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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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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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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4
글자수 :
638,436

작성
22.09.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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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1쪽

제 107화

DUMMY

우정추는 급하게 손을 저었다.


"회, 회의 다 끝났다. 야, 어서 해산해."


대주들이 눈치 보며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그러나 태승이 저지했다.


"잠깐만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오다 보니까 많은 무사들과 수사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던데 무슨 일인지 아십니까?"


전부 서로 마주보며 눈만 껌뻑인다. 이 와중에서 우정추의 촉이 발동했다.


'혹시?'


그때 밖에서 수하가 보고했다.


"방주님, 환락방 부 방주께서 사절(使節)로 오셨습니다. 수하 열 명을 대동하고 중문 접객실에서 기다리십니다."


그렇잖아도 기분 꿀꿀했던 우정추는 있는 대로 화를 내었다.


"야! 어떤 새끼가 정문을 열어줬어!"


"그, 그게. 하도 난리를 피워서. 작은 도련님께서 나서서."


"야, 이, 미친."


말을 잇지 못했다. 얼굴이 시뻘개져서, 잘하면 뒤로 넘어갈 것 같다.


환락방 부방주가 사절로 들어온 이유는 조금 전에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제일 먼저 금사방 앞에 도착한 헌원 세가 책사장과 환락방 부 방주 및 호위대 일부.


해 뜬 다음 움직이다 보니, 백성들이 워낙 많아 한꺼번에 움직이기 어려워 선발대로 온 것이다.


호인처럼 둥글둥글하게 생긴 환락방 부 방주 남쟁이 책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전부 모이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습니다.

게다가 천명이 다 모여서 둘러싸면 금사방도 눈치 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기습은 야밤에 해야 하는데, 가주께서 모든 백성들이 다 보게 하라고 고집하시는 바람에.

눈치 빠른 우정추가 벌써 감 잡았을 거요. 할 수 없지."


바싹 마르고 턱에만 수염이 나서 염소 같은 모습의 책사장 헌원책. 못마땅한 듯 혀를 차고는, 남쟁에게 부탁했다. 사실은 명령이지만.


"잠시나마 우정추의 눈을 묶어둘 방법이 있소. 남 부 방주께서 수고해 주시겠소?"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원래 전쟁 전에도 사절을 보내어 상대에게 제안하는 법. 남 부 방주께서 사절로 가셔서, 우정추를 달래보시오. 손들고 나오면 죽이지는 않겠다고."


남쟁의 호인 같은 얼굴이 싹 변했다.


'들어가서 죽으라고? 내가 바보야.'


그 모습을 본 헌원책이 달랬다.


“전쟁에서도 사절은 죽이지 않는 법이오. 우정추도 생각이 있다면 부 방주에게 감히 손을 대겠소? 그리고 부 방주를 감당할 놈이 금사방에는 없지 않겠소.”


그래도 남쟁은 꺼림칙했다.


'이건 전쟁이 아니잖아, 이 염소야. 그리고 금사방 놈들이 전쟁을 알기나 하냐고.'


가기 싫으면 뭐라도 핑계를 대야 한다.


"태승이라는 아들의 경지가 높다고 그러셨지 않습니까."


"그놈은 당탕란과 영수 사냥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소."


이제 막 사냥에서 돌아왔지만 파악하는데, 그리고 전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내일이나 되어야 알 수 있다.


"예령이라는 계집애와 숙부들도 결신경이라 들었는데."


"전부 산에서 수련 중이오."


그래도 남쟁은 가고 싶지 않다. 자기가 그렇게 위험한 자리에 왜 가야 하는데? 미적대니까 헌원책이 살살 꼬드긴다.


"좋은 게 좋다고, 우정추가 손들고 나오면 우리 피해도 확 줄어들 거요.

손쉽게 승리하면 가주께 부방주의 공적이 제일 크다고 말씀드리고, 금사방주 자리에 부 방주를 추천하겠소.

내 이름을 걸고 책임지지."


이 말에 마음이 홱 돌아섰다. 말이 부방주지 환락방 방주의 졸개나 다름없다. 그런데 금사방 방주자리라? 평생소원이 방주 한번 해먹고 죽는 것이다.


"좋습니다. 대신 그 약속 지켜주십시오."


"당연하지."


헌원책은 비웃었다.


'바보 같은 놈. 시간 벌려고 하는 짓이니 당연히 지킬 리가 있나? 그러니까 네놈은 평생 부 방주인 거다.'


이렇게 해서 환락방 부 방주가 사절로 온 것이다. 그런데 정문에서 문전박대를 한다. 대 환락방 부 방주를 감히 금사방이?


남쟁은 성질이 났다. 대도를 빼들고 강철 문을 두들기며 난리를 피웠다.


남쟁의 목소리는 유달리 컸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타고난 목소리 덕분에 실력은 별로라도 남들보다 한수 먹고 들어갔다.


"이 미친 새끼들아.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환락방 부 방주 앞에 문을 닫아?

환락방 전원을 끌고 와서 금사방을 초토화시켜야 눈물을 흘리겠느냐, 이 싸가지 없는 놈들아."


그래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우정추는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자, 아무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부하들에게 엄명을 내렸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우강.

연무장에서 수련이랍시고 칼춤을 추다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들었다.


"뭐야, 씨발. 시끄럽게."


칼춤 추기도 싫은데 잘 됐다 싶어, 정문으로 향했다. 호문 무사가 적극 만류했다.


"도련님, 나가시면 안 됩니다. 방주님께서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졸라 시끄럽잖아. 어떤 돼지새끼인지 내가 없앨 테니까 문 열어."


네가 없애? 환락방 부 방주를? 호문 무사는 우강을 미친놈 보듯 했다.


"아, 씨. 내가 책임진다니까."


우강은 호문 무사를 밀쳐내고 정문을 열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일 년에 한 번씩 흑도끼리 모일 때 본 얼굴을 기억해 냈다.

우강이 먼저 예를 올렸다.


"금사방 방주의 장남 우강입니다. 수하들이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실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남쟁도 우강을 본 기억이 있어 지랄을 멈추었다.


"네 얼굴이 기억난다. 안내해라."


우강은 중문 곁에 설치된 접객실로 모셨다.


"부친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금사방의 문은 세 개.

제일 안쪽의 의문(儀問) 뒤, 회의장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얼음장. 장난이 아니다.


'벌써 겨울인가? 왜 이리 추워.

엉? 태승 저 새끼가 왜 있지? 근데 아버지는 왜 날 째려봐?'


우정추는 우강을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말은 부드럽게 나온다.


"이 녀석아, 정문은 왜 열어줬어. 아비가 절대로 열어주지 말라고 했는데."


우강의 입이 불퉁하게 튀어나왔다. 여럿이 보는 데서 면박당하기는 처음이다.

그래도 눈치는 있어서, 보통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고 아무런 대거리하지 않았다.


부 방주가 거들었다.


"상황을 모르니 그랬겠죠. 일단 만나서 말이나 들어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태승이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 금사방 밖의 사람들 움직임을 영력으로 빠삭하게 읽었다.


"시간 끌기에요.

벌써 밖에 몇 백 명이 둘러쌌습니다. 하나하나 최소 일류에서 절정 무인들입니다. 결신경 수사도 여럿 있어요.

그리고 계속 오고 있습니다. 결론은 다 도착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없애버릴 속셈인 겁니다."


모두 설마 하는 표정. 이때 시퍼렇게 질린 수하가 뛰어 들어왔다.


"바, 방주님. 밖에 포위망이 쫙 깔렸습니다. 환락방, 거상방, 백룡방, 대붕방의 고수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우정추는 바로 깨달았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끝났네. 헌원가 놈들이 눈치 챈 거다. 눈치 채고 우리를 없애버릴 속셈으로, 사대 방파 고수들을 부른 거다."


우진 역시 허탈했다. 그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한편으로는 태승을 볼 면목이 없었다.


사대주와 부 방주, 장로 둘은 퍼렇게 질린 채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우정추의 입만 바라보았다.


우정추는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고 명령했다.


"비상사태 발발했으니 각 대는 동서남북의 벽을 하나씩 맡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벽을 넘어오는 놈은 무조건 죽여!

그리고 쓸데없는 말을 지껄여 애들 마음 어지럽게 하지 말고."


"저, 남쟁은 어떻게."


"접객실을 포위해. 나오면 없애버려."


"수하 열 명까지 있어 쉽지 않습니다."


"부 방주, 네가 애들 스무 명을 데리고 가."


복천 부방주가 주춤했다. 남쟁과 일대 일로 붙으면 당연히 진다. 이 모습을 냉정하게 쳐다보던 태승이 나섰다.


"제가 처리하죠."


도와준다니 전부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특히 복천은 더욱. 대뜸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태수사님께서 나서주신다면야. 그럼 저는 상황을 둘러보겠습니다."


복천은 방주가 딴 소리 하기 전에 줄행랑을 쳤다.


대주 넷도 뒤를 따라 나갔다. 나가면서 태승에게 예를 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봉만과 장찰 장로 역시 태승에게 예를 올리고 나갔다. 전부 태승의 영력 파동에 쫄은 것이다.


이 모습에 우강은 충격을 받았다.

장로는 물론이고, 복천 부 방주와 대주 넷은 자신이 보기에는 대단한 절정 고수들. 그런 고수들이 태승에게 먼저 예를 올린다.

자기에게는 예를 올리기는커녕, 하룻강아지 보듯 우습게 봤었는데.

우강의 자존심은 박살이 났다.



태승은 우정추를 노려보았다.


"잘못하신 것 인정하시죠?"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이제 와서 보니 내가 잘못했구나."


"그게 아니죠. 저한테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저를 조건으로 계약한 것이 잘못하신 겁니다."


우정추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졸라 쪽팔렸다. 특히 아들 우강 앞에서라 더욱. 그 모습에 우진이 먼저 대답했다.


"미안하다. 나이 먹은 놈이 돈에 눈이 멀어 너를 팔아 계약했다.

먼저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도통 기회가 없었다. 너도 워낙 바삐 움직이느라 만날 새도 없었고."


"그래도 만나서 얘기할 때까지 기다렸어야죠. 그게 순서죠."


"맞다. 미안하다."


우진은 순순히 잘못을 시인했고, 한참 있다가 우정추도 모기소리처럼 대답을 했다.


"나도."



태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나갔다.

우강이 부친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 났어요?"


우정추는 다시 한숨을 쉬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태승은 다른 변신부를 부착하여 평범한 모습으로 바꾸고, 차를 들고 오는 하인에게 옷을 빌렸다.


'죽이지만 않으면 되겠지. 기절시켜 묶어놓는 거야 간단하지.'


화령마조와 사부가 한 말. 살생을 즐기지 말라는 것이 기억났다.


'게다가 죽였다가는, 밖에서 알아차리고 대비할 수도 있고.'


당탕란에게 받았던 포박승을 저물환에서 꺼내 소매 속에 숨겼다.



"차를 가져 왔습니다."


태승은 접객실로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상대의 경지를 파악했다.


'초절정에 근접한 놈 하나. 이놈이 부 방주겠지. 나머지는 전부 절정. 그런데 결신경 초기가 하나 있네. 귀찮게.'


"차보다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나가."


"빨랑 술이랑 고기 가져와."


"계집도."


이놈들이 죽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 먼저 시비를 건다. 사절단이 아니고 완전 상전이다.

하기야 평소에 환락방은 금사방따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까.


"예.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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