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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조회수 :
219,283
추천수 :
5,954
글자수 :
638,436

작성
22.10.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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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 118화

DUMMY

시간상으로는 벌써 보고를 올렸어야 했다. 그런데 추적하다 놓쳤다고 보고하면 깨질까 싶어 아무도 보고를 올리지 않았다.


하류에서 우정추를 사로잡으면 그때 보고를 올릴 속셈이었다.



“놈들이다!”


하류에서 기다리던 놈들이 태승 일행을 보았다. 결신경 수사들은 즉시 비주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그보다 먼저 태승의 만근부가 풍차처럼 날아 배 위에 떨어졌다.


쾅!


만근부는 배 중간에 떨어져 배를 반쪽 내었다. 뒤이어 집채만 한 오봉선이 날아와 다른 배를 두 토막으로 만들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배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일류 내지 절정 무인들. 죽은 자는 노를 젓던 수부들과 정면으로 부딪친 몇 명뿐이었다.


반파된 배의 무인들이 남은 배로 옮겨 타면서 잠시 우왕좌왕했다.


그 사이, 속도를 내기 위해 뚜껑을 없앤 오봉선 두 척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선두에는 태승과 포방. 둘은 영력을 끌어올려 무형의 방패를 세웠다.


“쏴라!”


강전을 쏘고 장창을 던지려는데 뭐가 날아왔다. 태승이 던진 나무 상자였다.

뚜껑이 날아간 상자에서 보석과 금화가 비 오듯 쏟아졌다.


눈을 어지럽히는 황금과 보석의 휘황한 빛에 어리둥절한 무인들.

그 틈에 금사방의 수하들은 배 밑으로 몸을 숨겼다.


비주에 탄 세가 수사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화살과 장창이 먼저 날아왔고, 창의 그림자에 숨은 비검이 독사처럼 찔러 들어왔다.


태승은 결계 영보로 몸 주변을 둘렀다.


‘한 두 번은 막아줄 것이다. 그 사이에’


만근부를 굳게 잡았다.


‘배부터 부숴야 추적을 못해.’


태승의 생각은 포방에게 저절로 전달되었다. 포방도 오봉선 꼬리를 붙잡고 휘둘렀다.


포방은 아예 결계도 두르지 않았다.

결신경 수사의 공격은 양신경의 솜털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영보를 사용한 공격은 위험하다.


수사들의 무기를 본 포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가는 세가구나.

결신경 수사가 중품 영보를 몇 개나 들고 있는 거야?

저 놈은 상품 영보까지.”


상품 영보는 일월문 장문제자 두역표도 겨우 하나 가졌었다.


그런데 수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결신경 후기 수사는 상품영보 적룡창으로 포방을 겨냥했다.


“출(出)!”


적룡창에서 시뻘건 화염과 함께 붉은 용이 튀어나와, 아가리를 벌리고 포방을 씹어 삼키려 달려들었다.


태승이 앞을 가로막으며 백금머리띠를 꺼냈다.


“나에게 맡겨.

만근부를 줄 테니까 너는 배나 부숴.”


“진작 이러지.”


신이 난 포방이 만근부로 망나니 도끼질을 시작했다. 도끼는 풍차처럼 빠른 속도로 여덟 방향을 돌아다녔다.

포방은 도끼로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며 피바람을 뿌렸다.


태승의 백금 머리띠에서 나온 백룡은 한기를 불러일으켜 붉은 용의 화염을 막았다.


하늘에서 거대한 백룡과 적룡이 엉겨 붙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싸움은 팽팽했다. 거대한 두 마리 용이 발출하는 화염과 한기가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수사를 제외한 일반 무인들은 일찌감치 몸을 피했다. 포방만 신나게 배를 두드려 부쉈다.


“부술 것 또 없나?

없으면 뚝배기나 깨자.”


그 뒤로 강물이 핏물이 되었다.

포방의 도끼질 한 번에 무인 대여섯이 한꺼번에 죽어나갔다.


“저건 인간이 아냐.”


“얼굴 봐, 다 썩어 뼈가 보이잖아.”


만부막적. 포방은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흑도방파의 수하들은 산산이 흩어졌다.


헌원 세가의 수사들은 포방에 신경 쓰지 않았다.


전부 눈치는 9경 진선경. 포방이 태승의 명령 듣는 것을 눈치 챈 것이다. 포방은 아마도 강시 종류라고 판단했다.


“저 놈이 대가리다.

도끼 든 놈보다 저놈을 죽이면 끝난다.”


기회를 엿보던 결신경 중기 수사들은 태승에게 틈새 공격을 시도했다.


태승은 같은 결신경 후기와 상대하고 있어 집중해도 이기기 어려운 상황. 그런데 옆에서 자꾸 공격이 들어왔다.


중품 영보로 들어오는 공격은 무시하기 어려웠다.

도검창의 공격을 튕겨내느라, 포승줄이 뱀처럼 들어오는 공격을 놓쳤다.


“아차! 빌어먹을.”


황금빛 포승줄에 다리 한쪽이 묶였다. 다리를 털어 풀어보는데 감이 이상했다.


“응?”


갑자기 영력이 확 줄어들었다. 황금 포승줄은 묶은 수사의 영력을 잡아먹는 영보였다.


태승의 영력을 받던 백룡이 급격히 축소되더니, 화염에 휩싸였다.

백금 머리띠는 화염에 녹아서 강으로 떨어졌다. 정들었던 영보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포방이 급하게 달려왔다.


‘오지 마! 내가 처리할 테니, 너는 나머지나 얼른 쓸어버려.’


‘뭔가 할 모양이네. 알았다. 그럼 나는 뚝배기나 마저 깨야지.’


태승도 처음으로 잔머리를 굴렸다.


자신은 수사들만 상대하고, 나머지 무인들은 포방이 처리하게 만들었다.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으려고.


자신이 수사들의 관심을 끌고 포방이 무인들과 배를 두드려 부수는 사이, 금사방 수하들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런데 계산이 살짝 빗나갔다.

백룡이 사라지는 바람에, 태승의 전신은 적룡의 화염에 휩싸였다.

영력을 끌어올리려 해도 포승에 영력이 잡아먹혔다.


‘으, 졸라 뜨겁네.’


순식간에 옷이 불에 타 피부에 눌러 붙었다. 머리카락과 눈썹도 금세 다 타 버렸다.


해가 진 탓에 태승은 어둠 속의 횃불처럼 보였다.


‘결신경 후기가 되었다고 방심했어.’


태승은 귀룡검을 꺼냈다.

귀력은 영력과 달라 포승줄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더구나 해가 진 다음이라 귀력의 힘이 상승했다.


태승은 귀력을 귀룡검에 불어넣었다.


고오오오오


거대한 귀력이 귀룡검에서 흘러나왔다.

귀룡검 끝이 반짝이면서 빙룡의 뼈가 드러났다.

엄청난 한기가 바람과 함께 일어났다.


위이이잉


거대한 눈 폭풍과 함께 한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태승을 에워쌌던 화염은 바람속의 등불처럼 꺼졌다.


그리고 귀룡이 왕림했다.


밤하늘에 커다란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바람의 눈, 바람의 중앙에 구멍이 생기며 용의 백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 진짜 용이다.”


조금 전 적룡이나 백룡은 영력으로 영보속의 형상을 불러낸 것. 즉 환상과 마찬가지였지만, 이건 아니었다.


태승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용의 백골을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얼어붙었다.


최상위 포식자를 본 피식자의 반응이었고, 포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귀왕령 속의 귀왕이 중얼거렸다.


‘역시 보통 놈이 아니었어.’


태승은 땀을 뚝뚝 흘리며 귀력을 유지했다. 귀룡이 다음 행동을 할 때까지 버텨줘야 한다.


귀룡이 뼈만 남은 턱을 벌렸다. 턱 사이에서 귀력의 폭풍이 휘몰아 쳐 나왔다.


으아아악.


용의 출현에 바싹 얼어있던 사람들은 귀력에 휩쓸려 부서진 배와 함께 한 무더기가 되었다. 귀력의 접착력 때문이었다.


귀룡의 뻥 뚫린 눈구멍이 태승을 향했다.


[조만간 천겁을 넘겠구나. 한가할 때 불러라. 얘기 좀 하자.]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귀룡은 사라졌다.


사라졌지만 으스스한 분위기는 전혀 없어지지 않았다.


‘포방, 뜨자.’


나머지 사람들은 덜덜 떨면서 둘의 뒷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푸하!”


강물 속에서 십여 리를 지난 다음, 국경을 넘자마자 다섯 명은 물 밖으로 나왔다.


“아이고 힘들어.”


영력을 다 써 버린 장찰과 봉만은 기진맥진해서 물가에 드러누웠다.


나머지도 물가에 앉아 윗도리를 벗어부치고 태승을 기다렸다.

물거품 밖으로 나오면서 물에 옴팍 다 젖었다.


“아버지, 배고파.”


“참아. 아니면 물고기라도 잡든가.

너는 살 좀 빼야해. 젊은 놈의 배가 그게 뭐냐.”


복대로 감췄던 뱃살이 활짝 드러났다.

우정추의 잔소리가 계속되었다.


“네 형은 지금 싸우고 있을 건데 먹을 거나 찾아?”


우강은 대거리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부친이 옛날과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씨바, 금사방도 없어졌고 수하들도 다 도망갔으니 어떡하지.

이것 가지고 며칠이나 먹고살까?

물속에서 물고기를 하도 많이 봤더니, 봉황루 생선요리가 먹고 싶은데.’


우강은 품속에 있는 금붙이와 보석 박힌 노리개를 만져보았다.

이거면 봉황루에서 며칠은 실컷 놀고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부친이 어이없는 말을 한다.


“강아, 불 좀 피워라. 숙부 얼어 죽겠다. 그리고 불을 피워야 형이 찾아오지.”


단전을 잃어 보통 사람이 된 우진은 물에서 나온 뒤부터 덜덜 떨고 있었다.


“내가?”


“그럼 내가 할까?”


할 말이 없다.


“뭘 가지고 불 피워?”


“화섭자 여기 있다. 앞으로는 네가 잘 보관해라.”


우강은 마른 풀을 모아 화섭자로 불을 처음 붙여봤다.

너무 세게 불어 연기가 눈과 코로 들어갔다.


“콜록 콜록, 아 매워.”


얼굴이 검댕으로 꺼멓게 변할 즈음이 되어서야 불이 살아났다.


“큰 나뭇가지 주워 불 위에 걸쳐놓고, 그 위에 옷을 널어라.

옷 태워먹지 않게 조심하고.

옷도 새로 사려면 돈 든다.”


갈수록 잔소리가 심해졌다. 우강은 듣기 괴로웠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일이 생겼다.


“강아, 네 것 다 다오.”


“뭘?”


“보석과 장신구 말이다.”


“왜?”


“이 녀석아, 아버지와 숙부 것도 다 합쳐서 얼마나 될지 계산해보려는 거다.

이것가지고 다시 일어설 발판을 마련해야지.”


“재기?”


“당연히 다시 일어서야지. 그냥 이대로 죽을 거냐?”


아버지의 말을 얼른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우강이 바지 속에 집어넣은 보물을 꺼내 드렸다. 세 사람의 보석, 장신구, 금화, 영석 등을 모으니 양이 상당했다.


“네 무기는?”


“무기? 아, 씨.”


그러고 보니 혼란 중에 쌍검을 분실한 모양이다.

잃어버렸다고 말을 하려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쯧쯧, 무인이 무기를.”


말을 잇지 못하는 부친. 쳐다보는 눈초리가 냉랭했다.


‘씨바, 존나 쪽팔리네. 아, 배고파.’


우강은 부친의 시선을 피해 눈을 돌리는데, 장찰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뜨끔했다.


‘저 새끼들. 혹시?’


우강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고, 심장이 천둥소리를 냈다.


장찰과 봉만이 딴 마음을 먹으면 자기들 셋은 죽은 목숨이다. 젖어있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개망나니 부잣집 도련님이 자기 목숨 귀한 줄 깨닫고 상황을 살피기 시작한 것이다.


우강은 부친에게 다가갔다. 전음을 할 줄 모르니 귓속말이라도 해야 한다.


우정추의 눈치는 귀신의 경지. 얼어붙은 아들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이제야 머리를 조금 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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