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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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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36

작성
22.05.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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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글자
12쪽

제 1화

DUMMY

무한히 넓은 홍황대륙에서 생존 원칙은 약육강식.

이를 인간처럼 잘 지키는 종족도 드물다.

수많은 종족에 비하면 천 억의 인간족은 바닷가 모래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마족이나 요족들보다 더 번성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수사(修士 ; 도를 닦는 수도사)의 세계도 마찬가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칠대종(七大宗)은 단합하여, 올라오는 새싹들을 밟아주었다.

세력을 일으켜 감히 종이라고 자칭했던 무리가 있으면 떼거리로 몰려가 없애버렸다.



높은 산 그림자에 가려 햇볕이 닿지않는 계곡.


계곡 중간에 서 있는 전각은 화염에 휩싸였고, 주변에는 백의 수사들의 시체가 널부러졌다. 수사 몇 명만 간신히 계곡 안 폭포쪽으로 도망쳤다.


흑의 수사들은 기습 성공으로 잔뜩 흥분했다. 금방이라도 쫓아가고 싶어 곁눈질로 뒤를 힐끗 쳐다보았다.


수사들 뒤에는 차가운 표정의 청년이 뒷짐지고 서 있었다. 턱을 치켜든 얼굴위로 교만한 기색이 넘쳐흘렀다. 검은 옷깃에 금실로 수 놓은 현(玄)자가 눈부셨다.


현도종 금급제자이며 척살 십일대주 갈용.


갈용은 한빙종 수련곡이라고 씌여진 현판(간판)을 발로 밟은채, 명령을 내렸다.


"나머지 허섭쓰레기도 쓸어버려라."


"존명!"


흑의 수사들은 신이 나서 부적을 던지거나, 영력을 끌어올려 앞으로 쏘았다. 부적과 영력은 허공에서 다양한 형태의 화염으로 변화했다.


십장 길이의 시뻘건 불뱀, 집채만한 불새, 마차바퀴 만한 화륜 등 화염 덩어리가 계곡 안을 향해 날아갔다. 화염이 지나가는 곳마다 풀들이 순식간에 타버렸다. 화염 덩어리는 한줌도 안되는 백의 수사들을 당장이라도 태워 죽일듯 기세등등했다.


촤악!


계곡 중앙의 폭포가 갈라지며 대머리 중년 수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에 묶은 백금 머리띠때문에 대머리가 더욱 빛났다.


수사는 양 손을 벌려 크게 휘둘렀다. 폭포수 줄기가 수룡처럼 날아가며 얼어붙어 떨어져, 수사들 앞에서 얼음 장막을 만들었다. 흑의 수사들이 발사한 화염 덩어리는 장막에 부딪치며 치익 소리와 함께 연기처럼 흩어졌다.


대머리 수사가 앞으로 나와 크게 꾸짖었다.


"더러운 현도종 놈들. 정당하게 대련을 요청하지 않고, 비겁하게 급습하다니! 그러고도 네놈들이 칠대종이냐!"


갈용은 오만하게 냉소를 날렸다.


"흥, 벌레같은 것들이 감히 우리 같은 종(宗)이 되려고 한 죄다."


"한기야 말로 모든 음기의 근원! 한빙종은 종(宗)이 되고도 남는다."


"죽고 나서 그따위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갈융의 악담에 중년 수사는 죽음을 각오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네놈들이 경시하는 지극한기의 맛을 보여주마. 오늘 누가 죽는지는 두고봐야 알겠지."


뒤에 있던 수사들이 대경실색하여 외쳤다. 안타까워 탄식하는 소리가 터졌다.


"곡주님!"


"안됩니다!"


"사매들이 진(陣)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되는데 구태여."


"바보같은 놈들. 더 강한 적이 숨어있다. 동귀어진할 각오로 싸워라."


곡주는 자신의 모든 영력을 깡그리 끌어올렸다.


"곡주답게 눈치 챘군. 그래봤자 다 죽는 건 변함없다."


갈용은 비웃고는 몸을 돌려 예를 올렸다.


"금관대인(金冠大人), 폭포 뒤의 놈들을 맡아 주십시오."


갈용의 옆, 빈 허공에 물결같은 파동이 일어나더니 금관을 쓴 동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자는 아이들이 명절에 입는 붉은 옷에 목걸이와 팔찌를 주렁주렁 둘렀다. 대여섯 살 되어보이는 빨간 얼굴에 동그란 눈. 금관을 쓴 머리에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것만 이상할 뿐, 보통 아이와 다를바 없었다.


곡주는 눈을 마주치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금관인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뿔이다.


'사람이 아니고 영수다. 금관처럼 생긴 뿔! 저게 무슨 영수더라?'


영수(靈獸)는 영력과 지능을 가진 돌연변이 짐승이다. 영력과 지능이 있어 도를 닦을 수 있다. 도를 닦아 경지가 상승하면, 얼굴과 몸이 사람처럼 바뀐다. 물론 겉 모습만 바뀌고, 본질은 그대로다.


금관대인이라는 영수는 사람의 얼굴. 도를 닦아 경지가 상승했다는 표시다.


'경지가 감지되지 않는다. 3경 결신(結神) 후기(後期)인 나보다 더 높은 경지라면, 혹시 4경 양신(陽神)?'


결신경 바로 위 경지가 양신경이지만,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양신경이 되려면 결신경에서 목숨걸고 천겁(天劫 ; 하늘의 시련)을 넘어서야 하는데, 대부분의 수사들은 천겁을 넘는 도중에 죽는다. 곡주 역시 그게 두려워서 결신경 후기에서 미적거리고 있었다.


폭포를 보는 동자의 눈동자가 뱀의 눈처럼 옆으로 길게 늘어났다. 동시에 입 꼬리가 커다랗게 귀까지 쭉 찢어져, 사람 머리도 통째로 삼킬만큼 입이 커졌다.



곡주가 기억을 더듬는 사이, 눈과 입이 뱀처럼 변한 동자는 곡주의 대머리를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머리털이 없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다.


톱날같이 날카로운 이빨 사이, 끝이 갈라진 뱀의 혀가 날름거렸다. 짐승 특유의 잔인하고 포악한 기세가 물씬 풍겼다.

곡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빌어먹을. 한가한 자리로 쫓겨나는 바람에 수련도 포기하고 놀았더니, 오늘 저 놈에게 죽겠구나.'


그러나 그냥 죽을 수는 없는 법. 곡주는 필사적으로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것이 상대의 눈에도 뚜렷이 보였다.


마음 급해진 갈용은 동자를 재촉했다.


"금관대인. 저 자는 제가 맡을 테니 어서 폭포 뒤의 동굴로 가시죠."


동자의 고개가 갈용을 향해 천천히 돌아갔다. 너까짓게 감히 나를 재촉해, 하는 눈빛이었다.


동자의 눈에 살기가 떠올랐다. 뱀의 혀가 입에서 슬슬 빠져나왔다. 살벌한 눈빛이 갈용에게 집중되며, 비릿하고 으시시한 살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하다!'


갈용의 오만했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죄, 죄송합니다. 금관대인, 살려주십시오."


동자는 여전히 갈용을 노려보았다. 퍼붓는 살기를 감당하기 힘들어, 갈용의 얼굴에서 비지땀이 흘렀다.


한참을 노려보던 동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졌다.


깜짝놀란 곡주는 뒤를 돌아보았다. 폭포수의 물줄기가 잠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동자는 곡주의 머리 위 공간을 뛰어넘어 폭포수를 통과한 것이었다.


곡주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방금의 한 수는 자신이 흉내조차 낼 수 없다.


'큰일이다. 폭포 뒤 제자들이 위험해.'


곡주는 뒤따라 가 영수를 막고 싶었다. 그러나 갈용의 강한 살기가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이대로 뒤돌아 폭포로 뛰어들면, 등에 꽂히는 갈용의 공격에 당한다.


"네 상대는 나다. 어딜 도망가려고."


갈용이 비웃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얼굴의 흙빛은 사라지고 처음의 오만한 낯빛으로 되돌아왔다.


제자들의 위급한 상황에 곡주의 마음은 급했다.


'더러운 놈!

제자들을 지키는 결계(結界 ; 주문이나 진법 등으로 일정 구역을 제한하는 것)가 오래 버텨줘야 할 텐데. 얼른 저놈을 없애고 뒤따라 가야겠다.'


곡주는 영력을 몽땅 끌어올렸다. 주문을 외우자 곡주의 전신에서 백색의 광채가 폭풍처럼 일어났다. 광채는 극에 달한 한기를 내포했다. 지극한기를 옷처럼 두른 곡주는 갈용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곡주는 바람처럼 내달았다. 곡주가 지나치는 사방 십장은 모든 것이 얼어버렸다. 불타던 전각이 그대로 얼어붙고, 선두의 흑의 수사 다섯 명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얼음덩이가 되었다.


지극한기가 지나간 주변 공기가 급격히 응축되면서 큰 바람이 일어났다. 바람이 백광의 뒤를 따라가며 얼음덩이를 산산조각내었다. 살아남은 흑의수사들은 기러기처럼 좌우로 넓게 퍼져 백광을 피했다.


엄청난 위력에 놀란 갈용. 영력을 운용하여 저물환(儲物環 ; 물건을 축소해서 넣는 반지)에서 방패를 꺼냈다. 비밀번호는 침입할 때 미리 풀어놓았다.


'금관대인이 들어갔으니, 나올때까지 수비하면서 시간끌면 된다'


꺼낸 방패는 시커멓고 한 손만 가릴 정도로 작았지만, 중앙에 새겨진 금색 무늬는 현묘하기 이를데 없어 범상한 물건이 아니었다.


갈용은 방패에 영력을 주입했다. 방패는 순식간에 일장 길이로 커져 갈용의 전신을 가렸다. 무늬에서 금빛이 샘 솟듯 일어나 방패 전면을 휘감았고, 방패는 만년거북의 등딱지처럼 견고해졌다.


쩌정!


방패와 백광이 부딪쳤다. 방패는 조금의 손상도 없이 백광을 사방으로 분산시켰다.


곡주는 끄떡없는 방패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품(上品) 영보(靈寶 ; 영력을 불어넣으면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보물)! 이놈들이 작심하고 준비했구나."


갈용은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와하하, 상품 영보 흑구순(흑색 거북 방패)은 역시 다르다!"


자신감이 생긴 갈용은 방패를 빙빙 돌리며 수하들에게 외쳤다.


"이자는 내가 맡을 테니, 너희들은 나머지를 빨리 처리하고 나를 도와라.

폭포 뒤는 들어가지 마라. 자칫하면 금관대인에게 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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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설정입니다. 꼭 읽지 않아도 흐름에 지장 없습니다.>

1. 지리

무한히 넓은 홍황대륙에 수천 조(兆)의 요족, 마족, 수인족, 귀신족, 충족, 영수, 괴수, 야수들이 뒤섞여 약육강식으로 살아감. 험준한 만룡산맥이 천연 장벽이 되어, 대륙의 한 구석에 천 억의 인간족들이 천봉, 적사, 흑오의 세 제국과 오십 개의 식민지 왕국을 세우고 번성.

2. 사회

힘이 최고다. 그런 의미에서 세 제국의 황제보다도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신선도를 닦는 일곱 종파의 일곱 종주. 일곱 종파는 구역 제한이 없기 때문에 세 제국 어디든 제자가 널리 분포되어 있다. 또한 엄청난 선법(도술이나 신통력의 일종)을 발휘할 수 있어 막강한 실세다. 황제도 일곱 종주에게 고개를 숙인다. 왕도 상당한 경지의 수도사 눈치를 본다.

그러나 수도사는 국가의 정치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다. 이들의 인생 목표는 오로지 진선이 되는 것이므로 날마다 문닫고 수련만 하는 수도사가 대부분이다.

3. 수도사의 경지.

(1). 하위 삼경(三境)

1경 연기(煉氣), 2경 연신(煉神), 3경 결신(結神).

각 경지 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뉘어져 합계 9개의 경지가 있다.

여기서 중위 경지로 한 차원 상승하려면 천겁(天劫)이라는 시련을 겪고 살아남아야 한다.

(2). 중위 삼경(三境)

4경 양신(陽神), 5경 화신(化神), 6경 연허(煉虛).

각 경지 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뉘어져 합계 9개의 경지가 있다.

여기서 상위 경지로 한 차원 상승하려면 도겁(道劫)이라는 시련을 겪고 살아남아야 한다.

(3). 상위 삼경(三境)

7경 합도(合道), 8경 대승(大乘), 9경 진선(眞仙).

각 경지 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뉘어져 합계 9개의 경지가 있다.

(4). 참고로 무공수련자(일류 이하)도 연기경으로 본다. 연기경의 영력(靈力 ; 신선이 되려면 꼭 필요한 힘) 수련은 기를 단련하는 것이므로 처음에는 무공수련자의 내공 수련과 같기 때문. 그러나 영맥(靈脈)이 있고 없느냐에 따라 진로가 달라진다. 연기경 다음부터 무공수련자는 경지별 다른 이름으로 구분한다. 보통 삼류(연기경 초기)>이류(연기경 중기)>일류(연기경 후기)>절정>초절정>화경>현경 등. 그리고 화경이나 현경의 무공 고수는 웬만한 수도사도 함부로 못한다. 전투 준비 하기도 전에 목이 잘릴 수 있다.

(5). 이상의 경지 구분은 인간에 한한다. 무한히 넓은 홍황대륙에는 별 별 괴물이 다 있으므로 이보다 더 높은 경지의 개체도 있을 수 있다.


작가의말

읽는 동안이라도 신선이 되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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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제 124화 +7 22.10.13 1,208 51 11쪽
123 제 123화 +2 22.10.12 1,167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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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제 121화 +2 22.10.10 1,245 49 11쪽
120 제 120화 +2 22.10.07 1,385 46 11쪽
119 제 119화 +3 22.10.06 1,306 48 11쪽
118 제 118화 +2 22.10.05 1,285 47 11쪽
117 제 117화 +2 22.10.04 1,274 42 11쪽
116 제 116화 +3 22.10.03 1,313 42 11쪽
115 제 115화 +3 22.09.30 1,428 46 11쪽
114 제 114화 +4 22.09.29 1,297 51 11쪽
113 제 113화 +3 22.09.28 1,300 51 11쪽
112 제 112화 +3 22.09.27 1,335 40 11쪽
111 제 111화 +3 22.09.26 1,307 52 11쪽
110 제 110화 +5 22.09.23 1,451 40 11쪽
109 제 109화 +3 22.09.22 1,360 40 11쪽
108 제 108화 +3 22.09.21 1,337 4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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