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6,216
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작성
21.06.12 11:00
조회
134
추천
7
글자
11쪽

18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18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쟈니가 선두에 섰다.


좁은 길이었기에 줄지어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한낱 평범한 인간의 눈으로 앞을 볼 수 없었기에 쟈니가 마법을 사용했다.


「라이트」


오른손의 검지에서 작은 빛이 발광(發光) 하면서 점점 커지더니 손가락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빛은 쟈니의 앞으로 나오고 공중에서 구름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눈부신 빛이 이들을 비춰주었기에 앞으로 갈 수 있었다.


곧이어 쟈니가 탐색 마법으로 앞서서 들어온 이들을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그때 맨 뒤에 있던 바벨이 그를 말렸다.


“쟈니, 멈춰. 그들 중에서 마법사가 있을지도 몰라.”


이곳에서 우리가 마법을 쓴 것을 상대쪽의 마법사가 알아차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마법이 발현된 것을 눈치챌 수도 있었다.


바벨의 한마디에 뜻을 이해한 쟈니가 마법의 사용을 멈췄다.


“그들과 동행하여 이곳을 탐색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직 청년에 불과한 쟈니였기에 마냥 이 일을 순진하게 생각하였다.


바벨 또한 쟈니처럼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늙은 노인이었기에 연륜(年輪)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이곳에 온 줄 알고? 만약에 우리를 적으로 간주하고 해를 끼치면 어떻게 할 거야?”


일행의 호위 역할을 맡은 록시가 바벨의 말을 옹호했다.


“맞아, 안 그래도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서 온 것일 텐데 적이나 다름없지.”


아무리 같은 왕국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원을 향한 경쟁에 있어서는 적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바벨은 이어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의 길을 찾아서 광석만 빨리 캐고 나오자고.”


누군지도 알 수 없는 발자국의 주인을 따라서 걷자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길을 따라서 가면 만나게 되지 않겠습니까?”


“혹시 길을 파서 다른 길로 갈 수는 없겠어?”


“가능은 하지만 이곳 지형을 모르기에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두 명의 마법사의 고민이 깊어지자 답답한 록시가 먼저 말했다.


“일단 계속 걸어가 보자고 다른 길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무력으로 따지자면 록시가 가장 강했기에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쟈니순순히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발자국이 그들을 인도(引導) 하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갈래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보이는 크기만 다를 뿐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발자국은 체형이 큰 것인지 오른쪽의 입구가 큰 곳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먼저 보게 된 쟈니가 말했다.


“어디로 갈까요?”


이름 모를 이가 향한 곳으로 갈지 아니면 입구가 낮고 좁은 곳으로 갈지 물었다.


아까 말했던 대로 다른 곳으로 가려 했지만 워낙 입구가 작았기에 물은 것이다.


보통의 성인이 지나가지 못할 정도의 높이를 가진 입구를 보면서 바벨은 깨달았다.


작은 입구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다.


매끄럽게 잘린듯한 벽의 표면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누군가 통행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길은 인간을 위해 만든 통로가 아닌 드워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왼쪽으로 가자.”


“저기를? 쭈구려 앉아서 가야 될 것 같은데?”


“그렇게라도 가야 할 가치가 있는 길이다. 드워프가 만든 길이니까.”


“그걸 어떻게 알아?”


“딱 보면 모르나? 눈썰미가 떨어지네.”


록시와 바벨이 아옹다옹하는 사이에 쟈니는 말없이 먼저 행동했다.


아까와 같은 마법을 사용하면서 이번엔 입구 안쪽으로 빛을 날려보냈다.


일정 거리까지 밖에 가지 못하는 것인지 곧이어 빛은 쟈니에게 되돌아왔다.


“길의 끝까지 보내진 못했지만, 적어도 가는 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이네요.”


쟈니의 말이 끝나자 둘의 다툼 또한 끝이 났다.


약간의 시간을 소모하고 나서야 셋은 작은 입구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왔던 것처럼 쟈니가 선두에서 앞으로 갔다.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것보다는 오리걸음으로 가는 것이 나았기에 셋은 앉은 자세로 길을 나아갔다.


하지만 길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참다못한 록시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


“이게 무슨 꼴이야. 우리가 훈련하러 왔어?”


“마법사도 잘 가고 있는데 왜 짜증이야.”


또다시 시작된 다툼에 쟈니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투는 와중에 록시는 바닥에 붙어있는 돌에 걸렸다.


하지만 반사 신경이 좋은 것인지 앞으로 넘어지지는 않았고 벽에 튀어나온 돌을 붙잡았다.


그 모습을 본 바벨이 비웃으며 말했다.


“넘어지진 않아서 다행이군.”


바벨의 말에 록시는 튀어나온 돌을 뽑아서 그대로 바벨에게 던지려 했다.


쿠쿵——


가까운 곳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린 곳은 일행의 머리 위인 천장이었다.


모두가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 있는지 행동을 멈췄다.


록시의 손에는 바벨에게 던지려 했던 검은색의 돌이 들린 채였다.


그것을 본 바벨이 물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자, 록시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뽑은 돌을 다시 제자리에 박아 넣었다.


쿵——


아까보다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눈을 굴리면서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이때 갑작스레 변화가 생겼다.


바벨이 있던 자리의 바닥이 순식간에 꺼졌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록시가 뒤를 돌아서 손을 뻗어 바벨을 붙잡으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작게나마 생긴 구멍에 바벨이 빨려나가듯 떨어지는 것은 찰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구멍으로 바벨이 사라지자.


록시는 망설임 없이 바벨이 빠진 구멍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 있던 돌무더기가 떨어지면서 구멍을 메웠다.


그전에 두 발에 힘을 주고 록시가 뛰어내리듯 움직이려 할 때.


쟈니가 뒤늦게 그것을 알아차리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뒤돌았을 때 보인 것은 그저 검은색의 돌로 이루어진 벽이었으니까.






* * *






순식간에 생긴 구멍이 나의 몸을 부유시켰다.


공중에 떠버린 느낌이 내 입과 손을 얼어붙게 하기엔 충분했다.


비가 내리던 밤에 생겼던 고소공포증이 도진 것이다.


그렇기에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을 뜨고 자신이 구멍 속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얀 빛이 보였다.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그것은 빛이 아니라 록시의 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신히 몸부림치듯 움직인 손으로 록시의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너무 느렸다.


록시는 자신의 손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이제는 불쑥 몸을 내던진 것 같았다.


하지 말라고 외쳐야 했는데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석상처럼 굳어버린 나를 록시가 감싸 안으려 했다.


그때 록시의 위에서 떨어지는 돌무더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생존본능이 발동한 것인지 그제서야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급히 마법으로 떨어지는 돌덩이들을 멈춰세웠다.


하지만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마법을 발동시킬 능력이 되지 않았기에 떨어지는 몸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이제 곧 바닥에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록시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온몸을 스치는 공기를 느끼면서 그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쿵——


실제로는 몇 초에 불과했지만 몇 분과 같이 느껴졌던 추락이 끝이 났다.


생각보다 내 몸에 느껴진 충격은 크지 않았기에 눈을 떴다.


나를 대신하여 바닥에 온몸을 부딪친 록시가 눈앞에 보였다.


그제서야 록시가 나를 대신해서 충격을 받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록시! 괜찮아?”


소리 지르면서 양 볼을 쳐봤지만 록시는 눈을 뜨지는 않았다.


혹시나 상처 난 곳이 있는지 몸을 살펴봤다.


다행스럽게도 옷이 찢어진 부분이 있을 뿐 상처가 난 곳은 없었다.


단순히 기절을 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맥박을 짚었다.


일정한 심장박동이 피부 위로 느껴지고 나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머리 위에는 떨어지지 못한 돌이 있었기에 자리를 옮겨야 했다.


우리가 떨어진 구멍에서 옆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돌을 지탱하고 있던 마법을 풀었다.


우두두——


공중에서 돌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먼지가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쟈니가 했던 것처럼 마법으로 빛을 만들어냈다.


주위를 둘러보자 지금까지 걸어왔던 곳과는 크기가 달랐다.


빛이 천장까지 도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마나를 투자해 빛의 크기를 크게 했다.


그제서야 높은 천장의 끝을 볼 수 있었다.


주위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저 내 숨소리만 들릴 때 돌연히 생각이 났다.


이곳은 철광산에 있는 공간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넓은 공간이었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광산의 깊은 지하에 공간이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넓은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넓은 공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흔적이 보이는 이곳이 수상했다.


돌무더기가 벽이 돼버린 반대편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넓은 길이 시선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걸어가야만 했다.


갑작스레 헤어진 쟈니와 합류를 해야 했기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록시를 업고 걷기 시작했다.


‘보기보다 무겁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텅텅 비어있던 길에서 무엇인가 보이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바로 앞에 있던 빛을 멀리 보내고 나서야 형체를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처음 보지만 어디에선가 본 듯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기억을 되짚어 보고 나서야 알았다.


처음 학교에 오던 날 보게 된 것.


‘이것’은 학교의 엔진실에 있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단지 지금은 움직이지 않은 채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거대한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고,


거대한 실린더가 달려있고,


거대한 바퀴가 달려있는.


거대한 ‘이것’.


‘이것’은 거대한 엔진이었다.


그 크기에 압박감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이 엔진이 무엇을 움직이는 데에 쓰이는가.


또한 광산이라고 하는 이곳에 왜 있는가.


오래된 엔진은 그 질문에 답을 말해줄 수 없었다.


그저 우두커니 이 공간에 자리해 있을 뿐.


작가의말

오늘밤에 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21.06.20 136 0 -
공지 매일 오후 8시 30분에 뵙겠습니다! 21.06.07 95 0 -
27 26화 21.06.18 75 4 10쪽
26 25화 21.06.18 71 1 11쪽
25 24화 21.06.17 76 2 11쪽
24 23화 +2 21.06.16 86 3 11쪽
23 22화 21.06.15 92 3 12쪽
22 21화 21.06.14 102 4 12쪽
21 20화 21.06.13 113 5 11쪽
20 19화 +1 21.06.12 133 6 11쪽
» 18화 +1 21.06.12 135 7 11쪽
18 17화 +1 21.06.10 172 8 12쪽
17 16화 +1 21.06.09 173 12 12쪽
16 15화 +3 21.06.08 182 12 12쪽
15 14화 +3 21.06.07 173 11 12쪽
14 13화 +1 21.06.06 196 10 11쪽
13 12화 +3 21.06.06 209 15 10쪽
12 11화 +1 21.06.04 197 13 11쪽
11 10화 +1 21.06.03 221 11 12쪽
10 9화 +3 21.06.02 231 13 11쪽
9 8화 +1 21.06.01 237 12 12쪽
8 7화 +2 21.05.31 268 13 12쪽
7 6화 +1 21.05.30 296 13 11쪽
6 5화 +2 21.05.29 305 13 11쪽
5 4화 +1 21.05.28 326 13 13쪽
4 3화 +2 21.05.27 355 13 11쪽
3 2화 +3 21.05.26 427 15 11쪽
2 1화 +2 21.05.25 587 23 12쪽
1 프롤로그 +3 21.05.25 770 25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