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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님의 서재입니다.

쟁선불패 수선전(修仙传)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HESH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26 23:0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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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39
추천수 :
4,665
글자수 :
280,156

작성
23.06.2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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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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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
11쪽

45화. 만초꾼

DUMMY

***




다행히 혼원마방은 하룻밤 새에 정상으로 돌아왔고 소류도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소류는 일주일간 별원을 떠나지 않으며 부단히 강화했다. 강화한 약초를 목함에 챙기고 연교와 함께 만금장을 나섰다.


앞으로의 판매는 연교에게 맡겨두더라도, 첫 거래는 그도 동행할 참이었다.


만금장을 나서는 길, 허충과 초영이 마중을 나왔다.


“거래소로 가시는 길입니까?”

“예, 호위와 둘이서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시지요.”


이번엔 사람을 데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초영은 내심 자기 탓인가 싶어 쩔쩔맸다.

허드렛일이라도 대신할 시종을 어째서 거절한단 말인가?

혹여나 자신이 불경한 생각을 한 것을 들킨 것은 아닐까?


다행히 소류가 슬쩍 뒤를 보더니, 오늘은 둘이서만 따로 들러야 할 곳이 있다고 말하고는 나갔다.


초영이 허충을 보자 뱁새 눈 같던 허춤이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영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금 더 공손히 모셔야겠어.’



소류와 연교는 허충의 배웅을 뒤로하고 만금장을 나섰다.


“선물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소류는 연교가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에 매달린 적주귀면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선물···. 예, 다 커서 가면을 받게 될지는 몰랐지만요.”


이제는 농담도 할 줄 아는 연교였다. 심마의 발작만 조심하면 될 듯했다.


“덜 큰 모양이지.”


소류의 우스갯소리에 연교의 표정이 한층 풀렸다.



마차로 한참을 달려 중앙 거래소에 도착한 소류는 곧바로 판매 접수처를 찾았다.


“신분패를 주시겠습니까?”


소류는 품속에 넣어둔 신분패를 건네주었다.


“···!”


외양과는 달리 3급 신분패를 떡하니 내밀자 안내원도 살짝 놀란 듯싶었다.


“이리로 오시지요. 3급부터는 접수대를 찾을 것 없이 바로 귀빈용 응접실로 가시면 됩니다.”


다만 소류의 행동에서 신분을 등록한 지 얼마 안 되었음을 깨닫고 상세히 안내했다.


소류는 귀빈을 위한 자그마한 방으로 안내받았다.


탁-


잠시 기다리라 이른 안내원이 나가고 잠시 후 여인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공자님. 물품을 등록하러 오셨다고 하셨지요?”


쾌활하면서도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


소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갖고 온 목함 몇 개를 탁자 위에 놓았다.


“판매 등록을 하고 싶군요.”


용건으로 바로 넘어가는 소류의 모습에 여인은 싱긋 웃고는 맞은편에 앉아 감정을 시작했다.


“맥문동 오백 년 특상품이군요. 특히 관리를 잘한 것인지 상태가 아주 좋아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류는 나머지 약초들도 차례차례 꺼냈다.


“이것은··· 일령초군요? 적어도 천년은 된 듯한데···.”


차분히 감정을 하던 여인도 마지막에는 놀란 듯했다.


이전에 오목현에서 얻었던 일령초에 거래소에서 추가 구매해 천 년 약성이 될 때까지 강화한 것이다.


“이건··· 일령초는 오래된 연식일수록 자생하기가 어려운 약초 중 하나입니다. 천년이면.. 이 일령초만큼은 경매소에 등록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여인은 말을 하면서도 눈치를 살폈다.


“무언가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그게···.”

“편히 하셔도 됩니다.”


여인은 소류에게 확인받고서야 입을 열기 시작했다.


“최근 어떤 분께서 특상품의 일령초를 구하고 계셨거든요.”

“그렇습니까?”

“예, 값을 떠나 아무래도 구하기 힘든 품목이다 보니 주문을 넣어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가격부터 들어봐야겠지요.”


소류는 제값만 받는다면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것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든.


오히려 조금 낮은 가격이더라도 빠르게 처분해 자금의 순환을 높이는 것이 이득이었다.


“알겠습니다. 구매자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연통을 넣겠습니다. 판매자분의 성함을 남기시겠습니까?”

“···?”

“보통 판매량이 많으신 분들은 굳이 신분을 노출하지 않더라도 상호명을 올리기도 하거든요. 물론 선택 사항이므로 익명으로 거래를 진행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소류는 굳이 자신을 알릴 필요성을 못 느꼈다.


허나.


“약초, 영초의 주문량이 많습니까?”

“보통의 약재는 이미 거래소에서도 충분한 물량을 가지고 있기에 따로 주문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백 년 이상의 특상품 약초나 영초의 경우에는 주문 예약이 자주 들어오는 편입니다.”

“흐음···.”


그렇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만초꾼’으로 해주시지요.”


어차피 이름의 뜻은 상관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지금 가지고 온 것은 견본품일 뿐입니다. 앞으로는 여기 제 호위가 주로 방문할 겁니다.”

“네?”

“추가로 주문 예약이 들어가 있는 품종의 목록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네, 받은 목록을 악용하지만 않으신다면 4급 이상의 신분부터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가능합니다.”


확실히 누군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물품을 사재기한다면 훨씬 높은 값에 팔아 시장성을 해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여인은 여러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매점매석은 위험하겠군.’


마륭시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인 만큼, 지켜야 할 조항이 많았다.

또한 주문 예약의 목록도 값을 치르고 정보를 비공개하는 사람도 있어 완벽하지는 않다고.


어쩄든 편법으로 거래소를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럼 부탁드리지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소류는 구매와 판매 등 나머지 용무를 해결하고는 만금장으로 돌아왔다.


일전에 30만 뿌리의 약초를 구매한 금액은 3급 신분패를 담보로 빚을 달아둔 상황이었다. 따라서 판매 대금은 거래소에 예치해 차감하기로 했다.


대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많은 은자를 들고 다니는 것은 비효율적이었기에 전장 역할도 겸하고 있는 마륭시 공식 거래소에 맡겨두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소류가 만금장 별원으로 돌아와 다시 강화를 시작하려고 혼원마방을 꺼낼 때.


파사삭-


‘음?’


선반 위의 자그마한 거울이 소리를 내며 금이 갔다. 소류는 하인을 불러 거울을 치우고는 강화에 들어갔다.


주문 예약된 목록의 약초를 먼저 강화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거래소에서 워낙 다양하고 많은 약초를 구매했기에 불필요한 의심은 받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여인의 말에 따르면 구매, 판매 이력 또한 비공개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값만 제대로 지불한다면.


소류는 눈앞의 약초 다발을 집어 강화를 시작했다.




***




한만호와 강필중이 자리한 밀실에서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파사삭-


그들의 중앙에 위치한, 밋밋한 장식의 녹슨 동경이 쩌적 갈라지고 부서지고 있었다.


쩌적-


“···.”

“···.”


한만호와 강필중 모두 말이 없었다.


그들은 연단사의 방에 설치한 기물로 그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결과는 보시다시피.


“비싼 값을 했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소득이 없지는 않군요.”


그러나 허망한 결과치고는 둘의 표정이 담담해 보였다.


“그렇지. 최소한 그가 염탐을 눈치챘다고 봐야겠지?”


그가 방에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기물이 파손되었다. 

이것이 무슨 뜻이겠는가?

이 기물은 단순히 내공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기물. 무공을 배우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그가 눈치를 채자마자 알 수 없는 힘으로 처분했다는 것이 합당하리라.


“예, 이 기물은 성도에서도 구하기 힘든 기물이라고 하지 않으셨는지요. 그렇다면 그자가 우리가 찾는 인물이 맞는 것 같습니다.”


톡. 톡. 톡.


강대인의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밀실에 울렸다.


“음. 이렇게 바로 눈치챌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걸 구하느라 꽤나 타격이 컸었는데 말이야.”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나중에 눈치챘다면 변명하기가 더욱 곤란했겠지요. 차라리 깔끔하게 염탐에 실패한 것이 나중에 걸리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겠는지요.”

“그런가?”

“그러나.. 제가 문제지요. 괜히 그자의 심기를 거스른 것은 아닐지···.”


지금 그가 묵고 있는 곳은 만금장의 별원. 그곳을 내어준 사람이 한만호인 이상, 불안에 떨어야 하는 사람은 한만호였다.


노인의 침중한 목소리에 강필중은 미간을 좁혔다.


“그만.”


한만호의 탄식을 일축한 강평호는 이마를 긁적였다.


“나이만 먹어서 엄살만 늘었군. 알겠네. 이후의 일은 자네 뜻대로 하지. 이쪽에서 섣부르게 접근하지 않겠네. 대신 자네가 책임지고 ‘그곳’으로 데려와야 하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예, 결코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 대답을 끝으로 한만호는 노구를 이끌고 밀실을 나섰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방금의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했다.


기록에 의하면 선인 중 범인의 행세를 하며 유희를 즐기는 자도 있다고 했다. 그런 자라면 괜히 분란을 일으키기보다는 조용히 넘어가길 원할 수도 있다.


그가 말없이 넘어간다면 이번 일을 경고 정도로만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닐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 서두르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될 터.’


일단은 그자의 심기를 살피는 것이 먼저였다. 혹여나 분노로 인해 본색을 드러내면 낭패였으니.


아무래도 당분간은 시령부에서 머물러야겠다.



어쩐지 한만호의 주름살이 깊어진 듯하였다.





***





“그게 정말인가?”

“예, 의원님.”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믿기지 않는 듯 입을 벌렸다.


“오! 천지신명께서 보우하시는구나!”


의원으로 보이는 노인은 호들갑을 떨면서 맞은편의 여인을 보채었다.


“언제 거래가 가능하다던가? 아니다, 내 당장 찾아뵙겠네. 천년된 일령초는 구하려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여인은 그런 노인을 말리며 생긋 웃었다.


“진정하시지요. 마륭시의 명의 아니십니까? 체통을 지켜주시지요. 호호.”

“그런 쓸데없는 허명이 무슨 대수라고! 아파하는 손자를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판매자분께서 신원은 비밀로 하셨거든요. 다만, ‘만초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셨습니다.”


노인은 여인의 만류 덕에 가까스로 진정할 수 있었다.


“그런가? 만초꾼이라···. 그렇다면 운 좋게 찾아낸 것이 아니라 전문 약초업을 하시는 분이신가?”


노인이 은근슬쩍 떠보았지만, 여인은 미소를 짓고 있을 뿐, 어떠한 단서도 주지 않았다.


“끙.. 내가 주책이었나 보군.”

“그래도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판매자분께서 보유하고 있는 특상품의 약초가 상당히 많다고 하셨습니다.” 

“오, 그러면 다른 것들도 알아봐 줄 수 있겠는가?”

“수수료만 지불하신다면요.”

“그럼 말일세···.”


노인은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고.


일단은 쉽게 구할 수 없는 특상품의 오래된 약초들을 여럿 주문해 놓았다.


노인은 열 개의 품목을 주문하면서도 이 중에 하나만 보유하고 있어도 만족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판매자분의 의사를 물어보겠습니다.”

“어찌 됐든, 그 일령초만큼은 꼭! 꼭! 일세.”

“네, 알겠습니다.”


여인은 노인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오늘은 들러야 할 곳이 많았다.




그렇게 ‘만초꾼’이라는 이름이 마륭시에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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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4화. 강대인 +11 23.06.19 2,189 85 12쪽
44 43화. 거래소 +5 23.06.18 2,219 8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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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내가 잘 써주겠소 +10 23.06.08 2,671 9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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