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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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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글자수 :
1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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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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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8화





어색한 기류가 복도와 우리를 맴돌았다.


자신의 방에서 청소를 하고 있느라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프의 황금빛 눈동자가 눈부신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 수수한 얼굴의 분위기를 고귀한 존재로 만들고 있었다.


대단할 것 없이 흔한 빗자루를 들은 모습이 눈부신 청소의 여신을 연상케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법이 아닌 타고난 눈동자인지 눈을 깜빡여도 변화가 없었다.


엘프와 눈빛을 교환했으나 아무런 말도 없었기에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내 앞방을 숙소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학교의 선생일 것이다.


이 층 전체가 선생들의 숙소이기에 당연한 것이다.


기대했던 엘프의 대답은 없었다.


그저 고개를 살짝 숙여보고는 천천히 대문을 닫았다.


쿵——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나는 문 앞에 서있었다.


직위와 나이를 떠나서 같은 학교의 선생이기도 하고 이웃이기도 하기에, 인사 한 번은 해줄 법 했는데 엘프는 매정 없이 대문을 닫았다.


이 엘프에 대한 내 생각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싸가지가 없음.’


나도 강의자료를 수정해야 했기에 마찬가지로 대문을 닫았다.


썰렁해진 복도에서는 천장에 매달린 조명만 남아있었다.






* * *






바실의 말을 참고하여 강의 자료를 수정해야 했다.


나에게 제자가 없던 것은 아니었기에 손쉬울 줄 알았는데, 다수의 인원을 상대로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니 방법을 바꿔야만 했다.


바실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을 원하는 것 같았다.


바실의 뜻이 곧 학교의 뜻이고 방침이기에 그 의도에 맞춰야 했다.


그 의도에는 명확한 장점과 단점이 있기에 안타까웠다.


장점은 마법을 배우는 이들의 평균적인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이고


단점은 남들보다 재능의 깊이가 다른 이들이 성장이 늦춰진다는 것이다.


나는 끝에서 바라보고 마법을 익혀왔기에 천재들을 키워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의 갑은 교장인 바실이고 을은 나인 것을


원래부터 돈 주는 놈이 갑이 되는 세상이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이 점심을 가르키는 시각이 되었다.


그 사이에 바벨은 강의자료를 전면 수정했다.


‘효과적’ 이었던 강의자료를 ‘효율적’ 인 것으로 수정했다.


생각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수정하는 작업이 더 오래 걸렸다.


본래에 하얀 부분이 많던 종이는 어느새 검은 부분이 더 많아졌다.


바벨은 아침을 거르고 의자에 앉아 책상에서 일하는 데에만 몰두했기에 문득 배가 고파졌다.


허기짐을 의식하자마자 알람 소리처럼 울리는 꼬르륵 소리가 조용했던 방안을 채웠다.


그와 동시에 또다시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아침부터 찾아왔던 쟈니가 또다시 찾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대문을 열자 내 시선에 보여야 할 이는 보이지 않았다.


불쑥 아래에서 두터운 손이 나타났다.


교장실에서 일하느라 바빠야 할 바실이 이곳까지 온 것이다.


“교장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점심 식사나 같이하지.”


바실의 말을 듣고서 불쑥 어젯밤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쏟아지는 빗줄기와 천둥이 치던 밤에 비행 운전을 하던 바실이 생각났다.


밤 비행을 하면서 느꼈던 멀미의 느낌이 다시금 나타나려 했다.


저절로 표정은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내 표정을 본 바실은 무안한지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점심 식사는 학교에서 먹을 걸세.”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두 발로 걷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어젯밤 이후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복장의 준비는 되어있는 상태였기에 그대로 바실을 따라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앞장선 바실을 뒤따라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학생들과 선생들의 인원을 전부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여야 했는데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학생들의 전체수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아직 학기가 시작하지 않았기에 학생들은 전혀 없었다.


학생이 없는 식당은 바실과 바벨 둘만 있기엔 충분히 넓었다.


식당을 이용하는 전체 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 식당의 테이블은 긴 테이블은 아니었고 4인용 테이블로 되어 있었다.


식사를 하려면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배급받는 줄 알았지만 먹을 것들은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요리를 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미 조리가 된 음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의 영양상태를 고려한 것인지 채소와 육류가 골고루 있었다.


처음 보는 음식도 있었는데 맛이 궁금했기에 일단 전부다 식판에 담고 보았다.


맛이 없다면 남기면 되는 일이었다. 그 이후론 내 알 바가 아니다.


꼬우면 애초에 뷔페식으로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람 없는 식당에서 테이블에 앉게 된 바실과 바벨은 말없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다만 바벨은 음식의 맛을 보면서 한 가지를 느꼈다.


‘뭔가 공장에서 만든듯한 맛이 나는데······’


다른 음식들이었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맛이 났기에 의문을 가졌다.


“교장님, 이 음식들 누가 만든 겁니까?”


바실은 입을 닫고 씹고 있던 고기를 삼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맛이 별로인가? 음식은 골렘(Golem)이 만든걸세.”


골렘(Golem)은 다양한 재료들로 빚어지는 인형이다.


다만 인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생명이 깃들어 있어서 자율적인 행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지능이 높지는 않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의의(意義)를 두고 만든다.


이것만 본다면 인력을 보충하기에 적합하게 느껴지지만 실상은 다르다.


사람들은 골렘을 상전(上典)처럼 모셔야 한다.


골렘 하나마다 들어가는 마나석과 그 뼈대를 하는 재료들의 값.


단순한 사람 한 명을 대체하려고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


가성비를 생각하여 싸구려 재료들을 모아 만들어봤자 금방 부서지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그리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골렘을 만들어서 써먹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바실은 식당의 요리사를 골렘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무슨 개소리인가?’


마법사들을 데려다가 폭죽놀이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학교의 도서관에서 읽었던 것은 단지 역사와 관련 있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생활상에 대해서는 몰랐다.


바실은 고기를 쳐다보느라 바빠서 놀란 바벨의 얼굴을 미처 보지 못했다.


“골렘이 여러모로 사람이 하는 것보다 장점이 있지.”


“맛이 좀 없는 것 같은데요?”


“맛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하루 종일 써먹을 수 있고 농땡이 피우지 않는 골렘을 안 쓸 이유가 있나?”


고집 있어 보이는 바실의 말에 미약하게나마 대꾸를 해봤다.


“아무리 그래도······ 맛이······”


“자네는 미식가인가 아니면 마법사인가 둘 중 하나만 하게.”


둘 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입안에 맴돌았으나 차마 내뱉지 못했다.


“그리고 따져보면 사람 쓰는 것보다 적게 드는데 안 쓸 이유가 있겠나?”


“그래도 재료비나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비싸지 않습니까?”


바실은 무지(無知) 한 어린아이를 보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두랄루민(Duralumin)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도시에 남아도는 쇳덩어리로 내가 ‘직접’ 만드는데 비쌀 리가 있겠나.”


“직접 만드신다고요?”


바실은 혼자서 골렘을 만들 정도의 수준 높은 장인(匠人)이면서 마법사였던 것이다.


“학교 앞에 있는 문지기와 식당의 요리사, 청소부까지 골렘이 담당하고 있지.”


음식을 푸던 곳에서 골렘들이 나타나서 남은 것들을 수거해갔다.


인간보다 작고 드워프보다는 큰 키에 외견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얼굴의 이목구비는 없었다.


정말 남는 재료들로 만든 것인지 그저 철판으로 이루어진 골렘이었다.


다만 동력은 마나석이 아닌 모양인지 움직일 때마다 쉬이익—— 소리를 내었고, 관절 부위에서 희미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골렘을 관찰하고 있는 도중에 바실은 식사를 끝마친 건지 어느새 식판은 비워져있었다.


‘아직 절 반정도 밖에 먹지 못했는데······’


어쩔 수없이 허겁지겁 음식들을 물 마시듯이 흡입했다.


체할 듯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실은 나에게 물었다.


“자네 지팡이 하나 안 필요한가?”


필요했다. 무척이나 필요했다. 가뜩이나 적은 마나로 마법을 쓰기에 답답한 참이었다.


마치 지팡이 하나사줄 것 같은 모습에 실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세상에서나 돈은 최고다.


“있으면 좋긴 할 것 같습니다, 엄청 많이요!”


내 말에 피식 웃게 된 바실은 따라오라는 듯이 식판을 정리했다.


그래도 아직 지팡이를 쓴 적 없는 바실의 모습을 보고 예의상 물어보았다.


“교장님은 지팡이 안 쓰십니까?”


“늙은이가 지팡이 쓰면 진짜 늙어 보일 뿐이야.”


내 보기엔 안 써도 이미 충분히 늙어 보였다.






* * *






교장실 밖에 있는 붉은 비행선을 또다시 탑승했다.


처음에 탔을 때와 다른 점이라면 새파랗게 맑은 하늘이었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이었다.


음주비행이 아니라 그런지 따스한 햇빛 아래 고공을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아래를 쳐다볼 수는 없었기에, 앞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백발만 바라보았다.


문득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는 붉은 비행선이 아름다웠다.


결코 지팡이를 사준다는 말에 들뜬 기분 탓이 아니다.


도착한 곳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전의 술집보다는 조금 더 가까웠다.


낮은 건물의 옥상에 착륙한 비행선을 내버려 두고 계단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층수가 그리 높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게가 있었다.


식당, 옷 가게, 안경점 등등 그중에서 지팡이 가게를 찾았다.


가게들마다 풍겨오는 비린 쇠 냄새와 끈적한 기름냄새를 뚫고 도착했다.


‘파블로 완드(Pablo Wand)’


간단하고 명료한 이름의 가게였다.


철을 가공하여 필기체로 만든 글자가 우리를 반기는 듯 문 앞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따금 글자는 강아지가 재롱을 부리듯이 한 바퀴 돌기도 하였다.


가게 문 앞에 서있자 글자는 천천히 정문 위로 올라가 멈춰 서서 반딧불처럼 은은한 빛을 냈다.


바실이 먼저 문을 열고 앞장서서 들어갔다.


가게 안은 지팡이들의 작은 마을이었다.


지팡이들은 각자 자신의 개성을 뽐내듯 모두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천장으로부터 이어지는 실에 매달려있는 깃털로 이루어진 지팡이.


검은색의 나뭇가지 전체를 가공하여 만든 지팡이.


오로지 금속으로 이루어져 끝에 마석이 달려있는 지팡이.


이 밖에도 형형색색의 지팡이들이 이 가게를 장식하고 있었다.


지팡이는 공중에 매달린 것을 제외하면 대개 유리로 만든 상자 안에 잠들어 있었다.


나는 수많은 지팡이들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야 했다.


어려운 선택이었다.


이 어려운 선택을 도와줄 사람이 가게의 구석진 곳에서 나타났다.


이곳에 와서 새로운 상식들이 쌓이고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인장으로 보이는 자는 냄새나고 더러운 거지꼴을 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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