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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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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8,436

작성
22.09.2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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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 113화

DUMMY

태승은 우강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부친과 모친에게 보고했다.


"당장은 못 덤벼들 겁니다. 어서 지하로 가시죠."


"통로는 열어 놨다. 네 모친이 너와 할 일이 남아있다고 해서 기다린 거다."


"무슨? 아, 귀왕령."


여인이 나섰다.

우정추 일행은 뭔가 싶어 주위에 둘러섰다.


"시간 없다. 먼저 시체를 꺼내라."


태승은 저물환에서 포방의 시체를 꺼냈다. 여전히 꽁꽁 얼어있는 상태였다.


"눈알을 파겠습니다."


서슴없이 손톱을 세워 눈가를 푹 찔러, 손가락을 웅크려 파내었다. 계란만한 눈알이 손 안에 들어왔다.

태승은 눈알을 도려내 바닥에 버렸다. 끔찍한 광경에 우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귀왕령을 주십시오."


"그 전에 손바닥에 피를 내어, 네 피를 한 움큼 담아라. 그 피 속에 귀왕령을 담근 다음, 시체에 넣어야 한다."


'쓰, 역시 뭔가 속이는 게 있을 줄 알았다.'


태승은 여인을 노려보았다.


"아까는 그런 말씀이 없으셨는데요?"


"내 경우는 내 몸속에 넣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필요가 없었지.

너는 다르다.

시체 몸속에 귀왕령이 들어가면 시체가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만약 달아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서요?"


"그런 황당한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네 피로 시체를 통제해야 한다.

네 피 속에 귀왕령을 담그면 너와 귀왕령이 피로 맺어지고, 영적으로 연결된다.

그 다음 귀왕령을 시체에 넣으면, 너의 의지에 따라 귀왕령이 시체를 움직인다."


여전히 뭔가 찜찜했다.


"연결되는 것 싫은데요.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다른 수사의 피에 귀왕령을 담그면, 귀왕령이 그 수사와 연결되고 너와의 연결은 끊어진다."


"귀왕령이 영성을 가지고 있나요?"


"당연하지. 수천 년 전 귀왕께서 자신의 영력을 농축시켜 넣고, 영혼까지 갈아 넣어 만든 것이니까.

어서 시작해. 설마 피 내는 것이 두려워?"


태승은 입맛을 다셨다.

속으로 욕을 한바가지 하고서는 왼손을 손톱으로 그었다. 피가 뭉클뭉클 솟아났다.


여인이 갑자기 사람들을 물렸다.


"뒤로 멀리 물러서요. 귀왕령을 빼내면,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얼마나 버틸지도 몰라요."


사람들은 영문을 모른 채 뒤로 물러났다. 궁금한 눈초리가 여인과 태승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여인이 손으로 왼쪽 눈언저리를 강하게 눌렀다. 백색 도자기로 만든 의안이 툭 튀어나왔다.

태승이 얼른 받아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보통 의안인데.'


태승은 왼손 안에 의안을 조심스레 놓았다. 손 안에서 피를 쭉쭉 들이킨 의안이 붉게 변했다.


태승은 빛의 속도로 무언가가 왼손을 통해 자신의 신혼과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앗!'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결된 순간 주변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은 검은 회색이었고, 땅은 짙은 검은 색이었다.


무한할 정도로 넓은 지평선에는 하늘과 땅, 단 둘 밖에 없었다. 산, 나무, 강, 구름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나 짐승도 없었다. 오직 혼자뿐이었다. 게다가 아무 소리도 없었다. 천지간에 정적만 흘렀다.


귀왕령 속의 어떤 것이 수작을 부려서,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세상으로 불러온 것이었다.


"씨바, 내 이럴 줄 알았다.

분명히 뭔가 숨긴 것이 있을 것 같더라.

통수 맞는 것도 이젠 지겹다. 정말."


태승은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것 봐라. 완전히 알몸이네."


무기도 저물환도 없이 태어날 때 그대로의 상태였다. 게다가 영력도 무공도 전혀 없다.


"신혼만 소환된 것이구나. 지금 육신은 별채에 그대로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시간도 정지되었을지 몰라."


태승은 자신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놈이 나를 소환했는지 몰라도, 영력이나 무공이 필요한 것은 아닌 모양이네.

야, 어떤 놈이야! 불렀으면 얼굴이라도 비춰야지."


[그놈 참, 시끄럽군.]


회색 하늘이 갈라지면서 거대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거의 해와 같은 크기였다.

태승은 눈동자를 노려보았다.


검은 눈동자에는 지독한 무심함이 흘러넘쳤다. 눈동자는 하늘에서 땅을 향해 찍어 누르듯이 태승을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압박감은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마치 감정 없는 거대한 산봉우리나 빙산이 거꾸로 내려와 꽂히는 것처럼, 시간이 갈수록 중압감은 극에 달했다.

이대로 눈빛에 깔려 죽을 것 같았다.


태승은 버텼다. 무룡곡에서 늑대와 마주친 이래, 귀룡검에서 나온 용과 눈싸움도 했던 태승이다.


이런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압박감에 짓눌려 죽을망정, 기세는 죽으면 안 된다.


강한 상대라도 상대의 눈에 분노나 멸시 같은 감정이 담겨있으면, 그런 감정에 반발하여 자신의 의지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동자가 개미 보듯 지켜보는데, 마치 신이 지켜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의지를 일으킬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신'이라는 생각이 마음을 건드렸다. 울컥 했다.


'신? 신 따위가 있기나 해?'


반발심이 생기자, 압박감이 훨씬 줄어들었다.


태승은 눈동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기세를 꺾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무례하게 굴었다.


"넌 누구냐?"


[너? 감히 본 왕더러 너라고?]


"용건이 있어 불렀으면, 자기소개부터 먼저 해야지. 안 그래?"


갈라졌던 하늘이 좁아지면서 눈동자의 반을 덮었다. 사람으로 치면 눈웃음이다.


[대단한 놈이 왔군.

그 동안 만나봤던 팔십 일곱 명 후손 중에서 제일 뛰어나. 마음에 들어.]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난 너 같은 놈의 후손이 아니다."


[귀왕공이나 귀장공을 익혔으면 모조건 내 후손이다.]


누군지 짐작이 되었다.


"네가 수 천 년 전 죽었다는 귀왕이냐?"


[내가 귀왕문의 시조인 귀왕이다.

그런데 이놈아, 시조인 줄 깨달았으면 공손하게 절을 올리지 않고 뭐하는 거냐.]


"내가 왜? 내 공법은 한빙종이다. 귀장공은 곁다리로 얻어걸렸을 뿐."


[곁다리? 이 시건방진 놈이.]


눈동자에서 분노의 화염이 화르륵 일어났다. 화염은 하늘 전체를 가득 채우더니, 화염기둥으로 변해 태승에게 내리 꽂혔다.


태승은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숯덩이로 변하는 것 같았다.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태승의 눈 앞, 지상은 이미 불지옥으로 변해 있었다.


"장난하나?"


이 한 마디에 화염은 깨끗이 사라졌다.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어떻게 알았느냐?]


"간단해.

이곳은 네가 만들고 지배하는 귀계 같은데? 즉, 네 마음대로 환상을 만들 수 있는 곳일 거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화염을 믿으면 불에 타 죽지만, 일찌감치 환상이라고 믿지 않으면 타 죽지 않는 거지.


첫 눈에 감 잡았어."


[그 놈 참, 똘똘하네.]


"그런 말 많이 들어.

어쨌든 왜 나를 부른 거지?"


[귀왕령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면, 어떤 성품인지 알아보려고 부른다.]


"흥. 겁을 줘 보고 해서, 말랑말랑하면 가지고 놀려고 그러지?"


[말버릇 참.]


"넌 도겁(道劫)도 못 넘었지?"


예고 없이 훅 들어오자, 눈동자가 사라지더니 귀왕의 심어도 뚝 끊겼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충격 받은 게 분명했다.


태승은 피식 웃었다.

귀왕이 도겁을 못 넘은 것은 추론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만약 도겁을 넘어서 7경 합도경만 되었어도, 이렇게 복잡하게 세상에 남아 있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귀왕종을 세우고 당당히 칠종에 도전하는 것이 정상이다.


"뭘 그런 것 가지고 쪽팔려 해.

6경 연허경도 대단한 거야. 자신감을 가져."


[살려두면 안 될 놈이구나.]


다시 나타난 눈동자에는 살기가 번개 치듯 번쩍거렸다.

오히려 태승이 느긋했다.


"죽이려고? 죽여 봐. 나도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네 까짓 놈이 무슨 힘이 있어서?

귀왕령은 쉽게 깰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내 기해를 들여다 봐. 엄청난 게 있을걸. 그거 움직이면 귀왕령은 가루가 된다니까."


[귀왕령이 부서져봤자, 나와 아무런 상관 없다.]


뻥이다.

귀왕령이 부서지면 귀왕은 세상에서 존재하지 못한다.

태승은 감을 잡고, 넘겨짚은 것이다.


"누가 뭐래?

그냥 죽자니 열 받아서 그거라도 부수고 죽겠다는 거지."


예상대로 다시 심어가 끊어졌다.

한참 있다가 나타난 눈동자에는 경악이 서려있었다.


[지극음화가 어떻게 기해 속에 있는 거냐? 기괴한 놈이로구나.]


지극음화와 부딪치면 귀왕령도 안전하지 못하다.

태승은 배짱을 부렸다.


"나도 몰라. 어쩔래?

나도 바쁜 와중에 불려왔어. 빨리 되돌아가야 한다니까."


[바쁘다니까 보내준다.

다음에 다시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자.]


"다시 피 뽑기 싫은데."



눈앞의 광경이 다시 바뀌었다.

태승은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네가 잠시 주춤하기에 이상해서 지켜본 거다.

이제 의안을 시체 눈에 집어넣으면 끝나는 거냐?"


태승은 여인을 노려보았다. 또 당할 뻔 했다.


여인은 안면몰수하고 왜 보냐는 듯, 태승의 시선을 마주보았다.


'진짜 뻔뻔해. 늙으면 다 이렇게 변하나.'


태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의안을 포방의 왼쪽 눈에 집어넣었다.


"악!"


의안이 태승의 손을 떠나는 순간, 여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귀왕령과의 연결이 끊어진 때문이었다.


"모친, 왜 그러세요? 아프세요?"


우강이 여인의 손을 잡았지만, 여인은 손을 뿌리쳤다. 전신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여인은 가까운 기둥을 붙잡고 손을 내저었다.


"어서, 가!"


말 한마디 하기가 몹시 힘겨워보였다.

이마에 땀이 비 오듯 흐르면서 눈동자가 핏빛으로 변했다. 얼굴 피부가 검게 변색되었다.


"모친!"


다가가려는 우강의 앞을 태승이 가로막았다.


"안 돼. 통로로 내려가."


순간 여인이 고통어린 비명을 질렀다. 태승도 뒤를 돌아보았다. 여인의 피부가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아아아아."


그뿐 아니었다. 온 몸이 부풀어 올랐다.

몸이 커지면서 피부가 견디지 못해 갈라지는 것이었다. 부쩍 자라난 손톱이 기둥을 파고 들었다.


여인의 덩치가 장정보다 더 커지면서 옷이 다 찢어졌다.

눈을 돌릴 수도 없었다. 모두 경악에 입을 벌리고, 눈을 떼지 못했다.


여인은 순식간에 사람 형태를 벗어났다.

얼굴은 먹물보다 검게 변했고, 피부는 찢어져 너덜거리고 시뻘건 속살이 삐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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