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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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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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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4
글자수 :
638,436

작성
22.10.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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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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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1쪽

제 127화

DUMMY

[아승아, 괜찮으냐?]


[괜찮습니다.]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어?]


[별 시답잖은 개뼈다귀가 쓸데없는 말을 하잖아요. 몸도 없는 것이.]


혼체가 뭔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심마(心魔)가 왔구나.

때가 다 된 모양이다.]


[심마라니요?

그리고 때가 다 되었다는 것은 무슨 말씀인가요?]


[하늘을 봐라.]


아까 사방에서 몰려오던 먹구름이 지금은 하늘을 꽉 채웠다. 태양도 가렸다. 날이 어두웠고 금방이라도 비와, 천둥벼락이 내려칠 것 같았다.


[곧 천겁이 올 것 같구나.

심마는 천겁 직전과 직후에, 간 보러 오는 거다. 그놈이야 말로 가장 교활하고 간특한 마귀지.

천겁이 끝났다고 긴장 풀지 말거라.]


[교묘하게 겁박하는 수작질이 딱 그럴 놈 같았어요.]


혼체는 태승을 따스하게 보았다.


[방금 네가 한 말을 들었다. 잘 했다.

네 생각이 어떤지 아무 말 하지 않고 지켜봤는데, 네가 옳다.]


[옳다니 다행이네요.

이런 결론을 내느라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


[수고했다. 훌륭해.

내가 배운 것도 네 생각과 비슷하단다.

수사는 오로지 도만 닦고 도에 의지해서 살아가야 한다.

도에 따라 살려면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지. 하늘의 뜻과, 도의 길은 가끔 상충되니까.]


하늘에서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둥이 칠거라는 조짐이었다.


혼체의 심어가 빨라졌다.


[우리가 보기에 하늘은 옹졸하지.

자신을 거스르는 것을 용납 못하고, 신선이 되려는 수사를 천겁과 도겁으로 막고 벼락으로 때려죽이니까.


하지만 하늘과 싸워봐야 소용없으니,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낫다.]


[어떻게요?]


[나를 단련시켜 준다고 생각하렴.

곧 벼락이 떨어지겠구나. 천겁은 벼락이 크게 세 번 떨어진다.]


태승은 인상을 찌푸렸다.


[세 번씩이나? 한 번에 끝내면 안 되나.]


[도겁은 아홉 번이야. 뭘 세 번 갖고 그러냐.

무사히 잘 버티어라.]



혼체가 떠나고, 갑자기 사방이 적막해졌다. 폭풍 전야의 조용함.


태승은 하늘을 힐끗 보았다. 먹장구름 속에서 번개 빛이 번쩍였다.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빛깔도 다양했다. 황금빛이 대부분이지만, 은빛도 많다. 빨간 번개, 파란 번개, 찢어진 번개에다 제일 무서워 보이는 보라빛 번개락.


‘빌어먹을, 저런 것들이 다 쏟아져서 한번이라는 거야?’


말을 들었는지, 벼락이 태승의 머리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맛보기로 제일 흔한 황금빛 벼락.


우르릉 쾅쾅.


태승은 영력으로 몸을 감쌌다. 귀력은 벼락과 상극이라 쓰면 역효과 난다.


벼락은 하나씩 떨어졌다.


‘어마, 뜨거.’


첫 벼락에는 싸대기를 맞은 것처럼 눈에 불이 번쩍 했다. 엉덩이가 저절로 들썩였다. 아픈 것보다 놀랬다.


다음부터 떨어질 때 마다 온 몸이 타는 듯 한 충격이 왔지만 버틸 만 했다. 충격은 잠시 머물다 지나갔다.


그 다음부터 벼락은 틈을 주지 않고 하나씩 줄줄이 떨어졌다.

충격이 지나가는 시간보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충격이 누적되어 통증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러나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태승은 통증을 이기려고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처음 황금빛 벼락이 순한 맛이었네. 빨간 벼락은 매운맛. 생긴 대로 논다고 보랏빛 벼락이 제일 화끈해.’


흑구순 생각이 절로 났다. 아쉬웠다. 머리위에 받치면 한결 나을 것 같았다.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 구름은 물러갔다.


‘이렇게 세 번이면 충분히 할 만한데, 갈수록 더 강해지겠지. 몸부터 추스르자.’


삼년동안 자란 머리털과 눈썹을 다 태워먹었다. 혹시나 싶어 거시기를 만져보니 털 하나도 없이 매끈했다. 백 뭐가 된 것이다.

의외로 옷은 타지 않았다.


태승은 몰랐지만, 천옥미환진의 결계가 벼락의 일할을 걸러냈다.



반 시진 뒤 다시 먹구름이 몰려왔다.

두 번째.


쾅쾅쾅쾅


첫 번째보다 확실히 강했다. 소리부터 달랐다.

게다가 바람까지 거세게 불었다. 바람은 호랑이보다 더 큰 소리를 내며 태승을 마구 흔들었다.


‘앉은 자세를 무너뜨려 힘 못쓰게 하려고. 치졸한 새끼.’


그 새끼가 무엇인지 말 할 필요 없다.


태승은 앉은 자리에서 힘을 주었다. 엉덩이가 바닥의 돌을 파고들었다.

신선이 도 닦았다는 곳에 흔히 있는, 움푹 파인 모습 그대로였다.


이번에는 한 묶음씩 떨어졌다. 떨어질 때마다 충격이 엄청났다.

첫 번째가 송곳 같다면 두 번째는 양날 도끼로 맞은 기분이었다.


한차례 맞을 때마다 전신이 얼얼했다. 입에서 단내가 나오고, 쓰러질 것 같았다. 여러 차례 맞고 나니 토까지 나올 것 같았다.


태승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버텼다.


벼락이 멈추었다.


‘휴우, 두 번째도 끝났나?’


[[아닌데. 잠시 쉬는 거야.]]


또 그놈이다.


태승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말 섞으면 놈의 수작에 넘어간다. 사람 마음속을 꿰뚫어보고 교묘하게 충동질하기 때문이다. 신경 끄는 게 상책이다.


[[힘들지? 그만하면 잘 버텼다. 역시 상 남자야.

체면치레는 했으니 쉬어. 다음에 다시 하면 돼.]]


깜빡하면 넘어갈 뻔 했다.


[[네가 걱정 되서 그래.

다음 벼락은 더 힘들어.

세 번째는 지금보다 열배는 더 쎄. 자칫하면 죽는다, 너.]]


귀찮았다. 아무 대거리도 하지 않고 태승은 영력을 모았다.


우르르르


구름이 모여 한참을 뭉갰다. 그 동안 번개를 다 모아, 한방에 때려 부었다. 벼락의 폭포수가 태승에게 다 쏟아졌다.


쾅!


천지가 뒤흔들렸다.


벼락의 폭포를 고스란히 견딘 태승.


눈앞에는 온통 번개 빛이었다. 번쩍거리는 번개 빛과 뜨거운 불길. 옷까지 전부 타버려 냄새가 고약했다.


머리가 웅웅거리고 귀까지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과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골이 깨질듯 아팠다.

신혼의 겉껍질이 갈라지고 있었다. 신혼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윽!”


토가 올라와 뱉었는데 시뻘건 피였다. 뱉고 나니 시원했다.


하늘의 구름은 사라졌다. 두 번째가 끝난 것이다.


[[다음은 이것보다 열배는 더 강해.

이만큼 버틴 것도 장하니까, 몸 생각해서 다음에 해. 천겁 통과해도 몸 상하면 무슨 소용이야.

천겁 통과용 인급 영보도 귀시에서 팔고 있어. 그것 사서 쓰면 넘어가기 쉬워. 몸도 다치지 않고.

일월문주나 표향문주 전부 그런 것 사서 천겁 넘은 거야.

미련 부리지 말고 내말대로 해.]]


“꺼져, 이 썩을 놈아.”


[[키키키, 드디어 대답을 했구나.

바보 같은 놈. 나하고 말 섞지 말았어야지. 말 섞은 이상, 네놈은 죽을 수밖에 없다.]]


순간 뜨끔했다.

태승은 고개를 마구 흔들어 머릿속에서 놈의 말을 지웠다.


‘아니다. 이것도 놈의 수작이다. 넘어가면 안 돼.’


심마가 즐겨 사용하는 죽음의 암시.


사람은 암시에 굉장히 약한 생물이다.

심마의 암시에 걸리면 그 말에 세뇌되어 자기가 죽는다고 믿는다. 이 믿음 때문에 결국 자기가 스스로를 죽인다.


심마는 힘 안 쓰고, 말 몇 마디로 없애니 너무 편하다.



태승은 벼락을 맞느라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멀찌감치 에서 태승을 걱정스레 지켜보는 시선이 여럿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다.


천둥번개가 그렇게 떨어지는데 모를 수 없다. 혼체는 당연하고, 금관비사와 포방과 청설호, 안개구슬까지 나와 태승을 속으로 응원했다.


드디어 세 번째 구름이 몰려왔다.


갑자기 천지가 조용해졌다. 사방이 시커멓게 변했다.


암흑 속에서 단 하나의 벼락이 소리 없이 내려쳤다.


어두워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벼락은 거대한 장창처럼 태승의 몸을 관통 했다.


마치 하늘에서 벼락의 신이 노리고 던진 것 같았다.


“컥!”


통증의 차원을 넘어섰다. 치명상을 입은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준비할 걸, 좀 더 알아볼 걸 하는 후회가 마구 치밀었다.


뒤이어 날아든 벼락은 두 개.

어찌 어찌 버텼다.


시간을 두고 다시 떨어진 벼락은 네 개.


태승은 겨우 버텼다.


벼락 떨어지는 소리는 전혀 없었다.

사람 간을 졸아 붙게 만드는 것처럼, 벼락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곱절로 늘어나며 떨어졌다.


다음 차례에는 곱절로 늘어나니 알아서 하라는 듯, 계산할 시간을 주면서 기계적으로 벼락이 떨어졌다.


이거야 말로 제대로 겁주는 것이었다. 계산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음 숫자에 지레 겁먹고 자진해서 포기하게끔 만든다.


이번에는 여덟 개.


간신히 버텼다.

벼락을 맞을 때마다 피를 토해, 앞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포기해.]]


말 할 힘도 없었다.

손가락으로 욕을 대신 했다.


[[미련한 새끼. 죽어라.]]



그때부터 진짜 천겁이 시작되었다.


벼락이란 벼락은 모두 모여 태승을 두드렸다. 짓밟고 뭉갰다.

태승을 갈아 마실 것처럼 벼락은 조금의 여유도 없이 내려쳤다.


태승은 앉은 자리에서 앞으로 엎어졌다. 바닥에 비스듬히 붙은 입과 코에서 피가 연신 흘러나왔다.


[[포기한다고 해라. 그러면 살려주고, 다 낫게 해 주마.]]


끝까지 사람을 속이려 든다.

심마는 치유 능력이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말 뿐.


너무 아프더니, 이제는 통증을 느낄 수도 없었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벼락은 마음까지 공격한 것이다.


벼락이 떨어질 때 마다 마음은 흠칫흠칫 놀랐다. 마음도 몸처럼 공격을 버티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이미 넘었다.


그래도 태승은 고집스럽게 포기하지 않았다.


‘까짓것 죽으면 죽는 거지.’


죽기로 작심하니 놀란 마음이 진정되었다. 가라앉고 차분해졌다.


‘빨리 끝장을 내.’


천겁은 극에 달했다.

뇌성벽력이 몰아치고, 천지가 뒤흔들렸다. 땅이 쩍쩍 갈라지고, 안개호수가 들끓었다.

태승이 엎어져 있는 낭떠러지도 부르르 떨렸다. 조만간 부서질 것 같았다.


갈수록 벼락이 기승을 부리더니, 벼락이 떨어진 땅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바위뿐인데 어떻게 불이 붙었는지, 강한 화염은 바위를 녹이면서 커져갔다.

태승은 곧 불길에 휩싸일 것 같았다.


‘힘도 좋네.’


목숨을 포기하니 엄청난 벼락과 화염 앞에서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단 하나, 자신 같은 인간은 자연의 위력에 비하면 개미만도 못하다는 느낌뿐.


속에서 오기가 울컥 솟아났다.


‘개미에게도 개미의 삶이 있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힘만 세면 다냐? 힘 있는 놈이 최고인가?

힘 있는 놈이 제멋대로 힘을 사용하면서, 하늘의 뜻이라고 갖다 붙이면 끝인가?

그런 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나는 절대 인정 못한다. 죽어도 거부한다.

이런 내가 거슬리면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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