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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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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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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9화






처음에는 배고픈 노숙자인 줄 알았다.


천장에 매달린 불빛이 그를 비췄을 때는 지팡이를 훔치러 온 강도인 줄 알았다.


바실이 아는체하자 그제서야 이 가게의 주인장인 것을 알았다.


그만큼 행색이 보기 좋지 않았다.


검은 때가 주름 있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태워먹은 것인지 뻣뻣해 보였다.


왜소한 몸에 씻지 않은 흔적들이 가득했다.


그런 것은 신경 쓸 일도 아닌 것처럼 바실은 인사를 했다.


“파블로 잘 지냈나?”


가게의 이름처럼 주인장의 이름은 파블로였다.


파블로는 기름지고 때묻은 손으로 바실에게 악수를 하려고 손을 건넸다.


인간과 드워프의 키 차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이 웃겼다.


바실은 손을 들고 벌을 받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파블로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곳의 사장을 보고 웃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입을 꾹 닫았다.


예의 없는 모습을 보여줘서 파블로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지팡이 가격을 올려 받을 것 같아서 그랬다.


지인 찬스로 얻을 가격 할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나야 그럭저럭 지냈지.”


“꼴을 보아하니 또 헛짓거리 하고 있던 것 같은데.”


피식 웃으며 말하는 바실의 말에 파블로는 볼을 긁적였다.


“이 친구는 누군가? 처음 보는 얼굴인데.”


“바벨, 이쪽은 마법사 파블로네.”


바실은 겉모습을 보고 오해하지 말라는 듯이 마법사임을 강조하면서 말했다.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마법사 일 줄은 몰랐다.


예의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차렷 자세로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손을 건네고 싶었지만 조금 더러워 보이는 모습에 악수를 하지는 못했다.


“안녕하세요. 학교에서 선생을 할 바벨이라고 합니다. 물론 임시이긴 합니다만.”


본인도 손이 지저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파블로 완드의 사장 파블로 일세. 별 볼일 없는 마법사지.”


서로 간의 인사를 나눈 후에야 파블로는 바실에게 이곳에 온 이유를 물었다.


“몇 달 만에 무슨 일로 온 거야? 평소에는 오지도 않더니.”


파블로의 물음에 답하는 대신 바실은 내 등을 치면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게 했다.


그리곤 파블로에게 힐끔 눈빛으로 내 손을 가리켰다.


그 눈빛을 따라서 내 손을 보고는,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웃었다.


“아이고, 지팡이를 구매하러 온 고객님이셨군요.”


갑작스럽게 굽실거리는 태도로 바뀐 파블로의 모습을 보고 마법사가 맞는가 싶었다.


마법사는 장사꾼이 되어버렸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파블로는 재빠르게 행동했다.


마법으로 가게 안에 있던 유리 상자를 들고서는 줄줄이 나에게 선보였다.


내 눈앞까지 상자들이 다가와서는 안에 든 지팡이를 선보였다.


지팡이는 마치 먹잇감을 유혹하듯이 살랑살랑거리면서 움직였다.


“알비노 공작새의 꼬리 깃털로 장식된 나무 지팡이는 어떠십니까?”


“나무는 취향에 안 맞으십니까? 그렇다면 황동으로 된 지팡이는?”


“금속도 별로입니까? 대리석을 깎아 만든 지팡이도 봐보시죠.”


파블로는 유리 상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을 만들고는 끊임없이 각기 다른 지팡이를 내보였다.


지치지도 않는지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면서 마법을 부려댔다.


나는 그저 별로···, 이건 조금···, 쓰읍··· 따위의 소리를 내면서 지팡이를 결정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나의 취향을 찾고야 말겠다는 듯, 상자 안에 들어있는 지팡이를 모두 선보이다 못해 천장의 실에 매달려있는 지팡이까지 모두 보여줬다.


장사꾼이 된 마법사의 돈에 대한 집념은 무서웠다.


“아니······ 대체 어떤 지팡이를 원하시는 겁니까?”


“딱히 느낌 오는 게 없네요.”


정말로 괜찮아 보이는 지팡이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애초에 지팡이를 사용한 적이 거의 없어서 고를 수가 없었다.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찬란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팡이의 도움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늙어버린 탓에 몸을 지탱하는 용도로만 지팡이를 사용해봤다.


파블로가 아무리 지팡이들을 선보이면서 추천을 해도, 단점은 알려주지 않았기에 고르기도 어려웠다.


바실의 도움이라도 받고 싶어서 쳐다봤지만, 오로지 나의 안목으로 지팡이를 고르길 바라는지 묵묵부답이었다.


“후우······ 더 이상 보여드릴 지팡이도 없습니다.”


한숨 섞인 파블로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실이 말했다.


“실험작들이 아직 남아있지 않나?”


“아니 아직 완성도 하지 못한 지팡이를 어떻게 보여주나?”


파블로는 완성되지 않은 작품은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그를 무시하고 바실은 처음에 파블로가 나타났던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낡은 나무 문이 있었는데 바실은 당당하게 문을 열었다.


“아니, 안된다니까!”


파블로는 소리를 치면서 바실을 말리려고 따라서 방으로 들어갔다.


둘이서 들어가겠다 안된다 하면서 싸우고 있는 터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졸지에 가게 안에서 지팡이들에게 둘러싸여 있게 되었다.


결국에는 바실이 이겼는지 들어오란 말이 들렸다.


지팡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서야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방은 실험실인지 지팡이보다는 기계가 더 많았다.


이곳에서 실험을 하는 게 오래된 것인지 기계들은 대개 빛바랜 낡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기계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아서, 아직도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벽에는 아직 지팡이의 재료가 되는 것들이 쓰인 종이가 가득했다.


그 옆에는 재료들의 배합법과 수식(數式)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파블로에게는 일종의 지팡이를 만드는 비법과 같은 것일 텐데도, 바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기밀자료를 보고 있는 바실을 대신하여 파블로에게 물었다.


“그······ 봐도 괜찮습니까?”


“바실은 뭐 개국공신과도 같으니까 상관없어.”


생각보다 쿨한 반응이었다.


이어서 바실은 재료들이 있는 낡은 서랍장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광물, 나무, 보석 갖가지 재료들이 서랍장에 분류되어 가득 차있었다.


그 모든 것들을 책상 위로 던지듯이 꺼내고는 바실은 못마땅한 표정을 했다.


“바벨, 느낌 오는 게 있나?”


탐정처럼 물어보는 말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다가 문득 유압프레스 위에 올려져 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주먹만 한 크기의 석탄처럼 보이는 것에 홀려서 만지려고 할 때 파블로가 내 팔을 덥석 잡았다.


“그······ 실험하고 있던 중이라 위험해서 말이야.”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눈빛을 본 바실이 직접 나섰다.


두터운 손을 뻗어서 검은 물질을 그냥 빼내었다.


바벨과 같이 바실 또한 흥미가 생긴 모양새를 하고는 파블로에게 물어보았다.


“난생처음 보는 물질인데, 이게 뭔가?”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처럼 울상을 지으면서 순순히 말했다.


“나도 몰라서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지.”


바실은 검은 물질을 눌러도 보고 긁어도 보면서 관찰했지만 도통 이 물질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셋의 시선이 모두 바실의 손에 쏠려있을 때 조용히 바벨이 몸을 움직였다.


바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바벨의 손을 눈치채지 못했다. 파블로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럽게 바실의 손에 있던 물질을 빼내었다.


귀신에 홀린듯이 바벨이 움직인 까닭은 이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검은 물질은 원래는 검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뜨거운 온도에 겉 부분이 타버렸기에 발생한 검정이다.


물질의 이름은 월석(月石), 달의 표면에 있는 돌이다.


월석은 과거 차원 이동을 하기 위해서 천체학(天體學)을 연구할 때의 일 때문에 알게 된 돌이다.


처음에 발견하게 된 계기는 산꼭대기에서 밤하늘을 눈에 담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을 주웠을 때였다.


별똥별이 되지 않은 돌은 온통 검은빛을 띄고 있었기에 그저 흔한 석질운석(石質隕石)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달빛이 돌을 비췄을 때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빛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바실과 파블로는 이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지팡이들은 전부다 필요 없었다.


오직 이 월석 하나면 충분했다.


사기··· 아니 거래를 통해서 반드시 얻어야 했다.


월석으로 만드는 지팡이는 그 희귀함 만큼이나, 마나의 효율적인 부분에서 압도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문득 기대감에 젖은 목소리가 밑에서 들려왔다.


“바벨, 그게 뭔지 알고 있나?”


“아뇨, 저도 잘 모르겠네요.”


바실은 오래된 기억을 뒤져보지만 생각나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저 혹시 지팡이 대신 이걸 구매할 수 있겠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히 안되지.”


지팡이를 사지 않는 기색을 내자 곧바로 파블로는 존대를 하지 않았다.


당장 월석의 주인은 파블로였기에 곤란했지만 나에겐 바실이 있었다.


“당장 써먹지도 못하는 거 파는 게 어때?”


“아직 실험 안 끝났다니까! 유압프레스로도 꿈쩍 안하는 게 뭔가 이상해.”


“그냥 고철 덩어리 같구먼.”


“그랬으면 마나라도 통했어야 하는데, 전혀 먹히지도 않았어.”


아무래도 파블로는 월석을 가지고 있게 된 지 오래되어 보였다.


자기 나름대로 이것저것 실험을 한 모양이지만 골방에 틀어박혀서 하는 것 따위로는 소용없다.


달빛 아래에서 하는 것이 아니면 그 무엇보다도 말을 듣지 않는게 월석이니까.


월석을 손에서 놓지 않는 내 모습을 본 건지 바실이 은근하게 파블로를 압박했다.


“파블로, 밀린 월세는 언제 줄건가?”


작지만 수많은 가게가 있는 건물의 주인, 이 건물의 주인이 바실이었다.


바실의 간단한 말 한마디 이지만 상당한 압박감을 주는 말이었다.


“요새 마법사가 적어져서 지팡이 사는 사람이 없는데······ 어쩔 수가 없어.”


바실은 키가 작아서 파블로에게 어깨동무를 하지 못하고 그저 허리를 붙잡고 말했다.


“저거면 어쩔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장에 이득을 볼 수 있는 돈과 알 수 없는 광물 사이에서 파블로는 선택을 해야 했다.


파블로는 몇 분간 말없이 손톱을 물어뜯다가 선택을 했다.


당장 써먹을 수 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보다는 밀린 월세를 갚는 것을 골랐다.


이것이 건물주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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