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조회수 :
219,286
추천수 :
5,954
글자수 :
638,436

작성
22.09.22 11:40
조회
1,359
추천
40
글자
11쪽

제 109화

DUMMY

“대형, 무슨 일 있습니까?”


"예령 아비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긴급 구원을 요청했다. 당장 비주를 타고 출발해."


"하루 반은 걸릴 텐데, 그때까지 버티겠죠?"


"모르지. 어쨌든 최대한 빨리 가자."



정문 공격의 선봉은 덩치 큰 거상방 수하들.


거상방 부방주 원동이 명령을 내렸다.


"충차 출진시켜."


"충차 출진!"


끄르르르


성문을 부수는데 사용되는 충차. 충차 중앙에는 왕궁 기둥만큼이나 큰 나무둥치가 불뚝 나와 있고, 그 앞에 강철로 뾰족하게 만든 두껍을 씌웠다. 두껍은 사람이 하나 들어가 목욕해도 넉넉한 크기였다.


좌우에는 거대한 바퀴를 붙여 움직일 수 있다. 충차 위는 지붕을 설치해, 성문 위에서 던지는 창과 화염에도 충차를 미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만들었다.


충차에는 거상방 수하 사십 명이 좌우에 개미처럼 달라붙어 밀었다.


정문이 아무리 높고 두터워도 결신경 수사들 여러 명이 달려들면 금방 부순다. 태승이라면 만근부를 휘둘러 간단히 해결한다.

그러나 결신경 수사는 귀한 전력이라 이런 하찮은 일에 쓸 수 없다. 다치면 어쩌겠는가.


원래 정문을 지키던 호문 무사들은 일찌감치 안으로 들어가, 정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충차가 달려오는데 있어 봐야 뭐하겠는가.


우정추는 처음부터 정문은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충차를 막을 방법이 없다.



헌원책의 명령이 떨어졌다. 명령을 받은 수제자가 크게 외쳤다.


"있는 힘을 다 쏟아 부어라! 돌진!"


두두두두


사십 명은 전력을 다해 충차를 밀었다. 겁나 세게 달린 충차의 앞, Qy족한 부분이 정문에 부딪쳤다.




굉음과 함께 정문이 우그러들었다. 정문 위의 금사방 현판과 기와가 충격으로 부서져, 부스러기가 먼지처럼 흩날렸다.


"다시!"


충차가 후진했다가 다시 앞으로 돌진한다.


탑 위에서 이 모습을 본 우정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부 방주에게 명령을 내렸다.


"각 대주 인원의 절반을 정문으로 집결시켜. 정문은 조만간 부서진다. 그 틈새로 밀고 들어오는 놈들을 막아라."


"존명."


"정문과 중문 사이를 깊게 파서 충차가 빠지도록 만들어. 충차가 중문까지 부수게 놔두면 안 된다."


"벌써 다 팠습니다."


"장찰과 봉만은 새끼 수사들을 전부 다 이끌고 정문 틈으로 들어오는 수사들을 막아."


"네."



우강은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말로만 듣던 생생한 전투가 눈앞에 펼쳐지기 직전이다. 삼층이니 전망도 딱 좋다.


'옥수수 튀긴 거나 땅콩 있으면, 먹으면서 구경하기 딱 좋겠는데. 술도 한잔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자기 쪽 전력이 열세라는 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충차가 멈추었다. 바퀴 축이 뻐걱대더니 고장 난 것. 몸통이 워낙 무거워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바퀴 수리해. 수리하는 사이 공격한다."


충차의 돌진 네 번 만에 정문이 우그러졌다. 강철이라 부서지지는 않았다. 더구나 문을 가로지른 빗장도 영보라서, 부러지지 않았다. 좌우 문짝과 벽 사이로 틈만 벌어졌다.


"틈새로 돌진해."


충차 뒤를 따라왔던 환락방도들이 틈새로 진입했다.


우그러진 틈으로 들어가려니 몹시 곤란했다. 문 안쪽에서는 도검창이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가는 족족 쥐새끼처럼 때려잡는다.


헌원책의 표정이 싹 변했다. 이를 눈치 챈 부 방주들은 목청을 높여 명령했다.


"전원 돌격!"


"금사방 놈들을 전부 없애라."


"죽여 버려!"



다구리에 장사 없고, 물량 공세에 못 버틴다. 나머지 세 방파의 수하들은 개떼처럼 달려들어 꾸역꾸역 틈새로 밀고 들어왔다.


하나가 죽으면 둘이, 둘이 죽으면 넷이 달려든다.

몸빵으로 밀어붙이고, 창에 찔려도 악을 쓰면서 같이 찌른다.

안에서 막던 금사방 수하들이 하나 둘 죽거나 밀려났다. 틈이 점점 벌어지고, 그 틈으로 더욱 더 많이 밀고 들어왔다.


결국 정문 뒤와 중문 앞의 공간이 혈투 장으로 바뀌었다.


아우성과 비명,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피가 튀고, 사지가 날아가고, 내장이 쏟아졌다.

그러나 상대는 피칠 갑을 하고도 악착같이 달려든다. 죽어도 한칼은 먹이고 죽이겠다는 독기가 눈에 번들거렸다.


금사방 수하들은 기세에서 밀렸다. 무공도 떨어진다. 그래도 지형지물에 의지해서 버텼다.


"새끼들, 졸라 지독하네."


"쓰바, 지렸다."


"이 새끼들아, 정신 안 차려? 죽고 싶어?"


냉두 대주가 설치고 돌아다니고, 목소리를 높여 독려해도 그때뿐이었다.


"냉두, 서라.

냉두 새끼는 내거다. 끼이는 놈은 죽을 줄 알아."


냉두와 악연이 깊었던 환락방 대주 하나가 냉두를 향해 달려갔다.

냉두의 입가에 핏빛 미소가 어렸다.


"좀만아. 그때는 운 좋게 도망갔지만, 네놈 운도 여기까지다."


놈들이 들어 온지 한 시진이 흘렀지만, 사대방파 수하들은 중문에서 철저히 막혔다. 우정추 수하들이 죽자고 버틴 것이었다.

독기와 무공에서 밀렸지만, 어쨌든 이곳은 금사방의 본진. 똥개도 자기 집이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


충차를 막으려고 정문과 중문 사이에 파 놓은 구덩이는 시체로 가득 찼다. 비명과 피비린내가 삼층까지 닿았다.


즐기면서 구경하던 우강의 얼굴은 이미 똥색이 되었다.

사지가 잘리고 내장이 터지고 붉은 피가 뿌려지는 살벌한 광경은 처음이었으니까.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니다. 몇 십 명이 죽어나가면서 피 냄새가 탑까지 올라왔다.


우강은 토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문제는 숫자가 작은 금사방 쪽이 밀리고 있다.


'씨바, 나도 칼 들고 싸워야 하나.'


자기가 나가면 단 일 검에 목이 썰릴 것 같다. 정문을 헤집고 들어온 놈들은 최하 일류 무인이다. 냉두 대주도 팔 한 짝이 날아가고, 절뚝거리면서도 돌아다니며 독려했다.



헌원책은 상황을 분석 중이었다.


'우리 쪽은 백 명 정도가 사망 또는 중상. 상대는 모르긴 해도 대략 오십 명은 죽었으리라.

지리적 불리를 감안하면 큰 손해는 아닌데, 생각 밖으로 저항이 완강해서 시간이 걸리는 게 흠.

한꺼번에 밀고 들어가서 쓸어버리려면 저놈의 정문부터 없애버려야겠군.'


처음에는 밀고 들어가면 그냥 밀릴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버틴다.


인원을 더 투입하려는데 보고가 들어왔다. 어제 금사방의 삼개 대주가 삼백 명을 끌고 들어갔다고 한다. 처음부터 작전을 잘 못 짠 것이다.


"그걸 이제 보고해? 이놈 잘라버려."


헌원책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일단 정문 밖으로 후퇴시켜."


"사부님, 기세가 오른 상태인데 이참에 더 투입해서 쓸어버리는 게 어떻습니까?"


"더 투입했다가 깡그리 당하는 수가 있다. 놈들이 무슨 준비를 했는지 몰라.

하루만 지나면 천망쇄가 없어지고, 공중에서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 급할 필요 없어. 후퇴시켜."


"아직 살아있는 대원들이 있습니다."


"후퇴 명령에도 못 나오는 놈은 틀렸다. 버려.

후퇴시킨 다음, 수사들을 동원해 정문 뜯어내라. 그래야 시야가 확보되어 공격하기 편하고, 상대의 수작을 피하기도 쉽다. 알아듣겠느냐?"


"네."


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태승이 우정추에게 조언했다.


"놈들이 후퇴하는 것으로 보아 강한 수단을 쓸 것 같습니다. 우리도 중문 뒤로 후퇴시키세요. 남아있는 수하들 개죽음 당합니다."


"응, 응. 그래. 중문 뒤로 후퇴!"


"중문 뒤로 후퇴!"


태승은 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살기에 눈이 뒤집혀진 무사들은 뭐가 가까이 오면 무기를 휘둘렀다. 가볍게 튕겨내고 쓰러뜨렸다.



이대주 냉두는 대도를 지팡이삼아 버티고 서 있었다.

원수 같던 환락방 대주를 없애는 대신 팔 하나를 줬다. 다리와 옆구리도 상처가 크다. 하지만 웃었다.


'팔 하나로 그 새끼 죽였으니, 나쁘지 않은 결과지.

어차피 칼날 위의 인생. 오래 살 생각도 없고, 금사방도 오늘 넘기기 힘들어.'


놈들이 워낙 많아야지.



멀리서 태승이 오는 모습이 냉두의 눈에 보였다. 발이 땅 위에서 흐르는 것 같다.


'캬, 죽인다. 저걸 행운유수라고 한다던가.'


태승이 삼층에서 뛰어내려 이곳까지 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부상당한 놈들이 달려들었다가 한방에 쓰러진다.

영력을 쓰지 않는데도, 손 놀리는 솜씨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영력까지 쓰면? 저 나이에? 우강 따위는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대공자."


냉두가 한 팔로 예를 올렸다. 무인은 강한 자에게 고개 숙인다. 회의장에서의 두려웠던 영력 파동이 머릿속에 콱 박혀있었다. 이대주 냉두는 진심으로 승복했다.


태승은 속으로 냉두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다른 대주와 달리 선두에서 지휘하면서, 팔까지 잃었다.


(불리한데도 냉대주께서 지휘하시는 덕분에 수하들이 도망가지 않고 잘 싸우고 있습니다.)


냉두가 쓴 웃음을 짓고는, 전음으로 대답했다.


(흑도 생리를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흑도는 싸움이 벌어지면 한쪽이 다 죽어야 끝납니다. 어차피 항복해도 죽습니다. 포로 따위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자고 싸우는 겁니다.)


태승은 기가 막혔다.


(그래도 남의 일인데, 목숨 걸고 싸운다고 무슨 이익이 있나요?)


(오늘은 특수한 경우지요.

과거에는 금사방이 전투에 개입하면 그 동안 대부분 승리했고, 전리품으로 실컷 즐겼습니다.

그렇게 꿀 빨았으니 오늘 같은 날에 불리하다고 도망가는 놈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도 안 됩니다. 걸리면 제 손에 죽습니다.)


냉두는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이제 이해가 됩니다.

냉 대주님은 수하들을 이끌고 전부 후퇴하세요. 곧 정문이 파기될 겁니다."


"이곳은 대공자께서 맡으시는 겁니까?"


"잠시만 입니다. 수사끼리 손을 섞어보는 거죠."


"그럼 저희는 물러갑니다. 조심하십시오."



태승은 무혼사를 꺼냈다. 진입 통로가 될 만 한 곳을 골라 끝에서 끝까지 묶었다. 팽팽하게 설치하면 일직선이 되어 금방 파악되므로, 약간 느슨하게 했다.


'어차피 전투에 발을 담근 것, 피할 수 없다.'


정문과 중문 사이에는 태승과 쓰러져 있는 부하들 외 아무도 없었다. 태승은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아직 의식이 있는 상대 수하들을 기절시켰다.


'차라리 기절하는 게 통증을 덜 느낄 거야.'


태승은 다 기절시키고, 상대의 다음 공격을 기다렸다.



황의를 입은 결신경 초기의 수사 하나가 헌원책에게 간청했다.


"저희가 해보겠습니다. 공밥만 먹어 늘 죄송했는데, 힘 한번 쓰게 허락해 주십시오."


"오! 사가 육형제. 고맙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선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감사합니다 +1 22.10.21 818 0 -
공지 실수했습니다. +1 22.10.13 435 0 -
공지 <신선 가즈아! 란 제목을 신선행! 으로 변경했습니다.> +2 22.06.10 502 0 -
공지 <변경사항> 22.06.04 3,378 0 -
131 제 130화 +31 22.10.21 1,553 56 12쪽
130 제 129화 +5 22.10.20 1,098 45 11쪽
129 제 128화 +2 22.10.19 1,157 48 11쪽
128 제 127화 +6 22.10.18 1,113 48 11쪽
127 제 126화 +4 22.10.17 1,177 53 11쪽
126 제 125화 +5 22.10.14 1,302 53 11쪽
125 후원금 감사합니다. +3 22.10.13 1,036 14 1쪽
124 제 124화 +7 22.10.13 1,208 51 11쪽
123 제 123화 +2 22.10.12 1,167 45 11쪽
122 제 122화 +2 22.10.11 1,209 44 11쪽
121 제 121화 +2 22.10.10 1,244 49 11쪽
120 제 120화 +2 22.10.07 1,385 46 11쪽
119 제 119화 +3 22.10.06 1,306 48 11쪽
118 제 118화 +2 22.10.05 1,285 47 11쪽
117 제 117화 +2 22.10.04 1,273 42 11쪽
116 제 116화 +3 22.10.03 1,313 42 11쪽
115 제 115화 +3 22.09.30 1,428 46 11쪽
114 제 114화 +4 22.09.29 1,297 51 11쪽
113 제 113화 +3 22.09.28 1,300 51 11쪽
112 제 112화 +3 22.09.27 1,335 40 11쪽
111 제 111화 +3 22.09.26 1,306 52 11쪽
110 제 110화 +5 22.09.23 1,451 40 11쪽
» 제 109화 +3 22.09.22 1,360 40 11쪽
108 제 108화 +3 22.09.21 1,337 40 11쪽
107 제 107화 +2 22.09.20 1,323 37 11쪽
106 제 106화 +1 22.09.19 1,340 4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