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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6,222
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작성
21.05.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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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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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7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7화






나는 눈을 떴다.


몸은 개운하고 피곤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햇빛이 창문을 비추고 고요한 방 안에서 눈을 뜬 것이다.


급격하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와 동시에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 똑——


침대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작게나마 뜬 눈이 소리를 듣자마자 커졌다.


다급하게 대문 앞에 서있을 누군가에게 말했다.


“지금 나가요!”


어젯밤에 클린마법으로 옷은 깨끗하게 만들었기에 겉보기에 옷차림은 괜찮았다.


침대에서 뒹굴었던 내 머리는 신경 쓰지 못하고 문을 열었다.


차가운 철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자 깔끔한 모습의 쟈니가 있었다.


나는 알코올 냄새를 풍기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급격하게 뛰던 심장박동이 줄어들며 안심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 적이 거의 없었기에 나는 지각한 것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쟈니를 보자마자 나는 아직 업무에 투입된 적도 없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착각에 의한 잠깐의 아찔함으로 잠은 순식간에 달아나 버렸다.


쟈니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서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어··· 그 조금 있다가 올까요?”


“아냐, 내가 늦게 일어난 거니까 괜찮아,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교장선생님이 전달하라는 게 있어서요.”


그제서야 나는 쟈니가 한 손에 들고 있는 종이와 책을 보게 되었다.


“다음 주부터 강의를 하시는데 필요한 자료에요.”


“아 맞다 무슨 강의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챙겨줘서 고마워.”


쟈니가 전달해 준 종이의 맨 앞에는 ‘기초 마법의 이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쓰여있었다.


아마도 다음 장부터는 그 강의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책은 회색의 가죽으로 된 커버가 감싸고 있었는데 앞에 글자가 새겨져 있지는 않았다.


“아 책은 강의하시는데 도움 되시라고 교장선생님이 챙겨주신 마법서에요.”


쟈니는 그 말을 끝으로 볼일을 다본것인지 고개를 살짝 숙이고 가려고 했다.


나는 그런 쟈니에게 할 말이 있었기에 붙잡았다.


“잠깐만.”


“네? 무슨 문제라도···”


“아니 수업에 대한 문제는 아닌데, 다른 문제가 있어.”


불편한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난 건지 쟈니는 걸음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을 했다.


“어떤 문제요?”


“쟈니 그 존대하는 말투 좀 편하게 바꾸면 안 될까? 내가 상사도 아닌데 말이야.”


자신의 생각보다는 가벼운 문제라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민망한 걸까 쟈니는 머쓱해하며 웃었다.


“아하하··· 이게 버릇이 돼서요. 노력해보겠습니다.”


모든 이들에게 존대를 하는 것인지 쟈니는 존대를 하는 게 익숙해 보였다.


하긴 나에게도 다짜고짜 존대를 하라고 하면 안 할 거다. 아니 못할 거다.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네, 그럼 아침에 불쑥 찾아와서 죄송했습니다.”


내 마음대로 사람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쟈니를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문을 닫고 쟈니가 준 것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다시 누우려고 했는데 문득 이곳에서의 마법은 어느 정도의 수준일지 궁금했다.


이미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일 테지만 호기심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몸을 이끌고 그저 하얗고 밋밋한 책상에 앉았다.


가장 먼저 강의를 할 내용인 ‘기초 마법의 이해’가 써져있는 종이를 들춰봤다.


마법(魔法)이라는 것이 어느 세계에서나 비슷한 건지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내용으로 강의를 한다고?’


내가 가르칠 학생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이건 아니었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꼬마 애들을 상대로 가르치는 것인가 싶었다.


하물며 이것을 만든 선생은 누구인지 몰라도 수준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너무 수준이 높은 것이겠지.’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강의 내용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월급 받은 값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 * *





이른 아침에 시작된 바벨의 학구열은 금세 식게 되었다.


흥미를 잃은 것이 아니다.


단지 강의를 뜯어고치는 것이 금방 끝나버린 탓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종이에는 바벨이 강의 내용을 수정한 흔적이 가득했다.


어느 곳에는 밑줄을 치고 다른 곳에는 빗금을 긋고 대부분의 내용을 삭제했다.


바벨은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으로 6개월간 강의할 내용의 대부분을 고친 상태였다.


보다 ‘효과적’인 강의 내용으로.


바벨은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강의를 듣는 자들의 수준을 알아차렸다.


수강생들이 인간일지 드워프일지 혹은 엘프일지 아니면 다른 종족일지 몰랐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바로 수강생들은 마나를 인지(認知)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싹들이란 것을.


비록 직접 눈으로 수강생들을 본 것은 아니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 보면 알 수 있었다.


수정된 강의 내용은 완벽했으나 바벨은 의문점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것으로 충분한가.


그래서 검증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교장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바벨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자료를 챙기고 문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었다. 아직 씻지도 못한 몰골을 보여주기엔 예의가 아닌것 같았으니까.


황급히 화장실로 들어가서 대충 몸을 닦았다.


물론 마법으로도 충분히 깨끗해질 수 있었지만 ‘진짜’ 물이 닿는 것은 느낌이 달랐으니까.


잠에서 깼을때의 상태와는 다르게 깨끗한 얼굴을 하고 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수정된 강의를 바실에게 보여줘야하는 바벨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실이 어떤 반응을 할지가 궁금했다.


띠링——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바벨은 교장실에 도착하게 되었다.


금고같은 문이 그를 우직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한번 심호흡을 하고 나서 문에 노크를 했다.


바실은 아마 이 안에 있을 것이다. 쟈니가 교장의 명에 따라서 내 방을 찾아왔으니.


“들어오게.”


바실은 노크를 하는 이가 누구인지도 묻지도 않고 들어오란 말을 했다.


이윽고 문의 손잡이를 돌리지도 않았는데 문은 바벨을 환영하듯 자동으로 열렸다.


바실은 어젯밤에 보았던 취한 모습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술은 입에 대지도 않는 지식인의 모습을 하고서 바쁘게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눈은 서류에 향해있었지만 바벨이 온 것은 알고 있는지 바실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바벨?”


“다음 주부터 강의할 내용을 수정해봤습니다. 검토를 받고 싶어서요."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바벨이 들고 온 서류뭉치를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술에 취한 바실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지금은 무겁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바벨은 조용히 두 손으로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를 건네받은 바실은 책상 위에 있던 안경을 집어 들었다.


바실이 서류를 자세하게 살펴보는 동안 바벨은 유심히 안경을 쳐다보았다.


‘거참 희한하게도 생겼네.’


안경은 평범하게 안경테와 렌즈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바실의 안경은 외눈 안경으로 되어있어서 한쪽에만 렌즈가 있었는데, 그 렌즈를 둘러싸고 작은 톱니바퀴와 새의 깃털과 같은 갖가지 장식이 달려있었다.


마석이 동력으로 이용되는 것인지 천천히 작은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있었다.


바벨은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다.


이윽고 열 바퀴 쯤 돌아가는 것을 보다가 바실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건 수정이라기보다는 개량(改良)이라는 표현이 맞겠군.”


바실은 바벨의 강의자료가 나쁘다는 말을 넘어서 훌륭하다고 돌려 말하고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한다고 바벨은 깍듯한 태도를 했다.


“이걸로 수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지난번 교장실에서 기획안을 올리는 쟈니의 모습을 바벨이 그대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


“어떤 문제요?”


틀림없이 자료는 완벽할 것이었다. 중급도 못 되는 하급의 마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은 바벨에게 젓가락질을 알려주는 것과 같았다.


“자료는 완벽하네. 완벽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


“······”


“이곳은 마탑도 아니고 학교야. 당연히 선생들을 제외한 학생들의 수준은 마탑보다 지극히 낮네.”


바벨은 바실이 말하는 뜻을 다시 눈치챌 수 있었다.


“학생들이 이것으로 이해를 하기엔 수준이 너무 높아.”


바벨의 재능은 이미 만개한 꽃과도 같다.


반면에 학생들은 꽃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하다. 이제서야 땅을 뚫고 나온 여린 새싹이다.


그래서 바벨은 가르침을 받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강의자료를 수정하게 된 것이다.


그저 한 번의 수업만으로도 최대한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자료로.


아무 말 없는 둘 사이로 벽에 붙어있는 시계 초침이 째깍거리는 소리가 심장박동처럼 울려 퍼졌다.


너무 잘하려고 노력했다가 실패하게 된 바벨은 침울해진 모습으로 교장의 질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실은 질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이건 단순히 흔한 천재들의 오류인 거야.”


교장은 늘 피우던 담배를 입에 물고서 말했다.


“이곳은 천재들을 교육하는 기관이 아니고, 단지 마나에 눈을 뜨게 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야.”


“물론 이곳에서 재능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가 있을 것일세.”


“우린 그런 아이들을 선별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야.”


“그저 모든 아이들이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지식을 쌓아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지.”


“뛰어난 아이들만 이곳에서 우수한 교육을 이해하게 된다면 학교는 의미가 없어.”


바실은 타들어가는 담배를 손에 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옅은 회색빛의 연기가 바실의 얼굴을 잠시나마 가렸다가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담배가 씁쓸한 것인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나는 처음 담배를 피우던 모습과 다른 얼굴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바실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의해서,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기에 인상을 쓴 것이라는 것을


자신도 바실처럼 세월의 풍파를 견뎌냈기에 눈치챘다.


그는 과거에 행했던 일 때문에 쓴맛을 본 적이 있음을.


그것을 들춰내기엔 아직 바실과의 거리가 가깝지 않기에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강의 서류를 다시 수정해오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서류를 들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 타서 다시 서류를 작성하려고 방으로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잠깐의 시간 동안 복도는 달라진 게 있었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길게 이어진 복도에서 누군가의 대문이 열려있었다.


그게 내 앞에 있는 방이 아니었다면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내 방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남의 방안에서의 소음이 커져갔다.


호기심을 억누르고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대문 앞에서 문을 열려고 할 때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보인 황금빛의 장발이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고, 창백한 흰색의 피부 그리고 뾰족한 귀까지.


겉모습은 다르지만 술집에서 만난 칼리와 같은 엘프가 있었다.


화장기 없이 수수한 얼굴에 머리색과 같은 금빛의 눈동자를 한 엘프와 눈이 마주쳤다.


엘프는 청소를 하고 있었는지 가녀린 한 손에는 작은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복도의 천장에 매달린 흰색의 조명이 바벨과 엘프를 빛내고 있었다.


이것이 이곳에서 만나는 두 번째 엘프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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