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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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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36

작성
22.09.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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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114화

DUMMY

수박 한 통도 단숨에 씹을 정도로 커진 입속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숭숭 나있다.

벌어진 입에서 침이 떨어지고, 괴성이 흘러나왔다.


끄르르르


피 빛 눈알이 번들거리며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죽이고 싶다는 살기가 전신에서 용솟음 쳤다.

눈이 마주친 사내들은 살기에 주춤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형수!"


모두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가까이 가서 돌보고 싶은데, 끔찍한 몰골로 변한 탓에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태승은 우정추 일행을 지하 입구로 떠밀었다.


"귀왕령이 없어지니까 변신이 일어나는 겁니다. 어서 통로로 가세요! 제가 곧 따라가겠습니다."


우정추와 우진의 시선이 태승에게 꽂혔다. 태승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수하들은 전부 눈치가 백단이다. 사단이 났으니까 빨리 이 자리를 떠야겠다 생각하고, 사내들은 번개처럼 통로 입구로 뛰어들었다.


우강은 떠밀려가면서도 모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떨리는 음성으로 태승에게 간청했다.


"형, 모친을 부탁해."


"물론이지."


다 떠나고 태승 하나만 남았다.


기둥을 붙잡고 마지막 힘을 다해 견디던 여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 갔.....어?"


"예."


"너.....도.....피......해."


혼신의 힘을 다해 피하라는 말을 하고는, 여인은 본격적으로 귀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크와와


머리카락이 창끝처럼 사방으로 뻗쳤다. 검은 얼굴은 악귀처럼 끔찍하게 변했다. 눈과 입만 남고 코과 귀는 사라졌다.


덩치는 일장 크기로 더 커졌다. 갈라진 피부 속에서 검은 귀력이 숭숭 솟아났다.


귀력은 전신을 덮고, 나무 표면의 두터운 각질처럼 변했다. 폭발적으로 일어난 엄청난 귀력 때문에 경지는 양신경과 같게 느껴졌다.


기둥을 벗어난 귀물이 태승을 덮쳤다. 비수처럼 길어진 손톱에서 나는 바람소리가 으스스했다.


태승은 여인의 공격을 피했다.


'완전히 귀물이 되었구나. 나도 몰라보고 공격 하는 것을 보니.'


기이하게도 바닥에 드러누운 포방은 건드리지 않았다. 죽었다고 간주한 것이다.


'반마수와 흡사하면서도 다르네. 현도종 반마수는 고슴도치 같았는데, 귀물은 오래된 나무 같아. 훨씬 더 단단해 보여.'


태승이 공격을 피하자 귀물이 된 여인은 더욱 거세게 달려들었다.

공격은 빠르고 강했다. 태승도 피하기 힘들 정도였다.


'밖으로 유도하자.'


태승은 별채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귀물은 순식간에 따라붙었다. 귀장신법이 태승보다 더 능숙했다.


'역시 빨라.'


태승은 아까 세웠던 얼음벽 방향으로 달렸다. 부서진 얼음벽 사이로 사내들이 하나 둘 넘어오고 있었다.


'이쯤에서 떨어뜨려야, 저놈들과 싸우겠지.'


태승은 순간적으로 영력을 폭발시켜, 화염구를 잇따라 귀물에게 쏘았다. 귀물과 화염은 상극.


귀물이 화염구를 맞고 주춤하는 사이, 태승은 전이부를 사용하여 별채로 되돌아갔다.


화염구를 피한 귀물은 태승을 찾았지만 기척이 감지되지 않았다.


그런데 반대방향에서 살아있는 인간의 생기가 대거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얼음벽을 넘어서 돌격하는 사대방파의 수하들이었다.


귀물은 생기에 끌려 그 쪽을 향해 질주했다.

곧 이어 피 보라가 일어나고 피 무지개가 허공에 떴다. 사지가 날아다니고 내장이 바닥에 깔렸다.

일류무인 따위는 일초지적도 되지 않았다.


별채 입구에서 이 모습을 본 태승은 마음이 울적했다.


이름뿐인 모친이었고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죽음을 택했지만, 자신이 죽음의 길로 내몬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탈출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태승은 귀물의 방향을 향해 무릎 꿇고 큰 절 세 번을 했다.


돌아서는 태승의 마음은 착잡했다.


'놈들도 지하 수로를 막아설 것이 분명하다. 이제 나 혼자 힘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가능할까?'


선두로 얼음벽을 넘어온 놈들은 후원 별채에 숨겨진 보석이나 보물을 먼저 꿀꺽하려는 속셈이었다.

금사방주가 후원에 많은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헌원책이 교묘히 수작을 부린 탓이었다.


놈들이 달리기 경주하듯 후원을 향해 내닫다가 귀물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우왁! 저게 뭐야!"


"웬 물건이야? 그냥 잘라버려."


욕심에 눈이 뒤집힌 놈들은 마음이 급했다. 무공에 자신도 있었다. 귀물을 우습게 봤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끄르르르.


도를 휘둘렀지만 귀물의 피부에 튕겨나갔다. 게다가 얼마나 빠른지 잡을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별게 다 가로막네. 강기를 써."


절정무인이 나서서 발출한 검강이나 도강에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귀물의 손톱에 강기가 끊어졌다.


우습게 본 대가는 참혹했다. 귀물과 무인들 사이의 전투 결과는 귀물의 일방적인 승리.

일류 무인 전부, 절정무인 네댓 명이 순식간에 찢겨나갔다. 나머지는 눈치 빠르게 되돌아 달렸다.


"강기도 안 먹히는 괴물이다. 수사들을 불러."



별채 침실로 돌아온 태승은 지하 통로를 보니 짜증이 났다.


'내가 왜 다칠 것을 각오하고 탈출을 도와야 하는데? 부친이라고? 쳇.'


한참동안 통로를 노려보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탈출하고 나면 헤어져 다시는 안 본다. 죽으면 그만이고."


태승은 긴 한숨을 쉬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출발하려고 포방의 시체를 저물환에 넣으려하자 포방이 말을 했다.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태승은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날리면서 귀룡검을 꺼내 방어 자세를 취했다.


"너무 놀라지 마."


포방이 뚜두둑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해동이 덜 되어서 이래."


제 딴에는 싱긋 웃으며 말하는데, 그 모습이 끔찍했다.

얼굴 하관이 삭아서 뼈가 드러났다. 혓바닥이 꿈틀거리는 것이 정면으로 보였다.


태승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검을 겨누고 노려보았다.


"포방은 아닐 거고, 넌 누구냐?"


"조금 전에 만났는데 기억을 못 하는가?"


그제야 포방의 눈에 삽입된 귀왕령이 기억났다.

눈빛이 아까 봤던 귀왕과 닮았다. 전신에 흐르는 귀력이 귀왕의 귀력과 흡사했다.


"설마, 귀왕?"


"귀왕의 일부분이지.

6경 연허경이 아니면, 내 귀력의 일부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그래도 원영경 수사의 몸은 진짜 오랜만이다. 확실히 달라.

연신경이나 결신경 녀석들 보다 훨씬 많은 귀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정말 좋다."


"본체와 양신처럼 그런 관계인가?

본체는 귀왕령에 있고, 양신이 신혼을 대체하여 몸을 움직이는가?"


"역시 한눈에 알아보네."


귀왕령이 포방의 몸을 일깨운 것이다. 태승은 바싹 긴장했다.


'골치 아프게 생겼네.

귀왕이 포방의 몸을 차지하고 나서, 무슨 짓을 벌일지 걱정이다.

아예 처음부터 약한 무인의 시체를 구해줄 걸. 잘못했구나.'


포방은 빙글빙글 웃으며 태승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 몸은 태승 네가 통제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옛날처럼 막 나가지는 않는다."


"날더러 그 말 믿으라고?"


"믿으라니까."


"믿을 수 있게 설득을 해 봐."


포방이 다시 싱긋 웃었다.


"네가 마음에 들었다.

귀계로 소환했는데, 너처럼 당당하게 뻗대는 놈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몸도 참 마음에 든다. 그동안 너무 약한 놈들만 만났거든."


"헛소리로 본질을 흐리지 말고 핵심만 얘기해."


"도겁을 넘어 7경 합도경이라면 인간의 모습으로 만년을 살 수 있지만, 도겁을 넘지 못하는 자는 무엇에든 의지해서 수명을 연장해야 하지.

내가 사도(邪道)였다면 수백 번 사람의 몸을 갈아타면서, 사람들을 가지고 놀며 살아 왔겠지.


그러나 귀왕문은 패도이지만 사도는 아니다. 후손을 선조가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다.

나는 오로지 귀왕령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귀력을 후손에게 일부 넘기고, 후손은 귀력으로 귀왕문과 귀왕령을 수호한다. 이것이 공평한 계약이다.


이 계약에서 몸의 통제권은 후손이 가진다. 힘이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통제권을 넘기는 것이 보다 공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강한 자가 통제권을 가진다면 계약이 엉망이 되지 않겠느냐?"


태승은 멍하니 듣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귀왕문이 생각 밖으로 엄정한 면이 있네."


"당연하지. 나는 수천 년 전 천하를 독보했던 귀왕이다.

이 정도로 엄정하지 않았다면 공공의 적이 되어 다구리에 쓰러졌을 것이다. 어험."


태승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남의 이야기나 들을 정도로 한가한가?'


당장 상황이 급했다. 빨리 지하 통로로 내려가 부친과 일행들을 도와줘야 한다.


"나는 지하 수로로 내려가서 일행을 보호해야 한다. 네가 도와주면 믿겠다.

영력은 양신경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나?"


"아직 몸이 덜 풀려서 그건 어렵고, 결신경 정도는 충분하다.

포위당했고, 도주하는 모양이군. 구체적으로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지?"


"선두에 서서, 막아서는 적의 배를 물리쳐 줘. 나는 후미를 맡아 적의 추격을 끊을 테니까."


“알겠다.”


그러고는 포방이 손을 내밀었다. 태승은 의아했다.


"이건 뭐야?"


"지금 내 상태로는 빈손으로 물리칠 수 없다. 무기라도 하나 달라."


뭘 줘야 하나 잠깐 생각하다가 미인혈루검을 꺼내 줬다. 태승에게 제일 불필요한 무기였다.


포방은 미인혈루검을 한 바퀴 돌려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야들야들한 검 밖에 없나? 마음에 안 드는데."


야들야들하다니! 미인혈루검이 반발하듯 빛을 뿜었다.


"쓸 만한 게 없다. 그냥 써. 대신 부러져도 괜찮다."


"그래? 그럼 이걸로 쓰지."


포방은 미인혈루검 중앙의 요석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일부러 검을 분지르고, 요석을 챙길 눈치가 뚜렷이 보였다.


"가자. 아승."


갑자기 소름이 전신에 돋아났다.


"야, 아승이라 부르지 마. 토 나올려 한다."


"뭐 어때, 너도 아방이라고 부르면 되지."


뻔뻔스럽게 대답하며 능글맞은 미소를 짓는다. 진짜 토 나올 것 같다.


"작작 해라."



통로는 계단 없이 그냥 미끄러지게 되어있었다. 뛰어든 몸은 오십 장 아래로 순식간에 떨어졌다.


바닥은 질퍽하고 악취가 심했다. 오물 덩어리에 발이 푹 빠졌다. 태승은 발을 빼면서 좌우를 살폈다.


직경 일장의 널찍한 동굴이 눈앞에 뻗어있었다. 지하 수로에서 뻗어난 수많은 가닥 중의 하나였다.


동굴을 윙윙 울리는 물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태승은 소리 나는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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