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조회수 :
219,287
추천수 :
5,954
글자수 :
638,436

작성
22.10.04 11:40
조회
1,273
추천
42
글자
11쪽

제 117화

DUMMY

태승과 심령이 통하기 때문에, 생각만 해도 포방은 알아차렸다.


포방도 발을 강하게 내딛고, 자신의 등 뒤 수면을 향해 장력을 세게 때렸다.


펑!


둘의 힘이 동시에 발휘되자, 오봉선은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계속 해!’


연속으로 수면을 때리는 소리. 그리고 배가 나아가는 소리가 수로 동굴을 흔들었다.


동굴 속에서의 소리는 밖에서 보다 크게 들린다.


우정추를 찾으려고 청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헌원가의 수사들과 흑도 방파 무인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저 쪽이다. 배를 틀어.”


“우정추는 잡아라. 죽여도 된다.”


지하수로의 중간 통로에서 작은 배들이 튀어나왔다.

사람 다섯을 태운 작은 배는 날렵하게 빠진 몸체로 오봉선을 뒤쫓았다.


그러나 오봉선이 더 빨랐다. 태승과 포방의 영력 덕분에 뒤쫓는 배들이 따라잡지 못했다.


뒤쫓는 배에서 쇠뇌를 쏘고 장창을 던졌다. 살짝 위험했다.


‘귀찮아.’


백색 한기가 태승의 배 뒤쪽부터 눈처럼 수면을 뒤덮었다.


쓰으으으.


한기가 닿은 수면은 순식간에 기온이 급강하 하면서 꽁꽁 얼어버렸다.


뒤쫓던 배들은 빙하에 갇힌 꼴이 되었다. 꼼짝할 수 없었다.


헌원가 수사들은 화염구로 배 주변을 녹이고, 무인들은 도끼로 얼음을 깨부쉈다.


그러는 사이 태승이 탄 배는 앞으로 쭉쭉 나아가 거리를 두었다.


빙하와 거리를 둔 태승의 배 사이에 물살이 출렁거렸다.


촤아아아.


태승의 손에서 한기가 파도처럼 일어나 장벽을 만들었다. 지하수는 커다란 얼음벽이 되어 수로 중간을 가로막았다.


“하하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야.”


우강이 철없이 낄낄거렸다.



한 시진 만에 지하수로를 벗어났다.


컴컴한 지하수로에서 나와, 노을 지는 하늘을 보니 살 것 같았다.


“와, 드디어 나왔다.

아버지, 추적은 완전히 따돌린 거죠?”


“아직 모른다. 하류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에이,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다.

조금 더 내려가니 강 하류에 큼직한 배 다섯 척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봉선보다 서너 배는 큰 규모에 이삼십 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대부분 무인들이었고, 흑도 사대방파의 옷을 걸쳤다.


배 위쪽에는 언제라도 날수 있게 수사들 몇이 대기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피할 곳이 없다.”


우정추는 탄식을 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던 태승은 뒷배에서 앞으로 넘어왔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돌파해야지. 방법이 없지 않느냐?”


“영력 파동을 보니 결신경 수사들이 있지만 많지 않습니다.

시선을 돌리는 사이에 물속으로 지나가도 탐지할 것 같지 않습니다.


저와 포방이 배를 이끌고 돌진하여 시선을 끌겠습니다.

장찰과 봉만 장로를 따라 은밀히 물속으로 통과하십시오.”


“수하들은?”


“저와 포방이 반반 데리고 돌격할 겁니다. 생사는 운에 맡겨야죠.”


수하들도 상황을 보았다. 얼굴에는 도망갈 기색이 역력했다.


우정추는 갈등에 휩싸였다.


“내 보물은?”


“여기까지 따라온 수하들에게 나눠주세요. 그 정도는 줘야 저와 포방을 따라 싸울 겁니다.

작은 것 몇 개 정도는 품에 넣어 가지고 갈 수 있겠지요.”


우정추는 속이 타들어가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평생을 모은 것인데, 이놈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


우정추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되돌아가면 안 될까?”


“어림도 없습니다.

뒤에 쫓아오던 수사들이 곧 얼음벽을 녹이고, 죽이려고 달려들 겁니다.”


“혹시 다른 길은 없을까?”


한심했다. 퉁명스런 대답이 저절로 나왔다.


“포기하세요.

살아남기만 하면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습니다.

어서 결단을 내리십시오. 조만간 배가 부딪칩니다.”


“알았다. 강아, 진아, 어서 챙기자.”


우정추는 눈물을 머금고, 상자 속의 보물을 닥치는 대로 품속에 넣었다. 우강과 우진도 달라붙어 상자를 뒤졌다.


태승은 속으로 탄식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인데, 그렇게 품에 쑤셔 넣고 싶을까.’


“너무 많이 넣어 움직이기 힘들면, 공격을 피하기 어려워 죽을 수도 있습니다.”


부친과 숙부의 노는 꼴을 보고 한마디 했다. 그 말에 뜨끔했는지 손을 멈추었다.


태승은 손에 닿는 대로 상자를 들어 앞의 배와 뒤의 배에서 바라보고 있는 수하들에게 던졌다.


“적당히 챙기시고, 모두 준비하세요.

곧 돌격합니다. 전투 중에 알아서 살길을 찾으세요.”


“당연하지요. 감사합니다. 대공자.”


당장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보물은 보물.

입이 귀에 걸린 수하들은 몇 개씩 품에 넣고, 무기를 굳게 잡았다.


“남은 보물은 놈들에게 던질 겁니다. 눈이 뒤집어지게.”


태승은 중간의 오봉선 연결구를 끊고 포방을 불렀다.


‘이리 와. 같이 선두에 서자.’


‘왜?’


‘성동격서’


포방이 고개를 끄덕이고, 오봉선 앞머리에 영력을 불어넣어 단단하게 만들었다. 오봉선 세척이 나란히 섰다.


그 사이 태승은 장찰과 봉만을 불렀다.


“두 장로님은 방주와 숙부, 강이를 데리고 물속에서 천천히 앞으로 가십시오.

저 놈들을 혼란시켜놓고 저와 포방이 곧 따라가겠습니다.”


장찰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애원했다.


“저희가 영력이 부족하여 오래 버티기 힘듭니다. 빨리 오십시오.”


“어떻게든 버티셔야 합니다.

한바탕 아수라장을 만들어 혼을 쏙 빼놓아야 따라오지 못하지요.

지금 당장 들어가세요.”


장찰은 적들에게 보이지 않게 배 뒷전으로 돌아가서 물속으로 슬며시 빠져들었다.


물속에서 영력으로 커다란 물거품을 만들었다.


(빨리 들어오십시오.)


뒤따라 봉만이 물속에 들어가, 흑구순을 팽창시켜 우산처럼 씌웠다.

이러면 위에서 떨어지는 공격은 막을 수 있었다.


우정추, 우진, 우강이 차례로 입수하여 물거품 속으로 들어갔다. 물거품속의 공기로 호흡은 충분했다.


(갑니다.)


태승은 어서 가라고 손짓하고 만근부를 꺼냈다. 오봉선 지붕만큼 거대한 도끼날이 석양에 핏빛으로 물들었다.


포방이 만근부를 보고 침을 흘렸다.


“와, 좋다. 그런 무기로 두들겨 패야 제 맛인데.”


“오봉선 하나 비잖아. 그것을 휘둘러.”


“쳇. 일단 하나 던진다. 시작해?”


“시작하자.”



귀물은 빛기둥에 내상을 입었다.

빛기둥은 척사의 신통이 있어 내상이 쉽게 낫지 않았다.


헌원 세가 수사들은 진마진을 펼쳐 귀물을 포위했다. 목적은 헌원삼 장로가 영력을 회복할 때 까지 귀물을 묶어 놓는 것.


귀물은 포위망을 뚫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직감했다.


크와와.


쓰러진 채 눈치를 보다가 갑자기 발딱 일어나 포위망에 달려들었다.


쾅쾅쾅쾅.


포위망을 탈출하려 이곳저곳에 부딪쳤지만 되레 튕겼다.

진마진은 마물 죽이기에 특화된 진이라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귀물은 인간의 기억은 사라지고 본능만 남은 상태. 본능으로 진의 약점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뚫을 길은 보이지 않았다. 불안감만 갈수록 더해갔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 덤벼든다. 지금 귀물의 상태가 이랬다.


그르르르!


귀물은 귀력을 몽땅 끌어올려 덤벼들었다. 아까와 움직임이 달랐다. 훨씬 과격하게 들이 닥쳤고, 강한 충격이 일어났다.


귀물은 진마진 내에서 좌충우돌, 닥치는 대로 부딪쳤다.


호위장은 위기감을 느꼈다.

진이 삐걱대고 있었다. 만약 진이 깨지면 전부 다 죽는다.

큰 소리로 수하들을 독려 했다.


“이 새끼가 영약을 들이마셨나. 왜 이렇게 힘이 넘쳐.

얘들아, 조금만 버텨라. 저놈이 죽기 직전에 발악하는 거다.

곧 장로님이 깨어나실 거다.

귀물은 해떨어지기 전에 죽여야 한다. 해가 지면 우리가 죽어.”


헌원삼은 명상에서 깨어나 신중하게 귀물을 지켜보았다.

영력은 빛기둥을 한 번 쏠 수 있을 정도만 회복되었다. 정확하게 맞춰야 했다.


쾅! 쾅! 쾅! 쾅!


드디어 진의 약한 고리를 찾았다. 이제 막 결신경이 된 수사가 위치한 자리였다.


귀물은 전력을 다해 그곳을 공격했다.

귀물의 속셈을 알아차린 호위장은 급하게 순간이동 영보로 이동했다.


수사가 다치기 직전, 호위장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이판사판이다.’


호위장은 아꼈던 비장의 무기를 귀물에게 던졌다.


황금빛 그물이 번쩍이며 귀물을 휘어 감았다. 그물 줄은 가늘어서 귀물이 힘만 주면 바로 끊어질 것 같았지만, 엄청난 신축력이 있어 끊어지지 않았다.


귀물의 머리위에 번개가 떨어졌다.

그물은 번개를 부르는 인급 영보였다.


번개는 삿된 물건과의 상극.

연거푸 머리에 떨어지는 벼락 때문에 귀물은 정신이 없었다. 머리에서 시커먼 연기가 일어났다.


번쩍.


광명경의 빛기둥이 귀물의 머리를 정확히 타격했다. 귀물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서 사방으로 튀었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끝났다.”


“한번만 더! 장로님!”


“한 번 더!”


“한 번 더!”


열화와 같은 성원에 헌원삼은 남은 영력을 빡빡 긁어 빛기둥을 쏘았다.


빛기둥은 귀물의 단전을 관통했다.


퍽!


귀물의 복부가 터졌다. 귀물은 줄 끊어진 인형처럼 그 자리에 쓰러졌다.


“죽었구나.”


“징글징글하다. 하루를 다 잡아 먹었어.”


아침부터 시작된 전투가 해 지기 직전에 끝난 것이다.


“이제 우정추만 잡으면 끝난다.”


“밥부터 먹고 합시다. 급할 게 뭐가 있어.”


“밥보다 술부터.”


끝났다고 생각하니 전부 다 긴장이 풀렸다. 게다가 술이 들어갔다. 간이 배 밖에 나오고,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거하게 때려먹고 퍼마시고, 싸움질까지 하는 사이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귀물의 시체에서 귀력이 서서히 흘러 나와 바닥에 깔렸다. 해가 진 다음이라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한 시진 뒤, 새끼 수사들과 하급 무인들이 정문 안쪽으로 발을 옮기는데 발이 바닥에 달라붙었다. 귀력의 접착력 때문이었다.


“이게 뭐지?”


“영력 같은데?”


“불길해. 일단 피해.”


신발을 벗어던지고 몸을 뒤로 날려 피했다.


귀력 안개는 어느 틈에 바닥에 깔렸다. 금사방의 땅 전체를 귀력 안개가 덮어버린 것이다.


후원 침실 바닥의 통로도 귀력 안개에 덮여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밤. 끈적한 검은 귀력 안개는 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여인은 자기가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킨 것이다.


“불을 밝혀.”


대낮처럼 불을 밝혀도 태양의 빛과 같을 수 없었다.


헌원책은 피곤했다. 만사가 귀찮았다.


“에이, 그냥 쉬어. 내일 아침에 보자.

아침이면 천망쇄도 사라질 테니까 비주를 타고 뒤져라.

늙으니까 기력도 없어서 더 이상 못하겠다. 나는 쉬러간다.

자하수로에서 보고는 없어?”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선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감사합니다 +1 22.10.21 818 0 -
공지 실수했습니다. +1 22.10.13 435 0 -
공지 <신선 가즈아! 란 제목을 신선행! 으로 변경했습니다.> +2 22.06.10 502 0 -
공지 <변경사항> 22.06.04 3,378 0 -
131 제 130화 +31 22.10.21 1,553 56 12쪽
130 제 129화 +5 22.10.20 1,098 45 11쪽
129 제 128화 +2 22.10.19 1,157 48 11쪽
128 제 127화 +6 22.10.18 1,113 48 11쪽
127 제 126화 +4 22.10.17 1,177 53 11쪽
126 제 125화 +5 22.10.14 1,302 53 11쪽
125 후원금 감사합니다. +3 22.10.13 1,036 14 1쪽
124 제 124화 +7 22.10.13 1,208 51 11쪽
123 제 123화 +2 22.10.12 1,167 45 11쪽
122 제 122화 +2 22.10.11 1,209 44 11쪽
121 제 121화 +2 22.10.10 1,244 49 11쪽
120 제 120화 +2 22.10.07 1,385 46 11쪽
119 제 119화 +3 22.10.06 1,306 48 11쪽
118 제 118화 +2 22.10.05 1,285 47 11쪽
» 제 117화 +2 22.10.04 1,274 42 11쪽
116 제 116화 +3 22.10.03 1,313 42 11쪽
115 제 115화 +3 22.09.30 1,428 46 11쪽
114 제 114화 +4 22.09.29 1,297 51 11쪽
113 제 113화 +3 22.09.28 1,300 51 11쪽
112 제 112화 +3 22.09.27 1,335 40 11쪽
111 제 111화 +3 22.09.26 1,306 52 11쪽
110 제 110화 +5 22.09.23 1,451 40 11쪽
109 제 109화 +3 22.09.22 1,360 40 11쪽
108 제 108화 +3 22.09.21 1,337 40 11쪽
107 제 107화 +2 22.09.20 1,323 37 11쪽
106 제 106화 +1 22.09.19 1,340 4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