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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백수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문학공대생
작품등록일 :
2021.05.25 17:50
최근연재일 :
2021.06.18 23:5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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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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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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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DUMMY

스팀펑크의 대마법사


21화






방심(放心) 했었나.


한낱 유희(遊戲)로 생각했었나.


아니면 상상(想像)이라고 생각했었나.


아마도 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되지 않았다.


한낱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나인데.


살면서 쌓아온 지식에 자만(自慢) 하였다.


전설 속에 나오는 용(龍)도 아닌데 그러했다.


그저 시간이 흐르게 된다면, 지금의 경지는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에 불과했기에 한 오만한 생각이었다.


과거의 사람들의 칭송(稱頌)이 현재의 내 몸을 좀먹는 독(毒)이 되었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복기해보았다.


이 세계에 오게 된 뒤로 마나를 되찾고 나서 한 번도 노력한 적이 없었다.


과거의 영광(榮光)에 취하여 현재의 발전(發展)을 등한시하였다.


처음 보는 신기한 세계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어 그렇다고 합리화하였다.


그것도 잠시든 생각일 뿐, 쓰레기 같은 생각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마법을 탐구하며 피나는 노력을 했던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그 생각에 양쪽 어금니에 힘이 들어갔다.


빠드득 거리는 소리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떠올리게 되어서 다행이다.


짧은 시간을 낭비하였기에 후회 또한 짧았다.


이제 더 이상의 나태함은 없을 것이다.


찬란한 과거의 경지에 다시 도전하겠다.


이 말은 나 스스로에게 맹세하는 말이며,

앞으로의 나를 움직이는 동력(動力)이면서 신념(信念) 이었다.






* * *






짧은 상념은 파이프의 끝에서 나온 바벨이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서 떠오른 것이었다.


그 누군가는 간신히 서있는 듯이 비틀거리고 있는 쟈니였다.


그 앞에는 일행보다 앞서서 이곳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보였다.


쟈니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다친 구석이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보다 흐트러진 옷과 굳게 쥔 손, 얼굴에서 흐르는 땀이 보였을 뿐.


쟈니와 그들의 주위에는 난장판을 벌여놓았던 것인지 그을린 흔적과 파인 흔적이 즐비했다.


단편적인 모습에 불과한 것을 보고도 바벨은 눈치챘다.


이곳에서 일방적인 전투(戰鬪)가 벌어졌음을.


무슨 이유 때문에 벌어진 것인지는 몰랐으나, 일단 쟈니를 도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쟈니는 앞에 있는 이들에게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정확한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서 먼저 바벨이 쟈니에게 물었다.


“쟈니, 무슨 일이지?”


바벨의 말과 동시에 뒤따라 나온 록시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록시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몸으로 이전과는 달라진 공기를 느끼고 황급히 권총을 꺼낸 것 같았다.


평상시보다 낮고 무거운 바벨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인지 대답이 없었다.


체력의 한계가 온 것인지 쟈니는 바닥에 쓰러지려고 했다.


쏜살같이 달려나간 록시가 권총을 손에 쥔 채로 팔로 쟈니를 받쳤기에 바닥에 부딪치는 일은 없었다.


두 눈을 감고 있는 쟈니에게 록시가 볼을 두드리듯 치면서 물었다.


“야! 쟈니! 일어나 봐!”


어떻게든 깨우려고 노력하는 록시를 바벨은 무덤덤한 태도로 만류했다.


“록시, 그만해라 단순히 마나 탈진이 일어난 거다.”


바벨은 쓰러져 버린 쟈니의 몸에서 더 이상의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알 수 있었다.


물론 말라버린 샘처럼 고갈된 마나는 시간이 지나게 되면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까지 마나를 사용해야 할 이유다.


쟈니의 앞에서 대치하고 있던 자들을 바벨은 지그시 바라보았다.


먼저 무리의 가장 앞쪽에 나와있는 작은 키를 가진 자를 보았다.


난쟁이 같은 키를 가진 남자는 한쪽 눈에 외알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고목(古木)의 뿌리를 그대로 가공한 것으로 보이는 지팡이를 지니고 있었다.


뒤에는 난쟁이와는 대조적으로 우월한 키를 가지고 있는 자가 보였다.


그는 태양빛에 익어버린 듯 구릿빛의 피부에 별다른 무장 없이 얇은 옷을 걸치고 있었고,


옷 밖으로 보일 정도의 튼실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옆에는 온몸을 검은 천으로 뒤덮어 초록빛의 눈동자만 보이는 자가 있었다.


세 명의 인원이 전부인 것을 확인한 바벨이 침착하게 물었다.


이 상황을 쟈니가 설명해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흰 누구냐?”


앞에 있던 난쟁이가 그들의 우두머리인 것인지 비웃으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걸 말해줄 것 같았나?”


“······ 고블린 같은 새끼.”


난쟁이의 시원찮은 대답에 바벨은 그들을 적으로 간주하였기에 악담을 하였다.


바벨의 말처럼 남들보다 작은 키가 콤플렉스인 것인지 눈썹이 꿈틀거렸다.


난쟁이는 표정의 변화를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흥분하여 말하지도 않았다.


“지팡이도 없는 애송이 따위가 감히 건방지게 입만 나불거리고 있구나.”


난쟁이는 마법사였기에 바벨이 마법사인 것을 알아보았다.


마법사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것인데, 바벨의 손엔 아무것도 없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그는 몰랐다.


바벨의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대신하기에 충분한 월석으로 만든 반지가 끼워져있음을.


그것을 모르는 난쟁이는 바닥에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그러자 오래된 나무로 된 지팡이의 끝에서 뿌리가 뻗어 나왔다.


하나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네 개로.


네 개에서 여덟 개로.


뿌리는 스스로 갈라지면서 새로운 뿌리를 만들어 내었다.


얇게 나눠진 뿌리들은 바닥을 뱀처럼 기어서 바벨에게 다가갔다.


그것을 본 록시가 엄호사격을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총알에 맞은 뿌리가 끊긴다 한들 다시 재생되고 있었으니까.


바벨은 태연하게 그것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저 오른손의 엄지로 중지에 있는 월석을 매만지면서.


바벨의 앞에 다다른 뿌리들은 바벨의 다리를 감싸면서 올라갔다.


넝쿨처럼 타고 올라가는 뿌리를 본 록시가 소리쳤다.


“바벨, 뭐하고 있는 거야!”


분명하게 록시의 말을 들었을 텐데도 바벨은 말이 없었다.


오히려 몸을 타고 올라오는 뿌리를 느끼면서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발끝에서 올라가기 시작한 뿌리는 순식간에 바벨의 온몸을 감싸게 되었다.


이윽고 나뭇가지로 이루어진 고치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바벨의 머리카락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난쟁이는 한 손으로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뿌리들은 그의 의지에 반응하여 바벨을 조이기 시작했다.


끼이이이———


다만 들리는 소리가 이상했다.


원래라면 살이 짓이겨지고 뼈가 부서지는.


우두둑—— 거리는 소리가 나야 했는데,


금속과 금속이 맞닿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짙은 녹색의 뿌리의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난쟁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바벨이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초록색의 뿌리가 점점 적색으로 변해가면서 얇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뿌리의 안쪽에서 바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꺼지지 않는 불로 불태울 것이다.”


바벨의 말이 도화선(導火線)이 된 듯 바벨을 감싸던 뿌리들은 가루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뿌리들이 가루로 변해 사라진 자리에 시뻘건 불꽃이 자리 잡았다.


식물은 불에 약하기 때문에 바벨은 뿌리에 효과적인 화염 마법으로 대항한 것이다.


그렇기에 난쟁이가 소모한 마나보다 바벨은 적은 마나를 사용하였다.


최소한의 마나를 사용하여 최대한의 이득을 얻어낸 것이다.


이전에 만들어냈던 불과 다르게 강렬한 불꽃이 바벨을 감싸고 있을 때.


불꽃 속에서 바벨은 어깨에 묻은 가루를 털어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 태도로 난쟁이에게 물었다.


“이게 전부인가?”


그 직후, 바벨은 자신에게 붙어있던 불꽃을 잡아서 떼어내고는 바닥에 던졌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불꽃을 향해 바벨이 손 짓을 하자 불꽃은 그 형태를 유지한 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바벨이 손목을 한 바퀴 돌리자 불꽃은 바벨과 이름 모를 자들 바깥으로 한 바퀴 돌았다.


어두운 공간에서 작게나마 불꽃으로 만들어진 원형의 경기장이 탄생했다.


화산과 같은 열기와 밝기가 경기장을 장식하고 있었다.


적들은 뜨거운 열기에 땀 흘리고 있었지만, 바벨과 록시는 아무렇지도 않아했다.


바벨의 의지가 담긴 불이 아군과 적군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로 만들어진 선은 적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용납지 않겠다는 듯이 높이가 커져갔다.


그 높이가 천장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바벨은 고했다.


“록시, 후위를 맡아라.”


그 말로 전투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린 것이다.


그러자 난쟁이의 뒤에 있던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면서 더위를 참지 못한 것인지 소매를 걷어 올렸다.


거한(巨漢)은 두 주먹을 부딪치면서 바벨에게 말했다.


“뛰어난 실력이구나. 내 이름은 모리스다. 네 이름은 무엇인가?”


난쟁이와 달리 예의 바른 거한의 말에 바벨은 순순히 답해줬다.


“바벨.”


짧게 바벨이 이름만 말한 것은 더 이상 적과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 같았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흰 치아를 드러내면서 환하게 웃으며 모리스가 말했다.


“평상시 같으면 홀로 맞붙고 싶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구나.”


온화한 말투와는 다르게 포악한 기세가 바벨의 몸을 떨리게 했다.


쿵——


한 발자국을 내디딘 모리스의 발걸음 소리였다.


“그럼 이제부터 버텨보거라.”


공중을 날듯이 달려오는 모리스의 뒤에서는 난쟁이가 지팡이를 통해 마법을 발현하고 있었고,


어느새 저격총을 꺼낸 것인지 검은 천으로 가린 자가 바벨을 저격하려 하고 있었다.


바벨 홀로 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뒤에는 록시가 장전된 권총을 들고 엄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록시가 먼저 달려오고 있는 모리스를 향해서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것을 본 모리스는 바닥에 미끄러지듯이 움직여서 총알을 피했다.


바벨은 그것을 노렸다.


바닥에 가까이 엎드려있는 모습을 한 모리스에게 마법을 걸었다.


[하이 그래비티]


평상시의 중력보다 몇 배나 강해진 중력이 모리스를 짓눌렀다.


쾅——


꼼짝도 하지 못하고 동상이 되어버린 모리스가 바닥에 부딪쳤다.


바닥에 붙어버린 모리스의 위로 총알 하나가 발사되었다.


퉁——


검은 옷을 입은 자가 바벨에게 꽂히는 총알이었다.


당연히 바벨은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앞쪽에 실드를 만들어 방패 삼았다.


하지만 분명히 막혔어야 할 총알이 녹여내듯 실드에 구멍을 내면서 꿰뚫었다.


본능적으로 바벨은 몸을 비틀었다.


다행스럽게도 총알은 바벨의 이마를 스치게 되었다.


주륵——


이마를 타고 흐르는 뜨거운 피가 느껴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았다.


그 사이에 록시가 적들을 견제했기에 가능한 여유였다.


자신의 피가 묻은 손을 바라보았다.


피부를 스치면서 상처를 낸 총알이 이마에 적중했다면 필시 죽음에 이르렀을 것이다.


예상과 다른 총알의 위력이 머리에 경종을 울렸다.


이어서 난쟁이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방금 전의 마법이 바벨에게 파훼 되었기에 같은 마법은 아니었다.


주위에 둘러싼 불길을 끄려는 모양인지 지팡이로부터 새하얀 한기가 피어올랐다.


불꽃과 한기가 만나 수증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것을 목격한 바벨이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쉽지 않군.’


인원수의 차이가 있다고 하나 그보단 화력의 차이가 컸다.


록시의 총알은 적들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었고.


바벨의 마법은 치명상을 주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이런 난관 속에서 바벨은 록시를 지키면서 쟈니를 구해야 했다.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적들을 향해 발동되는 마법보다 빠른 속도로 머리를 굴렸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고


그중에서 바벨은 가장 높은 확률에 걸기로 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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