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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6,228
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작성
21.06.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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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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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5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25화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져 맞은 느낌이 이러할까.


“머지않아 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바실은 두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조금이나마 충혈된 눈으로 바벨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볼 뿐.


한편으로는 어처구니없었다.


철광산을 조사하는 업무를 맡겨서 출장을 보내놨더니


느닷없이 말을 내뱉은 것이다.


자신이 국경선으로 바벨을 보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물었다.


“바벨, 자네 뭐라고 했나?”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바벨의 굳어있는 얼굴이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계를 조립하느라 굳어있고 기름때가 낀 손가락으로 담배를 물었다.


줄담배를 피우다가 재떨이에 꽁초가 쌓였을 때가 되어서야 다시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전쟁을 누가 일으킨다는 것인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제국일 것이라 추측됩니다. ”


제국.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


이 땅 위에 있는 제국이라 부를 수 있는 나라라고 한다면 마르시아 제국뿐이다.


바벨이 다녀온 철광산과 바벨이 말하는 제국의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딱 한 가지 지리적으로 붙어있다는 것.


그것만이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뿐인 연관성이었다.


바벨의 말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 결국 바실은 헛웃음을 지으며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자네들은 철광산에 다녀온 것이 아니라 국경에 다녀온 것인가?”


그 말에 바벨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저희는 철광산에 다녀온 것이 아닙니다.”


이른 아침에 철광산 방향으로 떠나는 기차에 탑승한 것을 보았었는데.


선생들은 철광산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이들은 도대체 어디를 다녀온 것인가.


머릿속에서 내뱉은 질문을 듣기라도 했다는 듯이 바벨이 대답했다.


“저희는 자이언트 골렘의 내부에 다녀왔습니다.”


수백 년 전에 만들어져 지극히 짧은 활동을 하고 다시 사그라진 골렘.


짧았던 활동이지만 그 시간으로도 충분히 모든 이들에게 공포감을 주었던 존재.


바벨은 이제는 사라진 거인을 다시금 말하고 있었다.






* * *






바실은 오래 살았다.


아주 오래.


그렇기에 알고 있었다. 아니 직접 보았었다.


자이언트 골렘, 그 거체를.


물론 그때는 어린 시절이었기에, 직접 골렘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으로 본 것이 있었고, 들은 것이 있었다.


그 기억은 잊히지 않았다.


가끔씩 꿈에서 등장하기도 하여 잊히지 않기에 생생한 기억이 되었다.


그 생생한 기억 속에서 골렘은.


일어서면 구름에 닿고도 남아 목 없는 골렘이 되기도 하며,


앉게 되면 그 자리에서 산이 되어버리고,


주먹을 쥐어 내리찍으면 그곳을 소멸시키고,


발걸음을 내디디면 작은 지진을 일으키는.


자연재해와 같은 골렘이 아직도 기억 속에서는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바실의 상상 속에서 나타나는 것일 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그 당시엔 모든 국가가 협의하에 그 존재를 지우기로 했으니까.


그 골렘과 더불어 제작에 참여한 기술자들도.


하지만 뜻밖의 이에게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되었다.


학교의 임시교사인 바벨에게.


그렇기에 혼란스러운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들어와 무거운 주제들을 말하게 된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라진 과거의 역사를 한낱 인간에 불과한 바벨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몰랐다.


“자네가 자이언트 골렘에 대해서는 어찌 아는가?”


바벨은 말없이 록시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바실은 록시가 말해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실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렸다.


똑—


똑—


딱!——


마지막으로 두드렸을 때는 생각을 끝마친 것인지 조금 더 힘을 줬다.


“바벨 자네는 나가있게.”


바벨이 들을 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인지,


아니면 바실에게 앞으로 말할 내용을 숨기고 싶은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바실은 임시직에 불과한 바벨을 내보내고 둘은 방안에 남게 했다.


별다른 소득없이 방에서 나가게 된 바벨이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그 방에 남아있기에는 자격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자이언트 골렘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있는 듯한 바실의 태도에.


문득 호기심이 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직접 바실의 입을 통해서 듣지 못한다면, 그 주변 인물들에게 바실의 생애를 들으면 되니까.


그에 적합한 인물이 한명 있었다.


바실의 나이와 비슷하고, 바실과 친분이 있으며, 바실의 이야기를 들려줄 만한.


그런 사람. 아니 엘프가 한 명 있었다.


이전에 바실이 데려다준 술집의 주인인 엘프.


칼리가.






* * *






바벨은 칼리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몰랐기에.


술집이 여는 시간인 밤을 기다려야 했다.


방 안에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면서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에 해가 지면서 주황빛의 노을이 만들어지자 바벨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리가 있는 술집으로.


다만 교장실에서 바실의 비행선을 타고 움직였기에, 술집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공중에서 비행선이 움직였던 경로는 언뜻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술집으로 가는 힌트가 되기엔 충분했다.


학교의 정문 밖으로 나와서 바벨은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고 지난번에 올라갔던 학교의 꼭대기에 다시금 올라갔다.


여전히 어떠한 변화도 없이 학교의 첨탑에는 작은 종이 그대로 있었다.


그 옆에 있는 기둥에 몸을 기대어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걸 바라보았다.


그대로 밑으로 시선을 옮겨 보이는 도시의 건물들을 보았다.


이제부터 바실의 비행선이 술집으로 향했던 길을 똑같이 따라가면 된다.


바벨은 자신이 비행선이라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그때보다 약해진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집중을 가속했다.


그러면서 몸 안에서 회복된 마나를 일깨웠다.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나를 담아 작게 입김을 불었다.


하얗던 입김이 서서히 푸르게 변해갔다.


보통 사람들의 입김과는 달리 바벨의 마나가 담겨있기에 그러 했다.


바벨의 입에서 나와 파랗게 변한 입김은 공중에서 흩어지지 않고 공중에 부유했다.


그리고 바벨은 눈을 감은 상태 그대로 생각을 했다.


칼리가 운영하는 술집으로 향하는 길을.


이어서 바벨은 손에 마나를 담고, 푸른 입김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리콜 메모리(Recall Memory)」


바벨의 생각 속에 존재하는 경로를 현실로 끄집어 내기 위해서 발현한 것이다.


푸른 입김은 바벨의 손짓과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벨의 발끝으로 이동하여 점차 몸집을 키워나갔다.


늘어나는 치즈처럼 납작하고 길어진 푸른 입김은 끝도 없이 늘어났다.


도시의 건물들 위에서 하나의 길을 만들어낸 것이다.


더 이상 길어지지 않은 입김은 알맹이로 변화되면서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때 눈을 뜬 바벨은 자신이 발현한 마법이 술집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푸른빛을 내는 모래사장과 같은 긴 길을 바벨은 날아갔다.






* * *






푸른빛을 띠고 있는 길의 끝에 도달하여 칼리가 운영하는 술집에 도착할 때쯤.


벌겋게 물들었던 노을은 사라지고 이제는 새파란 하늘이 자리했다.


원래라면 비행선이 착륙하여 있을 자리에 바벨이 발을 내디뎠다.


며칠 사이이기에 변함없는 술집의 입구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딸랑——


바벨이 온 것을 반기듯이 맑은 종소리를 내며 문은 열렸다.


아직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인지 안에 있는 손님은 없었다.


썰렁한 내부를 바라보다가, 바벨은 바 테이블 자리에 착석했다.


종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주인장인 칼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어련히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원목과 금속이 뒤섞여 있는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그것들이 내뿜는 얕게나마 코끝을 스치는 술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면서 칼리에게 물어볼 내용을 생각했다.


갑작스레 금속이 매끄럽게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바 테이블 뒤에 있는 방문이 열리고 흰 피부의 칼리가 나타났다.


“어머, 언제 왔니?”


여전히 고혹적인 눈을 가지고 있는 칼리가 붉은 입술을 매만지며 바벨을 반겼다.


“방금 전에 왔습니다.”


처음 봤을 때 보다 딱딱해진 말투에 칼리는 뾰족한 귀를 쫑긋거렸다.


“미안, 안에 있느라 종소리를 못 들었네.”


“······”


아무 말 없는 바벨 탓에 무안해진 칼리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어떤 걸로 줄까?”


“간단하게 맥주 한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칼리는 싱긋 웃고 뒤를 돌아 지난번과 똑같이 잔에 맥주를 담기 시작했다.


맥주의 거품이 잔 끝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칼리는 맥주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곧바로 바벨은 가득 들어있는 맥주를 전부 다 입에 쏟아 버렸다.


한 번에 원샷을 해버린 후 바벨이 맥주잔을 다시 테이블에 놓았다.


끄윽——


입을 막고서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트림을 삼켰다.


한꺼번에 다 마실 줄을 몰랐던 건지 칼리가 물었다.


“왜 이렇게 급하게 마셔? 무슨 일 있어?”


본래 목적이 있어 이곳을 찾았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몰려오는 취기로 입을 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칼리의 입장에선 이유를 모를 침묵을 하고 있던 바벨이었기에,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간신히 입술을 움직여 말을 내뱉었다.


“바실과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흠······ 정확히 햇수를 세아릴 수는 없지만, 아마 백 년은 넘지 않았을까.”


바실과의 친분이 오래된 것을 확인한 바벨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힘겹게 본론을 말했다.


“그렇다면, 자이언트 골렘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그 순간 바벨은 온몸을 감싸는 알 수 없는 싸늘함을 느꼈다.


그리고 싸늘함의 원인인 칼리의 눈빛을 보았다.


마치 살아있지 않는 것처럼, 세밀하게 만들어진 예쁜 인형과 같은 얼굴이 바벨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매혹적이었던 눈빛도,


그렇게 방실방실 웃던 입도,


그렇게 따뜻하던 손길도,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저 싸늘함이었다.


그 싸늘함이 바벨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지?”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었던 자가,


사라진 역사에 대해 묻는 자를 심문을 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조금 이따가 한편 마저 올리겠습니다 ㅠ


결석제거 하고 왔어요...허허...


요새 몸이 멀쩡하지가 않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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