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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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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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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14화






마법 학교의 복도에서 구두 소리가 울려 퍼진다.


또각——또각——


일정한 패턴의 안정적이고 묵직한 발소리가 구두의 주인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새 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구두에는 주름 하나 지지 않았다.


깔끔한 회색의 정장 바지가 그가 신경을 쓴 모습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하얀색의 셔츠 겉으로 걸친 회색의 코트는 꽤 그럴싸해 보였다.


머리를 빗어넘겨서 보여주는 이마가 훤칠해 보였다.


다만 신경을 쓴 듯한 옷차림과는 별개로 셔츠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이 모든 옷들의 주인은 바벨이었다.


다만 옷은 바벨 자신이 아닌 남이 골라서 선물해 준 것이다.


‘바실이 옷 보는 눈은 좋은 것 같네.’


지금 바벨이 복도를 걷는 이유는 강의실로 가기 위해서였다.


학교에 부임(赴任) 되어서 교양강의를 할 강의실은 학교의 저층에 위치해 있었다.


바벨은 방을 나오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강의실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하였다.


강의가 시작되는 시간에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


그 이유는 바벨의 관념에 있었다.


수업 시간을 넘기는 학생은 수업을 들을 자격이 없다. 그 누구이든 간에.


바벨은 자신이 시작 시간에 도착하여 그 이후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막기 위해서 시간 계산을 하면서 이동한 것이다.


복도를 걷고 있는 도중에 저 멀리에서 강의실이 보인다.


강의가 시작될 때까지 30초 남았다.


철로 이루어진 강의실의 문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20초 남았다.


주위에 다른 강의실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바벨이 강의할 곳은 꽤 규모가 있는 듯 보였다.


15초 남았다.


철의 문 앞에서 바벨은 바실이 했던 충고를 머릿속에서 다시금 새기면서 심호흡을 했다.


7초 남았다.


안쪽에서 미세하게 들려오는 의자를 끄는 소리를 들으면서 문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6초 남았다.


손잡이를 붙잡음 과 동시에 뒤에서 마법이 사용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5초 남았다.


살기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급박하게 전개되는 마법이 궁금해서 뒤를 돌아봤다.


4초 남았다.


복도에서 뛰어오는 금발의 소년이 보였다. 소년은 자신의 발에 「헤이스트」를 건 것인지 보통의 사람들이 달리는 속도보다 월등히 빨랐다.


3초 남았다.


순식간에 다가온 소년은 바벨이 붙잡고 있는 손잡이와는 다른 한쪽의 손잡이를 잡았다.


2초 남았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바벨은 소년의 푸른 눈동자와 마주쳤다.


짧은 시간이었기에 뭐라 말할 시간조차 없었다.


금발의 소년은 문을 열고 들어가 눈앞에 보이는 맨 앞자리의 책상에 앉았다.


1초 남았다.


소년이 지나치고 나서야 바벨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벨은 강의실 벽에 걸려져 있던 시계를 쳐다보았다.


수업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시계의 초침은 정각(正刻)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벨은 어제 자신이 수업하게 될 강의실을 한번 들러봤기에 자연스럽게 단상(壇上)의 계단을 올랐다.


단상에서 바라본 학생들의 수는 꽤 많았다.


단상으로부터 계단식으로 높아져가는 지형에 긴 책상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의자들이 보였다.


모든 의자에 학생들이 앉아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비어있는 의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공통으로 듣는 교양강의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다.


다만 바실이 말했던 것처럼 대부분이 마나를 인지하게 된 지 얼마 안 된 것인지 전체적으로 연령이 낮아 보였다.


방금의 금발의 소년처럼 마법을 쓰는 경우도 소수이지만 있는 것 같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소년을 제외하고도 바벨은 많은 새싹들을 올려다보았다.


새싹들은 종(種)을 가리지 않고 어울려 있었다.


드워프, 엘프, 인간 그리고 드물게 수인족도 보였다.


그들 중에서 어려 보이는 외관임에도 불구하고 신체를 철로 바꾼 이들이 있었다.


사실 멀쩡한 신체를 가진 이들이 소수(少數)였다.


이 학생들을 상대로 바벨은 강의를 시작해야 했다.


지팡이는 없었기에 반지를 끼고 있는 오른손의 손가락으로 소리를 냈다.


딱——


소리와 동시에 바벨의 마법이 펼쳐졌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강의실 안에서 바벨의 마법으로 인해 꿈에서나 볼법한 풍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불이다.”


처음에는 불꽃이었다.


바벨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점점 커지면서 사람 한 명보다 커졌다.


학생들은 갑자기 전개된 마법에 놀랐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


붉은색의 불덩이에서 뜨거운 온도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체(球體)의 형태로 꿈틀거리면서 움직이고 있었던 불덩이는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더 이상 팽창하지 않게 된 불덩이는 곧이어 점점 파랗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얼음이다.”


어느새 붉은색의 불덩어리는 푸른색의 얼음덩어리로 변했다.


이어서 얼음에서 새하얀 한기가 흘러나왔다.


그러고 얼음덩어리는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가기 시작했다.


구체의 얼음의 표면 전체에 금이 갔을 때 얼음은 깨져나갔다.


조각난 얼음은 바닥에 떨어져야 하지만 바벨의 염력으로 공중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공중에 부유한 채 제멋대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던 얼음은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얼음조각이 전부 녹아내리고 물방울이 되었을 때 바벨이 말했다.


“이것이 바람이다.”


물방울은 바벨의 말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처럼 쏟아지는 물방울은 학생들에게 다가갈수록 그 크기가 작아져서 눈에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미세하게 변한 물방울을 피부로 느끼게 된 학생들은 그저 강렬한 ‘바람’의 형태를 느꼈다.


즉, 바벨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바람을 피부로나마 느끼게 해준 것이다.


물방울이 다가옴에 따라 눈을 질끈 감았던 학생들은 바벨의 말에 다시금 눈을 떴다.


“이것이 흙이다.”


물방울은 강의실 전체에 흩뿌려졌는데, 학생들을 제외한 물방울이 닿았던 곳곳에서 손바닥만 한 작은 나무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책상에, 의자에, 벽에 자라난 작은 나무는 이윽고 오래된 고목(枯木)으로 변하더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이 간 나무들은 이윽고 가루로 변하면서 흙이 되었다.


그것이 신기했는지 몇몇의 학생들은 직접 흙으로 변한 가루를 직접 손으로 매만져보았다.


정말로 그것은 메마른 흙이었다.


바벨은 처음처럼 오른손의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었다.


딱——


바벨의 핑거 스냅(Finger Snap)이 다시 금 강의실 전체에 울리면서 마법은 끝이 났다.


흙가루는 공기 중으로 사라져 더 이상 만질 수 없게 되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본듯한 학생들에게 드디어 바벨은 자신을 소개했다.


“불과 얼음 그리고 바람과 흙.”


“이것들을 기초로 한 마법을 보여주겠다.”


바벨은 반지를 낀 오른손으로 학생들에게 흔들며 인사를 했다.


“한 학기 동안 ‘기초 마법의 이해’를 강의하게 될 바벨이라고 한다.”


바벨의 마법에 매료(魅了) 된 학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내었다.


짝짝짝——짝짝짝——






* * *






사실 막상 분석해보자면 바벨이 보여준 마법은 별거 없는 마법이었다.


각각의 마법은 흔한 기초 마법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바벨은 학생들이 어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기초 마법을 합쳐서 마법을 전개해 극적인 효과를 노렸다.


마나에 입문하게 된 학생들이기 때문에 먹히는 짓이었다.


아마도 마법사들에게 방금과 같은 것을 선보이게 된다면 심드렁한 태도를 했을 것이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학생들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는데, 마법을 보여주고 나니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학생들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바벨은 크게 힘들지 않은 마법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낸 것이었다.


‘역시 애들은 읽는 것보다는 보는 게 최고지.’


바벨은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단상 위에 있던 탁자의 높이를 먼저 조절했다.


탁자의 옆에 붙어있는 황동으로 된 파이프를 돌려서 바벨의 키에 맞춘 후에 분필을 집어 들었다.


바벨이 분필을 든 이유는 마나를 주입시키기 위해서였다.


약간의 마나를 사용한 바벨은 이어서 하얀색의 분필을 공중에 띄웠다.


그제서야 바벨은 평소와는 다른 근엄한 태도를 보이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우선,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법을 내게 보여라.”


강의를 시작하는 말로는 이상한 말이었다.


테스트를 보는 듯한 물음이었기에 멀리서 한 학생이 물었다.


“왜요?”


다소 선생에게 하는 말치고는 건방지다고 할 수 있는 말이었으나, 학생들의 나이는 어려 보였기 때문에 바벨은 이해했다.


“너희들의 기초적인 수준을 알아야 강의를 할 수 있지 않겠나?”


“마법을 못쓰는 사람은 어떻게 해요?”


마법학교의 학생이라도 이 중에서는 아직 마법을 발현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는 듯했다.


“흠······, 다른 학생들이 발현하는 마법을 관찰해라.”


다소 무책임한 말이었지만 바벨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말이었다.


바벨의 말을 끝으로 학생들이 작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학생들 중에서 친분이 있는 사이인지 같은 책상에 앉은 두 명의 소년이 서로에게 말을 했다.


“아이씨, 난 못하는데 리키 넌 할 수 있잖아. 빨리해봐!”


“아니······ 난 진짜 볼품없어서, 조금 창피한데”


웅성거림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바벨이 진지하게 말했다.


“마법이 장난인가? 할 수 있는 자들은 어서 마법을 발현해라.”


아까보다 커진 바벨의 목소리에 웅성이는 소리는 잦아들고 점차 학생들에게서 하나, 둘 마법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신체의 일부를 철과 맞바꾼 이들이 마법을 발현하지 못했고, 다른 이들은 크고 작은 마법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가락에서 자그마한 불빛을 내는 이가 있었다.


감싸 쥔 두 손안에서 따뜻한 불씨를 만들어 내는 이도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얼음이 맺히는 이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작고 소소한 마법을 바벨에게 보여줄 때, 이 중에서도 특별한 학생도 있었다.


다른 이들보다 크고 화려한 마법을 선보임으로써 월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으로 아까 강의실을 들어오기 직전 눈을 마주쳤던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소년이 가장 다른 이들보다 우수했다.


그 소년은 한 손에는 먼지가 뒤섞인 강렬한 바람이 불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작게나마 푸른색의 플라스마(Plasma)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강의실에 있는 마법을 발현한 학생들은 모두 하나의 마법을 선보이고 있었지만, 금발의 소년만이 두 개의 마법을 선보이고 있었다.


소년 이외에도 흰 피부의 엘프도 우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일하게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드워프들이 마법을 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 중에서 뛰어난 마법을 보여준 이들의 이름을 물었다.


오스카, 아리아, 데이지, 포피


순서대로 2명의 인간과 2명의 엘프였다.


4명의 이름을 들은 바벨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소리를 했고, 학생들의 마법은 모두 불 꺼지듯 사라졌다.


바벨은 공중에 부유하고 있던 분필을 염동으로 조종하여 칠판에 4명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탁자를 한쪽으로 치우고 단상의 중앙에 서서 말했다.


“칠판에 적은 4명을 제외한 너희들은 모두 쓰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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