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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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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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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5화






아침부터 눈부신 빛을 내던 해가 시간이 지나고 먹구름에 가려졌다.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시작했던 바벨의 상식 채우기는 떨어지는 빗방울에 멈추게 되었다.


날씨에 의해서 책을 읽는 것을 멈추긴 했지만 바벨은 충분히 필요한 내용만큼은 숙지했다.


읽었던 책들을 정리해서 다시 책상에 쌓아 놓았을 때, 아까 전 책을 꺼내준 손이 나타났다.


반갑다는 듯이 양손을 좌우로 흔들고는 바벨의 말을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바벨은 피식— 웃으며 가져가도 된다고 말했다.


쌓여있던 책들을 손쉽게 들어 올리고는 금방 책꽂이 사이로 사라졌다.


아까보다 굵어진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것을 바벨은 그저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술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책을 읽는데 집중했던 정신이 돌아온 건지 교장과의 약속이 생각났다.


뜨끔한 마음을 뒤로하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늦지는 않았다.


아직은 방학기간인지 바벨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없어서 도서관은 조용했다.


침묵하는 도서관에서 오로지 바벨의 또각—거리는 발걸음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교장과 쟈니가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해서 바벨은 교장실이 있는 곳으로 조작(操作) 했다.


바벨마저 사라진 도서관에서는 고요함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이 굵어지고 있었다.





* * *





띠링—


아까는 말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았던 엘리베이터의 도착음이 들렸다.


교장실 앞에서 나는 아까 쟈니가 그랬던 것처럼 문에 노크를 했다.


똑—똑—


손잡이를 돌리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교장실에서 쟈니가 줬던 서류에 대한 검토는 다 끝낸 건지 교장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것도 꽤 오래된 건지 책상 위에 있는 재떨이에는 이미 많은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었다.


내 생각보다 늦게 도착한 줄 알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당포의 드워프와는 달리 교장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착한 것 같았으니까.


“아니 됐네, 생각보다 일처리가 깔끔해서 검토가 빨리 끝난거니까.”


"이제 그럼 테스트를 보는 겁니까?”


내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고 교장은 무엇인가가 새겨져있는 의자의 오른쪽 받침을 누르기만 했다.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말을 해주질 않아서 답답하기만 했다.


곧바로 의자 뒤에 있던 벽이 열리고 창문을 통해서 바깥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방금 전까지 있었을 때는 구름에 가려지긴 했어도 해가 떠있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어느새 해는 저물어서 희미한 빛만이 먹구름 사이로 감돌고 있었다.


쏴아아——


창문을 두드렸던 소리가 이제는 폭포소리로 커졌다.


교장은 천연덕스럽게 겉옷을 챙기고는 나에게 말했다.


“저녁은 먹으러 가겠나? 거기서 테스트를 보도록 하지.”


교장의 말은 권유였지만 사실상 강제에 가까운 말을 했다.


“아 예, 물론이죠.”


나는 당연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줄 알고, 다시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교장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교장은 창문을 향해서 걸어갔다.


나이가 들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건가 아니면 감상에 젖은 건가 둘 중에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둘 다 아니었고 교장은 정상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가 아닐세. 바벨 이쪽이야.”


교장은 문으로 향해 걷지 않고 창문 쪽으로 향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창문 너머에는 사람 한 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만한 길 앞에 착륙장이 있었다.


착륙장에는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보았던 붉은 새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붉은 비행선이라고 해야겠지만. 이것이 교장의 것인지는 상상도 못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교장은 그런 내가 의아한 듯 물었다.


“소형 비행선은 처음 보나?”


“오늘 아침에 본 적은 있었죠.”

내 말을 이해한 듯 교장은 피식— 웃으며 나보다 앞장서서 걸었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걸어 갈 수 있는길이 교장에겐 넉넉해보였다.


하긴 교장실에 지어진 착륙장이니 교장에게 맞춰져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테지.


창문을 넘어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사이로 착륙장까지 걸었다.


비행선에는 앞에 있는 운전석과 뒤에 보조석이 있었는데 교장은 당연하게도 운전석으로 쑥 들어가 앉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아보였지만 속은 넓은 듯 보였다.


양 옆에는 생각보다 작은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는데 이런 걸로 어떻게 속력을 내는지 상상이 안갔다.


길에서 멀뚱멀뚱 서있는 나를 보고 교장이 재촉했다.


“보기보다 안전하니까 빨리 타게.”


교장의 말이 신호탄인 것처럼 잽싸게 보조석에 앉았는데 생각보다 아늑했다.


앞 좌석에서 교장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더니 프로펠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이 비행선에 대해서 눈치챘는데, 붉은 비행선은 비를 맞지 않으면서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건지 교장은 비행선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


“이 소형 비행선이야말로 마법과 기계의 결합의 산물이지.”


한 마디의 대답에 나는 교장에 대해서 눈치챌 수 있었다.


“교장님도 ‘마법사’셨습니까?”


마법에 관련된 모든 도구들은 오로지 마법사만 다룰 수 있었으니, 이 비행선 또한 마법도구라 한다면 교장은 곧 마법사 일 것이다.


“마법학교 교장이 마법사인 게 신기한가?”


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행선의 프로펠러가 작동하기 시작하더니 프로펠러의 날개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그렇게 먹구름에서 쏟아지는 빗속 사이로 붉은 비행선이 소리 없이 날아올랐다.





* * *





작고 붉은 비행선이 복잡한 도시 속에서 도착한 곳은 다소 겉보기에는 허름한 곳이었다.


도시 외각에 있는 이 허름한 식당이 아마도 교장의 취향인 것이겠지.


교장은 많이 와본 것인지 능숙하게 비행선을 식당 앞에 착륙시키고 바벨보다 앞장섰다.


교장을 뒤따라서 식당을 들어갔을 때 느껴진 냄새는 음식보다는 술 냄새가 먼저였다.


식사를 하러 가자면서 교장은 술집으로 날 데려온 것이다.


교장이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해서 특이한 드워프인 줄 알았는데, 술을 좋아하는 드워프의 특성은 똑같나 싶었다.


술집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안쪽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길고 철로 이루어진 바 테이블 앞으로 몇 개의 의자가 있었는데, 그 위에는 푹신해 보이는 적색의 쿠션이 붙어있었다.


술집은 도시의 중심가에 있지 않아서 그런지 손님은 몇 팀 되지 않았다.


교장은 짧은 다리로 앞장서서 바 테이블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으려고 능숙하게 높낮이를 조절하고는 앉았다.


다리가 땅에 닿지 않는 모습이 조금 귀엽긴 했다.


그런 교장의 옆자리에 앉았는데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교장은 말이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바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잠시 후에 바 테이블 뒤에 있던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나타났다. 드워프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엘프가.


고혹적인 눈에 짙은 화장을 하고 이마에서부터 이어지는 콧대는 날카로웠다.


흰 피부에 입술에 붉은 칠까지 한 모양인지 퇴폐미까지 느껴졌다.


우리가 온 것을 보고 사람의 귀보다 뾰족한 귀가 쫑긋거렸다.


나는 순수하게 외모에 감탄을 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 엘프가 술집의 마담(Madame)이라는 것을.


마담은 우리가 온 것을 보고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바실 왔어? 옆에는 처음 보는 친구가 왔네.”


이미 교장과 안면(顔面)이 있는지 마담은 친근한 말로 우리를 맞이해줬다.


마담이 우리의 앞에 서서 능숙하게 잔을 닦자 그제서야 교장이 말했다.


“칼리, 맥주나 한잔 줘. 자네는 어떤 걸로 먹겠나?”


“글쎄요, 이곳은 처음 와보는 거라서... 어떤 게 좋습니까? 마담.”


마담이 아무리 보기 힘든 미모(美貌)를 가지고 있더라 한들, 바벨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속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바벨은 마담을 능청스럽게 대할 수 있었다.


마담은 자신의 외모에 홀리지 않았던 남자는 못 봤다는 듯이 놀라며 말했다.


“어머, 이 친구는 꽤 괜찮은 것 같은데···”


테이블을 잡고 있던 하얗던 손이 바벨의 얼굴을 만지려 할 때 바벨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 모습을 못 봐주겠다는 듯이 교장이 말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젊은이한테 무슨 장난질이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그리고 바실 넌 나이먹은 티가 나지만, 난 티가 안 나잖아?”


지금까지의 모습은 가면이었다는 것처럼 바벨에게 향하던 손을 거두고 마담은 호탕하게 웃었다.


“맥주 두 잔 줄게, 괜찮지?”


마담은 한 쪽 눈으로 윙크를 하면서 뒤를 돌았다.


그리고 벽에 박혀있는 듯한 모습을 하는 오크통의 손잡이를 잡고 내렸다.


황금빛의 맥주가 마담이 닦고 있던 맥주잔에 담겼다.


잔의 각도를 조절하면서 맥주와 거품이 알맞은 비율에 되자 손잡이를 다시 올렸다.


그 사이에 마담에게 다 들리라는 듯이 교장이 말했다.


“바벨,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저 여자의 내면을 알게 되면 소름 끼쳐서 밤에 잠도 안 올 걸세.”


오크통에서 나오는 맥주로 맥주 두 잔을 다 채운 뒤 마담이 원목으로 된 테이블 위로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바실, 나보고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못 듣게 하려고 했으면 진작에 귓속말로 했겠지.”


둘은 오래된 친구 사이처럼 바벨을 옆에 두고 싸우고 있었다.


싸우는 걸 말리지 않고 바벨은 눈앞에 놓인 황금빛의 맥주를 보고 있었다.


그대로 맥주잔을 들고 바벨은 거품부터 음미했고, 맥주를 다 마실 기세로 마셨다.


보기보다 높은 도수의 맥주인지 홉의 쓴맛이 느껴졌지만, 그 뒤로 과일향이 느껴졌다.


도시 외각의 술집에서 팔 만한 술이 아닌 훌륭하기 그지없는 맥주였다.


교장이 왜 이곳으로 오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벨이 맥주잔을 비우고 나서야 둘의 언쟁이 멈췄다.


마담은 비어있는 바벨의 맥주잔을 보고서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맥주 맛은 어때? 무려 3차 발효를 한 맥주야. 흔하게 볼 수 있는 맥주가 아니지.”


“괜찮네요. 마담.”


“마법사라 그런지 재미가 없네.”


뻘쭘해진 바벨의 손을 붙잡고 흔들고는 마담이 웃으면서 말했다.


“바벨이라고 했지? ‘칼리’라고 불러. 나중에 술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그런 둘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교장이 마담에게 눈빛으로 눈치를 줬다.


교장을 보지도 않고 마담은 바벨에게 둘이서 얘기나 나누라며 슬그머니 뒤에 있던 창고로 들어갔다.


마담이 사라지고 나서 술집에서는 조용한 음악소리와 함께 다른 곳에 있던 손님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때를 기다려온 것처럼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 교장이 말했다.


“바벨, 너의 마스터피스(Masterpiece)는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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