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조회수 :
219,281
추천수 :
5,954
글자수 :
638,436

작성
22.10.07 11:40
조회
1,384
추천
46
글자
11쪽

제 120화

DUMMY

예령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칠대종의 세력을 이용해서 복수할 생각 없어요. 제 힘으로 헌원가를 쓸어버릴 거예요. 양신경만 되어도 충분해요.”


대숙이 미간을 찌푸렸다.


‘얘가 모친의 죽음을 보고 원한이 사무쳐 정신이 나갔구나.

지금 연신경 절정인데 어떻게 십년 내에 양신경이 될 수 있어.

원래 급한 성격인데다가 편법으로 양신경이 되려고 할까봐 걱정되네.’


그러나 이런 생각을 말하지는 않았다. 달래려고 말했다가는 그 성질에 불을 붙이는 결과가 될 것이 뻔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어서 가자.

지금 당장 사저의 시체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놔두고, 네 부친부터 찾자.”


예령의 눈 끝이 치켜 올라갔다.


“부친이라 부르지 마세요.

모친이 저렇게 돌아가셨으니, 그쪽에 우리가 할 도리는 다 한 겁니다.

계약은 끝났습니다.

우정추는 더 이상 제 부친이 아닙니다.”


한기가 뚝뚝 떨어지는 음성. 대숙은 자기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


“네 말이 맞다. 가자.”


두 사람은 귀력을 운용하여 자연스럽게 검은 안개 속에 녹아들었고, 안채 침상 밑 입구까지 걸림 없이 도달했다.


뒤이어 예령의 이숙과 삼숙이 도착했고, 네 사람은 입구를 통해 지하 수로에 닿았다.


“옥패가 있다. 태승이 박아놓았구나.

우리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그럼 하류로 내려가야겠네요. 물속으로 들어갑시다.”


물거품을 만들고 그 속으로 들어간 네 사람은 하류를 향했다.



태승 일행이 어제부터 만 하루를 기다리는 사이, 포방은 우강을 반쯤 죽여 놓으면서 검술 기초부터 가르쳤다.


“제발 반 시진만 쉬게 해 주세요. 사부님!”


우강은 강변에 쓰러져 헉헉거리며 포방에게 사정을 했다.

얼굴은 땀과 눈물 콧물로 뒤범벅이 되었고, 알몸의 상체는 땀이 철철 흘렀다. 바지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

손에 든 자죽흑사검은 흙투성이였다.


“일어나.”


“제발, 제발요. 이러다 죽겠어요.”


“그 전에 내 손에 죽을래?”


작대기 하나 들고 우강을 가르치던 포방의 눈이 물속을 향했다.


“이제 왔군.”


물이 갈라지며 네 사람이 물속에서 나왔다.


“령아!”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우강이 벌떡 일어났다. 반갑게 달려와서 은근슬쩍 안으려고 했다.


짝.


“이 돼지새끼야. 너랑은 인연 끝이다.

앞으로 날 아는 체 하면 거시기부터 자른다. 명심해.”


예령은 강하게 싸대기를 날렸다. 연신경 절정 수사의 힘이다. 우강은 싸대기 한방에 나뒹굴어 기절했다.


“넌 뭐야, 강시야?”


예령이 포방에게 대놓고 너라고 부르는 바람에 대숙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령아, 그만!”


포방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네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대숙이 앞으로 나섰다. 포방에게서 엄청난 귀력을 느낀 탓이었다.


“귀, 귀왕이십니까?”


“그렇다.

네 사저에게서 이 몸으로 넘어왔다.

기억이 난다. 네가 장문대행이지?”


“그렇습니다.

귀왕이시다. 모두 예를 올려라.”


대숙이 선두로 예를 올리자 예령과 이숙, 삼숙 모두 예를 올렸다.


태승과 우정추가 이 모습을 보고 다가와서, 옆에서 예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우진은 취침 중이었다.


태승이 대숙에게 예를 올렸다.


“무사히 오셔서 다행입니다.”


“옥패를 박아놓은 덕분이지. 머리칼과 눈썹이 다 탔군. 다친 데는 없는가?”


“예.”


태승을 찬찬히 훑어보던 대숙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네 벌써 결신경 후기인가? 어떻게 이럴 수가!”


대숙의 말에 모두 깜짝 놀라, 태승을 다시 보았다.


“기연이 있었습니다.”


쓴 웃음을 지으며 태승이 대답했다.


예령이 미친년처럼 악을 쓰며 태승에게 달려들었다.


“야, 이 개자식아. 결신경 후기라면 네 새끼가 남아서 지켜야지, 어떻게 모친을 남게 해! 이 죽일 놈아!”


“령아! 그만해라!

너희들은 뭐해. 령아를 막아.”


악다구니를 퍼부으며 태승을 손톱으로 찢으려던 예령.

붙잡는 바람에 성질대로 되지 않으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시끄러워서 못 참겠구나.”


포방이 귀력으로 예령 주위를 둘러, 소리가 들리지 않게 만들었다.


“어서 얘기 해. 나도 할 말이 있다.”


“예.”


대숙은 공손하게 대답하고 태승에게 물었다. 우정추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선법대회는 포기했는가?”


“예. 결신경으로 올라갈 좋은 기회라 놓치기 아까웠습니다.”


“알겠다. 귀왕령은 어떻게 된 건가?”


“포방의 눈에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귀왕의 경지가 양신경 같은데 맞는가?”


“원래 몸의 경지는 양신경이고, 얼어 죽은 상태였습니다. 양신만이 살아남아서 저를 공격하다가 죽었고, 시체를 제가 수습했습니다.

그런데 왜 귀왕이라고 부르십니까?”


“귀왕령이 죽은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죽은 사람은 의지가 없으니까 귀왕의 의지로 움직인다. 그러므로 귀왕이라 부르고 받들어 모신다.

만약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 귀왕령이 들어가면 그 사람의 의지가 우선되기 때문에 귀왕이라 부르지 않고, 다만 윗분으로 받들어 모시지.”


태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몸에 귀왕령을 넣는 경우는 별로 없겠네요.

죽은 사람을 받들어 모시려 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살아있는 사람이 자신의 몸에 귀왕령을 넣고,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려는 것이 당연하지.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죽은 사람의 몸에 넣지만, 상황이 끝나면 죽은 사람을 제압하고 귀왕령을 빼내어 살아있는 사람에게 넣어야지.”


말을 듣던 태승은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이런 말을 전음으로 하지 않아도 되나?’


포방을 보는데 포방은 미소만 짓고 있다. 입이 없어 기괴하게 보였다.


태승의 움직임을 보고 속마음을 눈치 챈 태숙.


“괜찮네. 서로 다 아는 내용이고,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도 인정된 절차일세.

자네가 귀왕을 제압하는데 도와줘야 하네.

귀왕과 자네의 심령이 연결되어 있으니까, 자네가 꼼짝 못하게 심령으로 명령해주게.”


태승은 포방을 보았다. 미안한 느낌이 있었다.


“큭큭큭. 이제 말 다 끝났지? 아승, 너도 이해했고?”


“아승이라 부르지 마라 했지. 소름끼친다니까.”


포방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귀왕문의 네 제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날 제압해서 귀왕령을 꺼낼 거야?”


대숙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것이 전통입니다.

만약 수천 년 동안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죽은 사람이 귀왕문을 좌지우지 했을 것입니다.”


“물론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를 두고 싶다.”


“예?”


“나는 이 몸이 좋다. 양신경 수사의 몸은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조금만 수련을 쌓으면 5경 화신경으로 상승할 수 있는 몸이다.”


“귀왕께서 좋다고 전통에 따르지 않으실 수는 없지요.”


턱도 없는 소리라는 대숙의 표정이었다. 그러나 포방은 태승에게 말을 건넸다.


“어때, 내가 이 몸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수련하면 몇 년 내로 화신경으로 상승할 수 있다. 아마 삼십년 내 6경 연허경이 될 지도 모르지.”


“삼십년? 아!”


삼십년 뒤, 요족들이 대거 공격할 것이라는 사부의 말이 기억났다.


만약 포방이 6경 연허경이 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포방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다만 이번에 허락 없이 자신의 기억을 읽은 짓은 그냥 놔 둘 수 없다. 좀 있다가 단단히 따질 것이다.


“삼십년 내 연허경이라, 가능해?”


“가능하지. 한번 가 본 길이니까.”


귀왕은 태승과 심령으로 연결되는 바람에, 몇 가지 중요한 기억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서 태승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대숙은 둘의 대화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삼십년이 왜 필요한지 몰랐다.

하지만 눈치를 보니 태승이 귀왕의 말에 넘어가는 것 같다.

불안한 대숙이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안되네. 죽은 사람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둘 수 없어. 어서 귀왕을 눌러주게.”


“싫은데요?”


대숙이 장탄식을 하고는 손을 번개처럼 놀렸다. 까만 실이 우정추의 목을 휘어 감았다.


“어서 귀왕을 꼼짝 못하게 만들게. 부친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거든.”


태승은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이럴 것이라 예상했다.

우정추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처남인데 죽이시려고요?”


“흥! 처남 좋아하네.”


예령이 콧방귀를 뀌며 부스스 일어났다. 태승이 미소 지으며 예령에게 물었다.


“다 울었어?

그래도 부친인데 그렇게 말하면 쓰나.”


“부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십년 계약을 했고, 모친이 죽음으로 계약을 지켰다. 계약도 부녀관계도 다 끝났어. 부친도 뭐도 아냐.

대숙, 말 안 들으면 죽여 버려요.”


예령은 땅에 침을 뱉었다. 흥분하여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야, 태승.

우정추는 부인을 앞세우고, 자신은 뒤로 빠져 도망친 졸장부다.

알고 보니 이런 짓도 두 번째라더군.

마족이 들이닥치니까 네 모친과 조모를 버려두고 튀었다며?”


예령은 태승의 역린을 건드린 줄도 모르고 입에 나오는 대로 떠들었다. 태승의 살심이 폭발했다.


‘이 년이!’


태승의 손에서 황금빛이 번득였다. 장심뢰였다.


“안 돼!”


낌새가 이상해서 지켜보던 예령의 이숙과 삼숙이 몸을 날려 태승의 공격을 막았다.


퍽!


풍덩!


가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은 그대로 나가떨어져 강물에 빠졌다.


예령의 이숙과 삼숙은 인상을 쓰며 물속에서 일어났다.


‘저 놈 저거 왜 이렇게 강해진 거야?’


전에 몇 번 만났던 삼숙은 태승의 경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자기를 능가하지 않는가.


뒤늦게 물속에서 벌떡 일어난 예령은 엉엉 울면서 악을 썼다.


“이 거어지 새끼야!

네가 세면 얼마나 세다고 약한 여인을 때려?”


악을 쓰느라 산발이 된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사방으로 날렸다. 얼굴 한쪽은 붉고 반대쪽은 푸르렀다.

엉망이 된 옷차림까지 합쳐서, 한 마디로 미친년과 다르지 않았다.


왼쪽 뺨이 동그랗게 부어올랐는데 손바닥 자국이 아니고 장심뢰의 자국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태승이 힘을 빼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얼굴 반쪽이 날아갈 뻔 했다.


“약한 여인 다 죽었네. 네가 약해?”


기절했다가 깨어나 상황 돌아가는 것을 구경만 하던 우강이 결국 한마디 했다.

자신을 싸대기 쳤던 예령이 싸대기 맞으니 너무나 통쾌하고 속 시원했다.


이놈은 자기 부친의 목에 검은 실이 걸려있는 것이 보이지도 않는 모양.

하기야 봤어도 그게 무기인지 모르는 놈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선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감사합니다 +1 22.10.21 818 0 -
공지 실수했습니다. +1 22.10.13 435 0 -
공지 <신선 가즈아! 란 제목을 신선행! 으로 변경했습니다.> +2 22.06.10 502 0 -
공지 <변경사항> 22.06.04 3,378 0 -
131 제 130화 +31 22.10.21 1,552 56 12쪽
130 제 129화 +5 22.10.20 1,098 45 11쪽
129 제 128화 +2 22.10.19 1,157 48 11쪽
128 제 127화 +6 22.10.18 1,113 48 11쪽
127 제 126화 +4 22.10.17 1,177 53 11쪽
126 제 125화 +5 22.10.14 1,302 53 11쪽
125 후원금 감사합니다. +3 22.10.13 1,036 14 1쪽
124 제 124화 +7 22.10.13 1,208 51 11쪽
123 제 123화 +2 22.10.12 1,167 45 11쪽
122 제 122화 +2 22.10.11 1,209 44 11쪽
121 제 121화 +2 22.10.10 1,244 49 11쪽
» 제 120화 +2 22.10.07 1,385 46 11쪽
119 제 119화 +3 22.10.06 1,306 48 11쪽
118 제 118화 +2 22.10.05 1,284 47 11쪽
117 제 117화 +2 22.10.04 1,273 42 11쪽
116 제 116화 +3 22.10.03 1,313 42 11쪽
115 제 115화 +3 22.09.30 1,428 46 11쪽
114 제 114화 +4 22.09.29 1,297 51 11쪽
113 제 113화 +3 22.09.28 1,299 51 11쪽
112 제 112화 +3 22.09.27 1,335 40 11쪽
111 제 111화 +3 22.09.26 1,306 52 11쪽
110 제 110화 +5 22.09.23 1,451 40 11쪽
109 제 109화 +3 22.09.22 1,359 40 11쪽
108 제 108화 +3 22.09.21 1,337 40 11쪽
107 제 107화 +2 22.09.20 1,322 37 11쪽
106 제 106화 +1 22.09.19 1,340 4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