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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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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36

작성
22.10.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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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123화

DUMMY

연도관주는 백희앵을 앉혀놓고 소설인줄도 모르고 읽어주었다.


“태수사의 모친과 숙부 셋은 귀왕문의 제자였고, 멸문을 피해 거룡성으로 왔단다.


금사방이 공격당하자 아예 귀왕문의 본거지인 대호성으로 피신하였고, 대호성에서 자리 잡는 김에 멸문당한 복수를 했다고 하는구나.


거치적거리던 놈들을 다 해치웠으니, 귀왕문은 대호성에서 입지를 굳혔겠지.


아마 태수사도 잔당들을 처리하기 위해, 대호성에서 당분간 머무르지 않겠느냐?

거룡성은 헌원 세가 때문에 위험하니까.


요것아, 이제 속이 시원 하냐?”


“예, 사부. 호호호, 고맙습니다.”


날아 갈듯 벅찬 기분에 자기 방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도 하지 못했다.


백희앵은 다음 날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집중력으로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선법대회 칠 위 안에 반드시 들어서 칠대종의 제자가 될 거야.

헌원 세가 너희가 태수사를 공격해?

두고 봐.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졸지에 예령과 백희앵의 공적이 된 헌원가의 가주.


“에취!”


시원하게 재채기를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요즘 왜 이렇게 몸이 으슬으슬하고, 등에 소름이 자주 돋는지 모르겠다.

감기인가, 환절기라서 그런가?”


옆에 있던 헌원책은 어이가 없어 쓰러질 뻔 했다.



대호성(大虎城)밖, 옛 귀왕문의 터.

건물은 깡그리 불타버렸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다.


술병 여러 개가 나뒹구는 땅바닥.

세 사람과 시체 하나가 마주앉아 병나발을 불었다.


넷 모두 전신이 피범벅이었다.

보기에 끔찍했다. 폐허에서 살던 거지들 전부 겁을 먹고 도망쳤다.


포방이 병 주둥이에서 입을 떼었다. 술이 턱 아래로 줄줄 샜다.


“너희들이 지목한 방파 넷은 뿌리까지 뽑아버렸다. 이 정도면 원한이 풀렸느냐?”


“충분합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예령의 숙부 셋은 동시에 예를 표했다.


“예는 거두어라. 약속한 것이니 이행했을 뿐이다.”


대숙이 나섰다.


“그래도 저희로서는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리고,”


말을 잇지 못하고 멈칫 한다. 포방은 대숙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귀왕령 돌려달라는 말이지? 준다, 줘. 걱정마라.”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렇게 안 봤는데 성미 엄청 급하네. 여기서는 못준다.”


셋의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포방이 손을 내저었다.


“무룡곡까지 가자. 곡 입구에서 귀왕령을 빼 주마.”


“왜 그러시는지요?”


“지금 귀왕령을 빼 주면, 귀력이 별로 남지 않아 무룡곡까지 갈 수 없기 때문이지.

불만 있어?”


포방이 눈을 치떴다.

눈이 마주치자 셋은 고개를 돌리며 아무런 항의를 하지 못했다.


힘이 법이고, 강자이며 깡패다.

포방은 양신경. 결신경 셋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절대 이기지 못한다.


“비주를 구입해.

빨리 갔다가 오는 것이 너희들에게도 좋겠지. 왕창 쓸어버렸는데, 시간을 주면 잡초처럼 또 기어 올라올 것 아냐.”


“지도도 가져오겠습니다.”



중형 비주가 무룡곡 입구에 도착한 것은 대호성에서 출발한 지 한 달 만이었다.


비주에서 내린 포방은 심호흡을 했다.

귀왕령을 몸에 넣은 지 두 달도 안 되어, 축적된 귀력은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도해야 할 때.


귀왕의 영(靈)은 귀왕령에서 포방의 신혼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잘못하면 포방의 몸에서 스러질지 모르지만, 잘하면 예전의 경지를 회복할 수 있다.

어쩌면 도겁을 넘어 평생소원이던 7경 합도경에 이를 수도 있지.’


귀왕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이유는, 태승의 기억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다.


‘무룡곡의 혼체가 도와주면 가능성이 있다. 무릎 꿇고 종이 되겠다고 맹세해서라도 도움을 받아야 해.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귀왕령 속의 귀신이 될 뿐이야.’


포방은 눈에서 귀왕령을 뽑아 던져주었다.


“이것으로 너희들과의 약속은 지켰다.”


“감사합니다.”


“대호성에서 세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희들의 경지를 올리는 것이 먼저다.

잊지 말아라. 언젠가 너희들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대답은 이렇게 하지만, 설마 그런 때가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세 사람의 시선은 온전히 귀왕령에게 쏠렸다.

귀왕령을 누가 몸에 품을 지, 선택할 방법을 따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포방은 무룡곡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태승의 기억에서처럼 안개는 여전히 짙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포방은 일직선으로 화살처럼 내달렸다.

앞을 가로막는 것은 나무건 바위건 박살을 내었다. 마치 멧돼지가 숲속을 돌진하는 것처럼.


포방은 마음이 급했다.

귀력이 떨어지기 전에 태승의 사부를 만나 자초지종을 얘기해야 했다.



부도탑은 천급 영보 여덟 개의 영력을 끊임없이 받아 천급 영보나 다름없었다.


천옥미환진을 침범하는 자가 나타나자, 부도탑 한쪽 면이 저절로 투명해지면서 포방의 움직임이 여실히 그려졌다.


혼체 둘이 머리를 맞대었다.


[웬 미친놈이야?]


[생기가 없어. 강시는 아닌데.]


[이놈 본 적 있다. 아승과 싸웠던 놈 아냐? 이름을 포방이라고 했던가.]


[껍데기는 맞아. 양신이 규룡에게 먹혔던 놈이다.

근데 왜 여기로 들어온 거야? 그리고 시체가 어떻게 움직이지?]


[와서 하는 말을 들으면 알겠지.

혹시 난동을 부릴지 모르니 대비를 하자. 금관비사는 아직도 움직임이 없지?]


[없어.

그리고 그놈은 약아서, 나와도 별 도움이 안 돼.

안개구슬이 더 나아.]


칭찬을 느꼈는지, 부도탑 사층 삼면에서 안개구슬이 톡 튀어나왔다.

청설호도 슬며시 나왔다.


[청설호가 포방에게서 아승의 흔적이 느껴진대. 아승과 연관된 모양이다.]


[그랬으니 여기까지 찾아왔겠지.]


반 시진이 지났다.

포방이 비틀거리며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무대포로 진을 뚫고 들어와, 옷은 다 찢어졌다. 먼지와 흙으로 뒤범벅이었다.


입구부터 기어 들어온 포방은 쾅 소리와 함께 부도탑 아래 쓰러졌다. 그리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와.]


포방의 정수리에서 흑색의 영(靈)이 새어나와 사람의 형체로 뭉쳐졌다.


눈, 코 입, 사지, 손가락만한 몸통과 실낱같은 고추.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검은 표면은 매끄럽고 반들거려 흑옥으로 만든 인형 같았다.


귀왕은 맹랑한 눈빛으로 혼체와 시선을 마주했다.


혼체는 이 모든 것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 깔아.]


작은 인형 같은 귀왕은 포방의 머리위에 서서 혼체를 향해 예를 올렸다.


[허락 없이 불쑥 찾아와 두 분의 평정을 깬 점에 대해 죄송하며 사죄드립니다.]


자기보다 몇 천 년 후배지만, 수사에게 나이는 상관없다. 상하관계의 기준은 오로지 경지일 뿐.


혼체의 경지는 지금의 귀왕보다 높다. 혼체도 그것을 알고, 아랫사람 대하듯 차가웠다.


[이미 깨진 평정이다. 사죄해도 소용없고, 합당한 벌을 받으면 그만이지.]


[껍데기는 포방인줄 아는데, 넌 누구냐?

아승과 심령이 연결되었는데 무슨 관계지? 연인이라는 헛소리를 하면 즉시 없애버릴 테다.]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기억을 받으십시오.]


귀왕은 기억과 함께 자신의 의지를 혼체에게 전송했다.


혼의 의사소통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그러나 결정에는 시간이 걸렸다.


혼체는 한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쁜 뜻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고 네 상황이 급해서 뛰어든 것이니 그것은 용서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몸을 지탱할 수 있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귀력이 없어 몸이 상하게 된다는 말이지? 몸이 부식되지 않게 냉동실에 넣어주마.

아승이 오면 해동시킬 테니 만나서 상의하도록 하고, 그 동안은 수련하면서 냉동실을 벗어나지 말라. 어기면 끝이다.]


[어길 리가 있겠습니까? 넓으신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처음으로 아부까지 하여 한고비는 넘겼다. 귀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포방의 몸은 태승의 할머니가 기거했던 동굴로 들어갔고, 혼체는 부적으로 냉동실을 만들었다. 그 속에서 귀왕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잘 되었네.

말만 잘 들으면 요족이 침략할 때 아승의 오른 팔이 되겠어.]


[경지가 상승해야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귀력은 희귀한 영력이니 큰 도움이 될 거야.]


자신도 특별하다며 안개구슬이 팔짝 팔짝 뛰었다.



연도관주는 요즘 몹시 흐뭇했다.


타고난 재능이 출중했지만, 놀기 좋아하여 경지가 상승하지 못했던 수제자 백희앵.


무슨 맘을 먹었는지 문을 닫고 독하게 수련하는 바람에, 탈이 날까 겁이 날 정도였다.


경지는 급상승.

백희앵은 순식간에 연신경 후반에 도달했다.


“앵아, 과유불급이다.

수련도 좋지만 자신을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지 말거라.”


“싫어요.

수련해서 선법대회에서 반드시 칠 위 안에 들 겁니다.”


백희앵은 사부의 말에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왜 그러느냐? 전에는 선법대회에 관심도 없던 애가.”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왜 마음이 바뀌었냐고. 사부가 걱정되어 물어보는 거다.”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혹시 태수사와 관련 있는 거냐?”


“아, 진짜, 사부님. 수련에 방해 되요.”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연도관주는 답을 얻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일어났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어쩌면 진짜 칠 위 안에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준비 미비로 대회 개최를 육 개월 연장할 거라는 당탕란의 연락이 있었다.



일송표국 입구.


태승은 퇴근하는 표국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나이 먹은 쟁자수를 보는 순간 속으로 탄식했다.


‘아깝다. 영맥을 타고났는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해서 쟁자수로 살고 있구나.’


수련으로 닦은 태승의 명안(明眼, 눈썰미)은 영력이 있든 말든 저절로 작동했다.


태승은 그를 찍었다. 집요하게 뒤를 따라다니며 통사정했다.


“이번 표행에 짐꾼으로 써 주십시오.”


표물 운반할 짐꾼을 뽑는 하찮은 일은 짬밥 많은 쟁자수가 한다. 표사는 명령 한마디만 하고 끝이다.


쟁자수 경력 이십년의 곽동은 태승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거절했다.


“힘쓸 체격 같지가 않아. 곤란해.

며칠 일하다가 아파서 드러누우면 오히려 짐만 되거든.”


태승은 펄쩍 뛰었다.


“절대 아닙니다.

체격은 이래도 힘깨나 씁니다. 아프면 바로 그만두고 피해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곽동은 미심쩍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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