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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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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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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13화






바벨이 아무리 각오를 다진다 한들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 세상에서의 마나는 사막에서의 오아시스처럼 희박했기에 경지를 쌓아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산의 정상이 보이는데 올라가지 않을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 바벨의 상념(想念)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록시는 바벨의 흐릿해진 초점을 이상하게 여겨서 바벨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눈동자에 다시금 생기가 돌아왔다.


자신이 지금 당장은 권총에 마법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한 바벨은 록시에게 물었다.


“그런데, 당신이 직접 마법부여를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난 마법사가 아닌데?”


마법학교에서 선생을 하고 있을 텐데도, 록시는 자신이 마법사가 아니라고 하였다.


확실히 바벨은 록시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마나의 향기는 희미했다.


그보다는 씁쓸한 화약의 냄새와 비릿한 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희미하다고 해서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록시는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마나를 쓸 수 있는 거지, 마법사는 아니야. 나는 괜찮은 마총사지.”


마총사(Mana Guner).


마나를 사용하면서 총을 이용하는 자. ‘총잡이’를 말한다.


마총사는 마법사에 비해 현저히 적은 양의 마나를 사용하면서 갖가지 탄환으로 적을 꿰뚫어낸다.


보통은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자들이 선택한 길이지만, 재능 있는 자들은 마나를 사용하기도 한다.


록시는 엘프로 태어나 타고난 마나를 이용하면서 총사의 길을 걷는 듯 싶었다.


방안을 가득 채운 다양한 총들이 그 길을 걸은지 꽤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만 이런 총사가 자신이 애용하는 공방이 없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록시는 그 의문을 풀어줄 생각은 하지 않는듯했다.


단지 침대에서 일어나서 바벨에게 쥐여주었던 권총을 빼앗아 들었다.


원래부터 록시의 것이었기에 바벨은 그것에 대해서는 기분 나빠하지는 않았다.


기분 나쁜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였다.


벽에 걸려있거나 바닥에 나열되어 있는 많은 총들은 이미 각각의 마법이 부여되어 있는 듯했다.


총들에게서 다른 기운의 마나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유일하게 이제는 록시의 손에 들어있는 권총에게서만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황동으로 된 프레임(Frame)에 멋스럽게 장식되어 있는 문양들과 사용감이 느껴지는 그립만을 느낄 수 있었다.


짧게나마 미소 지었던 얼굴은 없어지고, 다시금 인형의 얼굴이 자리했다.


“볼일은 끝났으니 이제 방으로 돌아가도 돼.”


“그러면 목숨 값은······”


“그거야 진심은 아니었고, 공짜로 마법부여나 해달라고 하려는 거였어.”


록시는 자신이 한 말이 억지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록시는 방을 더 이상 산만하게 하지 말고 바벨에게 나가라는듯이 손짓을 했다.


하지만 바벨은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보다는 미련이 남았다.


자신의 무능력함으로 본인을 도와준 이에게 작은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작게나마 말했다.


“그 권총 중요한 거죠?”


당연하다는 듯이 록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바실 할범이 학교에 오면서 준 선물이니까.”


교장실에 주로 앉아만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바실이 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일들을 남들보다는 꽤 잘하는듯했다.


겉으로만 보기에도 권총은 꽤나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바실에게 부탁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 말에 록시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 할범도 능력은 부족해.”


록시의 말에 따라 바실의 경지는 높지 않은듯했다.


확실히 손바닥 보다 조금 더 큰 권총에 강화를 하려고 술식을 새겨 넣으려면 그 마법사의 쌓아온 경지가 높아야 할 것이다.


예전의 수준이 높다 못해 찬란하기 그지없었던 바벨은 권총을 보고 들은 적은 있지만, 강화를 시도해본 적은 없었다.


본인의 호기심으로 인해서 쌓인 지식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호기심을 동력으로 살아왔던 바벨이지만, 이번에는 호기심이 아닌 오기로 움직이게 생겼다.


“그 권총 나중에 제가 꼭 강화해드리겠습니다.”


바벨의 검은 눈동자에는 생기가 아닌 투쟁심으로 가득 찼다.


그러면서 대답을 바라지 않는 듯 뒤를 돌아서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방안에 홀로 남은 록시는 바벨에게 닿지 않을 혼잣말을 했다.


“어린애가 귀엽네.”






* * *






바벨은 록시의 방을 빠져나온 뒤 곧바로 앞에있 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의 한쪽 벽에 붙어있는 밋밋한 달력을 바라보았다.


내일이면 학교의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게 된다.


수업 준비는 이미 끝이 났기에 신경 써야 할 것은 없었다.


그저 계획한 대로 흘러만 가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하는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수의 학생을 가르친적은 없었지만, 제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걱정이 없었다.


지금 당장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달라진 결과.


예상과 달라진 월석에 대해서 대책을 세워야 했다.


시간이 많았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붙잡고서 연구를 했을 테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록시에게 건네받은 붉은 구름을 머금은 월석은 매끈한 표면을 유지하면서도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바벨의 악력(握力)으로 달라지지는 않았기에 회복된 약간의 마나를 불어 넣었다.


어젯밤에 했었던 것처럼 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지금 당장의 조금이라도 회복된 마나를 다 쏟아붓는다 해도, 여전히 그대로 일 것 같아서 마나를 주입하는 것은 포기했다.


도서관에서 보았던 자료들 중에서도 월석은 없었고, 나이 지긋한 바실조차도 몰랐었던 월석이기에 도움을 받을 곳을 구하기엔 마땅치 않았다.


일단은 월석을 안전하게 보관할 만한 곳을 방 안에서 찾아봤지만 없었다.


품속에서 계속 보관하기에는 움직이기 불편했다.


‘월급 받으면 금고라도 사야지.’


30골드의 월급으로 당장 달려있는 빚을 갚고 남는 돈으로 금고를 사야겠다고 바벨은 마음먹었다.


금고를 놓을 위치를 생각하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났다.


‘원래 이렇게 썰렁했나?’


방금 전에 있었던 록시의 방과 자신의 방을 비교하면 차이가 많았다.


수많은 총기는 제외하고도 바벨에 방에 있는 것은 최소한의 물품들 밖에 없었다.


냉장고, 침대, 거울, 책상 등등 바벨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이방에 온다 한들 무조건 필요한 것들뿐이었다.


이곳에 없지만 당장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사야 했다.


하지만 어디서 판매하는지도 모르고, 시세도 몰랐기에 도우미가 필요했다.


바벨에게 순순히 협조하면서 호의적인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바벨은 월석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쟈니를 찾기로 했다.







* * *






학교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쟈니를 찾게 된 바벨은 곧장 본론부터 말했다.


“쟈니,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예···? 무슨 일인데요?”


막상 말을 하려고 하자 민망했던 바벨은 우물쭈물하며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쇼핑 좀 도와줄 수 있어?”


바벨이 말하는 사이에 쟈니는 식사를 다 마쳤다.


뜬금없는 바벨의 말인데도 불구하고 사람 좋은 미소를 하면서 쟈니는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고 상점에 들리면서 쟈니는 곧장 후회를 했다.


바벨은 가진 돈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것을 사든지 간에 쟈니가 돈을 대신 내야 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마법 도구가 있는 상점이었다.


바벨은 도서관에 있던 지도로 거리를 익혔기에 이곳에 익숙한 쟈니가 앞장서서 상점을 향해 걸었다.


다른 건물들과 같이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는 붉은색의 건물이었다.


건물의 작은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곳에서 바벨이 앞으로 사용할 것들을 사면서, 록시의 권총을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도 사야 했다.


몇 가지의 재료들과 실험을 하기에 필요한 도구들을 구매했다.


쟈니가 돈을 내긴 했어도 바벨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바벨은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쟈니에게 말했다.


“월급 받으면 이자까지 해서 그때 꼭 갚을게.”


“하하······ 알겠습니다.”


수중에 있던 골드가 빠져나가자 쟈니는 자신의 피라도 빠져나간듯한 모습을 보였다.


마법 도구 상점을 나오고 나서 가야 할 곳을 생각해 봤다.


지금처럼 쟈니가 도와주는 경우는 앞으로 힘들 것이라 생각되어 바벨은 고심했다.


책이라면 학교의 도서관에서 얼마든지 읽을 수 있었기에 서점은 가지 않기로 했다.


식재료들 또한 학교에서 언제든지 먹을 수 있기에 식료품점도 가지 않았다.


생각한 것보다 갈 곳이 적어지자 바벨은 웃으면서 쟈니에게 말했다.


“흠······ 생각보다 필요한 게 별로 없네. 위생용품만 사면 되겠는데?”


바벨의 미소가 쟈니에게는 천사의 미소일지 악마의 미소일지는 모르겠지만, 갈 곳이 한곳밖에 남지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바벨의 말에 따라 목적지가 정해졌기에 쟈니는 발걸음을 먼저 옮겼다.


지난번 바벨이 길거리를 걷다가 본 것. 건물들 사이로 줄 두개에 의지해 이동하는 것에 탑승했다.


승강장에서 지불하는 탑승 요금도 물론 쟈니가 지불하였다.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면서 공중에서 이동하는 것은 열차였다.


열차 안에서는 두 사람 말고도 다른 이들이 있었는데 대개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 있었던 바실의 밤 비행으로 인해서 고소공포증이 생긴 바벨은 창밖을 내다볼 수 없었다.


그저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오른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매만졌다.


그렇게 열차에서 내려 잡화점으로 이동하고 나서 바벨은 필요한 것들을 구매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값이 많이 나가는 것은 눈치가 보여서 구매하지 못했지만.


한나절 동안 밖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한 후에야 둘은 학교로 돌아왔다.


짐 정리까지 도와달라고는 할 수 없었기에 바벨은 고맙다고 말하면서 쟈니를 보내주었다.


시간이 지나서 마나가 회복된 바벨은 염동 마법으로 짐을 정리했다.


손짓 한 번에 물품들이 바벨이 구상한 대로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썰렁했던 바벨의 방은 곳곳에 물품들이 채워졌다.


그리고 바벨은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월석을 챙겼다.


그리고 상점에서 구매한 검은색의 마법 금고에 마나 약간을 불어넣었다.


표면에 아무것도 없는 밋밋한 상자와 같은 모습을 한 금고는 저절로 열리게 되었다.


그 속에 월석을 넣고서 금고가 다시 상자가 되었을 때 바벨은 안심할 수 있었다.


붉은색의 월석은 추후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금고에 잠들 것이다.


바벨은 내일부터 있을 수업에 대해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써놓았던 수업 계획서를 살펴보고 검토까지 하였다.


바벨의 마법 학교생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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