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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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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6
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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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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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1화




이 개 같은 세상에 대해서 말해주겠다.

그전에 조금이나마 이 세상에 오기 전 이야기를 해보겠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 나는 마법사였다.

단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흔한 마법사가 아닌 정말로 위대한 마법사 중 한 명이었다.


누군가는 나를 현자(賢者)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나를 대마법사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나를 신에 가장 가까운 이라고 불렀다.


나 스스로를 위대한 마법사라고 부르는 까닭은 다른 이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기에 부르는 것이다.


오만하지 않았지만 모든 이들이 나를 추켜세우는 까닭에 나는 오만해지고 말았다.

거만해지고 나서 몇몇이들만 내가 변했다고 말했지만 대다수의 이들은 오만함 마저 나의 매력(魅力)으로 보았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모았고, 나에겐 그 관심들이 너무 과분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고 싶었다.

제자들이 몇 명 있었지만 다 큰 성인이라 제 앞가림은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홀연히 인적 없는 산으로 숨어서 지냈다.


멍청한 생각이었다.

나는 마법사이기 전에 인간(人間) 이다.


제 아무리 마법으로 산을 깎고 그 터에서 살아간다 한들 혼자다.

인간은 혼자서 생활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몸소 배우게 되었다.


늘 그래왔듯이 시간은 흘러가고 혼자서 밤을 지새우던 중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고 빛이 다른 별들이 모래사장의 모래만큼이나 많았다.


문득 손가락을 올려서 빛나는 별들을 이어 보았다.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진 별들은 원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영감이 떠올랐다.

이렇게 산속에서 늙어서 죽을 바에는 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인 다른 세상에 가겠다고

현존하는 대부분의 마법을 배우고 익혔지만 다른 세상에 가는 마법은 없었다.

그렇기에 권태로운 생활은 하나의 영감 때문에 막을 내렸다.


그날 밤 이후로 나는 마법으로 바벨탑(Tower of Babel)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세상에 가는 것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할 것이기에 나는 바벨탑을 만들어 신의 위치에 오르고자 했다.


바벨탑의 시작은 물이 없는 곳에서 물을 만들고 공기가 없는 곳에서 공기를 만드는 일과 같았다.

그 어떤 마법조차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마법은 없었고 그렇기에 나는 바벨탑에 대한 모든 것들을 창조를 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만큼 시간이 흘렀을 때 완성했다.

다른 세상에 갈 수 있는 마법을.


이 모든 것들을 수천 장의 종이에 적어놨다.

어떤 운 좋은 사람이 이곳을 발견하여 종이들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마법을 완성했고 주번의 모든 것을 정리 후에 내 일생 최대의 마법을 전개했고 후회했다.


오만했었기에 나는 내가 지금까지 저지른 실수를 몰랐다.


다른 세상에 갈 수 있는 마법은 나를 이동만 시켜줄 뿐이지, 나에게 세상을 선택할 권리 따윈 없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마법은 이미 전개되어 멈출 수 없었다.


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발악을 하였고 단 한 가지를 마법에 심어 넣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으로 가는 것.


다행스럽게도 마법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나는 바람대로 다른 세상에 왔다.

하지만 바벨탑을 만든 대가로 신의 저주를 받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나의 실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나는 당연히 후회하였다


오만하지 말고 행했어야 했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렇게 다른 세상에 온 나를 나는 스스로 바벨이라 불렀다.





* * *





새로운 세상은 신비했다. 그리고 신이(新異) 했다.


낮인데도 불구하고 하늘엔 두 개의 별이 둥실 떠올라 있었고 각각 같은 크기의 붉은빛의 별과 흰빛의 별이 있었다.

하늘을 보고 기어코 다른 세상에 온 것을 실감한 나는 즉시 마나를 끌어모았다.


한데 내 감각에 이상이 생긴 건지 이상했다.

티끌의 마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곧바로 난 내 몸을 더듬어 봤다.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주름지고 갈라졌어야 할 손은 매끈하게 바뀌었고 몸의 반응속도 또한 빨랐다.

그러니까 내 늙은 몸뚱어리가 젊었을 적으로 바뀐 것이다.


마법사가 되기 이전의 내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이때부터 나에게 신기했던 세상이 개 같은 세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룩한 것이 얼마인가. 평범한 이도 재능 있는 이도 감히 넘보지 못할 경지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의 쓸모도 하지 못한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좌절해버렸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방법을 찾는다.


이곳에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 때문에 내가 마법사가 되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이전 세계에서 마법사의 끝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던 나는 그대로이니까


마법이 없는 세계라 해도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테니 난 그것의 끝을 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마을을 찾아야 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숲 한복판이라는 사실만 적나라하게 보여주듯 셀 수 없는 나무들이 있었고 나무들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결국 마법을 부리지 못하는 마법사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렸기에 바벨은 평범한 이가 할법한 선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동서남북 네 방향 중에서 방향을 찍고 그 앞으로 쭉 나아간다.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이지만 인디언의 기우제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터였다.


남쪽이나 북쪽으로 가면 온도가 낮아질 테니 마을이 있을 확률은 서쪽과 동쪽이 더 높다.

그런 결론을 내린 바벨은 둘 중에서 고민을 했다.


‘서쪽과 동쪽이라···’


때마침 숲속에서 주먹만 한 다람쥐들이 나무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다람쥐들도 그 시선을 눈치챈 걸까 바벨을 보더니 숲속으로 줄행랑을 치며 사라졌다.


바벨은 결론을 내렸다.

서쪽도 동쪽도 아닌 다람쥐들이 도망친 방향의 반대로 간다.

인간을 무서워하는 동물들이 사는 곳에는 인간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마법사 다운 생각으로 바벨은 가장 높은 확률에 배팅했다.


그리고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숲이 끝나고 평지가 이어졌고 바벨은 그 방향에서 검은 연기를 보았다.


바벨의 도박은 성공했다.


평지를 한 시간쯤 걸었을까. 숲의 끝자락에서 보였던 마을이 가까워졌고 성문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성벽은 벽돌로 쌓아 만들어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붉은 벽돌, 회색 벽돌 등 다른 색깔의 돌로 이루어질 수는 있었어도 이런 것은 처음 봤다.


강철로 만들어진 벽이라니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든 부분이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열려있던 강철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정말로 다른 세상에 온 것이 실감 났다.


건물들은 철로 이루어져 있어 곳곳에 녹슨 흔적이 보였고 그 지붕에서는 검은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몇 개의 높은 첨탑이 하늘을 향해 찌를 기세로 높이 솟아있었고 다른 건물들은 대개 주거용으로 지어진 건물인지 첨탑보다 높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건물들 아래로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였다.

아니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아닌 것들도 있었다.


원래 살던 곳에서 보았던 드워프, 엘프들이 제갈 길 바쁜 듯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나는 믿기지가 않아서 볼을 꼬집었다.

볼이 눌리면서 나는 가벼운 고통은 현실이라고 나에게 상기시켜줬다.

나의 허리 높이 정도의 드워프와, 사람과는 다르게 뾰족한 귀를 가진 엘프가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들의 모습은 나에겐 너무도 괴리감이 있었다.

한쪽 팔은 어디다 팔아먹은 건지 철로 된 팔을 지니고 있었으며 양팔 전부 철로 이루어진 팔이 달린 이도 있었다.


지나다니는 이 중에서 사지가 멀쩡한 이들이 드물었다.

철로 된 몸도 멀쩡하다고 말한다면 전부다 멀쩡한 놈들이었다.


바벨은 혼란한 정신도 잠깐이고 특유의 마법사의 두뇌로 정신을 다잡았다.


일단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자신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이곳에서 생활을 하든 다른 곳으로 가든 필요한 게 있었다.


‘돈’이다.


하지만 바벨은 가지고 있는 게 없었고 어떻게든 며칠만이라도 살아갈 수 있는 돈을 벌어야 했다.


바벨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품 중에서 돈이 될만한 물건을 찾아보았다.


자신의 손에 끼고 있던 반지 몇 개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전부 전의 세상에 있었다.


“빌어먹을···”


반지를 팔 만한 곳을 찾아봐야 했는데 바벨은 전당포를 찾기로 했다. 보석상을 가면 반지를 팔아야 하는데 그저 돈 몇 푼 벌려고 반지를 팔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반지는 이전 세계의 증거 그 자체였으니까.


길가에 걸어 다니는 사람 중 청년 한 명을 붙잡아 괜찮은 전당포의 위치를 물어봤다. 다른 종족에게 물어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드워프와 엘프가 인간과 같이 공존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를 했어도 아직 마음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곳이 처음인 바벨은 붙잡은 청년이 알려준 위치를 들어도 모를 수밖에 없었기에 간곡히 그곳에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청년은 바벨의 모습을 보고 정신이 아픈 사람으로 오해했는지 순순히 전당포로 데려다주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중에 꼭 이 은혜는 갚겠습니다.”


바벨은 자신을 데려다준 청년에게 연신 허리를 직각으로 숙여 인사하고 갚을 수도 없을 은혜를 말했다.


청년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바벨은 전당포를 봤다.


전당포는 겉모습이 철로 이루어진 다른 건물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단지 조금 더 작고 다른 건물들에는 붙어 있는 수송관이 없었고 꽤나 오래되었는지 군데군데 부식된 모습이었다.


전당포의 문을 열고나자 웬 드워프가 담배를 피우면서 떡하니 앉아있었다. 투명한 유리 속에서 바벨이 온 것을 눈치챘는지 눈만 힐끔 움직였다.


바벨은 당당하게 걸어나가 떨리는 손으로 가지고 있던 금반지를 전부다 유리 앞에 있는 받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내 피 같은 반지들아, 나중에 꼭 보자.’


그제서야 드워프는 몸을 움직이더니 한쪽 팔이 강철로 이루어져 있는 손으로 이상한 장치를 매만지더니

받침대가 밑으로 사라지고 다시 반대쪽 드워프가 있는 곳으로 솟아올랐다.


드워프는 말도 없이 반지들을 손으로 집더니 자리 뒤편에 있던 양팔 저울의 왼쪽에 올려놓았다. 반대쪽에는 금속으로 된 철을 올려놓고 무게를 비교해보았다.


몇 개의 크고 작은 추가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했을 때 비로소 양쪽의 균형이 맞게 되었다. 드워프는 물고 있던 담배를 저울 앞에 내려놓고 바벨을 바라보고 말했다.


“17골드 50실버, 이자는 하루에 35실버 기간은 한 달이다.”


바벨이 오고 나서야 내뱉은 드워프의 첫 번째 말이었다.


“아니 뭐 그거밖에 안 해?, 좀 더 줘.”


“네놈이 내놓은 금반지의 무게만큼 빌려주는 돈은 정해진다. 이자는 하루에 2%고. 이게 싫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던지.”


바벨은 조금이나마 흥정을 시도하려 했지만 드워프는 조금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바벨은 이 세상의 돈의 가치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결국 처음의 조건에 승낙하고 드워프에게서 돈을 받아냈다.


흥정을 못한 대신 바벨은 몇 가지를 드워프에게 물어봤고 간단한 질문이었기에 드워프는 답해줬다.


그래도 바벨은 나름 방금의 거래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흥정은 실패했어도 이곳에서 나가 해야 할 일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에 고집스러운 드워프의 모습은 짜증 나기 마련이었다.


‘빌어먹을 드워프’


이때부터 바벨과 드워프와의 질긴 인연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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