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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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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36

작성
22.10.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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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 119화

DUMMY

아들이 입을 열어 산통 다 깨기 전에 먼저 전음을 보냈다.


(아무 소리 하지마라. 방법이 있으니까 너는 그냥 모른 척 하고, 옷이나 잘 말려.)


장찰과 봉만도 전음으로 얘기하느라 바빴다.


(싹 없애고, 태워서 물에 버리면 끝나잖아.)


(아니야, 결신경 수사에게는 누가 죽였는지 확인하고 추적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야. 함부로 설치지 마.)


(딴 건 몰라도 저 영석은 정말 아깝네. 영석을 사용할 놈도 없잖아.

흥정 한번 해 볼까? 말이 안통하면 겁을 줘버리자.)


(하지 말라니까.

우정추 손에 장심뢰가 있어.)


(그러면 그냥 가버리자. 흑구순 들고튀자고.

이것도 정말 돌려주기 아까워. 우리가 언제 상품영보를 만져봐.)


(태수사가 우리 줄지도 모르지.)


(우리 준다고? 꿈 깨.)


둘이 전음으로 열나게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빤히 보였다. 우강은 불안했다.


‘형, 빨리 와. 제발.’


소원이 통했는지 한 시진 뒤 물속에서 태승과 포방이 걸어 나왔다.


흑구순은 태승와 영력으로 연결된 상태라 흑구순의 행방을 좇으면 자연히 장찰을 찾을 수 있었다.


장찰이 얼른 일어나 예를 올렸다.


“놈들을 떨어뜨리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머리와 눈썹이 타셨네요, 괜찮으십니까?”


“별거 아닙니다. 오히려 두 분께서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태승도 예로 답하고 부친에게 물었다.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네 숙부가 무공을 잃다보니 한기가 든 모양이다.”


“제가 보죠.”


태승은 우진의 등에 손을 대고 영력을 천천히 불어넣었다.


뜨거운 기운이 등을 통해 넘어와 단전에 안착하고는, 전신으로 퍼졌다. 우진은 기분 좋은 따뜻함에 잠이 들었다.


우진의 등에서 손을 떼고, 태승이 장찰과 봉만에게 물었다.


“장로님들은 저희와 같이 가실 겁니까, 아니면 달리 가실 곳이 있습니까?”


우물쭈물 눈치 보다가 대답한다.


“사문을 떠난 지 오래되어, 돌아가 어르신들을 뵙고 수련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수련이 많이 부족함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폐관수련 해야겠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섭섭하지만 저희가 보내드려야죠.

이별 선물로 흑구순과 미인검을 드리니 거절하지 말아주십시오.”


태승은 저물환에서 미인혈루검을 꺼냈다. 그런데 미인혈루검이 아니라 미인검이다.


미인혈루검 중앙의 요석은 포방이 일찌감치 삼켰다. 상품 영보가 중품 영보가 된 것이다.


태승은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영보라 선심이나 쓰자는 계산이었다. 팔면 상당히 받겠지만, 판로를 찾기 귀찮았다.


하루 종일 피에 젖어 싸웠다. 피곤하고 지긋지긋했다.


태승은 다 털고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두 장로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아이고, 이렇게 큰 선물을 저희가 미안해서 받을 수가 있나요.”


그러면서 손을 내밀어 덥석 받는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돌아가셔도 저희 행적을 말씀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즉, 이것 받고 입 닫으라는 뜻.


“당연하지요. 만약 말한다면 천벌을 받을 겁니다.”


때맞춰 하늘에서 천둥이 우르르 울렸다. 겁나게 시리.


후두둑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아, 씨. 불 꺼지는데.”


우강이 몸으로 비를 막아서면서, 옷가지를 걷었다.


“비 피할 데도 없잖아.”


강변이라 민가는 고사하고 숲도 하나 없었다. 비를 옴팍 맞게 생겼다.

반대편은 강물이 넘실댄다. 비가 더 오면 강물이 불어나 넘칠 것 같다.


태승이 영력으로 큼직한 물거품을 만들어 우강과 모닥불을 감쌌다.

우정추도 우진을 끌고 거품 안으로 들어갔다.


“이리로 들어가 비를 피하세요.”


“아닙니다. 저희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겠지요.”


“다시 만나기 바랍니다. 살펴 가십시오.”


장찰과 봉만은 우정추와 태승에게 예를 올리고 떠났다.


바람과 함께 비가 세차게 뿌렸다. 그러나 태승이 만든 물거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넌 왜 들어오지 않고 청승이냐?”


포방이 물거품 밖에서 비를 맞고 서 있었다.


“하도 오랜만에 비를 봐서, 실컷 맞고 싶네.”


“사춘기도 아니고. 맘대로 해.”


물거품 안으로 들어온 태승.

우정추가 분류해놓은 보석, 장신구, 금화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 하시려고?”


“계산중이다.

이걸로 뭘 사서 밑천을 만들지, 뭘 해야 벌어먹고 살지.”


처음으로 태승은 부친이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며칠은 낙담하고 있을 텐데.


“답은 나왔나요?”


“당장은 장사뿐이지. 규모가 커지면 표국을 할지도 모르겠다.”


물색없이 우강이 끼어들었다.


“형, 배고파 죽겠어. 먹을 것 없어?”


“강에 물고기가 많으니 잡아 와서 아버지께 구워드려. 너 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씨바, 어떻게 말 할 때마다 퉁을 주냐.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


아직도 성질이 죽지 않아, 한마디 한다.


“검이라도 하나 줘. 잡아 올게.”


우강의 꼴을 보니 쌍검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태승은 저물환에 있는 자죽흑사검이 생각났다. 경지가 결신경으로 올라간 덕분에 검이 놀고 있다.


영맥도 없는 우각에게는 과분하지만 놀리느니 주는 게 낫다.


‘그 검 때문에 중독되어 죽을 뻔 했지. 그냥 주기는 좀 아까운데.


에이, 그냥 줘 버리자. 만근부도 포방에게 주고. 영보들 다 정리하자.’


자죽흑사검을 꺼내는데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작은 공, 우정추의 장심뢰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저게 태가의 가주령이니 반드시 찾으라고 할머니가 말씀하셨지.’


우정추는 태승의 시선이 장심뢰에 꽂힌 것을 느꼈다.


“아, 이거. 그렇잖아도 줄려고 했다.”


우정추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장심뢰를 벗었다.

태승이 검을 들고 장심뢰를 보고 있으니 겁이 더럭 났다.


“가주령이다.

이게 있어야 태가의 가주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거지.

듣기로는 가주 전용 창고 열쇠라고 하던데, 나중에 잘 찾아서 열어봐라.

무기로 쓸 수 있다고도 하기에 갖고 있었다.”


‘열쇠라니까 훔쳤군. 그런데 영력이 없으니 창고를 열지도 못했고, 쯧쯧.’


태승은 비웃음을 속에 감추고 두 손으로 받았다. 그리고 자죽흑사검을 우강에게 주었다.


“받아라. 자죽흑사검이라는 중품 영보다. 검 자체만으로도 명검이니 잘 써라.”


“헤헤, 고마워. 형.”


검을 뽑는 순간 짙은 자색 빛이 검 날에서 날카롭게 빛났다.

몸체는 대나무같이 일곱 마디가 있어 독특하면서도 기품이 있었다.


이런 멋있는 검은 처음이라 우강의 입이 한껏 벌어졌다.


“대박! 끝내주네.”


“밖으로 나가서 검을 휘둘러봐. 몸에 맞는지 알아야지.”


“비 오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서 나가.

나가서 포방에게 검술을 배워.”


조용히 비를 맞고 서 있던 포방이 태승에게 생각을 전달했다.


‘내 검술은 저런 검이랑 맞지 않아.’


‘맞는 검법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보고 저 녀석에게 가르쳐.’


‘알면 네가 하지.’


‘내가 가르치면 싸움만 일어나.

안면 없는 네가 가르쳐야 먹히지. 수고 좀 해라.’


태승은 저물환에서 검법서를 꺼내 던졌다.


‘영맥도 없으니 그냥 검술만 가르친다.’


‘알아서 해.’


쏟아지는 빗속으로 쫓겨난 우강은 포방과 눈이 마주치자 주춤했다.


“야, 이리와.”


어두운 밤. 얼굴 하관에 살점이 없고 뼈와 혓바닥만 보이는, 시체였던 괴물이 부른다.


우강은 바싹 얼어서 엉거주춤 다가섰다. 그로부터 한 시진 동안 빗속에서 먼지 나도록 뺑이 쳤다.


‘으아, 살려줘. 형, 아버지, 숙부!’



해가 뜨고,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우정추가 태승의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민가를 찾아 나서자꾸나. 네 숙부도 따듯한 방에서 쉬어야 몸이 나을 텐데.”


“난 괜찮소. 한숨 자고나니 개운해.”


우진이 다 나았다고 말하는데 눈은 퀭했다.


“불편하시더라도 이삼일은 여기서 기다려야 합니다. 예령과 외숙부들이 추적해 올 겁니다.

그분들과 포방의 거취를 결정한 다음에야 갈 길을 정할 수 있습니다.”


“령아가 올 수 있을까?”


“당연히 오겠죠. 귀왕령이 포방의 몸에 있으니 추적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헌원가 놈들이 추적하지나 않을까 걱정이구나.”


“귀력으로 밖에 추적할 수 없으니까, 불가능할 걸요.”


이틀 동안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물고기나 잡아먹으면서.



전쟁터가 된 금사방 터에도 햇빛이 비쳤다.

천망쇄가 사라지자, 검은 안개 같은 귀력은 햇빛을 피해 어두운 후원 침실로 도망가 숨었다.


햇빛에 녹은 것처럼 반만 남은 귀물의 시체가 유독 시선을 끌었다.


헌원책은 햇빛에 취한 듯, 눈을 감고 보고를 들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금사방 수하 중에 살아있는 놈은 하나도 없습니다.

도끼로 충차를 부쉈던 수사 시체도 없습니다.”


“쓸 만한 물건은 깡그리 들고 튀었나 봅니다.”


헌원책은 손을 내저었다.


“됐다. 가서 시체나 처리해라. 오늘 중으로 끝내.”


상황은 종료되었다.

강 하류를 지키던 놈들이 우정추를 놓쳤다고 보고를 올렸다.


사실 우정추를 잡고 못 잡고는 중요하지 않다. 금사방 없어진 것이 훨씬 중요했다.


쌩쌩했던 무인이 천명 넘게 죽었다. 피가 강처럼 흘렀고, 하류에는 배가 여러 척 부서졌다.


이 정도로 큰 전투를 벌였으니 왕이 또 다른 세력에게 영석 광산을 넘길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광산을 넘긴다 해도 겁이 나서 광산을 받을 놈이 없을 것이다.


영석 광산은 헌원 세가가 절대로 놓지 않는다는 속뜻을 왕에게 알린 것으로 전투의 목적은 달성했다.


“나는 세가로 돌아간다. 너희들은 마무리하고 돌아오너라.”


“예.”


결신경 수사들 모두 헌원책을 호위하여 헌원 세가로 향했다. 남은 수사들은 연신경의 조무래기 수사들 뿐.


그날 밤.

반쯤 무너진 담장의 그림자 속에서 예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옷에 창백한 얼굴과 새빨간 눈동자는 깊은 한을 품고 있어, 옆에서 지켜보는 예령의 대숙(큰 숙부)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예령은 귀물의 시체를 향해 절을 세 번 하고는 이를 갈았다.


“대숙,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라도 늦지 않다고 했어요. 저는 군자가 아니지만 반드시 십년 내에 헌원가를 멸문시킬 겁니다.”


“네 마음은 잘 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사저가 저렇게 죽었으니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하지만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선법대회에서 순위 안에 들어야, 복수할 힘을 얻게 되니 그것에 집중하자.

칠대종의 제자가 되면 헌원가 정도 없애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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