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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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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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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8,436

작성
22.09.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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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 115화

DUMMY

거룡성 인구는 일억. 매일 이들이 버리는 오물이 큰 골치였다.


백 년 전, 벽신국의 선대왕은 지하에 대대적인 공사를 하여 거대한 지하 수로를 뚫었다.

직경 오장의 중앙수로는 마차 다섯 대가 동시에 지나갈 수 있는 넓이.


그 다음 왕은 중앙 수로와 연결된 일장 넓이의 가지 수로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팠다. 두 명의 왕이 오십 년에 걸쳐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 다음 왕은 거룡산에서 흘러내리는 명천의 물살을 중앙 수로로 끌어 당겼다. 흘러내리는 물의 양은 중앙 수로에 쌓여있는 오물을 하류로 흘러 보내기는 적당했다.


다만 흐름의 속도가 느려 빨리빨리 치워지지 않았고, 악취가 심했다. 지하수로 청소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지하수로에 배 세 척이 줄줄이 놓여, 앞뒤를 굵은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람 열 명이 들어가면 꽉 찰 것 같은 오봉선(지붕을 만들어 배 위를 덮고 검게 칠한 배). 그 앞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는데 분위기가 흉흉했다.


아홉 명이 한 무리가 되었고, 선두에 나서 우정추와 말다툼을 하는 사내는 일대의 부 대주 조감.


물길을 잘 안다고 하여, 수룡방에서 큰 돈을 주고 데려온 놈이었다.


비 맞은 생쥐처럼 초라한 모습에 눈동자는 반들거리는 것이 영악하기 이를데 없어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우정추의 표정은 싸늘했다.


"네놈들은 다른 길을 찾아 가겠다 이런 말이지?"


"예. 지하수로는 제가 빠삭해서 생로(生路)를 충분히 찾을 수 있습니다."


우정추가 인상을 쓰며 명령했다.


"그렇다면 네가 앞장서서 안내해."


"길이 워낙 좁아서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는 길입니다. 오봉선은 못 갑니다. 큰 상자도 들고 갈 수 없습니다."


놈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너희들끼리 떠나든지, 알아서 해라."


우정추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합니다."


"뭐?"


"여태까지 목숨 바쳐 충성했는데, 고생한 수하들을 빈손으로 보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조감은 싯누런 뻐드렁니를 드러내고 비열하게 웃었다. 이미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태승이라는 놈은 위에서 발목이 잡혀 있을 것. 금방 내려오기는 틀렸다.

이때가 아니면 갈라설 기회가 없다. 그리고 겁박해서라도 한몫 챙겨야지.'


조감을 둘러싼 여덟 놈들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우정추는 성질 같아서는 다 때려죽이고 싶지만, 아홉이면 수하들 거의 절반이다.

떠나지 못하게 막으려고 싸웠다가는 같이 죽는다. 보내주는 것이 맞다.


그래도 아직은 방주. 방주 체면에 그렇게 하라고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형의 눈치를 보고, 우진이 나섰다.


"형님, 그냥 줘서 보냅시다. 자, 받아라."


우정추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우진이 큼직한 상자 하나를 중간의 오봉선에서 꺼내 던졌다.

지금은 귀물이 되어버린 부인을 시켜 우정추가 미리 빼돌린 것이다.


묵직한 느낌에 조감은 희희낙락 열어보았다. 휘황한 광채와 함께 하품 영석, 번쩍거리는 보석이 박힌 장신구가 하나 가득이다. 아홉 놈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조감은 그래도 욕심이 났다.


"사람이 아홉인데, 하나 더 주시지."


'옜다, 먹고 떨어져라. 가다가 콱 죽어버려.'


속으로 욕을 하며 우진은 상자 하나를 또 던졌다.


"고맙수다. 잘 가시오, 방주."


조감은 낄낄거리며 수하들을 이끌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빨리 자리를 떠서, 어딘가에서 보물을 나누고 상자는 버릴 속셈이었다.


우진이 형을 위로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전투 중에 칼을 거꾸로 잡으면 더 큰일이죠.

액땜했다고 치고, 배에 오릅시다."



잠시 후, 태승과 포방이 수로에 도착했다.


앞의 배와 뒤의 배에 각각 수하 다섯이 서 있고, 중간 배에 우정추, 우진, 우강과 장찰과 봉만이 호위를 맡았다.


“어서와, 형.

저 사람은 누구야? 아까 본 시체 아냐?”


새끼가 쓸데없이 눈썰미는 좋다.


“아무리 계모라도 모친이 어떻게 되셨는지 그것부터 먼저 물어보는 게 순서 아니냐?”


그 한마디에 우강은 깨갱했다.

태승은 우강과 우정추를 못마땅하게 훑어보았다. 둘 다 찔리는 표정으로 태승의 눈길을 피했다.


“모친이 목숨 걸고 적들을 막고 계신다. 이 틈에 빨리 탈출해야 한다.

그리고 포방은 귀왕령으로 살렸다. 선두에 서서 적을 물리칠 거다."


태승은 셋 다 들으라고 크게 말한 다음, 포방을 제일 앞의 배에 데리고 갔다.


“이 자가 선두에 설 테니까, 잘 도와주세요.”


수하 다섯은 서로 눈치만 보다가 엉거주춤 예를 올리고는, 조장이 포방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오봉선은 지붕뿐 아니라 선체 자체도 죄다 강철입니다. 빠르게 달려 강하게 충돌하면 상대의 배는 반파됩니다.

큰 도련님은 후미를 맡으실 겁니까?"


태승이 선두에 서면 든든할 것 같았는데, 후미를 맡는다니 실망한 표정이었다.


고개만 끄덕이고, 태승은 우정추에게 물었다.


"수하들이 떠났나요?"


"아홉 놈이 갔다. 알아서 생로를 찾아가겠다고 하는데 막을 수가 있어야지.

방금 떠났는데 그놈들 잡아 족쳤으면 좋겠구나."


우정추는 삥 뜯긴 게 엄청 불만이었지만, 태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따라와 준 것만 해도 어딘가.


"시간 없어요. 우리 목적지는 어딥니까?"


"하류를 따라 가면 국경을 넘어서, 사남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남국 변두리에서 몸을 숨기고 몇 년 지내야지."


태승은 흑구순을 꺼내 장찰에게 주었다. 상처가 있는 장찰에 비해 봉만은 얼마나 미꾸라지처럼 피해 다녔는지 상처하나 없었다.


"방어용 상품 영보입니다. 영력을 주입하면 일장 크기의 방패가 되어, 웬만한 공격은 다 막습니다.

두 분이 번갈아 영력을 주입하여 방어하세요."


상품영보를 처음 손에 쥔 장찰은 입이 귀에 걸렸다. 나중에는 자기 것이 될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감사합니다. 대공자."


"잘 부탁합니다. 출발합시다."


태승은 옥패를 꺼냈다.

거룡산 수련동의 출입용 옥패는 연락용으로도 쓸 수 있다. 영력을 주입하여,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박아 넣었다.


‘예령의 숙부들이 찾으면, 뒤를 따라오겠지.’



지상에는 혈투가 아닌,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무엇으로도 귀물을 막을 수 없었다.

절정 무인들도 단 오초를 버티지 못했다. 여럿이 오행진을 치고 달려들어도 잠시뿐. 진은 여지없이 뚫렸다.


귀물은 무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면서 점점 다가왔다. 시체뿐인 땅위에 새로운 시체가 쌓였다. 피는 강이 되어 흘렀다.


엄청난 위력에 질려버린 무인들은 계속 뒷걸음질만 쳤다.


헌원책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호위장을 째려보았다.


"저게 도대체 무슨 물건이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귀물 같은데 저렇게 강한 놈은 처음 봅니다."


"막을 방법은 있는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자신 없는 대답에 헌원책은 눈살을 찌푸렸다.


"못하겠으면 빨리 세가에 연락해서 장로님들을 모셔 와야 한다."


"어쨌든 한번 해 보겠습니다. 수사들을 전부 동원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반 이상 죽으면, 네가 앞장서서 저 물건과 싸워."


즉, 수사들을 반 이상 죽이면 너도 나가서 싸우다 죽으라는 소리다.


호위장은 속으로 욕을 했다.


'씨바,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와 가지고.'


"대답 안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답하고는 수하에게 명령했다.


"수사들을 일각 내로 모두 집합시켜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눈을 가진 수사라면 다 알고 있었다.


일각도 지나지 않아 결신경 후기 다섯, 중기 스물, 초기 서른 명이 일렬로 줄을 섰다.


"사가 육형제는?"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누워 있습니다."


"병신새끼들. 야, 모두 저 물건 봤지?"


"예!"


"귀물 같은데, 아는 놈 있어?"


아는 놈이 하나도 없었다.


"공부 좀 해라. 이 무식한 놈들아."


'저는 아나?'


오십 다섯 개의 물음표가 수사들 머리 위에 떴다. 그러나 감히 손들고 물어보는 바보는 없다.


호위장 성질이 더럽기는 걸레보다 더하다. 똥 수준이다.


호위장을 누를 사람은 헌원책뿐이었다.


"호위장! 빨리 시작해. 괴물이 점점 가까이 온다."


귀물의 전신은 무인들의 피와 살점이 튀어 온통 붉었다.

갈수록 귀력이 샘솟듯 일어나, 몸은 더욱 커졌다. 힘도 더 세어졌고 지친 기색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먼저 화염으로 공격한다. 화속성 영보를 가진 녀석들, 앞으로 나와."


귀물 같으니 상극인 화염 공격이 맞다. 서른 명 정도가 나섰다.


"제일 간단한 게 화염구지? 모두 화염구 생성해서 투척 준비. 투척!"


펑 펑.


수레바퀴만한 화염구 수십 개가 귀물에게 쏟아졌다. 귀물 주변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무인 몇 명이 불에 타 죽었다. 흑도 방파 수하들이 구시렁거렸다.


"씨바, 미리 얘기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우리는 파리 목숨이야?"


귀물은 당황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강한 화염에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눈앞에 어른거리는 생기(生氣)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유혹이다.


귀물은 손과 발을 휘둘러 화염구를 튕겨내고 꺼버렸다.


"계속 쏴. 다음 공격 준비할 때 까지 저 물건을 묶어놔야 한다.

나머지는 이쪽으로 모여."


강철 쇠뇌를 든 무인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남은 수사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화살에 영력을 불어 넣어. 젖 먹던 힘까지 다 짜서 넣어라. 하나만 제대로 관통해도 성공이다."


영력을 너무 불어넣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터졌다. 호위장이 으르렁거렸다.


"화살 하나 터지면 한 대씩 맞는다. 잘 조절해. 다 되었나?”


“예!”


“쏴!”


귀물을 향한 집중 사격이 시작되었다. 수백 개의 화살이 비 오듯 귀물에게 쏟아졌다.


빡세게 훈련한 것이 표시 났다.

쇠뇌 부대는 침착하고 정확하게 쇠뇌를 발사했고, 대부분 귀물에게 화살이 적중했다. 전부 튕겨나는 것이 문제지만.


호위장이 감탄을 하는데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


“와, 니들도 많이 굴렀겠구나.

그런데 어떡하니? 하나도 관통을 못하잖아.”


쇠뇌 부대장이 손을 들었다.


"호위장님, 쇠뇌로는 가망 없습니다. 장창을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호위장이 눈을 부릅떴다.


“알아, 안다고.

준비하는 시간을 벌고 있는 것도 몰라?

야, 준비됐으면 시작해.”


말 떨어지기 무섭게 결신경 중기 수사 다섯이 비주를 타고 날았다.


팔뚝보다 더 굵은 장창에 영력을 불어넣으니, 몸통에 새겨진 부적문자가 번쩍 일어났다. 장창은 중품 영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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