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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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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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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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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24화






두 개의 달에서 나온 달빛이 온 땅을 비추는 시간에.


드넓은 황무지에 위치한 검은 산의 모퉁이에서 세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입구와 다르게 또 다른 구멍이 만들어내서 나타난 것이다.


산에서 나온 것치고 말끔한 모습을 한 이는 다름 아닌 쟈니와 록시, 바벨이었다.


분명 해가 중천에 이르기 전에 산의 입구에 들어갔건만.


산에 구멍을 내면서 나왔을 때는 한밤중인 상태였다.


안에 있을 때의 시간은 얼마 흐르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흐른 것이었다.


원래 들어왔던 입구와 다른 곳을 출구로 삼았기에 셋은 오토바이를 찾아야 했다.


록시가 가장 먼저 두리번거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아무래도 입구의 반대쪽으로 나온 것 같은데?”


안에서 일행이 나아갈 방향을 잡고 구멍을 만들어냈던 것은 쟈니였기에 난처해 하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니, 어차피 안에서 방향을 잡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 또한 예상범위 안이야.”


쟈니의 말을 끊으면서 바벨이 그를 위로했다.


바벨의 말은 사실이었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맞아, 그리고 쟈니가 아니었으면 탈출하는 것도 힘들었을 거야.”


시무룩해져있는 쟈니의 어깨 위에 팔을 걸치면서 록시 또한 위로했다.


처음에 이곳으로 올 때에 다투던 모습은 사라졌다.


검은 산안에서 있었던 일이 이들의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이제는 바벨이 일행의 선두에서 오토바이를 향해 나아갔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쟈니와 록시가 뒤따라가고 있었다.


마치 은은한 달빛이 비치는 자연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실상 분위기는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도시로 가져가야 할 정보가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산을 반바퀴 돌아 결국 주차되어 있는 오토바이를 찾아냈다.


별다른 문제 없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단번에 올라탔다.


전부다 오토바이에 올라탄 것을 보고 나서야 바벨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


부릉——


오토바이는 여태껏 휴식을 취해서 컨디션을 회복한 사람처럼 힘찬 소리를 내었다.


장비를 착용하고 페달을 밟고 곧바로 신속하게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어느새 옆에서 헬멧을 쓰고 고글을 착용한 채 오토바이에 앉아있는 록시가 말했다.


“바벨, 조명 켜!”


아무리 달빛이 비치고 있다 한들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시야 확보를 위해서 한 말이었다.


가다가 보지 못한 돌멩이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그제서야 잡념에 빠져있다 정신을 차리게 된 바벨이 록시를 바라보았다.


먼저 록시가 손잡이 밑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전면과 후면에 환한 조명이 켜졌다.


그것을 보고 바벨은 그대로 따라 했다.


딸깍——


바벨의 손가락에 눌리게 되면서 소리를 낸 버튼은 오토바이의 조명을 켰다.


록시와 마찬가지로 오토바이의 조명은 환한 불빛을 내뿜었다.


쟈니 또한 마찬가지로 준비를 끝마쳤다.


드디어 모두 준비가 끝나자, 바벨이 먼저 페달을 밟고 도시로 향했다.


그 뒤를 바짝 붙어서 록시와 쟈니가 따라갔다.


도시에서 나올 때처럼 기차를 다시 타고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전적으로 오토바이에 의지해야 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바벨은 손잡이를 쥐고 있는 손에 처음 탔을 때 보다 더 힘을 주었다.


그러자 오토바이의 바퀴에 흩날리는 흙먼지가 날뛰었다.


뒤에 붙어있던 록시가 난데없이 모조리 맞게 되었다.


입에 들어간 흙을 뱉어내면서 록시가 일갈했다.


“야! 운전 똑바로 안해!”


그 소리에 콧방귀를 끼면서 바벨이 대답했다.


“흥, 한시가 급한 일이 있는데 겨우 먼지 따위로 그러는거냐.”


바벨의 말을 듣고 록시의 고글은 작게 떨렸다.


그 뒤로 도시로 되돌아가는 길은 보기보단 조용하진 않았다.






* * *






오토바이에 탑승한 채 기찻길을 따라서, 어느새 도시의 외벽 가까이 온 일행은 도시의 뒤편에서 뜨고 있는 해를 보게 되었다.


시간은 그새 한밤중을 지나서 동이 트는 새벽이 된 것이다.


깜깜했던 밤하늘은 저 끝자락에서부터 희미한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열려있는 문을 지나서 일행은 도시 내부를 달리게 되었다.


아직 도시의 대다수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인지, 안쪽은 인적이 드물고 한적했다.


어두운 길을 내달려 학교의 정문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바벨이 오토바이에서 내리자마자, 록시는 뒤에서 뒤통수를 시원하게 한방 갈겨버렸다.


헬멧을 쓰고 있었기에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저절로 바벨은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텅——


그 모습을 보고 속이 시원해진 것인지, 록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재빨리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헬멧 덕분에 큰 고통은 없었지만 맞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바벨이 말했다.


“아니 머리는 왜 치는 거야?”


하지만 이미 멀리 가버린 록시에게 바벨의 말은 닿지 않았다.


“하하, 두 분 사이가 좋으시네요.”


그 와중에 쟈니가 흐뭇해하는 미소를 날리고 록시를 뒤따라 들어갔다.


바벨은 뒤통수를 매만지다가 보게 되었다.


정문의 옆에서 항상 같은 자리인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는 기사를.


아니 기사 같은 골렘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골렘을 바라보다 문득 몇 시간 전의 일이 떠올랐다.


앞에 있는 바벨과 비슷한 키의 골렘과 아까 일행이 머물렀던 곳, 산의 크기를 가진 골렘.


두 골렘의 크기의 격차 때문에 아직도 자이언트 골렘이 존재했던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것도 골렘, 애도 골렘이라니.’


가볍게 혀를 차고는 영혼 없는 골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도 고생이 많다.”


이목구비가 없었기에 표정이 없던 골렘은 말이 없었다.


그저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뿐이었다.


바벨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자, 앞에 보이는 엘리베이터에 록시와 쟈니가 먼저 탑승해있었다.


얼른 들어오라며 록시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재빨리 몸을 날려서 엘리베이터에 타게 된 바벨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좀 가면 안 되나?”


얄미운 태도로 록시가 빈정거렸다.


“빨리 좀 오지 그랬어.”


말대꾸를 하면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조종했다.


다만, 바벨은 교장실이 아닌 숙소로 향하게 했다.


그것을 보자 의아한 눈빛을 보내며 록시가 입을 열었다.


“교장실로 안 가고 뭐해?”


그 소리에 한심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면서 무지한 이를 가르치듯 바벨이 말했다.


“지금이 몇 시라고 생각하나?”


“그야, 새벽······ 아!”


그제서야 바벨의 뜻을 알아차렸기에 움직이려는 입을 다물었다.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시각이었기에 바실이 교장실에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숙소에 이르러 멈추게 되었다.


띠링——


문이 열리자 먼저 바벨이 내리면서 둘에게 통보했다.


“지금부터 오늘 겪었던 일들을 머릿속에 정리해야 한다. 바실에게 보고하기 전까지.”


짧은 시간 안에 보고서를 작성하여 올릴 수는 없었기에.


직접 대면하여 구두보고를 해야만 했다.


그것도 핵심만을 간추려서.


중구난방으로 보고를 한답시고 말을 하게 된다면, 철저한 성격인 바실이 믿지 못할 것 같았다.


증거 하나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오직 입을 여는 것뿐이었으니까.


또각——


바벨의 발끝에 복도에 닿으면서 소리를 내었다.


선명하게 들리는 그 소리가 록시와 쟈니를 움직이게 했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 앞서서 걷고 있는 바벨은 자신의 방문 앞에 도달하고 나서야 한마디를 곁들었다.


“8시까지 여기서 다시 봐.”


쿵——


말을 끝마치고, 바벨은 순식간에 방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록시가 옆에 있던 쟈니에게 물었다.


“원래 마법사들은 다 저런가?”


록시가 말하는 것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만 내뱉고 사라져버리는 것을 뜻했다.


방금 바벨이 했던 것처럼.


“하하······, 글쎄요.”


쟈니 또한 마법사였기에 할 말이 없어서 애꿎은 머리카락만 만지작거렸다.


무슨 말을 한다 한들 제 얼굴에 침 뱉기였으니까.






* * *






짧았던 시간으로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한 셋 중에서 가장 먼저 복도로 바벨이 나타났다.


방을 들어오기 전과는 다른 옷차림을 하고 있는 깔끔한 모습이었다.


아직 시간은 8시가 되지 않았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서 조금 더 일찍 방을 나선 것이다.


머릿속에서 초침이 움직이면서 시간을 재고 있을 때.


옆방에서 문이 열리고 쟈니가 나타났다.


바벨과 달리 그대로인 옷차림이었다.


바뀐 거라고는 눈 밑에 있던 다크서클이 좀 옅어진 것이 전부였다.


머릿속에서 쉼 없이 움직이던 초침이 8시가 다 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그것과 동시에 바벨의 맞은편에 있는 문이 열렸다.


변함없는 황금빛의 눈동자의 주인인 록시가 등장한 것이다.


바벨과 마찬가지로 옷차림을 바꾸고서.


정확히 8시 정각에, 세 명이 복도에 모이게 되었기에 지체 없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띠링——


학교의 고층에 있는 교장실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에 다시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들어가는 마음가짐은 달랐다.


똑같은 긴장감을 가졌으나,


그 무게감이 다른 것이다.


바벨이 앞장서서 여전히 금고 같은 문에 대고 정중히 노크를 했다.


똑— 똑—


짧게 울리는 두 번의 노크에 들어오라는 말도 없이 문이 열렸다.


벽에는 바벨이 보았던 검은 산이 나타나있는 지도가 있었다.


지난번과 다를 것 없는 풍경에 다른 점이라고는 바실 하나뿐이었다.


한 쪽 눈에 외알 안경을 쓰고서 몰두한 채 두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톱니바퀴를 원판 안에 끼워 넣고 있었다.


그런 톱니바퀴 수십여 개가 바실의 책상 위에 존재했다.


알 수 없는 기계장치를 조립하고 있었기에, 언제 끝날지 몰라 바실을 불러 멈추게 하려 했다.


그 기색을 눈치챈 쟈니가 바벨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바실을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는 수없이 바실이 하고 있는 일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바실의 손을 덮고 있는 철이 저절로 움직여서 옆에 있는 톱니바퀴를 집었다.


그중에서 두 개의 가닥이 한치의 떨림도 없이 천천히 움직였다.


원판의 위로 가져와 바실의 손가락 앞에 놓았다.


바실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집어서 원판 안에 끼워 넣었다.


그런 정교한 작업이 수 십 번 반복되어 톱니바퀴가 전부 원판 안에 들어갔을 때.


바실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미미하게 충혈된 눈이 바실이 잠깐의 시간 동안 집중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바벨, 쟈니, 록시 순으로 한사람 한사람 눈을 마주치고 나서 말했다.


“다 같이 와서 무슨 일인가?”


실제로 상의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대표자의 역할을 맡은 바벨이 나섰다.


한 발자국 바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바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머지않아 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8일 금요일 오전과 오후에 총 2편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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