니까 조심하도록 해.”



수수리는 곧 바로 마방간으로 향했다.


말의 고삐를 쥐고 마방간을 나오려던 사이, 곧 개기지와 마주쳤다.



“또 너냐? 이 새벽에 또 어딜 싸돌아다니려고 그러는 거지?”


“비켜. 이방인온달 찾으러 갈 거야.”


“누구 마음대로 말을 빌리려는데? 마방간의 말은 내 허락 없이 못 가져가.”



개기지의 시비에 수수리는 품 안의 단도를 꺼내들었다.



“당장 비키지 않으면 죽여 버릴 거야. ˚백잔 놈.”


“뭐!? 백잔!? 이 새끼가 또!”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 빨리.”


‘이 빌어먹을 쥐새끼 같은 놈이..’



수수리가 개기지의 턱 밑으로 단도를 들이대자 그는 하는 수 없이 물러났다. 수수리는 곧 말에 올라타 마을을 빠져나갔다.


타르칸을 찾기 위해서 떠난 이방인온달은 수 시진이 흘러도 마을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생명의 은인을 걱정하던 수수리는 혼자서라도 그들을 돕기 위해 마을을 떠났다. 하늘이 보랏빛으로 변하며 아침이 다가옴을 알리고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작가의말

˚시위(侍衛) : 임금이나 어떤 모임의 우두머리를 호휘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백잔(百殘) : 고구려인들이 백제인들을 비하하며 부를 때 쓰던 명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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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 - 숨은 온달 찾기 ①. +8 21.01.23 233 11 14쪽
43 42화 - 나쁘지 않은 온달. +8 21.01.22 186 10 14쪽
42 41화 - 생존 보고. +10 21.01.21 196 10 14쪽
41 40화 - 도움과 작별. +8 21.01.20 202 12 13쪽
40 39화 - 다시 찾아온 적들. +9 21.01.19 192 11 14쪽
39 38화 - 서부의 도사(道使) +6 21.01.16 197 11 14쪽
38 37화 - 싸이코와 강이식(姜以式) +6 21.01.15 203 10 15쪽
37 36화 - 새로운 국상. +6 21.01.14 200 12 14쪽
36 35화 - 철태궁(鐵胎弓). ② +4 21.01.13 209 13 14쪽
35 34화 - 철태궁(鐵胎弓). ① +5 21.01.12 226 12 14쪽
34 33화 - 복수와 탈출. +8 21.01.09 267 13 14쪽
33 32화 - 위기. +6 21.01.08 190 11 16쪽
32 31화 - 스쳐 지나가는 원수. +8 21.01.07 199 11 14쪽
31 30화 - 동향 사람의 도움. +7 21.01.06 216 11 15쪽
30 29화 - 답례. +10 21.01.05 211 14 17쪽
29 28화 - 정하시와 재이 ② : 사소취대 (捨小取大) +10 21.01.02 221 12 16쪽
28 27화 - 정하시와 재이 ① : 복수의 근원 +10 21.01.01 220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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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반목의 시작. +12 20.12.30 245 13 14쪽
25 24화- 을지문덕과 동병상련. +12 20.12.29 270 1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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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 두 여인과 능욕. +12 20.12.25 367 14 14쪽
22 21화 - 지키려는 자와 무너뜨리려는 자. +8 20.12.24 288 11 17쪽
21 20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② +10 20.12.23 294 12 15쪽
20 19화 - 살아나는 원한의 씨앗 ① +8 20.12.22 294 12 17쪽
» 18화 - 떠나는 하사안. +6 20.12.19 301 11 16쪽
18 17화 - 정하시 일당과의 만남. +4 20.12.18 313 13 15쪽
17 16화 - 부친의 행방을 찾으러간 사이. +3 20.12.17 317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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