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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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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9.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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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106화

DUMMY

왕의 웃음이 멈추기를 기다려 당탕란은 요족이 침략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왕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삼십년 뒤? 그때는 자신이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 모르는데, 그 먼 미래의 일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당탕란은 고개 숙여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황제께 반드시 보고는 해야 합니다. 현도종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신빙성이 있는 정보입니다."


"당부인이 알아서 해.

대신 제국에서 물으면 당부인이 대답하라고."


"당연히 제가 해야지요."


귀찮은 일을 마무리 짓고, 왕이 본심을 드러냈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일월문과 표향문의 두역표와 강곤. 이 둘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없을까?

두 수사가 내 수중에 들어오면 구태여 태승이나 예령 따위 필요 없는데 말이야.’


당탕란은 강하게 부인했다.


"예령은 모르겠지만, 태수사는 놓치면 안되는 인재입니다.

선법대회 참가 포기하고, 결신경으로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결신경 중기입니다.

어린 나이에 이런 상승은 천재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심성도 곧고, 눈치도 빠릅니다."


"그렇지만 고분고분해야 말이지.

같이 사냥하면서 말은 섞어 봤지? 결과는 어때."


당탕란은 사실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대답했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태승보다는 두역표나 강곤이 더 쉽다고.

두역표나 강곤은 서로를 강하게 의식하기 때문에, 인급 영보를 가지고 흔들어놓을 수 있단 말이다.

이건 차후 문제니까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자고."


왕이 이러자는데 부하가 뭐라 하겠는가.


"옳으신 판단이십니다."


왕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태승과 관련해서 지켜볼 것이 하나 더 있다.

영석 광산을 준다니까, 태승의 아비와 숙부가 설치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헌원세가가 눈치 챘다."


당탕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바보 같은 놈들. 주는 떡도 못 받아먹어.'


"제 딴에는 조심한다고 했겠지만 헌원 세가가 그 정도를 눈치 채지 못할 놈들이 아니지. 조만간 헌원 세가가 금사방을 공격할거다."


"태수사에게 알려주겠습니다."


"아니, 놔 둬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자고.

이번 공격에서 살아남아야 진짜 고수라고 인정하고, 내가 영입할거다. 당부인도 태승에게 아무 말 하지 말라.

이건 어명이다."


어명이라는데 어쩌겠는가.


"존명."


왕실을 빠져 나온 당탕란은 연도관으로 향했다.

자신도 빨리 양신경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태승의 사정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경지 상승이 늦어지면 공법의 부작용 때문에, 언제라도 다시 미친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없고, 황금으로 처바른 서재.


가주 헌원광은 서재에서 책사장과 차를 마시며 보고를 들었다.


"놈들이 몇 명이나 보냈나?"


"흑도 서열 일위 환락방이 일류무사 백 명, 절정무인 오십 명, 연신경 수사 오십 명, 결신경 초기 수사 열 명, 합이 이백 열 명입니다.

거상방, 백룡방, 대붕방 다 같은 숫자입니다. 전체 팔백 사십 명이 도착해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끼들이 짰네, 짰어."


헌원광은 비웃고는, 묵직한 어조로 명령했다.


"책사장, 그럼 우리는 백 육십 명으로 해서 천명으로 딱 맞춰. 지휘는 자네가 하고.

일각 이내 출동해서, 잿더미 하나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쓸어버려.

왕과 다른 세력들에게 우리 헌원 세가의 것을 넘보는 놈들에게 이것으로 본보기를 삼는다."


"존명!"



비주 착륙장에서 내려 주작대로를 걷던 태승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일반 백성이 아닌 훈련받은 무인들의 움직임. 게다가 수사들의 영력 파동까지. 처음에는 부산스럽기만 했는데 서서히 정렬되어 갔다.


그리고 움직임은 일렬로 바뀌어 남쪽으로 향했다.


'심상치 않아. 불안한데. 뭔가 일이 벌어질 거 같다.'


거룡성 중심에서 남문 쪽으로 가다보면, 인적이 뚝 끊기고 거대한 저택이 드문드문 서 있다. 저택은 얼마나 큰지 거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 이런 대 저택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신을 지킬 능력이 있다는 것.

무력이나 권력 또는 재력이 넘쳐 호위무사를 대거 동원할 수 있는 사람만이 거대한 저택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금사방주 우정추.


며칠 전부터 우정추는 집 주변에 낯선 놈들이 얼쩡거린다는 부하의 보고를 자주 받았다.

게다가 거룡성에 뿌려놓은 눈과 귀들의 보고가 늦어지거나 끊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원인을 철저히 확인해!"


하나하나 원인을 살펴보면 이상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지나가는 말이나 마차에 부딪쳐 죽거나, 밤길에 술 마시고 가다가 강도에 찔려 죽거나, 빗길에 발이 미끄러졌는데 재수 없게 뇌진탕으로 죽는 등.


우정추는 고개를 흔들었다.


"뭔가, 이상해. 촉이 안 좋아. 일 대주."


"예."


"혹시 모르니까 성내에 있는 대주들 다 들어오라 그래.

며칠 안 걸릴 거니까 제일 잘 나가는 애들로 백 명씩 데리고 와."


금사방내 무력집단은 네 개의 대(隊).

이름은 그냥 저렴하게 일 이 삼 사.

대 당 인원은 이백 내지 삼백 명.

열 명이 한 조가 되고, 조장은 절정급 무사. 그래서 한 개의 대 당 절정급 무사는 이삼십 명. 조원은 일류 무사다.


원래는 우정추가 대의 이름을 기깔나게 봉황대, 천룡대로 하려 했는데 부하들이 펄쩍뛰며 말렸다.


"방주, 그렇게 이름 지으면 글자 모르는 무식한 놈들이 못 알아먹습니다.

천, 지, 현, 황도 알지 못하는 놈들인데."


쪽팔리지만 부하들 소원대로 이름 짓고 업무를 나누었다.


일대는 금사방 본대, 그러니까 우정추의 집 경비.

이, 삼, 사대는 금사방 관할 영업장을 지키고, 수금한 돈 배달. 일 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일을 맡았다.



금사방 본진(우정추의 집)은 워낙 넓어 사내들 삼백 명이 새로 들어와도 흔적이 없었다.


"대주 놈들 불러. 부 방주와 장로도 같이."


고수 여덟이 회의장에 앉았는데도 넓은 회의장이 꽉 차게 느껴졌다.


대주 넷과 부 방주는 모두 절정 중에서도 상위 급 무인. 나이도 남자로는 한참 전성기인 사십대.

다들 체격이 거대하고 우락부락하지는 않지만, 신체는 탄탄했다. 자연적으로 몸에서 흘러나오는 강한 살기가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눈빛은 하나같이 강렬하고 날카로워 보통 사람은 보기만 해도 지릴 것 같았다.


그리고 장찰과 봉만 장로는 연신 후기로 넘어가는 중. 기세는 대주들에 비해 밀리지 않았다.


사대주이자 막내인 능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방주, 무슨 일 있습니까?"


"그냥, 간만에 니들 얼굴이나 보려고."


"웩!"


이 대주 냉두가 구역질하는 시늉을 했다.


"이 새끼가 죽으려고."


우정추의 손바닥에서 장심뢰가 날았다. 냉두는 고개를 숙여 피하면서 낄낄거렸다.


"술과 고기를 들여라."


술 한 말에 고기 스무 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술이 한 순배 돌고 나서, 우정추가 음성을 바싹 낮추었다.


"사대주.

헌원 세가는 요즘 어떠냐?"


아무리 생각해봐도 광산과 관련된 헌원 세가 외는 문제가 생길 것이 없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삼대주.

환락방, 거상방, 백룡방, 대붕방은?"


"변함없이 잘 먹고 잘살고 있습니다."


"이 대주.

광산에서 은퇴한 노인네들 동향은?"


"매월 또박또박 월봉 받아 처먹고 있습니다."


"부 방주.

성내에 크게 이상한 일은 없나? 왕실은?"


"일월문과 표향문이 납작 엎드려 있습니다. 왕실은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우정추가 술잔을 딱 하며 소리 나게 놓았다. 그리고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런데 왜 우리가 뿌려놓은 이목(눈과 귀, 끄나풀)이 죽어 자빠지냐고? 그것도 핵심인 놈들이.

분명히 당한 것인데 어느 놈이 그랬는지 못 밝히잖아.

일 똑바로 못해, 새끼들아."


한번 화를 내니 서슬이 시퍼렇다. 흑심유사라는 별호가 그냥 주운 게 아니다.

절정 무인 다섯이 긴장해서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분위기가 얼음판인데 부하가 밖에서 보고했다.


"방주. 아드님이 오셨습니다."


"그 놈은 하필 지금 왜. 나중에 오라 그래."


"그게, 강 아드님이 아니고."


'무슨 개소리야?'


"접니다."


그러면서 문이 열렸다.


짜증이 졸라 나 있던 우정추의 눈이 세모로 변했다. 소리를 빽 질렀다.


"금사방주 회의하는데, 어떤 새끼가 감히 문을 열고 들어와!"


아홉 쌍의 눈이 태승에게 꽂혔다. 그러나 태승은 우정추만 노려보았다.


둘의 눈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순간 우정추는 빙산에 깔리는 느낌이 들었다.


눈싸움에 져본 적이 없지만, 눈을 돌리지 않으면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일어났다.


꼬마시절, 조직에 들어가서 두목과 처음 만났다.

겁나 무서웠던 두목이 째려보며 '눈깔아.' 했을 때 느꼈던 공포가 기억났다. 어린 우정추는 오줌까지 지렸다.


'씨바, 무슨 눈빛이.'


우정추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회의장은 갑자기 한겨울이 되었다.


태승은 결신경 후기. 마음은 냉정하고 차가웠다.

한기가 펄펄 날리는 눈빛과 몸 전체에서 일어나는 어마어마한 영력 파동은 회의장 전체를 꽁꽁 얼게 만들었다.


절정 무인 대주 넷과 부 방주는 바싹 얼어 꼼짝할 수 없었다. 뱀 앞의 개구리 꼴이다.

연신경 중후기인 장찰과 봉만은 영력파동 때문에 더했다. 할 수만 있다면 바닥에 무릎 꿇고 싶었다.


회의장에서 가장 약한 사람은 단전을 잃어 보통 사람이 된 우진.

반가운 마음에 일어서려다 영력 파동에 억눌려 주저앉았다.


(수련하다 왔다는 큰 아들이다. 떨린다. 떨려.)


(쓰, 위압감이 무시무시하네.)


(지렸다. 초 절정 고수 만났을 때보다 더 대단해.)


(뭐 빠지게 무공 수련해서 절정이면 뭐하나. 저런 애새끼 앞에서 쫄리는데. 씨파.)



태승은 냉랭하게 쓸어보고 말을 툭 던졌다.


"회의 계속 하시죠. 나하고도 관련이 있는 모양인데."


한심했다. 방음부나 결계도 설치하지 않고 회의를 한다. 오면서 귀를 열어 놓았더니 다 들려온다.


'빌어먹을 영석 광산.'


영석의 원석을 캐서 제련하면 영석이 된다. 금 광산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부친이라고 해도 자기에게 말 한마디 없이?


태승은 다시는 부친이 자신을 이용해서 뭔가를 해먹으려 들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버릇을 완전히 고치려고 마음을 먹었다.

숙부는 어리바리하여 부친에게 이용당했을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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