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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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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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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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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4화






들려오는 소리에 따라 아래로 시선을 이동하자 웬 드워프가 있었다.


다만 전당포에서 봤던 드워프와는 달리 멀쩡한 두 손위로 이상한 기계장치가 있었는데 마치 금속으로 된 뼈가 손등에 달라붙어서 기생하는 모습과 같았다.


“자네가 바벨 맞나? 생각보다 일찍 왔군. 한데 기관실에는 왜 들어온 거지?”


내 이름을 아는 것을 보면 이 드워프가 교장일 것이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으니 아마 확실히 이 학교의 교장은 내 눈앞에 있는 드워프 일 것이다.


“예··· 바벨 맞습니다. 일찍 와서 학교를 둘러보려고 하던 중에 작게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래서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바벨은 이 드워프 앞에서 자존심을 굽혀야 했다.


자신은 돈을 벌려고 이 학교에 오게 된 것인데, 만약 이 드워프의 심기에 거슬리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후의 일정이 완전히 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존대를 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바벨은 돈 때문에 자존심을 굽힌 것이다.


“뭐 기관실에 들어왔다고 해서 처벌이 있는 건 아니니까, 일단 따라오게.”


앞장서서 걸어가는 교장의 발걸음에 바벨은 순순히 뒤따라서 걸어갔다.


원래대로라면 도서관에서 자료를 수집해야 했지만 계획을 뒤로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 뭔가 드워프들과는 잘 안 맞는 바벨이었다.


철의 문을 나오고 복도를 지나 교장과 바벨은 한 엘리베이터 앞에 서게 되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황동으로 된 창살이 있었고, 그 옆에 있던 철로 되어 있는 봉을 매만지더니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왔다.


창살이 양옆으로 열리고 교장이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교장의 뒤에 있던 바벨이 탑승하고 나서야 창살은 닫히게 되었고 천천히 엘리베이터는 올라갔다.


바벨이 살던 곳도 엘리베이터는 있었지만 그것은 도르래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의 엘리베이터는 여러 개의 도르래와 복잡한 줄 따위는 보이지 않았고 그저 깔끔한 외관뿐이었다.


올라가면서 엘리베이터를 관찰하고 있던 바벨에게 교장은 질문했다.


“바벨 자네는 이 학교에 왜 온 건가? 물론 쟈니의 부탁이 있긴 했지만, 마법사들은 손해를 안 보는 족속들이잖아?”


교장의 말에 기분이 나쁠 법도 하지만 바벨은 아무렇지 않았다.


교장의 말에는 틀린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마법사들은 지극히 실리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뭐, 돈 주신다고 하니까 온 거죠.”


바벨은 사실 그대로를 말했지만, 교장은 바벨의 말이 믿기 어렵다는 듯이 헛기침을 내뱉으며 뒷짐을 졌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또다시 창살이 열렸다.


교장을 따라서 도착한 층은 교장실이 있는 학교의 상층부였다.


교장실의 문은 직사각형의 금고처럼 되어 있었는데, 드워프의 키에 맞게 아래에 손잡이가 달려있었다.


교장이 손잡이를 돌리자 자동적으로 문이 옆으로 밀리면서 열렸다.


방안의 모습은 높은 첨탑으로 된 학교의 교장실 치고는 화려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소박했다.


다만 교육자의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와 잉크의 냄새보다는 이곳에서 기계를 만지는지 쇠 냄새와 기름 냄새가 풍겨왔다.


교장의 책상 위에 있는 작은 톱니바퀴와 공구박스에 들어있어야 할 드라이버들이 그 증거였다.


들어오자마자 짧은 시간에 방 안을 모두 둘러본 바벨은 뒤에서 교장을 바라보았다.


교장은 정리되어 있지 않은 책상을 신경 쓰지도 않고 의자에 털썩- 앉고는 서랍 안에 있던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어서 붉은색의 라이터를 옷 안쪽에서 꺼내들었다. 라이터의 겉면에는 두 개의 망치가 X자 형태로 음각되어 있었다.


딸깍—


뚜껑으로 닫혀있던 라이터를 열고 점화장치를 누르자 주홍빛의 불꽃이 나와서 담배의 끝에 붙었다.


교장은 자신의 자리 건너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서 얘기하지.”


드워프의 키에 맞춰서 방안의 책상과 의자가 제작돼있었기에 바벨에게는 의자가 약간 작았다. 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교장을 내려다보았다.


연신 연기를 내뿜으면서 담배를 태우는 드워프는 교장이라기보다는 어느 마피아 조직의 보스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말없이 피던 담배를 다 태우고 옆에 있던 재떨이에 버리고 교장은 바벨에게 말했다.


“쟈니에게 좀 들은 게 있나?”


“교장님의 테스트를 통과하게 되어 선생이 된다면, 보수는 월 50골드라고 했고요.”


“빠진 게 있네, 시험을 통과한다면 자네는 임시 선생으로 6개월 동안 교양강의 하나를 하면 되네. 그 이후에는 다른 사람이 오게 되어있어서 말이지.”


쟈니에게 듣지 못한 내용을 바벨은 학교에 오게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애초에 당장의 빚을 갚으려고 하는 일이니 빚을 갚고 돈을 조금이라도 남길 수만 있다면 기간이 짧아도 좋았다.


“쟈니에게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강의는 ‘기초 마법의 이해’ 일세. 쟈니와 비슷한 경지의 마법사 일 테니 가능하겠지?”


이전 세계에서 이미 드높은 경지를 이룩했던 바벨의 마나는 없어졌지만 경험과 지식은 그대로이기에 교장의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었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테스트는 뭡니까?”


바벨의 물음에 교장은 양손을 깍지 끼고 책상 위로 올렸다. 손등 위로 있던 금속이 맞물리면서 끼이익— 소리가 났다. 기분 나쁠법한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게 교장은 말했다.


“뭐, 간단한 테스트지. 자네가 강의를 맡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거니까.”


교장은 고개를 올려서 바벨의 눈을 쳐다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듯이 말했다.


“원래라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야 했을 테지만, 쟈니가 추천했으니 한 가지만 할걸세.”


식당에서 마주친 쟈니의 수준은 그리 낮다고 할 수는 없지만 높다고도 할 수 없을 수준이었는데 쟈니의 추천으로 시험이 생략된 것이 바벨은 궁금해서 교장에게 물었다.


“학교에서 쟈니의 위치는 어느 정도입니까?”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지, 하지만 보는 눈은 괜찮은 아이지.”


아이. 교장은 쟈니를 아이라고 칭했다. 교장의 나이가 많아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수준의 차이 때문에 말한 것인지 모르는 바벨은 물어보려 했다.


똑—똑—


하지만 문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교장선생님, 들어가도 될까요?”


노크를 한 이는 다름 아닌 쟈니였다.


쟈니의 예의 바른 물음에 교장은 흔쾌히 들어오라고 말했다.


“들어오게.”


쟈니는 교장실에 들어와 교장의 앞에 있는 예상치 못한 선객이 있어서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바벨이 왜 벌써 여기에···?”


의문스러운 바벨의 물음에 바벨을 대신하여 교장이 말했다.


“학교를 둘러보고 싶다고 일찍 나왔더군.”


“아··· 그렇군요. 바벨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제가 안내해드렸을 텐데.”


쟈니의 친절한 말에 필요 없다는 듯이 바벨은 손을 내저었다.


이어서 쟈니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철을 깍듯한 자세로 교장에게 건네주었다.


바벨은 힐끔 서류철을 쳐다봤고, 서류철의 겉에는 ‘교육 계획안’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교장은 그런 바벨을 신경 쓰지도 않고, 건네받은 서류철을 책상에 있던 재떨이 옆에 두었다.


“쟈니, 학교 안내 좀 부탁하지.”


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시라도 빨리 테스트를 보고 싶었던 바벨이 물었다.


“저기 그러면 테스트는 어떻게 합니까?”


교장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나중에 해가 질 때 이곳으로 다시 오게.”


교장은 말을 끝으로 자기는 서류를 검토해야 해서 바쁘다는 말을 하곤 축객령을 내렸다.


쟈니와 바벨이 교장실을 나오고 금고 같던 문은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처럼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교장의 테스트를 당장 보지 못한 바벨은 할 수없이 쟈니에게 도서관의 위치를 물었다.


교장의 말에 따라 바벨에게 학교 안내를 하려 했던 쟈니는 흔쾌히 대답해 줬다.


“도서관은 학교 최상층에 있어요.”


쟈니의 말이 끝나자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쟈니와 바벨이 탑승하고 나서 쟈니는 이어서 말을 했다.


“다른 마탑들처럼 최상층에 있죠, 물론 그들과 교장선생님은 다른 생각으로 도서관의 위치를 최상층으로 한 거지만요.”


바벨은 쟈니의 말을 들으면서, 마치 교장이 자신의 부모인 듯 자랑을 하는 자식의 모습을 바벨에게서 보았다.


“마탑은 지식을 귀하게 여겨서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최상층에 도서관을 두었죠.”


“교장님도 귀하게 여긴 건 똑같지만, 다른 점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보고 꿈꿨으면 좋겠다 하셨죠.”


“그래서 교장님은 학교를 설계하실 때 다른 곳도 애쓰면서 만드셨지만, 이곳만큼은 더 신경 써서 만드셨어요.”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인 도서관에 멈추고 문이 열렸다. 다른 층은 각각의 방에 들어갈 문이 있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최상층 전체가 도서관으로 되어 있었기에 따로 문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수많은 책들이 도미노처럼 놓인 원목 책꽂이 속에 들어있었고, 도시 전체의 모습이 보이는 창문이 벽 전체에 360도로 이어져있어 파노라마(Panorama) 사진을 실제로 재현해낸듯했다.


만약에 책꽂이와 책만 없었다면 아마도 부자의 펜트하우스 혹은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부족할 것이 없었다.


바벨은 살면서 이보다 아름다운 도서관은 보지 못했다. 그 정도로 장관인 도서관의 풍경이었다.


“대단하네, 이 정도면 어떤 도서관의 풍경도 이곳보단 못하겠어."


“실제로도 이 풍경을 보려고 학생들이 도서관에 자주 와요, 겸사겸사 이곳에서 공부도 하니까 부가적인 효과도 있죠.”


문득 책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바벨은 원하는 책을 찾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근데 이 넓은 곳에서 책은 일일이 찾아야 하는 건가?”


“아, 당연히 아니죠. 찾는 방법은 간단해요.”


몸소 시범을 보이려는 듯 쟈니는 가장 앞에 있던 책꽂이 옆면에 튀어나와있던 구를 매만졌다.


매만지는 손이 미세하게 빛나는 것을 보아 마나를 사용한듯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책꽂이 옆면에서 손 두 개가 튀어나왔다.


책꽂이와 같은 재질인 나무로 되어있는 손은 꽂혀있던 책 중에서 하나를 빼와서 공손하게 두 손으로 쟈니에게 책을 바치는 모습을 했다.


이런 모습이 익숙한 듯이 쟈니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참 쉽죠?”


바벨은 인형술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신기해했다.


쟈니는 받았던 책을 다시 나무로 된 손에게 넘겨주었고 책을 받아든 손은 책을 정리하고는 책꽂이 옆면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이제 그럼 다른 층으로 가볼까요?”


“쟈니,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겠어.”


예상하지 못한 바벨의 대답에 당황한 쟈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왜··· 왜 그러시죠?”


“지금 당장 보고 싶은 책이 많아서 말이야, 저녁에는 또 교장님과의 약속이 잡혀버려서 말이야.”


그러자 쟈니는 같은 마법사이기에 바벨의 탐구적인 모습을 이해하는 듯 말했다.


“아 그러면, 말로 설명해드릴게요.”


학교의 각층과 그에 따른 간단한 설명까지 마친 쟈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쟈니가 내려가고 난 도서관은 오직 바벨 혼자만 남아있었다.


바벨은 쟈니가 했던 것처럼 구에 손을 대고는 마나를 불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생각했다.


‘역사 책, 지도···’


다른 세계에 오게 된 자신의 상식을 채워 넣어줄 책들을 생각했다.


그러자 저 멀리 있는 책꽂이에서 아까와 똑같이 손이 튀어나오더니 오른쪽 손이 바벨이 원하는 책을 책꽂이에서 골라 빼고는 왼쪽 손에 그대로 올렸다.


그렇게 쌓인 책들이 바벨의 앞으로 배달되었다.


바벨은 자신의 키만큼이나 쌓인 책들을 두 손으로 받을 생각이 없었다.


간단한 염력으로 책들을 들어 올렸지만 손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던 손에게 바벨은 한숨을 내쉬면서 하인에게 말하듯이 말했다.


“책 다 읽고, 나중에 책상 위에 둘 테니까 그때 치워.”


바벨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손은 인사하듯 좌우로 움직이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창문에 붙어있는 책상을 향해서 바벨은 걸어갔다.


짙은 갈색의 원목 의자에 앉고서 바벨은 가장 위에 있는 책부터 자신의 앞에 놓았다.


과거의 지식은 있으나, 이곳의 상식이 없는 바벨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눈부신 해가 학교의 도서관에 있는 바벨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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