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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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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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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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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3화





바벨은 지금은 빚쟁이다.


학교의 선생을 맡기로 했다고 선수금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빚쟁이다.


그래서 식당처럼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찾아야 했다. 거리를 몇 번이나 돌아다닌 끝에 바벨은 자신에게 알맞은 숙소를 찾아냈다.


이 숙소도 다른 건물들과 같이 겉으로 보기에는 붉은빛을 띠고 있었지만 깨끗하게 관리했는지 때가 탄 흔적은 없었다. 잘 관리된 문을 열고 들어가자 1층은 카페 겸 카운터로 이루어져 있는지 카운터로 보이는 곳 양옆의 공간에 짙은 갈색의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몇 개 있었다.


카운터에 있는 직원은 한 명이었는데 직원은 마법사는 아니었는지 오른팔은 철로 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한 쪽 눈에만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유리의 겉 부분에는 황동으로 된 테두리가 있었고 머리에 끼기 위한 가죽으로 된 밴드가 황동에 붙어있었다.


바벨은 직원에게 하루치의 비용을 주고 객실의 황동으로 된 열쇠를 얻어냈다.


열쇠에 객실 번호가 음각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열쇠와 같은 황동으로 된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객실이 있는 층에 다다라서 바벨은 방마다 문 앞에 새겨져있는 번호를 보고 자신의 방 앞으로 갔다.


바벨은 방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모습이 허전한 창고 같다고 생각했다.


쇠로 되어있는 테이블 위로 무쇠로 만든 재떨이가 있었고 작은 옷장마저 쇠로 되어 있었다.


‘설마, 침대까지 쇠로 된 건 아니겠지?’


이불을 한쪽으로 치우자 매트리스가 드러났다. 방안에 있는 거울과 침대를 빼면 온통 금속인 것이다.


바벨은 나중에 지내게 될 기숙사는 이런 모습이 아니길 간절히 빌었다.


사실 인테리어는 전부 상관없었다.

단지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필요했다.

마나를 탐지하고 얻기 위해서였다.


바벨은 철의 도시인 이곳에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이 마나를 찾아야 했다.


티끌만 한 마나를 찾기만 한다면 그다음부터는 쉬울 수밖에 없었다.


바벨은 마나를 잃은 것이지, 두뇌를 잃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나를 되찾기 위해서 가장 먼저 침대에 누웠고 명상을 시작했다.


마법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첫 번째, 세상에 태어난 직후부터 가지는 마나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야 한다.


이 재능은 바벨이 이전 세계에서 가지고 있었고 지금의 몸은 단순히 젊어지고 마나가 없는 상태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


물이 흘러갈 수 있는 길은 이미 있는 것이다. 단지 강물이 없을 뿐


두 번째, 마법을 관측(觀測) 해야 한다.


단지 바라만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마법 현상을 관찰하고 헤아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마법을 관측하는 일은 어려웠기에 바벨은 오래된 기억을 머릿속에서 들춰낸다.


이전 세계에서 마나를 가지게 되었던 때를 떠올린다.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여 부모에게 떼를 쓰고 징징거리고 있었을 때.


허름한 옷을 몸에 걸친 이름 모를 떠돌이 마법사가 다가와서 오른손의 둘째 손가락인 검지를 들어서 아주 간단한 마법을 보여주었다.


라이트(light).


손가락에서 반딧불이 모이고 커져서 하나의 빛이 되었다.


바벨은 그 순간을 기억이란 이름의 낡은 서랍장에서 꺼내어 관측했다.


명상이 끝나고 바벨이 눈을 뜨자 방 안의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방안의 공기에서 모래알 크기만 한 것이 나타나 응어리지면서 새하얀 빛이 되었고, 바벨의 몸에 달라붙었다.


바벨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면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몸에 붙어있는 모래알만 한 빛 덩어리들이 바벨의 손에 모여들었다. 천천히 뭉쳐지면서 손가락에 모여들어 검지에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다.


그 순간 바벨은 마치 기억 속에 있는 떠돌이 마법사처럼 검지를 피고 말했다.


“빛이 있으리라.”


이전 세계에서 마법사가 되었던 순간이 이곳에서 재현(再現) 되었다.


손가락의 빛이 사라질 때쯤 바벨의 공허했던 눈에서 생기가 돌아왔다.


진정으로 이곳에서 바벨은 마법사가 되었고, 마법으로 신의 힘에 닿았던 오만한 마법사가 돌아왔다.





* * *





바벨은 기초적인 마법인 라이트 마법을 사용했지만, 자신이 마법사가 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두 눈을 감고 몸속을 느꼈다.


처음으로 마법을 사용했을 때 마나는 마법사의 몸에 문신처럼 새겨져 마나의 길을 만든다.


그 길은 지워지지도 않고 변형되지도 않는다. 단지 모이고 모여서 확장될 뿐.


‘마나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군.’


나는 드디어 이 세상에서 마법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염없이 아쉽기만 했다.


본래대로 라면 몇 번의 경지를 넘어서 쟈니보다 높은 경지에 이르러야 했는데, 이 세계에는 마나가 부족한지 경지를 높이려 했지만 끊어진 길처럼 마나가 뚝 끊어져 버렸다.


이제 더 이상 기억의 도움으로 마나를 모아서 경지를 상승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내 안에는 마나가 자리 잡고 있기에 또 다시 마나가 나에게 달라붙지는 못할 테니까.


단 한 번의 기회였기에 아쉬움이 끝이 없었다.


다만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의구심을 가졌다.


나조차 이렇게 힘들게 경지를 이룩하는데 다른 마법사들은 어떻게 마나를 모았는지에 대해서 궁금했다.


희박한 마나, 미천한 재능 두 가지의 조건으로 어떻게 마법사가 되었는가.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렇기에 식당에서 쟈니에게 물었던 학교의 도서관 위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일 조금 일찍 나가더라도 도서관의 마법에 관련된 책들과 역사에 관련된 책을 모조리 읽어야 했다.


그전에 생각을 멈추는 불쾌한 냄새가 콧속을 찔렀다.


바로 내 옷에서 풍겨오는 땀 냄새였다. 이 몸으로는 최초의 마법을 사용하려고 온 집중을 다한 결과였다.


과거의 끊겼던 기억이 다시금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수십 년 전의 나는 어린 나이에 마법사가 되었을 때에도 온몸에서 땀이 흘러나와 옷이 흠뻑 젖었었다.


그때와 똑같이 옷이 젖어들어 불쾌한 땀 냄새가 풍겨왔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다던가. 나는 여전히 인간인가 보다.


‘일단 씻고 자야겠다.’


지금까지 심력을 많이 소모했던 바벨은 크게 하품을 하면서 화장실로 가서 온몸을 깨끗이 씻고 금속으로 된 방안의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 * *





전날 낮부터 잠이 들어 하루의 절반가량을 잠에 투자한 바벨이 학교의 도서관에 가기 위해서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물로 얼굴을 닦고 나와서 땀에 찌든 옷을 마법으로 깨끗하게 세탁을 했다.


어제와 똑같은 옷차림으로 방을 나서지만 어제보다는 조금 더 깨끗해진 모습이었다.


방을 나오면서 챙긴 황동 열쇠를 카운터에 다시 되돌려주고 바벨은 숙소를 벗어났다.


바벨은 어제 쟈니가 알려준 학교의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길을 걸었다.


길을 걷다 줄에 매달린 채 연기를 내뿜으면서 달려가는 마차들 사이로 붉은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온통 빛바랜 붉은빛의 건물들 사이에서 저 멀리 홀로 새빨간 붉은빛을 나타내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했던 바벨은 눈에 마나를 집약시켜 돋보기처럼 확대시키고 그 새를 바라보았다.


바벨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새의 모습이 커졌을 때 놀라게 되었다.


그것은 새가 아니었다. 아니 새의 모습을 한 무언가였다.


‘저건 또 뭐야?’


새의 겉 부분만 남겨놓고 그 속을 비우고 온갖 기계장치로 채워 넣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의 부분에는 인영 하나가 보였는데 마나의 한계로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불쑥 튀어나온 건물들에 가려져서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바벨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일단 급한 일부터 해결해야 했기에 애써 무시하고 학교로 갔다.


쟈니가 알려준 학교의 위치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시계였다.


붉은 건물들 사이로 홀로 황동으로 이루어져 노란색인 건물은 크고 작은 톱니바퀴로 이루어져서 정문에는 시간을 알리는 시계가 보였다.


이 도시에 오기 전에 보였던 높은 첨탑 중 하나가 이 학교였던 것이다.


주변에 건물들이 많아서 학교답게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높게 지은듯했다.


그래도 학교의 입구에는 당연하게도 경비원이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철갑으로 뒤덮어 있는 모습은 전투에 나서는 기사의 모습과 같았다.


바벨이 다가서자 경비원은 말없이 움직이고는 입구를 막아섰다.


“쟈니 선생의 소개로 왔소. 바벨이오.”


동상(銅像) 같던 경비원이 움직이고 막아섰던 입구를 비켜주었다.


그렇게 바벨은 거대한 톱니바퀴로 된 시계 밑에 있는 입구에 들어갔다.


바벨이 들어온 것을 알리듯이 학교의 입구 위에 있던 시계의 작은 톱니바퀴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보안시설이 있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손쉽게 학교로 들어오게 된 바벨은 도서관의 위치를 찾아야 했다.


원래대로 라면 쟈니와 함께 이곳에 와서 안내를 받으면서 학교를 견학했을 테지만 바벨 혼자서 왔기 때문에 알아서 도서관을 찾아내야 했다.


이른 아침에 왔기 때문에 복도에서는 학생도 선생도 보이지 않았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미세하게 들리는 공기 빠지는 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바벨은 끊임없이 들리는 그 소리에 호기심이 도져서 귀를 자극하는 소리를 따라서 발걸음을 옮겼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빠르게 소리가 들리는 방문 앞에 서게 되었다.


황동으로 된 건물의 외부와는 달리 문은 매끈한 회색의 철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바벨은 철로 된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문은 잠겨있지 않아서 매끄럽게 열렸다.


철의 문 바깥까지 들렸던 소리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엔진의 소리였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었고 열 개가 넘는 엔진들이 산화된 것인지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하나의 엔진에 파이프가 구부러진 형태로 몇 개씩이나 붙어있었고, 파이프 하나의 크기는 바벨의 키보다도 길고도 거대했다. 엔진의 연료로 쓰이는 석탄이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되어서 파이프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처음 보는 엔진의 위용에 압도된 바벨은 슬그머니 손을 들어 만져보려 했다.


“안 만지는 게 좋을 거다.”


바벨의 뒤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히 함부로 방을 열어서 들어왔다는 생각을 하고, 바벨은 뒤를 돌아보면서 몇 가지의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본 바벨의 시선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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