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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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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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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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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11화






성수(聖水)에 부정(不淨) 한 부분이 씻겨나가듯 월석의 검은 부분은 사라지고 없어졌다.


그 자리에 은빛을 발광(發光) 하고 있는 진정한 월석이 자리해 있었다.


바벨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달빛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월석은 바뀌었다.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떠있기에 노심초사하는 마음이었지만,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에 바벨은 금세 안심하게 되었다.


바벨은 거친 숨소리가 진정될 때까지 심호흡을 했다.


이윽고 온전해진 상태가 되었을 때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각각 붉은빛과 하얀 빛을 내며 떠올라 있었다.


붉게 물든 달이 조금 더 작았는데, 단지 멀기 때문에 월석에 영향을 주지 못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시선을 조금 낮춰서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학교의 옥상보다 높은 곳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기에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아직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건물들의 불이 꺼진 것은 아니었다.


불켜진 건물들 사이로 지난번에 보았던 줄에 매달린 채 달리고 있는 마차같은 것들이 눈에 보였다.


쉴 새 없이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면서 달리고 있었다.


창문에서 빛이 나는 건물들을 뒤로하고 도시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모든 건물들 중에서도 가장 매캐한 연기를 내뿜고 있는 건물이었다.


도시의 모든 연기를 모은 것만큼이나 많은 양의 연기를 대형 굴뚝을 통해서 내뿜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야시장이 열리는지 개미만한 사람들이 보였다.


인산인해를 이룬 야시장은 거리가 멀기에 별다른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학교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도시의 밤을 감상하던 바벨은 이제 월석을 가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을 방해할 요소는 없고, 오로지 두 개의 달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몸 안에 깃들어 있는 마나를 일깨워 월석을 움켜쥔 손으로 모여들게 했다.


바벨의 마음에 응답하듯 천천히 마나는 팔을 지나 손으로 향했다.


월석의 검게 타버린 부분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단단했던 월석은 조금씩 물렁해지고 있었다.


월석은 전혀 뜨거워지지 않으면서 바벨의 마나를 먹어치우고 젤리처럼 변했다.


바벨은 마나를 월석에 들이붓다가 문득 느꼈다.


자신은 예전처럼 월석을 완벽하게 가공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옛날에는 코 푸는 것보다 쉽게 월석을 가공했는데, 지금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마나의 우물은 이제는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 바벨의 마나는 메마른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멈추기엔 이미 늦었다. 이대로라면 월석이 어떻게 변형될지 알 수 없었다.


월석을 녹여서 수은처럼 만들려고 했던 바벨은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 밤하늘에 떠있던 구름이 두 개의 달중에서 하얀 달을 가리게 되었다.


오직 붉은 달만이 월석을 비췄을 때 변화가 시작되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그저 은빛을 띄던 월석에 희미하게 붉은색의 색깔이 묻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바벨의 마나로 인해 물처럼 되려는 상태를 멈추고 얼음처럼 굳어지기 시작했다.


바벨은 상태가 예상처럼 되지 않아서 당황했다.


어떻게든 상태를 바꾸기 위해서 한 손으로 잡고 있던 월석을 두 손으로 붙잡기 시작했다.


이어서 마나를 두 손에 불어넣었다.


바벨의 간절함이 월석에 닿았다.


하지만 붉은색을 머금은 월석은 매몰차게 바벨의 간절함을 외면했다.


구름에 가려졌던 하얀 달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월석은 그제서야 바벨의 마나를 다시금 받아들였다.


‘하다못해 구름이 방해하고 있네.’


바벨은 이어서 월석을 수은과 같은 액체 상태로 만들려고 했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지팡이 형태로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지 못한 소식이 있었다.


간신히 월석의 형태를 유지시키느라 사용했던 마나가 끝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서 바벨은 결정해야만 했다.


단 하나뿐인 월석의 가공을 멈추고 이 상태로 내버려 둘것인지.


아니면 월석의 한 부분만이라도 떼어내어서 가공을 이어서 할 것인지.


짧은 시간동안 머리속에서 두 가지의 갈림길에 대한 실험을 했다.


월석을 이 애매한 상태로 두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빛을 잃고 흔한 돌멩이가 되어 버릴 수도 있었고,


그게 아니라면 다시 달이 밝은 날에 가공을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바벨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바벨은 마법사 다운 생각으로 결정을 했다.


가장 변수가 적고 자신의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의 마나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월석을 떼어내어 가공하는 방법이다.


한 손으로 잡혔던 월석을 절반의 절반으로 나누었다.


자신의 마나가 월석의 가공을 허락하는 양이다.


겨우 손가락 두 마디 밖에 되지 않는 양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공을 시작하기 전에 달을 올려다보았다.


주변에 구름이 없는 것을 보아서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손가락 두 마디의 양인 월석으로 지팡이를 만들 수는 없었다.


바벨이 미취학아동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지팡이는 불가능했다.


결단을 내렸을 때 만들어야 할 것은 이미 정해 놓았다.


은빛의 월석으로 반지를 만드는 것이다.


월석으로 만든 지팡이를 통해 사용하는 마법은 소량의 마나로도 상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지팡이를 대신해 만드는 반지는 그보다는 못 미치겠지만 비슷한 효율이 나올 것이다.


바벨은 마법사로서 앞날을 계산하였고, 그 후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몸 안에 가지고 있는 마나를 쏟아내어서 작은 월석에 밀집시켰다.


하얀 달빛과 바벨의 마나를 받게 된 월석은 빠른 속도로 액체화되었다.


마나로 액체가 된 월석을 지탱하고 있지만 한 방울이라도 흘러넘칠까 봐 바벨은 두 손을 모았다.


학교의 꼭대기에서 두 손으로 달빛을 담는듯한 모습은 자못 성자(聖者)처럼 신성해 보였다.


두 손에 담겨있던 성수(聖水)와 같던 월석은 곧이어 바벨의 마력과 바람으로 인해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수은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은은한 적색과 은빛이 감돌던 월석이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오고 있던 것이다.


바닥을 치는 마나를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쓰려고 바벨은 두 눈을 감았다.


두 손안에 담겨있던 월석은 어느새 바벨의 오른손을 얇게 뒤덮고 있었다.


그제서야 바벨은 모았던 두 손을 풀고 월석으로 뒤덮인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높은 산의 희박한 공기처럼 바벨의 마나도 줄어들고 있었다.


오른손을 뒤덮던 월석이 손가락으로 이동되고, 검지로 모였다.


한계에 다다랐는지 바벨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검지에 모여있는 월석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와 반대로 바벨의 이마에 흐르는 땀은 더 많아졌다.


바벨은 이제 서있을 힘도 없어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월석은 손가락 마디의 반, 그리고 또 반으로 줄어들었다.


바벨의 마나는 이미 고갈되어 없어졌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인내심과 오기로 월석을 반지의 형태로 압축(壓縮) 했다.


달빛을 조금이라도 잘 받게 하기 위해서 달을 향해 뻗었던 손은 내려가지 않았다.


흐를 것 같던 월석은 이내 도리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하늘의 구름 조각이 하얀 달을 조금 가리게 되고, 붉은 달이 빛을 발해 월석이 단단해지는 것을 도왔다.


시간이 지나고 끝끝내 바벨은 월석을 반지의 형태로 압축해냈다.


다만 바벨은 마나와 체력이 다 떨어져 몸 져 누웠다.


‘진짜······ 힘들어 뒤지겠네······’


학교의 옥상에서 바벨이 누운 상태로 자신의 오른손을 확인했다.


지쳐서 감기는 눈꺼풀을 간신히 올리고 희미한 시야로 검지에 있는 끼워져있는 반지를 보았다.


급하게 만들었던 반지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온전한 형태였다.


개 같은 붉은 달 때문에 고난도 겪었지만 덕분에 마무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더 이상 눈꺼풀을 들어 올릴 힘이 없던 바벨은 두 눈을 감게 되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올라올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도서관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이미 손끝과 발끝에 집중시킬 마나도 없었기에 방법이 없었다.


바벨은 자포자기하고 이곳에서 밤을 지내기로 했다.


올라올 때 느꼈던 강풍이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되어서 시원하기도 했으니까


바벨은 지친 몸 상태에서 두 눈을 감고 있었기에 금세 잠이 들게 되었다.


밤하늘에서 그런 바벨을 위로하면서 지켜보는 듯이 두 개의 달이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잠든 바벨 위로 황금빛의 눈동자가 나타나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 * *






쏴아아······


귀속을 파고드는 물소리에 본능적으로 마나를 써서 실드로 몸을 둘렀다.


옥상에서 잠을 잤기에 비가 내리는 줄 알고 한 것이다.


하지만 어젯밤에 쥐어짜낸 마나는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무용지물이었다.


분명히 실드는 발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비를 맞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게 되었다.


수많은 별과 두 개의 달이 있는 밤하늘이 보이거나,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보여야 하는데 둘 다 보이지 않았다.


단지 콧속으로 화약 냄새가 나면서 눈앞에는 하얀 천장이 보였다.


곧바로 낯선 공간에 온 것을 감지했다.


몸을 일으켜보니 마냥 낯선 공간은 아니었다.


내 방과 똑같은 구조의 방이였지만, 결코 내 방은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는 딱딱한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침대의 주변에는 낯선 머스킷(Musket)들이 즐비했다.


내 방에 있는 책상과 똑같은 책상 위에는 작은 권총이 놓여 있었다.


방금 전까지 정비를 한 것인지 옆에는 기름과 때가 묻은 천 조각이 있었다.


이곳이 내 방이 아닌 것을 확신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난생처음 보는 꽤 멋스러운 권총을 만져보았다.


권총의 손잡이는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꽤 많이 만져왔는지 나무가 닳아 있었다.


손잡이의 끝부분은 쇠로 덧붙여져 있었다.


나머지는 황동으로 되어 있었는데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었다.


유일하게 총구만 백금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충동적으로 한번 쥐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지를 끼고 있는 오른손으로 권총의 손잡이를 쥐고 들어 올렸다.


보기보다 묵직한 느낌이 권총의 존재감을 나타내었다.


방 안에서 이리저리 휘둘러 보기도 하고, 가늠쇠를 보면서 문을 향해 조준을 해보았다.


때마침 방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이가 나타났다.


방금 샤워를 마친 모양인지 머리카락은 젖어있었다.


아까 들렸던 물소리는 끊긴지 한참 되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느꼈다.


방으로 들어왔던 이는 어제 보았던 금빛의 눈동자를 가진 엘프였다.


단지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가운으로 몸을 덮고 있었다.


금빛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사격하는 자세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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