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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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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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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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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6화






마스터피스(masterpiece)는 무엇인가?


걸작, 명작을 뜻하는 것.


도제(徒弟)가 자신의 스승인 장인(匠人)에게 인정받기 위해 만드는 자신만의 작품.


그것을 마스터피스라고 한다.


교장인 바실이 바벨에게 마스터피스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물론 정말로 바벨이 만든 작품에 대해서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네가 정말로 만든 물건에 대해서 묻는 게 아니야. 지금까지 살면서 이룩한 것에 대해 묻는 걸세.”


바벨이 살면서 이룩한 것.


교장이 말하는 마스터피스라는 것은 그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내 마스터피스는 마법학교라고 할 수 있겠군.”


바벨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말한 바실이 살면서 이룬 한 것은 바실마법학교다.


‘내가 이룬 한 것이 무엇이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기간으로 전당포에서 식당으로, 식당에서 학교까지 사실상 바벨이 이룩한 것은 겨우 마법사가 된 것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질문을 빙자한 테스트는 천천히 바벨에게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이 질문의 답으로 인해서 마법학교에서의 교직생활이 달려있다는 것을 교장에게 묻지 않아도 바벨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렇기에 쉽사리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할 수는 없었다.


조급하게 말하는 대답을 원하지는 않는 듯 교장은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런 태도에 바벨은 자신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이 질문의 답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시간에서 마스터피스는 없다.


그렇다면 원래의 자신이 살던 곳에서의 마스터피스를 말해주면 될 것이다.


그곳에서의 마스터피스라고 할 것은 분명히 있을 테니까.


수십 년의 시간 속에서 이룩했던 경지라고 말하기엔 증명할 수 없었다.


그 시간을 토대로 쌓아올렸던 마법에 대해서 말하기에도 증명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바벨이 지금 당장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제 마스터피스는 제 자신입니다.”


끊임없는 연구 끝에 만들어낸 마법으로 이 세계에 오게 된 자신.


즉 바벨 자신이 마법의 증명이며,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교장은 이런 바벨의 마음을 알 수는 없을 테지만, 바벨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바벨의 말에 맥주를 홀짝이던 것을 멈추고 교장은 의자를 돌려서 바벨을 바라보았다.


바벨의 눈에 보이는 백발의 머리와 턱을 덮고 있는 하얀 수염이 교장이 살아온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교장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충혈된 눈동자가 바벨이 말한 마스터피스를 검증이라도 하려는 듯이 바벨의 검은 눈을 바라봤다.


당연하게도 자신의 말은 진심이기에 바벨은 거리낄 것이 없기에 눈싸움을 하는 사람처럼 깜빡거리지 않고 교장을 봤다.


그제서야 교장은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훌륭한 대답이군. 지금은 애송이에 불과하지만.”


“아니, 제가 어딜 봐서 애송이···”


바벨의 발끈하는 말을 무시하고 교장이 오른손을 건네면서 말했다.


“축하하네 바벨, 테스트는 통과했네. 6개월뿐이지만 앞으로 잘 부탁하네.”


교장의 두텁고 굳은살 박인 손을 잡으면서 바벨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통과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앞으로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바실 교장선생님.”


마법학교에 취직하게 된 바벨을 축하하려는 듯 마담이 문을 열고 다시 나타났다.


손에는 테이블과 같은 재질로 된 접시를 들고 있었는데 위에는 땅콩이 있었다.


“바벨, 취직 성공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야.”


“이게 뭐냐 칼리, 겨우 땅콩이 선물이라는 거냐?”


“땅콩이 뭐가 어때서 그래? 나는 뭐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알아?”


“칼 만지던 애가 술 만진다고 해서 성격이 어디 가는 건 아니군.”


“망치잡던 손으로 펜 잡는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


도대체 어떻게 친해진 건지 모르겠을 정도로 바실과 칼리는 투닥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말싸움은 익숙할 정도로 많이 해온 사이 일 것이다.


이전 세계에서의 드워프와 엘프는 침 튀기며 싸우는 것이 아닌 피 튀기며 싸워댔기에 이런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바벨은 그저 웃기기만 하였다.


그 뒤로도 바벨과 바실은 맥주 몇 잔을 더 마셨고, 칼리는 매상이 올라서 좋아했다.


완전히 취하기 전에 둘은 돌아가려고 했기에, 바벨은 가게를 나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린다고 하면서 자리를 빠져나왔다.


다른 손님들도 이미 자리를 비웠기에 가게에는 바실과 칼리만이 남아있었다.


조용한 음악도 끊겨서 술집에는 적막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까보다 약간은 취기가 담긴 목소리로 바실이 물었다.


“칼리, 언제까지 술집이나 운영하고 있을꺼야?”


칼리는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 끝을 만지기만 하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연거푸 마신 맥주에 약간은 취한 듯 바실의 목소리가 커졌다.


“칼잡이는 칼을 놓지 못하고, 대장장이는 망치를 놓지 못해.”


“바실, 너 취했어.”


칼리의 말이 못마땅한 듯이 바실은 거칠게 맥주잔을 내려놓았다.


그때 화장실에 다녀온 바벨이 그 광경을 보게 되었고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저, 조금 있다가 올까요?”


상사의 눈치를 보는 부하직원의 모습을 한 바벨이 웃겼는지 칼리는 바벨을 자리로 불렀다.


“얘가 술이 좀 들어가면 꼰대가 다 된다니까?”


“내가 꼰대면, 너도 꼰대야.”


“그나마 나는 눈치라도 있잖니?”


바벨은 늙은이들의 대화가 불편했는지 쓴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칼리는 바 안에서 나와서 앉아있던 바실을 들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벨과 바실의 등을 떠밀면서 말했다.


“자, 이제 마감해야 되니까, 술주정 부릴 거면 나가!”


얇은 팔뚝에서 어떻게 이런 괴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없었던 바벨은 그대로 문까지 밀렸다.


문까지 다다르고 나서야 두 손으로 둘을 밀었던 것을 멈춘 칼리는 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바벨 다음에 또 와, 기왕이면 혼자와!”


아직 술에 취하지 않은 바벨은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그러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뵙죠, 칼리”


환한 미소로 답해준 칼리는 둘을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서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간간이 천둥이 내리치면서 밤하늘을 번쩍이고 있었다.


뇌성(雷聲)이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이 멀지 않은 거리에서 번개가 내리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방수 마법으로 바벨은 빗줄기에 한 방울도 맞지 않았지만 바실은 취기 때문에 제대로 마법을 쓰지 못하는지 옷 군데군데 빗방울이 묻어있었다.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바실은 비행선 운전석에 먼저 탔다.


음주운전을 하려는 모습이 불안했던 바벨이 물었다.


“그··· 비행선보다는 걸어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뭘··· 괜찮아.”


바실은 이미 운전석에 들어가서 앉아 있었기에 할 수없이 바벨은 뒤에 있는 보조석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직접 마법으로 소음을 제어하는 것은 아닌지 프로펠러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비행선 바깥으로 들리는 굵은 빗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천둥이 내리치는 밤하늘 사이로 붉은색의 비행선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도시 외각에 술집이 위치해 있었기에 학교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약간 걸렸다.


술집에 도착하기 전에는 바실이 부드럽게 운전을 했었는데, 지금은 비행선이 비틀거렸다.


고공에서 날고 있는 비행선이 추락하게 된다면, 아무리 마법사여도 멀쩡하게 살수 없었다.


그것도 아직 초짜에 불과한 마법사라면 더더욱.


“교장선생님. 그 괜찮으신 거 맞죠?”


바벨의 물음에도 교장은 듣지 못한지 마냥 비행선을 운전하고 있었다. 그것도 비틀거리면서


불안함을 커지게 하려는 듯 번개가 눈앞에서 번쩍였다.


곧바로 울려 퍼지는 뇌성이 대포 소리처럼 귓속을 파고들었다.


번개에 맞는다고 해서 감전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눈앞에서 번개가 보이게 되면 본능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실은 번개에 놀란 듯 비행선을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꺾었다.


비행선이 오른쪽으로 꺾이게 되면서, 탑승해있던 바벨과 바실 또한 몸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단지 바실은 키가 작은 탓에 괜찮아 보였지만 바벨은 아니었다.


“운전 좀 똑바로!”


“하하하, 죽기 밖에 더하겠어.”


바벨은 한 마디 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바실은 이 상황을 웃으면서 즐기고 있었다.


빗줄기는 아직도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콰르릉—-!


멀리서 내리치는 천둥이 바벨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문득 바벨은 뒷좌석에서 보이는 바실의 뒤통수를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어느새 둘은 곡예비행을 하면서 하늘을 날고 있었다.


비행선은 빗속에서 화려하게 한 바퀴를 돌기도 하고, 급정지를 하기도 하면서 위태롭게 비행하고 있었다.


아마도 땅 위의 사람들이 하늘을 본다면 미친놈으로 취급했을 것이다.


바벨이 구토를 하려고 할 때쯤 비행선은 교장실에 있는 착륙장에 추락하듯이 도착했다.


쿵—-!


비행선이 착륙하자마자 바벨은 먼저 내려서 헛구역질을 했다.


바실이 앉아있는 곳을 바라보자, 바실은 어느새 머리를 박고서 잠들어 있었다.


‘빌어먹을 드워프, 이 새끼 버리고 갈까?’


본의 아니게 악명 높은 놀이기구를 체험한 바벨은 바실을 버리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젖어가는 흰머리가 안쓰러운 것이 아니다.


단지 돈 주는 사람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바실을 들고 창문 안으로 들어갔다.


젖어있는 옷과 머리를 말리려고 바벨이 간단하게 클린마법을 쓰고 나니 둘은 뽀송뽀송해진 모습을 했다.


바실이 어디서 자는지 모르기에, 방 한쪽에 자리 잡은 소파에 던졌다.


겉모습이 멀쩡 해졌다 하더라도 이미 많이 지쳐버렸기에, 바벨은 조금이라도 빨리 자고 싶어 했다.


문을 열고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학교에서 제공되는 숙소가 있는 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나서 보이는 것은 일자형의 복도였다.


복도의 좌우로 번호가 부착되어 있는 방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바벨은 자신이 부여받은 번호가 붙어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전에 쟈니에게 설명을 들었기에 곧장 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미 근무를 하게 될 것을 아는 사람처럼 미리 설명을 다 해놓은 쟈니였다.


많은 방이 있었기에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닐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전에 하룻밤 묵은 숙소보다는 깔끔하고 넓었다.


기본적인 가구들만 있어서 삭막한 느낌은 들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바벨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로 가서 곧장 쓰러지듯 누웠다.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잠에 들었다.


잠이 들자마자 잠꼬대를 했다.


“빌어먹을 드워프.”


창문 밖으로 내리는 비는 그치지 않았고 천둥도 멈추지 않았다.


그날 밤 바벨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악몽을 꾸었으며 고소공포증을 얻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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