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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님의 서재입니다.

쟁선불패 수선전(修仙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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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26 23:0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61,046
추천수 :
4,665
글자수 :
280,156

작성
23.05.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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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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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글자
9쪽

2화. 혼원마방

DUMMY

2화






거대한 의지가 흘러왔다.


나의 세계를 부수고,


끝내 나를 훔치어낼 것이라는,


영문 모를 의지가.



그와 함께 누군가의 기억 밑으로 의식이 가라앉았다.



-호접지몽(胡蝶之夢).


내가 꿈을 꾸는 것인가, 꿈을 꾸는 내가 된 것인가.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이 잇따라 맞춰지며 의식이 점점 부상했다.



'아···, 그래.‘


그는 모자랄 것 없는 재벌 가문의 일원이었다.


다만 가업에서 물러나 자신의 취미를 소소하게 즐기는 사람.


그래, 딱 그 정도였다.


취미라고 하면 가상현실게임인 [쟁선불패(爭仙不敗)]일까?



‘그런데 가상현실게임이란 것이··· 가능했었···.’



피빗-


시야가 전환되었다.



쟁선불패(爭仙不敗).


강호의 수많은 무인과 요괴.


전설과 같은 기화이초(奇花異草)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선들이 살아가고 있는 그곳은 너무나 방대한 세계였다.


각종 기연과 쟁투는 물론이고, 무수한 탐욕과 음모가 판을 쳤다.


평범한 사람은 파리처럼 죽어 나가는 세계.


힘없는 사람은 자신의 의견조차 말할 수 없는 세계.


끝내 온 세상이 수많은 마문(魔門)으로 뒤덮여 파멸을 맞이하는 세계.


선택된 소수만 살아남는 그런 미래가 예정된 세상이 바로 [쟁선불패(爭仙不敗)]였다.


무엇을 향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슬프고 화가 났다.



멈칫-


가슴이 미어진다. 눈물이 절로 차올랐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누님···.”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오한이 들었다.


자신과 누군가가 뒤섞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된 것만 같은 감각.


온갖 정보와 기억이 또다시 홍수처럼 밀려든다.



‘으윽···.’


피빗-



이번엔 익숙한 기억이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오두막.


삭막한 오두막의 외양과는 다르게, 방안은 따스한 온기가 감돌았다.


“아니 글쎄, 그렇다지 뭐니?”


“하하하, 난 그래도 풍채가 늠름하다는 매형이 마음에 드는걸? 나랑 다르게 누님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잖아.”


소년은 장난스러운 어조로 누이에게 대답했다.


“그런 말 할래?”


병약해 누워있는 소년에게 풀죽을 떠먹여 주는 여인은 새초롬히 눈을 치켜떴다.


물론 소년은 매형을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누님은 아직 혼약을 치르기도 전이었다.


그러나 소년이 ‘매형’이라고 부르며 누이를 놀리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홀가분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항상 무리하는 누님이 자기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때마침 누님에게 들어왔던 매파는 좋은 기회였다.


탐탁지 않아 하는 누님을 조르고 졸랐다. 마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자경대의 대장인 왕삼 아저씨도 굉장히 좋은 혼처라고 했다.

“아는 사람인데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풍채도 호방해. 게다가 집도 꽤 잘 살아서 아마 네 누이도 거기 가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을 거다.”


그 말을 듣고 모진 말까지 해가며 누님을 설득했다.


결국 누님은 성화에 못이겨 혼사를 승낙했다. 다만 기어코 동생을 데려가기로 시댁에 약조를 받았음은 두말할 것 없다.



아무렴 뭐 어때.


괜찮았다.



혹여나 자신이 병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을 때 누님이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었으면 했다.


정이 많은 누님이라면 새로운 가족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누님의 혼례가 다가오고 우리는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누님은 당장은 같이 갈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속상해···. 길이 험해서 너를 무사히 데려가려면 따로 마차를 마련해야 한대. 그러려면 삼 일은 있어야 한다나 봐.”


소년 또한 속상했다. 누님의 혼례에 꼭 참석하고 싶었기에.


허나 둘 모두 그것에 대해선 더 말하지 않았다.


속 깊은 누님이라면 아마 혼례를 미루려다가 시댁에 밉보이면 동생의 대우 또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을 테다.


물론 그도 자신 때문에 누님이 시댁에 밉보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는 그 마음을 이해했다.



“우리 소류! 거기 가면 좋아하는 책 실컷 읽을 수 있겠네!”


배시시 웃는 누님의 얼굴은 참으로 따사로웠다.



누님은 긴장감 반, 설렘 반의 표정으로 보따리를 이고 마을 어른 몇몇과 시댁이 될 곳을 향해 떠났다.



그리고 누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서야 자신이 버려졌음을 알 수 있었다.


누님의 의사와는 다를 터다. 누님이 자신을 버린다는 것에 동의했을 리는 없으니.


그러나 그곳에는 매형 한 명만 있는 것이 아니고, 시댁에서는 거동도 힘든 병든 군식구를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니, 분명 그렇겠지. 누님에게는 처남을 데려오던 중 문제가 생겼다고 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뭐···.


괜찮았다.


차라리 거짓부렁이라도 누님을 잘 속이기를 바랐다.


분명 저쪽에서는 누님과의 혼인에 극성이었으니 누님만큼은 잘 지내지 않을까?


비록 시댁에서 자신을 버렸다지만, 누님에게만 잘해주면 그만이었다.



누님의 짐만 되는 이 목숨 따위.


끔찍한 통증이 멈추지 않는 이 몸뚱이 따위.


전혀 아깝지 않았다.



돈을 받았는지 일 년 가까이 식사를 가져오던 왕삼 아저씨도 더는 찾아오지 않았다.


중간에 몇 주가량 먹지 못할 것을 던져 줄 때도 있었지만, 또 어느 순간부터는 끼니의 질이 더욱 좋아지기도 했다.


그건 좀 의외이긴 했다.



아무튼 죽지 못해 사는 삶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


결국 죽음을 기다리던 소년은 때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소박한 서신을 남기고 오두막을 나섰다.


-세상을 돌아보고 올게. 찾아갈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이유는 별것 아니었다. 훗날 누님이 이곳을 들렀을 때 시체가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막연히···, 그저 동생이 이곳을 떠나 어딘가엔 살아 있을 거라는 희망 정도면, 누님은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누님이라면··· 그럴 수 있을 거다.


자신의 마지막 남은 사명은, 뼛조각조차 남기지 않도록 깊은 산맥으로 들어가 안식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자신이라는 족쇄를 벗어 던진 누님의 모습을 상상하면, 산짐승의 아가리에서 최후를 맞이해도 기쁘게 눈 감을 수 있었다. 


소년은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잡아끌며 집을 나섰다.


그리고 보게 된 것은 피투성이의 몰골로 집을 향해 쓰러져 있는 누이의 모습이었다.



두근-



소류는 온갖 기억과 정보에 휩쓸리면서도 누이 하나만큼은 절대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되면 이것 하나만 떠올렸다.



누님은 자신의 모든 것이다.


그런 누님을 향한 마음이 변치 않았다면 자신은 누님의 동생, ‘소류’일 뿐이다.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소류는 이전과는 다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깊은 눈을 드러내며 정신을 차렸다.



“나는··· 소류···!”




***




소류가 범람하는 기억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누님을 잊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어 낼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묵빛의 목함, ‘혼원마방(混元魔方)’이라는 이름의, 값을 매질 수 없는 보물에 대한 정보 또한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꿈에서 겪었던 그 현대의 기억에 따르면 이러한 모양새의 상자를 ‘프로페서스 큐브’라고 불렀다.


그러나 혼원마방은 단순히 색깔이나 맞추는 그러한 놀이도구가 아니었다.


각 면마다 다섯 줄로 교차하며, 스물다섯 개의 정사각형이 그 면을 채우고 있었으며,


여섯 개의 면, 도합 일백오십 개의 정사각형 안에는 서로 다른 자연물이 양각되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갈라진 정사각형들의 틈새 사이로는 복잡하고 화려한 별빛의 주술 문자가 세밀하게 음각되어 있었으며,


줄과 줄이 교차하는 교차점, 도합 아흔 여섯 개의 교차점마다 각양각색의 빛무리가 새어나왔다.


보기만 해도 경외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자신이 발견한 칙칙한 묵빛의 목함과는 사뭇 다르긴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 보물이 지금의 모습이 최종 상태가 아님을 깨달았다. 


더욱 대단한 것은 이 혼원마방이 가진, 감히 권능이라 칭할 수 있는 그 능력에 있었다.



소류는 머릿속에 들어온 목함의 정보를 정리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꿈에서 봤던 게임과 비슷하다거나, 자신이 누구냐 하는 것은 뒤로 제쳐두었다.



이 목함은···.


무엇이든 안에 넣은 물품을 더욱 뛰어나게 강화할 수 있는 지고의 보물이었다.


검을 강화하여 부러지지 않는 단단한 신검으로 만들 수도 있었으며, 약초를 강화해 그 효능을 몇 배로도 강화할 수 있는 보물이었다.


그뿐인가?


재료를 합성하여 더 좋은 상위의 재료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심지어는 이 보물의 권능이 모두 해금된 것도 아니었다.




‘이거라면···.’


누님을 살릴 수 있는 약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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