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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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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7
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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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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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2화




바벨은 한 달 안에 돈을 구해야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선 당연히 일을 해야 했다.

그래서 바벨은 전당포의 드워프에게 일을 할만한 곳을 물었다.

능력 없는 누구나 할 수 있을법한 일을.


드워프는 강철팔로 입술을 매만지더니 생각이 났는지 나에게 약도 하나를 그려주었다.

강철팔로 그린 약도는 사람의 손으로 그린 약도와 다르게 매우 정교하고 상세하게 그려졌다.

건물의 위치와 생김새까지 종이에 표현이 가능했다.


드워프는 빨간색의 선으로 그려진 건물을 가리켜주면서 이곳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건물로 가게 된다면 그곳의 드워프에게 안부나 전해달라 말했다.


바벨은 지도보다 잘 그려진 약도를 따라 건물을 찾아 나섰다.


약도를 보다가 문득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급작스럽게 허기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먹을 것 좀 달라 했으면 줬으려나?, 아니야 그 드워프가 줄 리가 없지. 줬으면 돈 내놓으라고 했을 인간, 아니 드워프였으니까.’


결국 배고픔을 참지 못한 바벨은 식당을 찾아 나섰다.

금반지를 담보로 돈은 생겼으니까 하지만 한 달 안에는 무조건 갚아야 할 돈이기에 큰 금액을 쓸 수는 없다.


빨간색 건물을 찾기 쉽게 하려고 그려진 음식점들이 지도 같은 약도에 몇 군데 있었다.


바벨은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서 그 전부를 다 찾아가려고 했다.

단지 몇 푼 아끼려고 하는 미련한 행위지만 바벨에게 그 몇 푼은 소중했다.


약도에 그려진 음식점들은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은 벌레로 요리를 해서 팔고 있었고 가장 높은 곳은 전형적인 고급 코스요리로 팔고 있었다.


바벨은 벌레는 먹기 싫었고 코스요리를 먹기엔 돈이 부족했기에 그 중간쯤의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은 원래의 목적지인 건물에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식당 앞에는 황동으로 된 거치대가 있었고 그 위에 펼쳐진 메뉴판엔 평범한 토스트, 오믈렛, 베이컨으로 이루어진 브렉퍼스트(breakfast)의 사진이 메뉴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장이 드워프만 아니면 좋겠네.’


어느새 전당포의 드워프가 머리에 박혀서 바벨은 깐깐한 드워프 사장이 나올까 봐 두려웠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심시간이 지났는지 손님은 몇 명 없었다.


“어서 오세요!”


바벨의 우려와는 달리 드워프 사장은 없었고 평범한 남자인 성인이 자리를 안내했다.


자리에 앉은 바벨은 사장이 건네준 메뉴판을 슬쩍 바라봤다.

어차피 가진 돈은 아껴서 써야 했기에 적은 돈으로 많은 포만감을 주는 음식을 택해야 했다.


“브렉퍼스트 하나.”


사장은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메뉴판을 도로 가져갔다.


주방으로 향하는 사장을 유심히 보다 바벨은 한 가지를 알아차렸다.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바지 밖으로 보이는 발목이 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결국 이 사람도 발이나 다리가 철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바벨은 대체 철로 된 것이 어떤 장점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물과 주문했던 브렉퍼스트가 나왔다.


물을 한잔 마시고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달카닥 소리와 함께 식당의 문이 열렸다.


본능적으로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본 바벨은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아까 전에 길거리에서 전당포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 청년이 들어왔다.


바벨은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청년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했던 것을


‘제발, 이쪽 보지 마, 보지 말라고’


간절한 마음은 청년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청년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바벨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까 뵈었던 분 맞죠?”


청년이 바벨의 얼굴을 알아보자 바벨은 집고 있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말했다.


“예···, 덕분에 감사했습니다.”


바벨은 청년이 자신이 했던 말을 한 귀로 흘려듣고 까먹었기를 빌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벨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은혜를 갚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마도 청년이 요구하는 은혜는 식사 한 끼일 것이다. 물론 누가 듣더라도 가벼운 요구일 테지만 바벨의 수중에는 빚만 가득했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하, 드시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바벨은 그래도 살아온 세월에 쌓인 자존심이 있어서 시치미를 떼지는 않았다.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부탁을 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예? 어떤 것을요?”


“아 제가 급해서 설명도 못했군요. 저는 바실마법학교 선생 쟈니입니다. 선생님은 성함이···?”


“바벨, 바벨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제서야 바벨은 아까는 없었던 청년의 손에 달린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매끈한 철로 된 지팡이의 손잡이 부분에 돌멩이 하나가 박혀있었다.

바벨은 그 지팡이가 마법사의 손과 같은 완드(Wand)라는 것을 곧바로 눈치챘다.


“쟈니, 그 지팡이 좀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순식간에 가라앉은 바벨의 눈빛에 쟈니는 선뜻 지팡이를 내주었다.


가까이에서 지팡이를 들어보고 만져보고 살펴봤을 때 바벨은 이게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란 걸 알았다. 무게는 한 손으로 들기엔 약간 무거웠고 지팡이에 박힌 돌멩이는 마나석으로 중급의 품질이었다. 아마도 맞춤형의 지팡이는 아닐 것이고 대량생산한 완드 같았다.


이런 완드를 가지고 다니는 쟈니는 그렇게 실력 있는 마법사가 아닐 것이기에 실망했다. 쟈니에게 실망한 것이 아니다.


실력 없는 마법사가 선생을 하고 있는 세상에 실망했다.


완드를 살펴보던 바벨에게 대뜸 쟈니는 말했다.


“그···바벨은 역시 마법사가 맞으시죠?”


바벨은 자신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을 눈치챈 쟈니에게 놀란 표정을 짓고 완드를 도로 돌려주며 물었다.


“예, 그렇긴 합니다만 어떻게···?”


“하하, 겉모습으로 보고 눈치챘죠. 바벨은 몸을 개조하지 않았잖아요? 대개 마법사들은 몸의 일부분을 개조하는 일이 없으니까요. 물론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요.”


바벨은 그제서야 쟈니의 몸이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사지가 멀쩡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쟈니의 말에 마법사들은 몸이 철로 된 부분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 제가 정신이 없어서 부탁드린다는 일이 뭔지도 말해드리지 못했군요. 혹시··· 가능하시다면 잠시 동안 마법학교의 선생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갑자기 선생이라니”


뜨듯미지근한 바벨의 태도를 거절의 의미로 안 쟈니는 성급하게 말했다.


“50골드! 월급으로 매달 나올 겁니다. 어떻습니까?”


바벨은 17골드 50실버의 빚을 떠올렸다. 한 달만 한다 해도 충분히 갚고도 남을 돈이었다.


전당포의 드워프에게 소개받은 곳으로 향하려다가 우연히 다시 마주친 청년에게 뜻하지 않게 기회를 받게 된 바벨은 쟈니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쟈니 선생”


기회는 모든 이들에게 갑작스레 오지만 그 기회를 모든 이들이 쟁취하지 못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들의 것이다.


바벨은 이미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눈으로 본 것이 전부인데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한 게 이상했던 바벨은 쟈니에게 물었다.


“근데 뭘 보고 저에게 이런 부탁을 한 겁니까?”


바벨의 물음에 쟈니는 뚜렷한 대답을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그··· 마법사의 느낌이랄까요? 하하하···”





* * *





드워프가 준 약도는 쓸모없게 돼버렸지만 바벨은 드워프보단 인간이 소개해 준 일이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낯선 세계에서 처음으로 희망을 갖게 되었다.


물론 쟈니는 선생에 불과하였기에 곧바로 바벨이 선생이 되는 일은 없었다. 바벨에게 쟈니는 바실마법학교는 사립학교이기에 교장의 테스트만 통과하면 된다고 했다.


테스트 내용은 매번 다르기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만약에 테스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필요 없었다. 바벨 스스로 자신보다 마법에 대해 전지(全知 )한 자는 드물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벨은 그 외에도 쟈니에게 학교에 관해서 많은 것을 물어보았고 쟈니는 당연히 학교에서 같이 근무할 선생으로 여겼기 때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결론적으로 밥값은 쟈니가 지불했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 때문인지 아니면 선임의 입장으로 내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바벨의 지갑 사정은 밥 한 끼 정도만큼 나아졌다.


쟈니는 볼 일이 있다면서 내일 학교에 오라고 하고는 식당에서 나와 바벨과 헤어졌다.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날아가지는 않았고 튼튼한 다리로 골목길로 걸어갔다.


바벨도 마찬가지로 마법으로 날아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애초에 마나가 없기 때문이다.


바벨은 그 사실을 애초부터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장의 테스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 마나를 되찾아야 했다.


마나가 있는 상태였더라면 쟈니가 알려준 마법학교의 기숙사에 갔어야 했지만 갈 수 없었다. 기숙사에는 마법과 관련된 방비 시설이 분명히 있을 테고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당장은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을 들킬 확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벨은 확률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


바벨은 식당에서 나와 배속에서 느껴지는 포만감으로 인해 거리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 변색이 되어버려 붉은빛을 띠는 건물들 사이로, 마차보다 큰 크기의 물체가 줄 두 개에 매달려서 이동되고 있었고 대중교통이라도 되는지 그 안에는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그러한 물체들이 건물 곳곳에서 소리 없이 이동되고 있었다.


도시의 풍경을 눈에 가득 담으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아직도 낯선 쇠의 냄새 그리고 매캐한 냄새가 폐에 가득 들어왔다가 내쉬면서 천천히 사라졌다.


바벨은 아직 쇠 냄새가 익숙해지진 않았지만 포만감 때문인지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바벨은 지금 당장 필요한 숙소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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