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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6,248
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작성
21.06.1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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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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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0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20화






크리스마스에 굴뚝을 통해 선물을 놓고 가는 산타처럼, 바벨이 파이프를 통해 엔진 속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곧이어 록시가 바벨을 뒤따라 들어왔다.


겉으로 보였던 먼지들이 엔진 안에 쌓여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깥보다 깨끗한 엔진의 안쪽을 보고서 바벨은 안심했다.


최근에 가동된 적이 없었기에 엔진 속이 깨끗한 것이다.


그렇다면 파이프를 통해서 이동하는 데에 장애물이 나타날 확률은 낮을 것이다.


알게 된 사실을 자랑하지는 않았다.


괜히 입을 열었다가 싸우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래서 조용한 이 상태를 유지했다.


바벨은 빛을 이끌어 엔진의 안쪽을 살폈다.


이전의 세계와 지금의 세계를 살아오면서 보았던 것들이 있는데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바깥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내부가 바벨의 시야를 채우고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부품들이 내부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목적을 알 수 없는 톱니바퀴와 실린더, 스프링까지.


이 외에도 이름을 모르는 부품이 있었다.


감히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부품들의 용도를 어림하여 짐작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엔진을 만든 자들이 문득 궁금했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상념(想念)을 털어내었다.


그 와중에도 록시는 순수하게 이 광경에 감탄했다.


“와······.”


이 세계에서 산 지 꽤 오래되어 보이는 록시에게도 흔치 않은 광경인 듯싶었다.


바벨은 걸음을 멈춘 록시를 재촉하여 움직이게 하였다.


“감탄할 시간이 없어. 쟈니가 기다릴 거라고.”


“어······어 그렇지.”


록시는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쟈니를 언급하자 입술만 움직여댈 뿐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밖에서 본 벽으로 이어진 파이프의 위치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엔진 속에서 방향을 잡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다.


알 수 없는 부품들로 가득한 좁은 엔진 속에서 걸어나갔다.


직진하여 나갈 수 없는 구불구불한 길이었기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사방을 채우던 기계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바벨의 키보다 큰 파이프의 구멍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는 모르지만 상태는 깨끗했다.


파이프의 안쪽은 녹슨 부분 하나 없이 말끔한 모습이었다.


이 파이프가 어느 곳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곳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을 내디뎌 바닥의 상태를 확인했다.


탁—— 탁——


신발과 맞닿은 딱딱한 금속의 느낌이 발끝으로 느껴졌다.


둘이서 걷는다 해도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았기에 안심했다.


작은 빛을 앞장세워서 뒤따라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나보다 가벼운 발걸음이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직선의 형태로 뻗어있던 파이프가 이제는 경사(傾斜)가 생겼다.


길은 산의 비탈길처럼 올라가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바닥은 매끄러운 금속이기에 두 발로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연신 내딛는 발걸음이 미끄러졌기에 하는 수없이 날아올라야 했다.


내 몸을 먼저 띄우고 그와 동시에 록시의 몸도 띄웠다.


바닥에 부딪치던 신발의 소리도 없어졌기에 올라가는 길에는 고요함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저 침을 삼키는 소리와 숨 쉬는 소리, 심장박동의 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아까보다 굳은 표정이 된 록시에게 말을 걸어봤다.


“왜 그렇게 심각해?”


“······”


스스로 생각에 빠져 내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어깨를 툭툭 쳤더니 자판기처럼 대답이 나왔다.


“어······어 뭐라고?”


“왜 그렇게 심각하냐니까?”


또다시 록시의 입은 다물어졌기에 혼자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쟈니 때문에 그런 거야? 이런 곳에서 쉽게 다칠 사람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위험한 것도 없는 것 같으니까.”


쟈니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바벨은 록시를 안심시키려고 말을 내뱉고 있었다.


쟈니와 떨어졌지만 마냥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바벨이었다.


하지만 바벨과는 다르게 록시는 이제 자신의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바벨, 지금부터 하는 말이 정확한 것은 아닌데······.”


얼마나 중요한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뜸을 들이고 있었다.


“너도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여긴 철광산이 아닌 것 같아.”


“그 정도는 나도 짐작하고 있었어.”


바실이 말한 출장지인 이곳이 철광산이 아니란 것을 바벨이 알게 된 것은 구멍에 떨어진 직후였다.


물론 철광산에 구멍이 갑자기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길에서 그런 구멍이 생긴 다는 것은 이상했다.


그 이상함을 느끼고 밑에 떨어져 거대한 엔진을 보았을 때.


이곳이 평범한 철광산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단지 자신에게 쌓여있는 지식으로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을 뿐.


하지만 록시는 짐작하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곳은 수백 년 전에 만든 골렘의 내부 같아.”


골렘(Golem).


그것은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존재이다.


바벨이 직접 두 눈으로 본 것으로는 학교에서 경비원처럼 서있는 골렘.


식당에서 요리사 역할을 하고 있는 골렘.


그 외에 학교의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는 골렘이 전부였다.


인간과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으면서 단순한 일을 하는 것이 골렘이다.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 중에서 골렘에 관련된 책이 있었기에, 학교에 있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정말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말하는 골렘도 있다고 하는데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별한 골렘은 한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다.


그런 특별한 골렘들 중에서도 산과 같은 크기를 가진 골렘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리 머릿속을 헤집어 기억을 되살려보아도 단언컨대 없었다.


이어서 한 록시의 말이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깨웠다.


“만약 이곳이 골렘의 내부가 맞다면 큰일이야.”


“······왜?”


록시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면서 바벨의 물음에 대답해 줬다.


“왜긴, 일이 늘어났잖아.”


그제서야 바벨은 그 말에 여기에 온 이유가 생각이 났다.


본래라면 단순히 광산의 지리를 알아보고, 매장되어 있는 광석 몇 개를 채집하는 것이 전부인 이번 출장이었다.


광산의 채산성을 따지는 일도 해야 했지만 비교적 간단한 일이다.


광산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이제는 유물(遺物) 같은 골렘에 대하여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 험난한 과정을 짐작한 바벨이 말했다.


“그냥 눈 감고 도시로 돌아갈까?”


생각보다 커진 일에 내뱉은 말이었다.


“그게 되겠어?”


“그러면······ 안되는 건가?”


철없는 아이를 교육하는 부모처럼 록시는 꾸중을 했다.


손바닥으로 바벨의 팔을 때리는 것은 덤이었다.


“우리보다 앞서서 온 자들이 이곳을 독차지하게 내버려 두면 나중에 분명히 입소문이 날 텐데, 그때 교장님께 질책 안 당할 자신 있어?”


“······ 아니 없지.”


풀이 죽은 바벨의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이프의 출구에 도달했다.


하지만 유일한 출구는 검은 돌덩이에 막혀있었다.


바벨이 먼저 힘을 주면서 밀어봤지만 조금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끙끙거리면서 애쓰는 모습에 보다 못한 록시가 나섰다.


“그러지 말고, 나와봐.”


순순히 록시의 말을 들으면서 바벨은 뒤로 물러났다.


록시는 아까 사용했던 권총을 품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엔진으로 들어오기 전에 사용했던 권총이었다.


다만 원래 들어있는 총알을 빼내고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다른 총알을 꺼내서 장전했다.


단 한 발을 장전했다.


이어서 두 손으로 권총의 손잡이를 붙잡으면서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것을 본 바벨은 곧바로 손으로 귀를 막았다.


지금도 공중에 부유하면서 빛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소음을 없애는 마법인 「사일런스」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록시가 돌덩이 가운데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장전된 한 발의 총알이 쏘아지면서 돌덩이를 꿰뚫고 나아갔다.


퍼어엉———


아까보다 더 커진 소리가 귀를 때리듯이 울려 퍼지는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부서진 돌멩이가 파이프 내부와 부딪치면서 진동을 만들어냈다.


바벨은 손으로 귀를 막았는데도 불구하고 약간의 이명(耳鳴)을 느꼈다.


옆에 있는 록시는 이 소리가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덤덤한 태도로 이제 사용할 일 없는 권총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었다.


“화력이 아까보다 강한 것 같은데.”


바벨의 말에 록시는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이 총알 무지하게 비싼 거야.”


“총알 안 아깝게 마법을 쓰면 되는데 굳이······”


이어지는 바벨의 말을 끊으면서 록시가 말했다.


“지금 당장은 도시에서 돈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마탄보다 네 마나가 더 귀해.”


자유자재로 변환이 가능한 마나가 돌발적인 상황에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었다.


바벨 또한 그것을 알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막혀있던 파이프의 출구가 총알 한발로 뚫렸기에, 이제는 록시가 앞장서서 나아갔다.


원형의 형태로 깨끗하게 뚫린 곳으로 바벨 또한 뒤따라 갔다.


하지만 앞서 걸었던 록시가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뭐야 왜 멈췄어?”


바벨의 물음에도 록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록시의 등 뒤에서 서있던 바벨이 고개를 불쑥 내밀어 앞의 상황을 보았다.


힘차게 걸어갈 것 같던 록시가 멈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또다시 검은 돌덩이가 길을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썼던 총알 더 있어?”


“······아니 없지. 방금 쓴 것도 비상용이었어.”


짧은 출장이었기에 간단한 무장만 했던 록시에게 방금 사용한 마탄은 더 이상 없었다.


다른 총알들은 있었지만 벽을 뚫을 화력이 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바벨이 직접 나서야 했다.


록시를 뒤로 물리고 바벨은 길을 가로막은 돌덩이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어서 돌덩이를 향해 손바닥을 보였다.


그리고 입술을 움직여 속삭이듯이 말했다.


「파이어 볼」


곧바로 손바닥에서 슬금슬금 불씨가 피어올랐다.


피어오른 불씨는 바벨의 마나를 먹어가면서 커지게 되어 주먹만 한 크기가 되었다.


바벨이 만들어낸 구형의 불이 돌덩이에 다가갔다.


검은 돌에 붉은색의 불이 만나게 되었고, 소리 없이 돌덩이는 물처럼 녹아내렸다.


바벨은 그것을 보고 불을 앞으로 쏘아내었고, 길을 막던 것들은 녹아서 바닥을 적셨다.


잘바닥잘바닥 소리를 내면서 바벨과 록시가 걸어나갔다.


이윽고 앞쪽에서 바벨은 빛을 보았다.


그것은 엔진의 긴 파이프를 빠져나오자 보인 빛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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