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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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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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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2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12화






가늠쇠를 통해서 보이는 방금 씻고 나온 엘프가 보였다.


몸에 걸치고 있는 흰색의 가운처럼 엘프 특유의 새하얀 피부가 돋보였다.


섬섬옥수(纖纖玉手)인 손으로 아직 젖어있는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탈탈 털었다.


술집의 마담인 칼리와는 달리 이 엘프는 수수한 면이 돋보였다.


바벨은 이곳에 있는 이유보다 눈앞에 있는 엘프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엘프의 미색(美色)은 그런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눈을 깜빡인 바벨은 정신을 차리고 다짜고짜 사과를 했다.


“그······ 저기··· 미안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니지만 상대를 향해서 총구를 겨눴으니까.


더욱이 방금 씻고 나온 상대였다.


하지만 엘프의 말은 사과를 받는 말이 아니었다.


“쏴보던가.”


자신을 겨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닌 남 이야기를 하는 듯한 말투였다.


무심하면서 당당한 말투였다.


바벨은 엘프의 말을 화가 난 것으로 오해하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예? 제가 그런 짓을 왜 하겠습니까. 화가 나신 거라면 정말 미안합니다.”


엘프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바벨에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바벨은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가까워지고 있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발자국 걸어와 바벨의 앞에 멈춰 선 엘프는 바벨이 오른손으로 쥐고 있던 권총을 빼앗아 들었다.


당연하지만 바벨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넘겨주었다.


원래부터 자신의 것은 아니었고, 구경 삼아서 들고 있던 물건이었으니까.


권총이 손을 떠나가자 그제서야 바벨은 고개를 들었다.


엘프는 바벨을 신경쓰지도 않고 권총이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살피고 있었다.


사과를 받지 않는 모습에 무안해진 바벨은 이제서야 인사를 했다.


“저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강사 바벨이라고 합니다.”


바벨은 손을 건네면서 악수를 하려고 했지만, 엘프는 받아주지 않고 자신의 이름만 말했다.


“록시.”


사과도 받지 않고 악수도 받지 않는 모습에 바벨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싸가지가 없네.’


속으로 록시에 대한 욕을 하고, 겉으로는 웃는 모습을 했다.


인사를 하면서 자신이 이 방에 대한 연유를 알고 싶었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싶은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간단하게 말을 하고 바벨은 록시의 황금빛 눈동자를 마주치지 않고, 그저 바닥만 쳐다보면서 침실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바벨이 방문을 지나치기 전에 록시가 말을 걸었다.


“잃어버린 거 있지 않아?”


뜬금없는 소리에 바벨은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어젯밤에 마나가 부족해 미처 가공하지 못했던 월석이 록시의 손에 들려있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양을 제외한 양이 그대로 있었다.


다만 은빛만이 맴돌았던 처음의 월석과는 달리 붉은색의 무늬가 구름처럼 새겨져 있었다.


모습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월석은 자신의 것이기에 바벨은 달려가 록시의 손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바벨보다 록시의 손이 더 빨랐다.


록시는 잽싸게 손을 등 뒤로 옮겼다.


월석을 잡으려던 바벨은 록시의 손을 붙잡지 못하고 록시의 앞에 우뚝 서게 되었다.


손 한뼘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바벨과 록시의 눈이 마주쳤다.


바벨은 뚜렷한 이목구비와 매혹적인 황금빛의 눈,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에 빠져들뻔했다.


인간이 살아오면서 수많은 여색(女色)을 탐했다 한들, 결코 엘프의 미색은 무시할 수 없었다.


목구멍으로 침을 삼키고 바벨이 말을 내뱉었다.


“그거 돌려주시죠.”


많은 대화를 나누다가는 록시의 미모에 홀려버릴 것 같았기에 단호하게 말했다.


웃음기 많은 칼리와는 달리 무표정한 얼굴의 록시였다.


“왜? 이게 중요한 건가?”


월석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는 록시였기에, 어린아이와 같은 물음을 했다.


월석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에는 위험했다.


이 엘프가 만약에 설명을 듣고 돌려주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돌려받아야 하는데, 실력으로 돌려받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했다.


상대방의 실력을 모르지만 나 자신의 실력은 알고 있었기에 도박은 할 수 없었다.


당당하게 말을 하여 겁박하기에는 엘프의 미모는 학살적이었다.


몇십 년 동안 사람 손길 하나 느껴보지 못했는데, 당장 눈앞에 엘프가 있다면 어느 누구나 홀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애원을 하면서 돌려달라고 하기에는 체면이 서질 않았다.


눈동자를 굴리면서 생각을 하던 바벨은 이내 허무하게 생각을 멈췄다.


절대 돌려주지 않을 것처럼 하던 록시가 대뜸 월석을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록시의 인형 같았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생겼다.


“장난이야, 장난 왜 그리 심각해?”


록시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은 장난이라고 치부했다.


그제서야 바벨은 바닥만 보다가 록시의 웃는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 미소에 약간의 화가 났던 바벨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고······고맙습니다······”


월석을 건네주고 난 뒤에 록시는 침대에 앉았다.


“그건 그렇고, 어젯밤의 대가는 치러야지?”


뜬금없이 하는 록시의 말에 바벨은 짐작하고 있던 것을 확신했다.


어젯밤 정신을 잃은 자신을 이 방에 데려온 것은 록시인것을.


바벨은 자신을 구해준 대가를 록시에게 내밀어야만 했다.


하지만 가진 것 없는 바벨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바벨이 우물쭈물해 하자 답답했는지 록시는 어젯밤에 겪었던 일을 자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총포상에 다녀오는 길이었지.”


“학교로 오는 길에 옥상에서 희미한 빛이 나는 거야.”


“골렘들은 움직이지도 않아서 침입자는 아니란 것을 알았지만 궁금해서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었지.”


“그때, 누워 자빠져있던 너를 보게 됐지.”


“내가 아니었으면, 자다가 굴러서 옥상에서 떨어져서 죽었을걸?”


“마법사가 추락사했다는 웃기는 얘기가 신문에 실렸겠지.”


“뭐, 옆에 있던 그 반짝이는 돌도 네 것인 것 같아서 가져왔었어.”


 “그러니까 이제 네 목숨에 대한 대가를 줘야지. 안 그래 마법사?”


록시는 바벨에게 마법사라고 하였다.


마법사는 마법을 사용하기에 필연적으로 실용적이고 계산적인 존재다.


그러니 바벨은 자신의 목숨 값과 같은 대가를 록시에게 지불해야 했다.


다만 바벨은 그런 여유가 되지 않았기에 록시에게 물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그 대답을 바라고 있었다는 듯 록시는 눈웃음을 지었다.


“거의 억지이기도 하고, 임시교사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아.”


록시는 갑의 위치에서 을에게 잠시 숨고를 시간을 주는 듯이 뜸을 들였다.


소리 없이 조용한 대치가 잠깐 이어지다가 록시가 먼저 말했다.


“저 권총 어때 보여?”


록시가 말한 권총은 바벨이 쥐고 있었던 권총을 말했다.


목재와 황동이 뒤섞여서 중후한 느낌을 주는 권총.


침대에 앉아있던 록시는 덜컥 일어나서 권총을 들고 바벨의 손에 쥐여주었다.


“내가 원하는 건 권총에 몇 가지 마법을 걸어줬으면 해.”


확실히 방금 전까지 바벨이 권총을 쥐었을 때 권총에 별다른 마법이 걸려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었다.


하지만 바벨은 살짝 들떠있는 록시의 모습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었다.


권총에 마법을 부여할 수는 있다.


다만 지금의 능력으로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 마법이 틀림없었다.


그 마법은 자신의 목숨 값과 비교하기엔 하찮은 마법에 불과했다.


 록시가 쥐여준 권총을 이리저리 살피는 척하다가 바벨은 답했다.


“그······ 그렇게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


바벨은 이전의 세계에서 사물에 마법을 부여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많이.


하지만 쌓아온 노하우로는 마나의 양은 해결되지 않는다.


바벨의 말에 실망한지 다시금 록시의 얼굴은 인형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마법사들은 도움이 안 되네······”


들릴 듯 말 듯 한목소리였지만 바벨은 들을 수밖에 없었다.


넓지 않은 방 안에서 속삭이는 말이 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 말에 바벨은 발끈하게 되었다.


자신은 평생을 마법사로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마법사로 살아갈 것인데 록시는 그런 마법사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 말이 장난인지 진심인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아니··· 엘프라도 할 말이 있고 하지 못할 말이 있다.


록시의 작은 혼잣말이 바벨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마법사가 뭐 어때서 그러시는 겁니까?”


록시는 바벨의 말을 귀담아듣는 척조차 하지 않으며 이제는 침대에 누웠다.


그런 록시의 가운 사이로 보이는 나신에도 현혹되지 않고 바벨은 록시를 쳐다보면서 말이 헛 나왔다는 대답을 바랐다.


록시는 바벨의 바람을 철저히 짓밟았다.


“도시에 있는 마법사들은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하고, 그나마 학교에 있는 마법사에게 총을 강화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다들 못하겠다고 하던데. 너도 그렇듯이.”


“그래도······ 마법사들은 꽤 유용하지 않습니까?”


“유용은 무슨······, 총알 한방에 죽어나가는 마법사들이 태반인데”


바벨이 살았던 세계와는 달리 이 세상에서는 마법사들이 힘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바벨은 그것을 용납(容納) 할 수 없었다.


마법의 끝에서 바라본 마법은 분명히 효과적인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 속에서 쌓아온 지식들이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마나가 부족해서 덜떨어진 마법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록시가 말하는 어중이떠중이 마법사가 아닌 진정한 마법사.


그 자리에 위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저 걸어왔던 길을 다시 한번 더 걸어보면 되는 것이다.


학교의 숙소에서 바벨은 결심했다.


겨우 총알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마법사가 아닌 세상의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는 위대한 마법사가 되겠다고.


사소한 말싸움에 시작된 바벨의 목표와 각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밤에 한편 더 올라갑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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