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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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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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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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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15화






바벨이 학생들에게 쓰레기라는 말을 하고 나서 강의실에는 적막함이 맴돌았다.


갑자기 듣게 된 욕설에 학생들은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벨은 학생들에게 대답을 들을 시간조차 주지도 않고 이어서 말했다.


“그러나 쓰레기 같은 너희들도 발전할 수 있다.”


아까 전 우수한 4명의 학생들이 마법을 발현했을 때, 바벨은 열등한 나머지의 학생들이 시샘하고 질투하는 것을 보았다.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그런 태도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면서 성장해나갔을 때, 결코 인재(人材)가 되지 못할 것은 뻔하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바벨은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런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본래라면 재능 있는 자들을 추려서 가르쳤을 바벨이었다


허나 바실이 말한 대로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선생의 뛰어난 강의 실력이 아니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뛰어난 학생보다 뒤떨어지는 학생들의 의욕이 필요했다.


바벨은 몇 가지의 마법과 몇 마디의 말로 학생들의 의욕을 고취(鼓吹) 시키려 하고 있었다.


“6개월 동안의 내 강의를 들어라.”


“타고난 재능이 부족할수록 피눈물이 날 정도의 노력을 하라.”


“발전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어느새 바벨의 눈은 빚쟁이의 비굴한 눈이 아니었다.


마탑에서 마법사들의 스승의 역할을 하는 탑주들과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모든 학생들이 집중하여 바벨의 눈을 바라보고는 바벨에게서 냉철한 카리스마를 느꼈다.


자신의 재능을 부끄러워했던 학생들은 없어졌다.


이 강의실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두 눈에 투쟁심을 담은 학생들 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태도가 만족스러웠는지 바벨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더니 마법으로 복사를 하였다.


한 장에 불과했던 종이는 서서히 쌓이면서 수십 장이 되었다.


복사된 수십 장의 종이들은 날아서 각각 학생들의 앞으로 이동되었다.


종이에는 오늘 하루 동안 강의할 내용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바벨이 강의하는 ‘기초 마법의 이해’의 수업 시간은 총 2시간이다.


바벨이 나눠준 종이에 2시간의 내용이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종이가 배부된 것을 본 바벨이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말을 했다.


“너희들이 기본적으로 마나는 가지고 있을 거라 본다.”


단상의 정중앙에 서서 바벨은 오른손을 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욕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인 중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학생들의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이트」


처음에 바벨이 마나를 가지게 되면서 발현했던 마법을 이곳에서 다시 재현했다.


중지에서 빛을 내뿜은 채로 바벨은 학생들에게 말했다.


“마나를 가지게 된 이후로 대부분이 가장 먼저 발현하는 마법은 빛의 마법인 라이트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있나?”


바벨의 물음에도 학생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기다렸지만 답이 들려오지 않자 바벨은 이어서 말했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빛이고, 가장 많이 보는 것 또한 빛이기 때문이다.”


바벨의 중지에 맺힌 새하얀 빛 덩어리는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이른바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 빛이라는 것이지.”


“그렇다면 마법을 쓰지 못하는 너희들이 마법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나.”


“간단하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 되는 일이다.”


바벨의 말을 끝으로 강의실의 모든 빛이 사라졌다.


천장의 전등으로부터 내려온 불빛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강의실에 붙어있던 창문에는 밖의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강의실이 어둠에 물들지는 않았다.


유일하게 이곳에서 바벨만이 빛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였던 모든 불빛이 단상 위에 있던 바벨의 손가락에 모인 듯 바벨의 빛은 커져가고 있었다.


편하게 볼 수 있던 빛이 이제는 눈부시게 되었다.


눈부신 빛이 이제는 바라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이때가 되어서 바벨의 중지에 모인 빛이 갑자기 터져버렸다.


새하얀 빛이 강의실 모든 곳을 비출 때.


바벨을 바라보던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게 되었다.


빛이 번쩍이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바벨이 말했다.


“이제 눈을 뜨고 밑을 봐라.”


바벨의 말을 듣고 학생들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난 뒤에 학생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어! 뭐야!”


“악! 깜짝이야!”


자신이 있던 강의실의 바닥이 보이지 않고, 용암(鎔巖)이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옆까지 솟아오르는 용암은 다시금 가라앉았다.


이들이 있는 곳은 활화산(活火山)의 꼭대기인 분화구의 위였다.


당연히 강의실의 인원은 화산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바벨이 마법과 학교의 시설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환상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저 눈으로만 보이면서, 만져지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화산이었다.


하지만 눈으로만 보인다고 해서 공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성인이 되지 않은 학생들에겐 더더욱.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로 어수선해진 학생들을 바벨이 진정시켰다.


“걱정하지 마라, 이것은 환상일 뿐이니.”


바벨의 말에도 쑥덕거리고 있는 학생들은 침착함을 유지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바벨은 짧게 한숨을 내뱉고 말했다.


“이 환상을 보여주는 이유는 너희들이 손쉽게 불을 만들어 내게 하기 위해서다.”


“이제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나를 끌어모아라.”


바벨의 말에 한 명의 학생이 반발하였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마나를 모아요!”


다소 짜증이 섞인 듯한 말투를 듣게 된 바벨의 매끈한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바벨은 학생이 자신에게 짜증을 내서 화가 난 것이 아니다.


학생이 내뱉은 말속에 담긴 의미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


“지금 뭐라고 했나. 다시 말해봐라.”


방금 전보다 한층 더 묵직하고 낮은 목소리를 냈다.


바벨의 표정은 뜨거운 화산과는 달리 차가웠다.


솟구치는 용암 속 사이로 바벨이 공중에서 발걸음을 내디디며 걸어갔다.


시뻘건 용암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하면서 말을 꺼낸 학생 앞에 도달했다.


학생은 코앞까지 다가온 바벨을 올려다보았다.


학생을 내려다보는 바벨의 싸늘한 눈빛은 ‘넌 마법을 배울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눈빛을 보고 학생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말하지 못하는 학생과 같은 의문을 품고 있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기에 바벨이 말을 내뱉었다.


“너희들이 항상 한적하고 평화로운 꽃밭에서 마법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처음에 반발하는 말을 했던 학생은 침을 삼켰다.


“그 어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마법을 쓸 줄 알아야 한다.”


“몸에 닿지도 않는 위협이 두려워 마나를 일으키지도 못할 거라면.”


바벨은 강의를 듣는 모든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학교를 때려치우고, 방에 틀어박힌 채 책이나 보는 학자가 되어라.”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마나를 끌어모아라.”


바벨의 말에 학생들은 가지고 있는 마나를 모으게 되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환경의 위협과 바벨의 위압적인 언사(言辭)에 위축된 이들도 있었다.


비록 소수에 불과했지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안간힘을 쓰려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우수한 인원도 있었다.


아까 뛰어난 마법을 보였던 4명이었다.


이들은 마나를 모으다 못해서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 마법을 발현하였다.


가짜에 불과하지만 불타오르는 용암 때문에 환상통이 생겨서 더웠는지 마법으로 한기를 띠는 바람을 자신의 몸 주위로 회전 시키고 있었다.


그중에서 금발의 소년인 오스카는 마법으로 공기 속에 있는 수분을 응집시켜 얼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얼음을 입안에 넣고는 와그작——와그작—— 소리를 내며 씹었다.


마나를 이용하는 데에 있어서 뛰어난 자와 열등한 자의 차이는 극명했다.


더 이상 애쓰는 꼴을 보다 못한 바벨이 직접 나섰다.


먼저 두 눈을 감고 땀을 온몸으로 흘리면서 집중하고 있는 학생의 뒤로 다가갔다.


주변 환경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있던 것이 원인이 되어 바벨이 다가옴을 알지 못했다.


학생들이 바벨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벨은 당당하게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 학생의 등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갑자기 느껴진 손가락에 깜짝 놀란 듯 짧은 비명을 질렀다.


“앗!”


본능적으로 눈을 뜨게 되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분화구의 모습에 다시금 눈을 감았다.


“이름이 뭔가?”


“그··· 그라니아 입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져 있는 검은색의 긴 생머리인 여학생의 이름은 그라니아였다.


바벨은 여학생의 이름을 듣고서도 계속해서 등위로 땀에 젖은 옷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말했다.


“그라니아, 지금부터 집중해서 네 몸속에 흐르는 내 마나를 느껴라.”


“네···? 아 알겠습니다!”


“대답은 하지 마라.”


“······”


그라니아는 바벨이 직접 지도를 하려는 것을 눈치채고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바벨은 이윽고 약간의 마나를 그라니아의 등 중앙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양은 독이 될 수 있기에 소량의 마나를 넣는 것이다.


그라니아는 자신의 몸속에서 무언가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조금밖에 되지 않으면서 흩어져 있는 자신의 마나를 부르는 또 다른 마나가.


심장 부근에서 무겁게 느껴지는 마나가 이곳으로 오면 된다고 부르고 있었다.


바벨의 마나는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허겁지겁 온 힘을 다하려 했지만 마나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왔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제서야 그라니아는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조금씩 마나를 뭉치기 시작했다.


천천히 한 걸음씩 산을 오르는 사람처럼 마나를 움직였다.


몸에서 더 이상 땀이 흐르지 않고 가쁘게 숨 쉬던 호흡이 진정되었을 때


그라니아는 성공했다. 온몸에 흩어진 마나를 모으는 것을.


가르침에 감사하다고 말하려고 눈을 뜨고 뒤를 돈 그라니아는 바벨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회색 정장을 입은 바벨은 또다시 뒤처진 학생을 가르치려고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으니까.


이제 진정이 된 그라니아였지만, 얼굴에 옅은 홍조가 올라왔다.






* * *






차례대로 뒤떨어지는 모든 학생들을 지도하고 나서야 바벨은 환상을 풀었다.


용암이 꿈틀거리며 샘솟던 활화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다시 삭막한 강의실로 변했다.


처음에 바벨의 수업이 불만스러웠던 학생들의 얼굴은 어느새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록 바벨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나 자신이 직접 마나를 응집시키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강의실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열명 남짓한 학생들을 지도한 바벨은 조금의 지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의 냉철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 모습을 본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는 약간의 존경심이 생기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벨은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았다.


황동으로 된 초침이 강의를 시작한 지 2시간에 가까워진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째깍——— 째깍———


“모두들 수고 많았다. 첫 수업이기에 과제는 따로 없을 것이다. 이상 끝.”


간단하게 말을 마친 바벨은 단상에서 내려가 강의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순식간에 종료된 수업에 학생들은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이나마 수업이 빨리 끝났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이제 일반연재 신청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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