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6,221
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작성
21.06.09 20:30
조회
173
추천
12
글자
12쪽

16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16화






강의실의 차가운 철문을 닫고 나온 바벨은 교무실로 향했다.


오늘부터 학기가 시작되어서 선생들은 교무실로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교무실의 위치는 교직원들의 숙소보다 한층 위에 있었기에 바벨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바벨은 올라가는 동안에 짧은 생각을 했다.


‘수업 계획을 조금 바꿔야겠네.’


바실이 말한 대로 수업계획을 짜고 수업에 들어갔지만,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실력 차이가 너무 심했다.


몸 안에 있는 마나를 인식하고 있지만 써먹을 수 없었던 그라니아.


그와 다르게 마나를 다루는데 익숙한 듯이 자유롭게 다루고 있는 오스카.


특히나 완드(Wand)도 없이 마법을 발현하는 오스카는 초짜 마법사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대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뒤처진 아이들을 신경 쓰느라 우수한 아이들에겐 아무것도 못해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하면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지 바벨의 머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바벨이 머릿속으로 애쓰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가 교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 내리자 보이는 것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었다.


이미 학교에 대한 지리를 전에 익혔기에 막힘없이 자신의 자리가 있을 오른쪽으로 향했다.


화약 냄새가 나는 왼쪽과는 달리 오른쪽으로 향한 길에는 옅은 마나의 냄새가 났다.


마법사인 선생들이 일하는 곳이라 선생들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마나가 쌓이고 쌓여서 교무실에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다만 선생들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는지 짙지 않고 옅은 냄새였다.


코끝으로 그 냄새를 맡으며 바벨은 오른쪽에 위치한 투명한 유리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인지, 방안에는 바벨을 제외한 다른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교무실 안에 있는 선생들의 책상은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누군가의 책상은 책으로 둘러쌓다 못해 칸막이의 높이보다 책이 높게 쌓여있었다.


책상에 누군가가 앉더라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또 다른 자리는 아주 작은 식물원을 연상케 했다.


칸막이에는 길게 넝쿨이 자라고 있었고, 나무로 된 책상 위에는 처음 보는 식물들이 화분에 자리해 있었다.


그중에서 바벨은 교무실의 창문 앞쪽에 위치해있는 자신의 자리로 갔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물품만이 딱딱한 책상을 장식하고 있는 바벨의 자리였다.


바벨은 책상과 마찬가지로 철로 된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달린 바퀴가 조용하고 부드럽게 돌아가면서, 의자는 바벨을 책상에 가까워지게 움직였다.


‘고작 바퀴에도 「사일런스」 가 걸려있는 건가.’


지극히 사소한 부분에도 마법이 걸려있는 물품이 이곳이 마법사들의 공간인 것을 바벨에게 상기시켜주었다.


세심하게 의자를 관찰하던 바벨은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하면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책상의 한쪽에 치워져있던 타자기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전에는 타자기를 사용하지 못해서 수기(手記)로 작성하여 교장에게 보고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황동으로 된 타자기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 때가 타있는 흔적이나 녹슨 부분이 없었다.


타자기의 위에는 파이프에 연결된 작은 전구와 시계가 달려있었다.


곳곳에 창문이 있으며 천장에는 크고 납작한 조명까지 있기에 천장에는 전구가 있을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한 바벨은 곧이어 눈치챘다.


‘이곳에서 야근도 하는 건가.’


해가 지고 난 뒤에 빛이 들어오지 않을 때 소수의 인원을 위해서 조명을 키는 비용이 아까운 것이다.


작은 전구를 켜는 게 더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마법사들의 결론일 것이다.


문득 자신도 밤에 전구의 빛에 의지하여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바벨은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잽싸게 염동을 발휘해 방구석에 있는 종이 몇 장을 책상 앞으로 가져왔다.


곧바로 백지상태인 종이 한 장을 타자기 위에 꽂았다.


마법으로 펜을 조종해 쓰는 글보다 빠른 속도로 바벨의 손이 움직이면서 종이에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이미 기초적인 부분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으니 타자기를 누르는 것에 막힘이 없었다.


종이에 빼곡하게 글을 쓰는 것이 마무리될 때쯤.


누군가 유리문을 조용히 열면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바벨은 집중하면서 쓰던 글이 마무리가 가까워졌기에 고개를 살짝 들고 힐끔 쳐다보았다.


창백한 표정을 한 채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쟈니였다.


“쟈니 왔어? 안색이 안 좋은 데 무슨 일 있어?”


갑작스럽게 들린 소리에 놀란 듯 쟈니는 움찔했다.


교무실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내 바벨이 자신을 부른 것을 알고 쟈니는 안심해했다.


쟈니는 방 중앙에 위치해있는 나무로 된 괘종시계 위의 있는 선생들의 수업 일정이 적힌 시간표를 보면서 말했다.


“아하하······ 별일 아닙니다. 그나저나 첫 수업은 어떠셨습니까?”


두 손으로는 타자기를 두드리면서 눈은 쟈니를 향한 채 바벨이 말했다.


“뭐, 나도 수업은 별일 아니었지.”


“그러시군요······”


흡사 좀비와 같은 모습으로 터덜터덜 쟈니는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쟈니의 책상은 아까 본 수많은 책들로 둘러싸여 있는 책상이었다.


곧 이어서 무엇인가가 쟈니의 책상에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쿵——


그런 쟈니가 신경 쓰였지만 할 일이 있었기에 바벨은 타자기만 두드렸다.


빼곡하게 글씨로 가득 채운 종이가 타자기 옆에 몇 장이 쌓였을 때 춤을 추듯 움직이던 바벨의 손가락이 멈췄다.


마침내 바벨은 수정된 수업계획서를 다 쓴 것이었다.


이제 교장에게 검토를 받는 일만이 남았기에 자리에서 조심스레 일어났다.


그리고 바벨은 전에 들렸던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다.


무언가가 쓰러지던 소리는 쟈니가 책상 위에 엎어진 소리였던 것이다.


피곤함 때문에 딱딱한 책상을 배게 삼아 잠이 든 것인지 쟈니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든 쟈니를 깨우기 싫었던 바벨은 서류를 챙기고 조용하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방을 나서며 유리문을 소리나지 않게 닫은 바벨은 빙긋 웃었다.


‘빚 독촉은 안해서 좋네.’


지난번 생활용품을 살 때 쟈니의 돈을 빌린 것을 기억하고 있는 바벨이었다.






* * *






띠링——


교장실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소리를 내었다.


그. 안에서 회색의 정장을 입고 있는 바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항상 닫혀있는 교장실의 문을 보면서 바벨은 옷매무새를 손으로 살짝 정돈했다.


그리고 문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똑—— 똑——


바벨이 문에 대고 노크를 했지만 들려오는 교장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노크를 했다.


똑—— 똑——


기대하고 있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바벨은 이 안에 교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바벨은 교무실에서 나올 때 시계를 보고 왔기에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


‘점심시간도 아닌데 어딜 간 거지?’


교장인 바실이 있어야 보고를 할 수 있었기에 하는 수없이 바벨은 서류를 놓고 가기로 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교장실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문을 잠가놓지 않은 모양인지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바벨이 예상한 대로 교장실 안에는 바실이 없었다.


다만 열려있는 창문 뒤로 붉은 비행선이 없어진 것을 보아 잠시 출장을 나간듯싶었다.


온갖 잡동사니가 올려져 있는 바실의 책상 위에 서류를 놓고 나가려 했다.


벽에 걸려있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그것은 거대한 지도였다.


아주 높은 하늘에서 바라본 땅의 생김새를 그대로 본뜬듯한 모습을 한 지도였다.


지도안에 있는 입체모형은 살아있는 것처럼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붉은색의 구’였다. 구는 특정한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 일정하게 움직였다.


이동경로를 따라서 시선을 옮긴 바벨의 눈에 보인 것은 검은색의 산이었다.


자신의 예상에 불과하지만 붉은색의 구는 검은색의 산으로 가는 것 같았다.


무슨 원리로 지도 안에 있는 것들이 움직이는지 궁금한 바벨은 손으로 직접 만져보려 했다.


그때 창문 쪽에서 헛기침하는 소리가 바벨에게 파고들었다.


화들짝 놀란 바벨은 몸을 돌리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왜냐하면 그쪽에서 헛기침을 하면서 나타날 이는 교장인 바실밖에 없었으니까.


장거리 비행을 한 듯이 지난번엔 보이지 않았던 고글이 바실의 흰머리 위에 있었다.


바실은 뒷짐을 지고 바벨에게 물었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어린아이가 부모님의 지갑에 손을 대려다가 들킨 아이처럼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지도를 손으로 직접 만지려던 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바실은 아무렇지도 않아 했다.


그저 고글을 벗어서 책상 위로 던지고는 의자에 앉았다.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고는 입에 물고 품속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딸깍——


바실은 희미한 담배 연기를 내뿜고 말했다.


“별것도 아닌 지도일 뿐인데, 괜찮네.”


지도를 만져보려던 바벨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시치미를 떼던 자신의 모습이 민망했던 바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를 본 바실은 입으로 담배를 물고 두 손으로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서류를 들고 말했다.


“그나저나 이 서류는 뭔가?”


“아······ 오늘 첫 수업에 들어가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 수업계획을 바꿔봤습니다. 한번 봐주시죠.”


서류를 검토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그 말을 끝으로 바벨은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했지만 바실이 붙잡았다.


바벨이 올린 서류를 어느새 다 읽은 것인지 허락의 말이 떨어졌다.


“뭐 수업은 마음대로 하게.”


그 말을 하는 바실은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바벨은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지도가 그 일과 관련되어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렇기에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십니까?”


바실은 푸념할 곳이 필요한 것이었는지 조용한 목소리 말을 했다.


“철광석 광산 때문에 그렇네.”


지도에서 봤던 검은색의 산.


바벨은 그 산이 철광석이 묻혀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붉은색의 구가 이 도시를 뜻하는 것도.


돌연히 깨달은 바벨은 교장을 보던 몸을 돌려서 지도를 바라보았다.


검은색의 산 주위로 또 다른 구가 보였다.


푸른색의 구.


그것은 아마도 다른 도시를 뜻하는 것 같았다.


그것들을 나타내는 지도를 본 바벨은 바실이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렸다.


철광석을 둘러싸고 두 도시가 경쟁을 하는 것을.


“이 도시에 철광석이 부족한가 보군요.”


대뜸 내뱉은 바벨의 말이 바실의 눈을 커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연신 피고 있던 담배를 한 번에 크게 들이마신 바실은 자신의 얼굴을 가릴 정도로 큰 연기를 내뿜었다.


뿌연 담배 연기가 투명한 공기 속에 녹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나타난 바실의 표정은 바벨의 말이 정답이라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야근을 하기 싫어서 순식간에 서류를 작성했던 바벨에게 날벼락같은 말이 들렸다.


“자네 출장 다녀올 생각 없나?"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21.06.20 138 0 -
공지 매일 오후 8시 30분에 뵙겠습니다! 21.06.07 95 0 -
27 26화 21.06.18 75 4 10쪽
26 25화 21.06.18 71 1 11쪽
25 24화 21.06.17 76 2 11쪽
24 23화 +2 21.06.16 86 3 11쪽
23 22화 21.06.15 92 3 12쪽
22 21화 21.06.14 102 4 12쪽
21 20화 21.06.13 113 5 11쪽
20 19화 +1 21.06.12 133 6 11쪽
19 18화 +1 21.06.12 135 7 11쪽
18 17화 +1 21.06.10 172 8 12쪽
» 16화 +1 21.06.09 174 12 12쪽
16 15화 +3 21.06.08 182 12 12쪽
15 14화 +3 21.06.07 173 11 12쪽
14 13화 +1 21.06.06 197 10 11쪽
13 12화 +3 21.06.06 209 15 10쪽
12 11화 +1 21.06.04 197 13 11쪽
11 10화 +1 21.06.03 221 11 12쪽
10 9화 +3 21.06.02 231 13 11쪽
9 8화 +1 21.06.01 237 12 12쪽
8 7화 +2 21.05.31 268 13 12쪽
7 6화 +1 21.05.30 296 13 11쪽
6 5화 +2 21.05.29 305 13 11쪽
5 4화 +1 21.05.28 326 13 13쪽
4 3화 +2 21.05.27 355 13 11쪽
3 2화 +3 21.05.26 428 15 11쪽
2 1화 +2 21.05.25 587 23 12쪽
1 프롤로그 +3 21.05.25 771 25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