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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6,252
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작성
21.06.16 20:30
조회
86
추천
3
글자
11쪽

23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23화






한바탕 아주 생생한 꿈을 꾼 것 같았다.


하지만 욱신거리는 근육통같이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현실이라고 일깨워줬다.


그제서야 감았던 두 눈을 뜰 수 있었다.


한밤중에 은은하게 켜져 있는 등불처럼 희미한 빛이 보였다.


팔과 다리에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피가 도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서 굳어있는 목을 한 바퀴 돌리면서 풀었다.


일어난 내 모습을 본 것인지 어두운 공간과 대조적인 싱그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맑은 목소리였다.


“일어났어?”


정신을 잃기 전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록시의 목소리였다.


전투로 인해 지저분하고 때탔던 모습은 사라지고,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온 옷처럼 순백(純白)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마법뿐.


내가 마법을 부린 것은 아닐 테니 쟈니가 한 짓이었을 것이다.


그제서야 록시의 뒤편에 있는 쟈니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보다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는 쟈니는, 내가 깨어난 것을 모르는지 엎드린 채로 바닥에 손을 대고 있었다.


뜻을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기에 저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을 록시에게 물었다.


“······ 쟈니는 뭐하고 있는 거지?”


내 시선의 방향을 따라 똑같이 고개를 돌린 록시가 말해줬다.


“그야, 적들이 우리를 찾을까 봐 방비(防備) 하고 있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쓸데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쟈니를 말려야 했다.


쟈니는 적들과 있었던 싸움에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기에 내막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올 수는 없을 거라는 걸 말해줘야 했다.


난쟁이 마법사는 결코 탐지 마법으로 이곳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만약 거한의 모리스가 주먹으로 바닥을 뚫고, 내려와 마주치게 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기도하는 사람처럼 엎드리고 있는 쟈니의 어깨를 건드렸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아.”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던 쟈니는 내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며 일어서며 말했다.


“그들이 이곳에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불안한 목소리에 나는 자신감 넘치는 말을 내뱉었다.


“단언컨대 이곳에 오지 못할 거야.”


내 말을 납득하지 못하는 쟈니에게 이전에 일어났던 전투의 내막(內幕)을 상세하게 말해줘야 했다.


강의실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듯이 쟈니를 위해서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바벨과 록시가 파이프의 끝에서 나와 보게 된 장면부터,


쟈니를 공격했던 자들과 일어났던 전투를 말해줬다.


인원수의 차이 때문에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들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에 긴급하게 바닥에 구멍을 만들어, 그들의 감각을 속이고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까지.


그러니 전투로 인해서 난쟁이 마법사의 마나가 부족해 탐지 마법을 쓸 수 없을 거라고.


전말(顚末) 을 듣게 된 쟈니는 비로소 안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바벨의 말을 듣고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적들이 우리를 찾지 못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근데 그들이 이곳 철광산에 와서 어째서 저를 공격했을까요?”


지하에 있었던 거대한 엔진을 보지 못했기에 하는 말이었다.


쟈니의 물음에 이제는 록시가 대신 대답해 줬다.


엔진에 대해서는 바벨보다 록시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에.


“쟈니, 일단 이곳은 철광산 따위가 아니야.”


말을 하는 록시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빛이 나는 듯했다.


“아주 오래전에 활동했던 골렘의 내부지.”


록시의 갑작스러운 말에 쟈니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말을 믿기 어려운 것인지 당황한 눈동자가 이러 저리 굴러가고 있었다.


이어서 손을 내저으며 말을 더듬으면서 말했다.


“예······ 예? 골렘이라뇨?”


록시는 작게 숨을 고르고 나서 자신이 보았던 것을 말해주었다.


“바벨과 내가 구멍 속으로 떨어졌을 때, 공동에 있는 집채만 한 크기의 거대한 엔진을 발견했어.”


“그 엔진은 사용된 것이 오래된 것처럼 겉에는 녹이 슬어있고, 먼지가 쌓여있었지.”


“그 내부에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부품들이 가득해 있었어.”


“그것들을 보고 나서야 이 시대에 사용되는 엔진이 아니란 걸 알았지.”


“거대하고 오래된 정체 모를 엔진이.”


침을 한번 삼키고 나서 분석에 따른 결과를 발표했다.


“수백 년 전에 골렘을 움직였던 엔진이라는 거지.”


적막함이 셋이 있던 공간을 잠식해버렸다.


가장 먼저 실성한 사람처럼 웃으며 쟈니가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럴 리가요. 두 분이 잘못 본 것이 아닐까요?”


“정말 말도 안 됩니다. 그것들은 이미 파괴되어 없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말했는데도 아직 납득하지 못했다.


그만큼 믿기지 않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증거인 엔진이라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곳의 지리를 알지 못했기에, 개미굴 같은 이곳에서 엔진으로 갈 수는 없었다.


바벨은 그보다 쟈니의 말에 신경이 쓰였다.


분명히 ‘그것들’이라고 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쟈니는 알고 있는 것이다.


“쟈니, ‘그것들’ 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거지?”


수사(搜査)를 하는 형사처럼 물어보았다.


냉혈한 눈빛을 하고 물어보는 탓에 쟈니는 순순히 말했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본 고서(古書)에서 봤다는 얘기를 하면서.






* * *






그것들은 수백 년 전에 탄생하였다.


그때는 기계에 대한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였다.


기술자들이 나타나 인류의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물건들을 수없이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물건들을 만들어내려면 자원이 필요하다.


자원은 모든 곳에 골고루 존재하지 않았기에, 필수적인 자원에 대한 경쟁은 심화되기 시작했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는 자원을 얻어 내기 위해서 방법을 모색했다.


곧 간단하지만 파괴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전쟁을 통해 자원을 얻어내는 것이다.


오직 칼과 마법이 노래하던 세상에서도 전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에 더해서 기계가 곁들어지자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만들어진 것은 총이었다.


재능이 없는 평범한 이들조차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이 가능했기에, 그것은 전쟁의 바람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몇 년을 수련한 전사는 총알 한방에 나가떨어졌기에 칼은 지워지기 시작했다.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다만 마법은 특별했다.


기계로 마법의 화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특유의 특별함이 있었다.


기술이 발달이 되어도 하지 못하는 일을 마법이 해내었기에 마법은 살아남았다.


다만, 재능이 있는 자들만이 배우고 익히며 정진(精進) 할 수 있기에, 전사와 마찬가지로 소수에 불과했다.


그렇게 여러 나라들 간에 발생한 전쟁의 중심에 총이 나타나 판도를 주도했다.


끝없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총기는 발달되었지만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바로 총을 쏘기 위해선 방아쇠를 당기는 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인력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했기에 그것은 큰 단점이 되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총에서 시선을 돌렸다.


화력은 유지하면서 인력의 소모를 줄이는 방안으로.


그것은 기술로도 힘들었기에 자연스레 마법에 눈독을 들였다.


왜냐하면 마법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이미 실존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그것이 바로 골렘(Golem) 이었다.


마법사들이 만든 골렘을 가르고 내외부를 파악했다.


마법의 힘이 없어도 굴러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철저히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


발전한 기술력이 그것을 가능케했다.


처음으로 기계로 이루어진 골렘은 소박한 크기였다.


어린아이 정도의 크기에서 점차 크기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골렘의 크기가 커질수록 그 안에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많아지기에 화력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골렘 또한 끝도 없이 커져갔다.


마침내 기술력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이 되어서야 커지는 것을 멈췄다.


극한의 기술력은 거대한 것을 넘어서, 압도적인 것을 만들어냈다.


태산(泰山)의 크기를 가지게 된 거인과 같은 자태(姿態)를 뽐내는 골렘, 자이언트 골렘을 만들어낸 것이다.


자이언트 골렘은 그 개체 하나로도 전쟁의 승패 유무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모르고 있었다.


그 파괴력이 전쟁뿐만이 아니라 세상 자체를 지워 나갈 수 있는 위력이란 것을.


손짓 한 번으로 마을이 없어졌다.


발길질 한 번으로 산이 무너졌다.


그저 학살적인 질량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끝장을 내고 있었다.


그제서야 기술자들은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을 만들어 내버렸다고.


결국에는 모든 나라들이 상호협정을 맺었다.


자이언트 골렘을 폐기처분하기로.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이 살아가는 땅 자체가 지워질 테니까.


강렬한 불꽃이었던 자이언트 골렘은 짧고 굵은 존재감을 나타내고, 곧바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기술이 적힌 문서도 불에 타버려 말소(抹消) 되었다.


기술자들 또한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기술자들이 모이게 된다면 또다시 골렘이 만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던 경쟁은 사라졌고.


세상은 파멸(破滅)의 길보다 퇴보(退步)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 * *






그런데 이곳에서 수백 년 전에 존재했던, 태산과 같은 골렘이라고 추측되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비록 사용된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잔해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 이유에 탐닉(耽溺) 하는 것보다 바벨은 다른 것을 생각했다.


일행을 공격한 정체를 모르는 자들.


‘······’


쟈니에게 옛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정리하다가, 교장실의 한쪽 벽을 가득 채우면서 걸려있던 지도가 떠올랐다.


검은색의 산을 경계로 세 개의 지역을 구분하면서 실금으로 구불구불 그어져 있는 경계선을.


검은 산을 중심으로 동북쪽에는 다른 영지의 도시, 동남쪽에는 학교가 있는 도시가 있었고, 서쪽에는 제국이 있었다.


그들에 대해서 알아차렸다.


그들은 다른 영지의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같은 왕국의 사람도 아니다.


그러니 정체 모를 이들이 서쪽에 위치한 제국의 사람들이라는 것은 뻔한 것이었다.


같은 왕국의 사람이라면 우리를 공격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쟈니가 만들어낸 불빛 아래에서 바벨이 선포하듯이 말했다.


“한시라도 빨리 도시로 돌아가서 이를 보고해야 한다.”


이 사태가 중요한 것을 알게 된 록시와 쟈니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볍게 끝날 것 같지는 않군.’


오랜 시간을 견뎌내면서 살아온 바벨이기에 알 수 있었다.


서있는 이 땅 위에서 전운(戰雲)이 감도는 것을.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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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7 ro******
    작성일
    21.06.16 20:52
    No. 1

    재밌습니다만, 용어에 괄호로 한자연원을 알려주시는것은 상당히 구시대적인것같군요. 한 30년전 구무협스타일.. 굳이 필요없고 가독성이 떨어지는듯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0 문학공대생
    작성일
    21.06.16 21:29
    No. 2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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