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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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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9.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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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 112화

DUMMY

태승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귀력을 운용할 수 있는 수사가 지금은 저뿐인 모양이네요.”


"그렇다."


"그러면 지금 저에게 주십시오. 나중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잘 보관하고 있다가 돌려드리겠습니다."


여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지금 눈에서 귀왕령을 빼면, 그 동안 귀왕령이 눌러놓았던 내 몸속의 귀력이 폭주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태승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귀력이 폭주하지 못하게 제가 귀력을 주입하여 누르면 되지 않을까요?”


“이 귀력은 귀왕에게서 받은 귀력. 어떤 귀력으로도 누를 수 없다.”


“누를 수 없다면 폭주하게 놔둬야 하나요?”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귀력이 폭주하면 나는 끔찍한 귀물로 변한다.

귀물의 경지는 거의 양신경. 결신경 후기 수사 다섯은 넉넉히 없앨 수 있다.

아마 적들 절반은 쓸어버릴 수 있을 거다."


태승의 입이 놀라서 저절로 벌어졌다.


'그래서 아까 지상의 포위망을 맡겠다고 하셨구나.'


그 순간 태승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혹, 혹시 귀물이 되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없나요?"


"그렇다. 귀물로 싸우다 죽어야지.

하지만 이것 말고 포위망을 뚫을 다른 방법이 있느냐?"


태승은 말문이 막혔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그래도, 죽겠다는 것은."


"이런 몸으로 오래 사는 것은 의미가 없지.

그 동안 령아가 잘 자라기를 바라며 버텼지만, 죽을 자리를 잘 찾는 것도 미덕이지."


스스로 죽겠다는 모친.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의 방법이 없었다. 오히려 문제만 떠올랐다.


"저는 지하 수로에서 포위망을 뚫어야 하는데, 귀왕령을 어떻게 예령이나 숙부들께 전달하지요?"


"령아는 귀왕령을 못 받는다. 불속성에 주작지체라 귀력과는 상극이다.

당분간 네가 몸속에 보관하고 있다가 령아 숙부들에게 넘겨다오.”


“몸속에 보관이라뇨?”


“귀왕령은 반드시 사람의 몸속에 넣어야 보존될 수 있다.

이건 수천 년 전 귀왕께서 귀왕령을 만드시면서 세우신 방법이라 고칠 수 없다.”


태승은 소름이 끼쳤다.


"그럼 제 눈알을 파서 귀왕령을 담으라는 말씀인가요? 그건 곤란합니다."


"왜? 엄청난 귀력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여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태승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태승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힘만 가질 수 있다면야 무슨 짓이든 할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이었으니까.


여인은 태승이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 생각하고, 다시 한 번 타일렀다.


"나는 원래 경지가 연신경 초기라서 귀왕령을 몸에 넣어도 결신경 중기밖에 안 된다.

경지 낮은 내가 귀왕령을 몸에 넣은 이유는 그 당시 죽기 직전이었고, 귀왕령이라도 넣어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너처럼 결신경 중후기라면 귀왕령을 몸에 넣는 순간 양신경은 금방 넘어서게 된다. 물론 천겁은 짧게라도 겪어야지만.


잘 생각해 봐. 눈알 하나 없는 대신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니 남는 장사 아니냐?"


태승은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딱 잘라 거절했다.


여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촉이 몹시 안 좋았다. 더 큰 것을 숨기고 있다는 감이 왔다.


"싫습니다. 눈알을 파는 것도 내키지 않지만, 몸에 귀왕령을 집어넣으면 나중에 귀물이 되지 않습니까. 절대 안합니다."


여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입을 놀렸다.


"네가 원한다면 늙어 죽을 때까지 귀왕령을 가질 수도 있다. 평생 5경 화신경으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


"저는 화신경이 목표가 아닙니다.

싫으니까, 더 이상 말씀하시면 귀왕령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가버릴 겁니다."


"알았다. 그렇다면 차선을 택해야지."


기분 잡친 태승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여인의 말을 기다렸다.


"네 저물환 속에 양신경 수사의 시체가 있지?"


"그걸 어떻게!"


"귀왕은 모든 시체와 귀력의 왕.

시체가 내뿜는 시기 정도는 백리 밖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경지도 감지할 수 있지.


그 시체에 귀왕령을 박아 놓았다가 나중에 예령의 숙부에게 주면 된다."


"지금 밖에는 방금 죽은 시체가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올까요?"


여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지가 높은 수사의 몸속에 넣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시작할까요?"


"조금 더 기다려야지. 금사방 수하들이 거의 다 죽으면 시작하자.

내가 귀물이 되면, 이성을 잃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다 죽이려고 들 테니까."


태승은 하도 황당한 것을 한꺼번에 많이 들어, 이제 더 이상 놀랄 것도 없었다.


여인이 말한 조금이라는 시간은 곧 다가왔다.



탑은 저택의 중앙. 후원을 포함해 탑 부근 절반은 금사방이, 정문부터 탑 근처까지는 적들이 장악했다.


탑을 경계에 두고 밀고 밀리는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금사방 수하들이 탑 아래를 탈환한 상태.


위에서 지켜보던 우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 지금 내려가요."


"그래, 내려가자."


"방주님 내려가신다. 길을 열어라!"


다섯 호위와 탑 주변에 모여 있던 금사방 수하들이 우정추 일행을 호위했다.

장찰이 영력으로 방어를 했다. 그 와중에 모두 상처를 입었다. 군데군데 난 상처는 피륙의 흠집일 뿐,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생전 처음 쌍검으로 사람을 찔러본 우강은 혼란스러웠지만 조금씩 정신이 났다.


양쪽 다 한 나절을 싸웠다. 살아있는 놈 치고 성한 놈은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팠다.


전투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공격에 힘이 빠져있었다. 서로 적당히 찌르고 막기만 되풀이 했다.


안전지대로 들어온 우정추는 수하를 둘러보았다. 이십 명 정도 살아남았다.


"부 방주는?"


"돌아가셨습니다."


"대주 넷은?"


"네 분 모두 사망했습니다."


"어떤 새끼가 날 죽이는 거야?"


소리가 들리는 방향에서 냉두가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한줌도 안 되는 대원들이 냉두 뒤를 쭐레쭐레 따라오고 있었다.


우정추는 길게 한숨을 쉬고, 호위에게 명령했다.


"남아있는 술이 있느냐?"


"두세 병 있을 겁니다."


"전부 냉두에게 줘라. 우리는 후원으로 후퇴한다."


술이 들어있는 호리병 두개가 냉두를 향해 날았다.


우정추와 냉두의 시선이 붙었다가 떨어졌다. 냉두가 씩 웃고 손을 내저었다.


"어서 가쇼."


그리고는 크게 외쳤다.


"대주가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남은 이대는 모두 여기서 죽는다. 놈들이 못 넘어오게 악착같이 막아라."



전투 상황을 지켜보던 헌원책이 제자에게 물었다.


"흑도 놈들 칠할 정도가 죽었지?"


"예. 그리고 금사방 놈들은 거의 다 죽고 서른 명 남짓 살았습니다. 양쪽 모두 지친 상태입니다."


"금사방주가 후원으로 도망가는 것으로 봐서, 거기에 지하 수로로 통하는 통로가 있는 모양이다.

지하 수로에 띄운 배는?"


"다섯 대는 하류에서 대기 중이며, 다섯 대는 상류에서 내려와, 이곳 주변의 지하 수로에 있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찾는 중입니다."


"하류까지 내려가게 하면 도망칠 구멍이 많아진다. 독안에 든 쥐 모양, 지하 수로를 벗어나지 못하게 해라."


"예."


"흑도 놈들에게 전해라.

이번 공격만 끝나면 술과 고기를 주고 쉬게 해 줄 테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압박하라고 해."


"예."


"이번 전투에 세가의 수사들 하나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완전 대승이다. 흐흐흐."


그러나 반시진도 안 되어 헌원책의 웃음은 통곡으로 변했다.



명령은 즉시 하달되었다.

술을 주고 쉬게 해준다는 말에 갑자기 힘이 난 흑도방파의 수하들은 떼를 지어 달려들었다.

냉두와 수하 몇 명을 순식간에 칼 밥으로 만들고, 놈들은 우정추 뒤를 바싹 추격했다.


"우정추 대가리에 큰 상이 걸려있다. 잡아라! 아니 죽여도 된다."


겁에 질린 우강이 가장 먼저 후원으로 뛰어들며 외쳤다.


"큰일 났다. 형! 형님! 살려줘요."


태승과 여인에게 이 소리가 들렸다. 여인이 쓸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때가 된 모양이다."


"제가 가서 적의 추격을 끊어놓겠습니다."



"형!"


태승이 나타나자 제일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소리치는 우강이었다.

태승은 웃음을 감추고 외쳤다.


"별채로 가십시오. 이곳은 제가 막겠습니다."


"조심해라."


"큰 도련님. 조심하십시오."


우정추 일행과 이십 명 밖에 남지 않은 수하들은 태승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별채로 달려갔다.


태승은 저물환에서 만근부를 꺼냈다.

영력이 주입된 만근부는 십장 길이로 커졌다.


그것을 팔랑개비처럼 붕붕 돌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후원 입구까지 도달했던 놈들은 순간 멈추었다.


"저거 뻥 아냐?"


한 놈이 시험 삼아 참마도를 들고 막아봤다. 만근부와 참마도가 부딪치는 순간 참마도는 부서지고, 놈은 멀리 튕겨나가 땅과 한 몸이 되었다.


그제야 누군지 알아본 적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결신경 수사다."


"아까 도끼로 충차 때려 부순 놈이잖아. 저런 놈과 어떻게 싸워."


"헌원가 수사들은 놀고 있어. 도와주지도 않고.

이게 누구 일이야, 제 놈들 일 아냐?"


다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헌원책 호위장의 명령대로 두 명의 수사가 숨어서, 기습할 틈을 노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빈틈이 나지 않는다.


‘보통 노련한 놈이 아니야.’


태승의 풍차도끼 때문에 전선이 열 걸음 정도 후퇴했다.


'이 정도면 되겠네.'


가산이 양쪽에 세워져 있어 병목 구간이 자연스럽게 발생한 곳이 있었다.

태승은 만근부를 들어 땅에 내려쳤다. 굉음과 함께 땅에 깊은 균열이 생겼다.


"여기까지. 이 선 넘으면 죽는다."


태승은 무섭게 놈들을 노려본 다음, 한빙공을 운용해 영력을 뿌렸다.

이장 높이의 얼음벽이 가산과 가산 사이에 소리 없이 생겨났다.


그리고 태승은 사라졌다.


전이부를 써서 가산 뒤로 순간이동을 한 태승은 남아있는 무혼사를 꺼냈다.

양쪽 가산 사이 병목구간 뒤에 무혼사를 늘어뜨려 놓고 별채로 순간이동을 했다.

얼음벽을 깼다고 안심하고 진입하는 순간 반 토막이 난다.



별채 침실 앞에 금사방 수하들이 늘어서 있다가 태승을 보고 예를 올렸다.


침실 안, 침상 아래에 커다란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구멍 옆에서 우강이 손을 들었다.


"어서 와. 형."


'새끼, 친한 척은.'


우강의 속이 훤히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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