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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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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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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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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19화






거대한 공동에 홀로 존재하는 오래된 엔진.


시선을 올리다 못해 고개까지 꺾어야만 이 엔진의 높이를 알 수 있었다.


엔진 앞에 선 바벨은 그저 개미에 불과했다.


등에 업고 있는 록시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히고 엔진에 다가갔다.


압도적인 크기에 비해서 특별한 재질은 아닌 것 같았다.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철이 산화(酸化) 되어 붉게 변한 모습을 하고 있는 엔진이었다.


다만 엔진이 작동되지 않은 지 오래된 것인지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었다.


바벨은 엔진의 부속품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키보다 큰 톱니바퀴에 다가갔다.


두 손으로 톱니바퀴에 곱게 쌓인 먼지를 들춰냈다.


엔진에 달려있는 사소한 부품인데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에 적혀있는 문자와는 달랐기에 읽을 수 없었다.


그저 이 톱니바퀴를 만든 사람의 이름이 적혀져 있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만으로 엔진에 대해서 알 수는 없었기에 바벨은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웠다.


땅에 붙어있던 두 발이 허공을 내디뎠다.


바벨은 엔진의 위로 향했다.


다만 천천히 올라가면서 엔진의 모습을 확인했다.


멀리서 보았던 압도적인 크기가 전부는 아니었다.


가까이에 다가가서야 보이는 세밀하고 작은 부품들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듯이 올라가고 나서 바벨은 이 엔진의 가장 높은 곳에 다다랐다.


엔진의 가장 윗부분에서 이어져있는 파이프가 천장의 벽을 뚫고 있었다.


그리고 파이프는 하나가 아니었다.


천장을 뚫은 파이프와 별개로 벽을 뚫은 파이프가 즐비(櫛比)했다.


엔진의 동력을 공급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엔진의 수증기가 나가는 것도 있을 것이고,


엔진으로부터 생긴 에너지가 나가는 것도 있을 것이다.


파이프는 전부 다 같은 크기가 아니었기에 짐작할 수 있었다.


바벨이 엔진의 위에서 관찰하고 있었을 때 땅바닥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록시가 낸 소리였다.


거대한 공동에서 그 누구도 없었기에 바벨은 그 미세한 소리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바벨은 새처럼 날아가면서 록시의 곁에 도달했다.


희미한 숨소리와 함께 록시의 눈꺼풀이 올라갔다.


록시의 황금빛 눈동자가 바벨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 괜찮아? 아픈 덴 없고?”


록시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벨은 질문 공세를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색의 입술이 달싹거리고 무엇인가 말을 내뱉으려 하는 것 같았다.


“아······ 아···”


말이 잘 들리지 않아서 바벨은 귀를 록시의 입에 가까이 댔다.


숨소리를 확인하듯 몸을 숙인 바벨이 귀를 기울였을 때 록시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아 뒤지겠다고!”


그와 동시에 록시가 오른손으로 바벨의 검은 뒷머리를 잡았다.


“악!”


머리채를 잡힌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바벨의 눈은 동그랗게 떠졌다.


“왜······ 왜 이래?”


“그야 너 때문에 아파 죽겠으니까 그렇지.”


“내가 뭐 어쨌다고······”


그 말에 록시의 눈은 가늘게 변하면서 바벨을 째려봤다.


“아니 구멍에 떨어지는 건 그렇다 쳐도 마법사가 아무것도 못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건 고소공포증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마법 하나 쓰는 것도 어려워?”


록시의 비난에도 할 말이 없었기에 바벨은 손가락으로 얼굴을 긁적였다.


학생도 아닌 선생이 고소공포증 때문에 부유(浮遊) 마법 하나 발휘하지 못했다니.


다른 이들이 이것을 알면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바벨은 구차한 변명을 했다.


“그래도 돌덩이는 막았다고······”


“그래 아주 고오오맙다!”


“그것보다 이 손 좀 놔주면 안 될까?”


여전히 록시는 바벨의 머리채를 잡고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제서야 록시는 거칠게 손을 풀고 몸을 일으켰다.


그 와중에도 바벨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소중한지 연신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아직 어지러운지 록시는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듯이 흔들고 나서야 앞의 광경을 보았다.


“······저거 뭐야?”


록시의 황금빛 눈동자를 가득 채운 것은 거대한 엔진이었다.


바벨이 놀랐듯이 록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크기의 엔진은 처음 보는 듯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거인과 같은 형체(形體)를 가진 엔진 앞에서 둘은 말이 없어졌다.






* * *






검은 구멍 속으로 바벨과 록시가 사라졌을 때.


쟈니는 이제는 검은 돌의 벽으로 변해버린 곳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마법사이기에 특유의 정신력으로 금방 정신을 차리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원래라면 일행보다 먼저 온 자들이 우리의 존재를 눈치챌 것 같아 사용을 자제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일단은 탐색 마법으로 사라진 일행을 찾아보려 애썼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여 오로지 지하로 마나를 흘려보냈다.


하지만 구멍은 쟈니의 생각보다 깊었다.


최대한의 마나를 사용했지만 둘의 인기척은 느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바닥을 파고 일행들을 찾는 것 또한 무의미함을 알았다.


몇 초에 불과한 시간 속에서 쟈니는 금세 최선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다른 영지의 사람들이라 추측되는 사람들에게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대가를 원할 테지만 상관없었다.


록시와 바벨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든 상관없다.


그래도 만일(萬一)을 대비하여 마나를 아끼기로 했다.


만약에 구조를 도와주기는 커녕 철광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자신을 공격할 수 도 있었으니까.


쟈니는 품 속에서 붉은색의 기다란 막대기를 꺼내들었다.


바로 다이너마이트(Dynamite)였다.


이제는 벽으로 변해버린 길을 뚫으면서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은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쟈니는 다이너마이트에 달린 심지를 벽에 빠르게 스치게 하면서 불을 붙였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능숙한 솜씨였다.


타들어가는 심지를 바라보면서 돌무더기 틈새에 쑤셔 넣었다.


마법사라면 손쉽게 「쉴드」 로 폭발의 파편을 막았을테지만 쟈니는 그러지 않았다.


폭발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뒤로 달아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지가 다 타들어갔고 다이너마이트는 터져버렸다.


쾅—— 쿠릉——


폭발로 인해 생긴 자욱한 연기가 걷히고 나서야 쟈니가 다시 돌아왔다.


다이너마이트의 화력으로 뚫린 벽을 쟈니가 황급히 넘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길을 되돌아서 갈림길로 향했다.


갈림길에 도착한 쟈니는 발자국을 찾았다.


여전히 바닥에 찍혀있는 발자국을 따라서 쟈니는 발걸음을 옮겼다.


누군지도 모를 이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 * *






엔진이 있는 공동(空洞)에서 록시와 바벨 또한 출구를 찾아 헤맸다.


엔진을 만든 이들이 들어오고 나갈 길이 눈에 보여야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있을 출구가 보이지 않아서 바벨은 탐색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바벨의 마나는 뚫려있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록시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가지고 있던 권총을 장전한 후에 벽에 쐈다.


펑—— 펑—— 펑——


작은 권총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대포 소리가 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은 뚫리기는커녕 조금 파이기만 하였다.


일반적인 총알이 아닌 것인지 권총의 총구에서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처음 보는 권총의 화력에 바벨은 그것을 보고 신기해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 록시가 건네줬던 권총이 아닌 온통 검은 권총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또 뭐야?”


총구에서 나오는 연기를 입으로 불어 없애고, 흰 피부와 대조적인 권총을 능숙하게 재장전 하면서 말했다.


“뭐긴, 권총이지.”


“그건 알고 있고 그 안에 들어있는 총알 말이야.”


“아~ 이거 말인가?”


권총 안에 총알을 집어넣다 말고 한 개를 꺼내어 보였다.


일반적인 권총의 총알처럼 작고, 매끈한 표면을 가지고 있으면서, 끝이 뭉툭한 형태가 아니었다.


작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표면에 금이 가있듯이 새겨져 있는 글자가 보였다.


황동으로 이루어진 총알은 다른 총알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보여주었다.


“다른 것들이랑은 차원이 다른 마탄(Mana Bullet) 이지.”


록시의 말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시중에 돌아다니는 총알과 비교할 수 없어 보이는 물건 같았다.


“공방에서 특별하게 주문 제작한 건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냐면······”


바벨은 쓸데없이 많은 정보를 나불거리는 록시의 말을 애써 무시하면서 엔진 주위를 빙 돌았다.


그 사이에도 록시는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마탄을 자랑하고 있었다.


엔진과 벽을 이어주는 자신보다 큰 파이프를 바라보면서 바벨은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


커다란 파이프를 통해서 이곳을 탈출하는 방법이었다.


특별히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손쉽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엔진은 최근에 사용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에, 파이프 속에서 발걸음을 내딛는 것에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었다.


잠깐의 시간으로 머리를 스치듯 떠오른 아이디어, 그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점쳐본 바벨은 그에 대한 결과를 록시에게 말해주었다.


“우린 파이프 안으로 들어간다.”


마탄에도 꿈쩍 않는 벽을 바라보던 록시는 바벨의 말에 황당해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뭐라고?”


“벽과 이어진 파이프를 통해서 이곳을 탈출할 수 있어.”


그 말에 록시는 파이프의 크기를 가늠해보고 바벨의 말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파이프 안으로는 어떻게 들어갈 건데?”


바벨은 엔진의 꼭대기에 있는 굴뚝처럼 생긴 것을 가리켰다.


“저기로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음······ 괜찮을 것 같네.”


“그럼 빨리 가자고.”


바벨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하지만 록시는 제자리에서 멈춰있는 상태로 웃으면서 두 손을 바벨을 향해 내뻗기만 하였다.


“뭐해? 나도 띄워줘야지.”


록시는 마법사가 아닌 총잡이에 불과했기에, 엔진의 끝으로 올라가기엔 버거웠다.


그래서 록시는 웃는 얼굴로 바벨에게 말한 것이었다.


작은 한숨을 내쉰 바벨은 록시에게 들리지 않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도움이 안 되네···”


그러면서 록시를 염력으로 들어 올린 후에, 엔진의 위쪽에 있는 구멍이 뚫려있는 파이프로 향했다.


둘은 아까전 구멍속으로 빠지듯이 사라졌던 것처럼.


이번엔 파이프의 어두운 구멍속으로 사라졌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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