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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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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1
추천수 :
280
글자수 :
135,452

작성
21.06.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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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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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6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26화






수많은 냉병기에 둘러싸였을 때의 느낌.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느낌을 받았다.


눈앞에 있는 칼리의 눈빛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날카로운 기세가 온몸을 훑는 것 같았기에 순식간에 긴장하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된다면 목이 베일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바벨은 칼리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꿀꺽——


그저 침을 삼키면서 눈을 깜빡일 수밖에.


한편으로는 이곳에 찾아온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다.


내 질문에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아, 분명히 자이언트 골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일 테니까.


바 테이블 위에 올렸던 두 손을 천천히 들어 귀 옆으로 붙였다.


당신에게 해코지를 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 것이었다.


그리고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살려주십쇼.”


바벨의 한 마디는 칼리의 무표정한 얼굴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손으로 머리를 넘기면서 피식 웃은 칼리가 말했다.


풍성하면서 윤기나는 붉은색의 머리카락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칼리는 다소 섬뜩한 말을 했다.


“지난번 바실과 함께 오지 않았다면, 넌 내 손에 이미 죽었을 거야.”


만약 바벨이 처음으로 이곳에 방문해서 같은 말을 지껄였다면 목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목숨을 살린 게 아니라, 바실과 동행했던 시간이 목숨을 살렸다.


마음속으로 작게 바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바벨이 말했다.


“질문 하나 했다고, 그렇게 제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십니까.”


현혹적인 미소를 보이면서 천천히 칼리가 손을 뻗었다.


새하얀 손이 바벨의 목을 쓰다듬고, 볼까지 올라와 그대로 꼬집었다.


“아가, 네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란다.”


우브브——


생각보다 거센 악력에 고통을 느끼면서 바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이언트 골렘에 관련되어 있는 이들은 모두 죽었단다.”


그러고는 수수께끼를 내는 어느 사자처럼 물었다.


“너는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니?”


남을 유혹하는 것 같았던 미소는 어느새 장난꾸러기의 미소를 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바벨은 그 질문에 대해서 답해줄 수 없었다.


애초에 자이언트 골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그것에 관련되어 있는 이들을 책에서도 읽은 적이 없었기에.


그래서 볼을 꼬집던 손을 잡아 내치면서 말했다.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잠깐 동안 꼬집힌 것인데도 불구하고 얼얼함이 느껴졌다.


칼리는 뒤에 있는 나무로 된 벽에 기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처럼.


“그 골렘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재앙과도 같단다.”


“걸어 다니는 재앙을 어떻게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겠니?”


“그 위력을 실감한 높은 이들은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까 봐 두려웠단다.”


“그래서, 모든 골렘을 없애버리고.”


“모든 설계도를 불태우고,”


“모든 관계자를 죽였다.”


“두 번 다시는 탄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 말을 하면서 초점이 흐려진 눈을 본 바벨은 한 가지 사실을 어림 짐작하였다.


자신의 볼을 꼬집었던 손가락, 그 손가락에 박혀있는 굳은살.


자이언트 골렘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는 듯한 태도.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처럼 발견한 증거, 그 몇 가지의 증거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칼리가 자이언트 골렘을 없애는데 일조했다고.



‘자이언트 골렘을 어떻게 없앴나 했더니······’


그 재앙과도 같다는 골렘을 무슨 수로 없앤 걸까 싶었었다.


분명히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골렘을 없애는 데에 반대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강력한 화력을 가지고 있는 골렘이 아깝기도 하고, 그것을 개발하기 위하여 쏟아부은 자원들이 만만치 않게 소모되었을 테니까.


어느새 멍해진 표정을 한 칼리에게 자신이 눈치챈 것이 맞는지 털어놓았다.


“칼리가 그 골렘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셨나 봅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토로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맞아, 그 재앙을 없애는데 참여한 이들의 선봉장이 되었었지.”


칼리는 자신이 홀로 없앴다고 말하지 않았다.


칼리 말고도 어떤 이들이 없애는 데에 도움을 준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골렘만을 없앤 것은 아닐 것이었다.


골렘을 없애는데 반대하는 이들 또한 록시가 처단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다시 사라진 골렘이 부활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직접 사람들을 죽였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중요하지는 않았기에.


바벨은 궁금하면서 중요한 것을 물어보았다.


“자이언트 골렘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네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니?”


골렘에 대한 설명을 할 수는 있지만, 그 무게감을 견뎌낼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바벨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예.”


그러나 단호한 한마디가 칼리의 입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했다.


칼리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상한 점을 드디어 눈치챘다.


“한데, 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


“마치 신기한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라도 한 아이처럼 물어보는구나”


바벨은 자신이 보았던 것을 말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수백 년 전에 골렘을 없앴던 이가 또다시 그것을 없애버릴까 봐.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결국엔 토로했다.


“직접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믿기지 않는 사실을 들은 것인지 칼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그럴 리가? 분명히 그것들은 전부 지워버렸는데······”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바벨에게 힘이 되었다.


“그것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바벨은 골렘 안에서 공격받았던 일들을 토로했다.


정체를 모르는 이들에게 공격을 받았던 사실을.


“거대한 골렘 내부에서 정체를 모르는 이들이 이미 저희보다 먼저 자리해 있었습니다, 그 자들의 목적은 알 수 없으나 그곳의 지리에 익숙해 보였습니다.”


이왕 토로하게 된 것을 더 자세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칼리는 안색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내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바벨은 자신이 추측한 내용을 말했다.


“제 생각입니다만, 그들은 제국의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왕국 출신을 공격할 리가 없을 테니까요.”


칼리는 그것에 대해서 동의를 하였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네. 하지만 골렘을 아는 자가 제국에 있다고 한들 건드리기 힘들 텐데······”


골렘에 관련 있던 자들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칼리에게 바벨이 작게 속삭였다.


“제국에서 무언가 일을 벌이려는 것 같습니다.”


이일은 가볍게 넘길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격렬한 전쟁의 서막의 극히 일부분일 것이라고 바벨은 혼자 생각했다.


바벨의 말에 칼리는 심각해진 표정을 하면서 말을 꺼냈다.


“혹시,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어?”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처럼 상세하게 고하기 시작했다.


“인원은 총 세명, 마법사, 총잡이 그리고 전사가 있었습니다.”


“마법사는 나무로 된 지팡이를 사용하는 난쟁이였고, 총잡이는 온몸을 가리는 옷을 입고 있었고, 전사는 자신을 모리스라고 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칼리가 무엇이라도 알고 있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칼리는 고개를 저었다.


“후··· 처음 듣는 이름이야. 나도 은퇴한지 너무 오래되었나 봐”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칼리는 회한이 섞인 말을 했다.


하지만 서두른다고 일이 해결될 것은 아니기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할말을 찾지 못한 바벨이 입을 다물었고 칼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때 침묵을 깨는 짤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서야 술집에 손님들이 찾아온 것이다.


“여어, 마담 나 왔어!”


술보다는 마담을 보러 온 듯한 태도의 손님들이 마담에게 인사를 했다.


어떻게든 칼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머, 일찍 오셨네요”


옛날의 골렘을 짓밟았던 학살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손님을 반기는 가게 주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들어온 손님들 덕분에 심각했던 분위기를 반전되었다.


바벨은 전쟁에 관하여 칼리와 상담을 하고 싶었지만, 이일은 관계없는 다른 이가 들을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손님들의 태도를 보아하니 쉽게 떠나갈 것 같지도 않았기에 먼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칼리 또한 눈치를 주면서 바벨을 배웅을 하려 했다.


그리고 문 앞에서 조용히 바벨에게 귓속말을 했다.


“내일 밤에 바실과 함께 다시 와.”


그 말의 뜻을 이해한 바벨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나섰다.


닫힌 문으로 이전과는 다른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들으면서 올려다본 하늘은 처음에 들어왔을 때와는 달리 어느덧 깜깜해진 밤하늘이 되었다.


밤하늘에 박혀있는 자그마한 별들을 바라보았다.


문득 옛날 산에서 바라보았던 밤하늘이 생각났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빛나는 별들이 밤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별은 아름답구나.’


눈부신 별과는 별개로 바벨의 앞으로의 여정은 빛나지 않을 것 같았다.


고약한 일에 엮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래에 있을 고생을 생각하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학교로 가기 위해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돌아가는 길은 기억하고 있기에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느덧 익숙해진 이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바벨은 학교로 돌아갔다.


달빛이 돌아가는 바벨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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