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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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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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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130화

DUMMY

악기는 만개가 넘는다. 피가 모자랐다. 또 손끝을 찢어 피를 뿌렸다.


“내 악기 찾기 전에 과다출혈로 돌아가시겠네. 젠장.”


피를 더 뿌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영력을 방 전체에 가득 채웠다.


방안은 엷은 핏빛 안개로 가득 찼다.


한참을 기다리니 반응이 왔다. 뭔가가 심혼을 강하게 당기는 것이 있었다.


“대박! 찾았다.”


빈혈(?) 때문에 비실대면서 예령은 일어났다.

사옥 사저에 대한 복수심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자신을 이끄는 곳으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열 손가락에 피를 줄줄 흘리면서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으스스했다.



홍예종은 칠대종의 대종(大宗). 가장 오래되었고, 양신경 이상의 수사가 제일 많다.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말이다.


천록제국 하늘 위에는 항상 거대한 무지개(홍예)가 떠있다. 그 무지개위에 홍예종이 자리 잡은 지는 만년.


십만 명이 줄지어서도 넉넉한 길이와 넓이의 무지개 끝자락에 백희앵이 친구와 함께 다리를 달랑거리며 걸터앉았다.


입문 동기인 초훼(楚卉)는 최근에 백희앵과 친구가 되었다.

그 전에는 백희앵이 어찌나 지독하게 수련만 하던지, 동기 중 아무도 대화 나눌 엄두를 못 냈다.


어제 결신경 승경 심사가 있었다. 백희앵 동기 삼천 이백 명이 도전하여, 서른여섯 명이 통과했다.


재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 백희앵이 서른여섯 중 하나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목표 달성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백희앵은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보니 달이 훨씬 가깝게 보여.”


“풋, 보고 싶은 사람이 있구나.”


초훼의 말에 뜨끔해진 백희앵. 생글생글 웃으며 쳐다보는 친구의 예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보여?”


“당연하지. 우리 동기 중에 안 그런 사람 있어? 부모님, 사부님, 친구들 다 보고 싶지. 남친은 특별히 더 보고 싶고.”


백희앵은 눈이 동그래졌다.


“너도 남사친 있어?”


“있기는 있는데 남사친은 아니고 그냥 남친이야.”


“무슨 차이야?”


“내 남친은 인간이 아니니까.”


백희앵은 더욱 놀랐다.


천록제국의 넓이는 벽신국의 천배가 넘는다. 홍황대륙 세 개 제국 가운데 가장 넓다. 인구 역시 제일 많을뿐더러 별별 종족들이 다 있다.


남쪽은 기후가 온화하여 식물이 풍성히 자란다. 일을 안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 없다.


풍요한 환경 속에서 편안히 살다보니, 인간외의 다른 종족에 대한 배척도 느슨하다. 요족이나 마족만 아니면 결혼도 허용된다.


수인족과 정령족은 결혼상대로 인기가 많다. 자식도 낳을 수 있다.


몸은 인간보다 크고 머리만 짐승인 수인족 사내는 힘이 좋아서, 숲에 사는 정령족 계집은 외모가 예뻐서 선호된다.


“수인족? 너 은근히 밝힌다.”


“얘는, 정령족이야.”


“어머, 정령족 사내? 취향 독특하네.”


“얼마나 잘생겼는데. 게다가 뾰족한 귀를 만져달라고 강아지처럼 구는 게 정말 귀여워.”


남친을 떠올리자 초훼의 입에 미소가 화악 퍼졌다.


“히잉, 점심 먹고 헤어졌는데 또 보고 싶어.”


‘씨 나는 못 만나지 삼년도 넘었는데. 살아있기나 하는 건지.’


백희앵의 눈가가 붉어졌다. 초훼가 무척 부러웠다.


“결신경 심사 합격한 수사들은 한 달 휴가 줘. 넌 고향에 갈 거야?”


“벽신국까지 갔다 오려면 한 달 더 걸려. 그냥 여기서 수련이나 할 거야.”


백희앵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유, 수련충.

전송진을 쓰면 며칠 걸리지 않잖아.”


“영석 없어.

넌 여기가 고향이니 특별히 갈 데는 없겠다.”


“그래도 결신경 되었으니, 기념으로 놀러갔다 와야지. 남친 고향에 갈 거다.”


“정령족도 고향이 있어?”


“정확히는 고향 숲이라고 해야겠지. 남친은 그곳을 래골라수(萊骨羅首)라고 부르더라. 처음 그 숲에 자리를 잡은 선조의 이름을 딴 거래.”


“좋겠다. 잘 갔다 와.”


백희앵은 더 이상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


‘내일부터 다시 수련 시작이다.

빠른 시간 내에 양신경이 되면, 반드시 찾아서 혼내 줄 거야’



봉황성 봉혜공주에게 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한 달에 한 번씩 지하 창고를 뒤졌다.

지난 삼년 동안 샅샅이 뒤졌다. 어떤 물건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환하게 기억했다.


‘도대체 어떤 거야?’


결신경 후기 수사가 꼭 필요하다면 보통 물건이 아니다. 그런데 자기 경지로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다.


나중에는 특별히 결신경 수사를 불러 같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부친인 봉황왕은 봉혜공주의 이런 행동에 대해, 태승을 못 잊는 것으로 오해하고는 속으로 끙끙 앓았다.


빨리 시집보내는 것으로 결론짓고 신랑감을 찾았지만 봉황성 내에는 눈에 차는 인물이 없었다. 거룡성도 마찬가지.


왕은 봉혜공주를 적사제국 대정성으로 보냈다. 거기서 고관대작의 자제와 눈 맞기를 바랐다. 자기 딸의 뛰어난 미모라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부친이 대정성으로 보내주는 바람에 봉혜공주는 모처럼 마음 편히 놀러 다녔다.


그런데 봉황성에서나 공주지 대정성에서는 발에 걸리는 것이 공주다.

벽신국 포함, 적사제국의 속국 열아홉 개 왕국의 공주는 다 합치면 백 명이 넘는다.


봉혜공주는 밖으로 나다니다가 심심찮게 충돌이 일어났다. 오만한 성격에 지고는 못살았다.


오늘도 그랬다.


좁은 길에서 마차가 대치했다. 누구 하나가 물러서 길을 터줘야 한다. 상대는 말주국의 십오 공주.

처음에는 하인들이, 다음에는 호위들이 싸웠지만 결판이 나지 않았다.


성질이 난 봉혜공주가 마차에서 내렸다.


“야, 내려. 주인끼리 붙자. 지는 년이 물러나는 거로.”


상대도 가만있지 않았다. 마차에서 얼른 뛰어내렸다.


“그거 반가운 소리네. 좀 놀아봤다 이거지?”


둘은 주먹을 마주대고 외쳤다.


“여아일언중만금.”


그리고 상대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봉혜공주가 한방에 보냈다.


“한주먹도 안 되는 게 까불기는.”


이층 찻집에서 우연히 이 모습을 구경한 늙은 수사가 손뼉을 치고 웃었다.


“대단해! 깜찍해!

성질머리가 정말 마음에 든다.”


노 수사는 적사제국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5경 화신경 수사 노황(盧黃).


달리는 마차 안으로 서슴없이 들어갔다.


“내 첫 제자 해라.”


처음에는 웬 늙다리가 수작을 거나 싶었지만, 자초지종을 듣고 속으로 대박을 외쳤다.


사실 시집 이야기 나올 때부터 생각했었다.

시집가봐야 뭐 하겠는가. 남편이 사랑한다 하지만 그게 몇 년이나 갈까.

사내놈들 특성상 나이가 들면 젊고 예쁜 첩을 들일 것이고, 첩년과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 평생을 다 보낼 텐데.

그런 꼴을 하도 많이 봐서 지긋지긋했다.


오히려 수사가 되어 제 마음대로 세상을 주유하는 게 훨씬 속편하고 재미있는 인생일 것 같았다.

만약 양신경이라도 되어 벽신국에 가면 왕도 고개를 숙인다.

이런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 목숨 걸고 해보자.


노황의 제자가 되었다는 딸의 서신을 받고 봉황왕은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



태승이 저물환을 묻은 산 주위를 두 사내가 꼬챙이로 들쑤시고 있었다.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남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낮에는 자고 밤에만 움직였다.


“제대로 본 거 맞아, 형?”


“맞는다니까. 비주타고 가는데 갑자기 탐지석이 마구 진동했어. 엄청난 영보가 묻혀 있는 게 틀림없어.”


“그런데 왜 안 나와. 벌써 한 달이야. 다른 작업을 시작했으면 끝나고도 남았는데.”


“찾으면 대박이야. 좀 참아.”


둘은 쌍둥이. 탐보쌍서(영보를 찾는 두 마리 쥐)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다. 쥐라고 무시하면 큰일 난다. 둘 다 결신경 초기라 힘을 합치면 상당한 위력이 있다.


형 장일이 영보를 찾고, 동생 장이는 도둑질과 소매치기, 장물처리가 본업이다.

이 직업에서 몸이 빨라야 하는 것은 필수. 둘 다 손과 발은 귀신이 곡할 경지에 이르렀다.

남과 피 흘리며 싸우는 것은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이런 쪽으로 빠진 것이다.


“찾았다!”


가시 달린 꼬챙이 끝에 저물환이 걸렸다. 품에 있던 탐지석이 미친것처럼 떨었다.


“저물환이네. 저물대보다 비싼 건데.

비밀번호 풀려면 시간 엄청 걸리겠다.”


시험 삼아 영력을 불어넣으니 그냥 열리고, 안의 것이 마구 튀어나왔다.


“대박! 비밀번호도 안 걸어놨어.”


딱 봐도 상품 영보인 귀룡검와 장심뢰. 비싸 보이는 백옥상자 안에 들어있는 뭔지 모를 것 외 잡다한 것들.


장일의 입이 귀에까지 걸렸다.


“아우야, 어둠의 경로로 처리하면 끝이다. 이번에 큰 돈 벌면, 몇 년 놀고먹어도 되겠다.”


그런데 장이의 표정이 어두웠다.


“왜?”


“감이 존나 안 좋아. 위험한 물건이야.”


“진짜?”


“응. 형도 알잖아. 내 감이 얼마나 칼 같은지. 함부로 처분했다가는 물건 주인이 추적해 올 것 같아.”


장일은 갈등이 생겼다. 다시 묻으려니 너무 아까웠다. 욕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 한 달 동안 고생한 것도 억울했다.


“필요 없으니까 비밀번호도 걸어놓지 않고 땅에 파묻었겠지. 아무나 가져가라는 뜻이 아냐? 그러니까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


장이가 형을 달래려 제안을 했다.


“그랬다가도 마음 바뀌는 것이 사람이야.

검 한번 뽑아 봐. 원래 주인의 경지를 가늠하게. 경지가 낮으면 가져가는 걸로 해.”


귀룡검을 뽑았다. 그리고 둘 다 기절할 뻔 했다.


엄청난 귀력이 검 끝에서 뭉클뭉클 저절로 일어났다. 결신경 후기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정도 무기를 다룬다면 결신경 절정에 다다른 수사다. 절정경지의 수사는 무기를 추적할 방법도 있을 거고, 잡히면 백발백중 죽는다.


장일은 부리나케 검을 집어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감당 못하겠다. 이건 포기하자.”


형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장이는 귀룡검과 장심뢰를 저물환에 집어넣었다.


백옥상자까지 넣으려는데 장일이 막았다.


“그건 우리가 먹자. 나머지 잡동사니도 전부.

무기를 가져가지 않았으니, 이 정도는 봐 주겠지.

우리도 한 달 동안 수고했잖아.”


일리가 있었다. 장이도 동의하고 나머지는 전부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땅에 파묻고 돌아서는데 자꾸만 미련이 남았다.


‘미친 놈 아냐. 저런 영보를 땅에 파묻다니.’


장일은 속으로 계속 투덜대었다.



태승은 양지바른 곳의 잘 정리된 산소(山所)앞에서 큰 절을 올리고 아뢰었다.


“할머니, 내가 양신경이 되었습니다. 진짜 수사가 된 겁니다.

반드시 진선이 되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할머니의 혼을 찾겠습니다.


색혼대법 때문에 고혼이 되어 떠도는 할머니의 혼을 윤회의 길로 들어서게 하겠습니다.

삼년 뒤에 다시 올게요.”


태승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몸을 돌렸다.


안개 호수로 향하는 태승을 햇빛이 환하게 비추었다.

<1부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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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제 129화 +5 22.10.20 1,098 45 11쪽
129 제 128화 +2 22.10.19 1,157 48 11쪽
128 제 127화 +6 22.10.18 1,113 48 11쪽
127 제 126화 +4 22.10.17 1,177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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