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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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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36

작성
22.10.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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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 128화

DUMMY

태승은 몸을 일으켜 바로 앉았다.

모든 뼈가 아파서 소리를 질렀지만 오기로 버텼다.


‘벼락으로 죽이든, 불로 태워 죽이든 네 마음대로 해라. 나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


태승은 양 손을 바위에 꽂았다. 피하지않고 이 자리에서 죽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꾸르르릉.


마지막 벼락이 정수리에 떨어졌다. 마지막답게 최강의 일격이었다.


태승은 결국 기절했다.

기절하자 주위의 화염이 순식간에 꺼졌다. 벼락도, 먹구름도 다 사라졌다.


태승을 중심으로 무지개가 피어났다. 하늘에서 상서로운 빛이 태승의 몸에 내려왔다.


정수리가 잘 익은 밤처럼 벌어졌다.


신혼을 둘러쌌던 껍질이 완전히 갈라졌다.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던 양신이 밖으로 나왔다.


정수리를 통해 외계로 나온 손가락 크기의 양신은 금빛이었고, 태승의 축소판이었다.


머리 위를 한 바퀴 돌고는 눈앞에 둥둥 떠 있는 양신이 태승과 눈을 마주쳤다.


태승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네가 나오려고 이렇게 고생했구나.”


태승이 웃으니 양신도 똑같이 따라 웃었다.


“이제 끝났구나. 나도 이제는 4경 양신경인가? 천겁이 무섭긴 무섭다.”


태승은 부르르 진저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상으로 전신이 다 쓰라렸고, 뼈마디가 모두 아팠다.



“오라버니!”


멀리서 누군가가 미친 듯이 달려왔다.


“앵매! 여기를 어떻게.”


달려온 백희앵은 태승의 품속에 마구 파고들었다. 자신을 떼놓지 못하게 태승의 허리를 끌어안고 대성통곡 했다.


생각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얼떨떨한 태승에게 혼체의 심어가 들어왔다.


[내가 연락해서 들어오게 했다. 오랜만에 회포나 풀어라.]


‘사부가 이럴 리 없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태승의 머릿속에서 살짝 피어올랐다.


백희앵의 입술이 기습적으로 태승을 덮쳤다. 벼락만큼이나 엄청난 충격이었다.


“흡!”


충격 때문에 방금 전의 느낌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런 기억만 미세하게 머릿속 바닥에 깔렸다.


향기롭고 부드러운 백희양의 혀가 입속으로 들어왔다. 말리화 향으로 입안을 헹구고 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나 이 생각도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런 기억만 바닥에 떨어졌다.


혀가 입 안을 휘저으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모든 생각이 달아나버렸다.


마른 장작에 불을 댕긴 꼴이었다.


태승은 입은 옷까지 홀랑 타 태워먹은 상태다.


‘아차! 나는 알몸인데.’


그런 생각도 잠시, 백희앵의 유연한 몸은 태승을 칭칭 감았다. 기가 막힌 탄력감이 전신으로 느껴졌다.


여전히 둘의 입술은 찰떡처럼 붙었다. 태승은 불같이 치솟는 욕정으로 정신이 몽롱했다. 숨은 턱까지 찼다.


다리 사이에 쇠몽둥이가 일어섰다. 무엇이든 뚫을 것 같다.


“윽!”


날아온 장창에 목의 일부가 뜯어져 나감과 동시에 백희앵이 당했다. 태승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늦었다.


죽을 것처럼 아픈 통증과 함께 살기가 없었다는 것을 파악했다. 무인의 본능이다.



장창은 백희앵의 머리를 관통했다. 석류처럼 터지면서 붉은 피와 뇌수가 사방에 뿌려졌다.


“앵매!”


경악. 그리고 엄청난 슬픔과 분노가 태승을 지배했다. 공격한 놈을 천 번 만 번 죽이고 싶었다.


“추잡한 개자식. 앵매를 꼬드겨 벌건 대낮에 그 짓을 하려들다니, 이 죽일 놈아.”


백대운이 눈을 붉히며 달려들었다. 한쪽 손에 장창을 들고서. 조금 전 창과 같다.


“네놈이!”


때려죽이고 싶다.

앵매의 시체를 안고 있지만, 한손으로도 충분하다. 손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의 몇 가지 기억이 번개처럼 스쳤다.


사부가 앵매를 연락해서 들어오게 했다?

말리화 향으로 입안을 헹군다?

나의 벗은 몸을 보고, 앵매가 부끄러워 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백대운이 살기도 없이 공격했다? 그의 경지로 봐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백대운은 태승이 생각할 조금의 틈도 주지 않으려 했다. 장창으로 거세게 몰아붙였다. 생각은 즉시 사라졌다.


목 부위의 통증이 심했다. 피가 계속 흘렀다. 마음이 급했다.


백대운의 공격은 생각 밖으로 거셌다. 태승은 뒤로 밀렸다.


당장 때려죽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속이 터질 것 같다.


게다가 백대운이 화를 돋운다.


“더러운 계집은 죽었지만, 음탕한 네놈도 오늘 내 손에 죽는다.”


백희앵을 더럽다고 욕하는 바람에 태승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 살심(殺心)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손이 다치든 말든 공격하는 장창을 붙잡아 비틀었다. 손가락 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통증이 어마 어마했다. 이를 악물고 창을 잡아당겨 빼앗았다.


통증 때문에 짧게나마 정신이 났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 생각은 백대운 때문에 다시 달아났다.


창을 빼앗긴 백대운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찔러라, 개자식아.

네놈보다 약한 내가 원통하다. 어서 죽이라고.”


이것도 이상하다.

백대운의 주 무기는 창이 아니다. 그리고 무기를 빼앗겼으면 빨리 도망쳐야지, 죽여 달라고 외치다니. 미친 놈 아닌가.


‘어차피 일격에 죽일 수 있는 놈이다.’


태승은 혀를 깨물고 살심을 참았다. 의문을 하나씩 풀어낸 다음 죽여도 늦지 않다.


그때 뇌리를 스치는 무엇.


‘혹시 심마?’


이 생각이 들자마자 눈앞의 모든 것에 금이 갔다. 쩌적 갈라지더니 조각이 우수수 떨어져 가루가 되었다.


안고 있던 백희앵의 시체가 사라졌다. 백대운도 사라졌다. 창도, 바닥에 뿌려졌던 피도 없어졌다.


목의 상처도 사라지고, 통증도 없어졌다.


모두가 환상이었다.


[[아깝다.

죽였다면 살심에 지배되어 살인만 할 줄 아는, 나의 충실한 손발이 되었을 텐데.]]


태승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맥이 빠지고 욕할 기력도 없다.


[[이번에는 운 좋게 넘어갔지만, 도겁 때 두고 보자. 도겁까지 오기를 바라마.]]


“죽일 놈, 용기 있으면 낯짝이라도 보여라.”


[[얼굴이 구천 구백 구십 개 다. 바보 아냐?]]


그러고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태승은 등에서 식은땀이 물처럼 흐르는 것을 느꼈다. 큰 위험을 넘겼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직은 백희앵과 깊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성을 찾을 수 있었다.


깊은 감정이 있었다면, 백희앵이 죽는 것을 봤으면 돌아버렸을 것이다.


만약 부부사이였다면 어땠을까. 심마 말대로 광마(狂魔), 살귀가 되었을 것이다.


“큰일 날 뻔 했다.

어떤 상황이라도 머리 한 구석에는 반드시 냉철함을 유지해야 해.”



[왜 저러지.

혹시 다친 것 아냐?]


금관비사 양신이 혼체에게 물었다. 본체는 폐관수련하고 있어, 양신만 나온 것이다.


벼락이 떨어지다 그쳤음에도, 태승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벌써 하루가 흘렀다.


[인간하고 축생(畜生)이 같은 줄 알아?]


포방의 양신이 끼어들어, 영수를 축생이라 폄훼했다.

금관비사 성질에 가만있을 리 없다.


[뭐, 축새앵?

시체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이 뭐라고?

잘 됐다. 오늘 서열정리 하자.]]


혼체가 나무랬다.


[조용해. 겁이 아직 끝난 게 아냐.]


[어째서?]


[영수가 겪는 천겁과 달리 인간은 심마겁이 천겁 마지막에 따라오지. 태승은 지금 심마겁을 겪고 있음에 틀림없다.]


[왜 인간만 그러는 거요.]


혼체는 몰랐다. 자기보다 더 오래 산 포방에게 눈을 돌렸다.

포방도 고개를 흔들었다.


이 모습을 보고 금관비사가 피식 웃었다.


[난 왜 그런지 알겠는데.]


혼체와 포방의 눈이 금관비사로 향했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헛소리라니.

들어봐. 내 생각이 맞을 거야.

인간들이 잔머리를 굴려, 벼락을 막는 영보를 만들었잖아.

그렇게 해서 인간 수사들이 천겁을 쉽게 넘으니, 벼락을 때리는 측에서는 당연히 열 받지.

궁리 끝에 심마겁을 만든 거야.]


듣던 둘은 한참동안 가만히 있다가 대답했다.


[거 참, 묘하게 설득력 있네.]


[글쎄 말입니다.]


[내 생각이 맞다니까.]



태승은 흥분이 가시니 앞이 제대로 보였다.


하늘의 먹구름은 사라졌다. 밝은 햇빛에 눈이 부셨다. 천겁을 넘은 것이다.

조금 전 천겁을 넘었다고 느낀 것은 심마의 장난, 환상이었다.


태승의 영력 파동이 가라앉고, 눈을 뜬 것을 보자 모두 우르르 달려왔다.


혼체, 금관비사, 포방이 차례대로, 서열 순서대로 물었다.


[괜찮으냐?]


[괜찮아?]


[천겁 제대로 넘은 거지?]


태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이 상태로 며칠만 있으면 양신이 껍질을 벗고 나올 거다. 그래야 4경 양신경이 된다.]


조금 전에 봤던 양신 역시 심마의 수작이었다.


“양신이 나오면 일어나겠습니다.”


그래라 하며 모두 자리를 떴다.


사흘 뒤, 머리가 빠개지는 통증과 함께 양신이 껍질을 헤치고 나왔다.


양신은 심마가 보여준 환상속의 양신과 완전히 같았다.


태승의 축소판. 벌거벗은 손가락만한 금빛아기가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태승과 눈이 마주쳤다. 배시시 웃는다. 태승도 따라 웃었다.


진짜 양신경이 된 것이다.


태승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혼체에게 큰 절을 올렸다.


[진정한 수사가 되었구나. 축하한다.

심마겁은 어땠느냐?]


태승은 그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끔찍했습니다. 조금만 방심했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사부님도 그러셨나요?]


[물론이지. 나도 자칫하면 죽을 뻔 했다. 태승아, 잘 이겨냈다.]


혼체는 기특한 듯 바라보다 청설호를 불렀다. 청설호가 백색 옥패를 물어다주었다.


[받아라. 양신경부터 익히는 한핵공이다. 이것이야 말로 한빙종의 핵심 공법이며, 천하제일의 공법이다. 으흠.]


혼체는 한빙종 공법에 대한 자부심을 거침없이 내보였다.


[앞으로 삼년 폐관수련하여 완전히 네 것으로 만들어라.]


[삼년 뒤, 뭐가 있나요?]


[오년 뒤에 대단히 큰 대회가 있다. 삼십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선법대회다.

홍황대륙에서 가장 큰 천록제국, 천록과 적사제국 중간의 흑오제국에서도 많은 수사들이 경험삼아 참가하지.

삼십년마다 돌아가며 개최하는데, 이번에는 우리 적사제국 대정성에서 열린다.]


[저도 참가해야 합니까?]


[당연히 참가해야지.

결신경만 참가하는 입문부, 양신경만 참가하는 내실부, 화신경만 참가하는 상등부가 있으니, 너는 내실부에 해당되겠네.


개나 소나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각 제국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부문별 여덟 명씩 모두 스물 네 명이 참가한다. 그러면 세 제국에서 전부 칠십 두 명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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