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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님의 서재입니다.

쟁선불패 수선전(修仙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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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26 23:0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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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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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156

작성
23.06.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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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6화. 추궁

DUMMY

26화




그 당시 상황이 급박해 그에게 언질을 주지 못했다. 환몽단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고 나서 한림의가의 추격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사 당시 동생이 아팠던 것에는 역시나 한림의가의 개입이 있었고, 그녀는 환몽단에 대한 음모를 마저 파헤쳐 동생이 나을 수 있는지 조사를 원했다. 복수는 그다음이었다.


그러나 한림의가의 추격에 내몰려 할 수 없이 혜중원으로 찾아갔고···.


결국 사달이 났다.




그녀는 혜중원이라면 진실을 밝혀내고 동생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증상을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심각한 착각이었다.


처음엔 혜중원에서 환몽단의 실체와 단서를 듣곤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노라 약속했다. 그러나 상부에서 논의하겠다고 하더니 얼마 안 가 다짜고짜 한림의가를 멸문시켰다.

혜중원의 과격한 행태에 놀라긴 했었으나, 동생이 일어설 수만 있다면 감내하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조급한 마음에 혜중원을 들락거렸으나, 소득은 없었고 결국은 쫓겨나기에 이르렀다.


그제야 연교는 이용당하기만 한 것을 깨닫고 좌절했다.



그러나 그것은 연교의 사정이고.


“네가 혜중원과 짜고 치느라 내가 죽을 뻔했다. 너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내게 돌아온 것은 뭐지? 사문이 불타고 쫓겨나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지. 어떻게 책임질 건가?”


소류는 연교를 몰아붙였다.


사실 소류의 내심은 달랐다. 혜중원의 습격으로 그간의 근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한림의가를 벗어나 떠날 생각을 하고 있던 그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단순하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내 말은 듣고 있는가?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네 동생은 어떻게 됐지?”


그녀를 파고들려면 동생에 대해서 알아야 했다.


공허한 눈빛을 보이던 연교는 동생이란 말에 눈물이 차올랐다.


“흑, 금운..신목에 있어요. 못난 언니 때문에 연후가···. 흐윽.”

그녀의 눈빛에서 깊은 절망이 흘러나왔다.


“금운신목?”


‘그러고 보니 심가장의 장주도 부인을 금운신목에 보낸다는 얘기가 나돌았었지.’


“네 상황부터 제대로 설명해라. 대가는 그 이후에 논할 테니.”


연교는 단서를 발견한 것에서부터 상세히 읊기 시작했다.


“···.”


그녀가 혜중원에 건넨 단서는 별것 아니었다.



‘방 대인의 공방은 내가 불태운 그곳을 말하는 듯하고, 임양 장로면···.’


문득 그의 제자 장충이 떠올랐다. 참화 당시 그를 막아 세웠던 애송이였다.


그가 만약 스승을 찾아갔다면 좋은 꼴은 보지 못했을 거다. 임양은 혜중원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


소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혜중원에서 방 대인에 대해 조사를 했다면, 제자로 알려진 자신을 노리고 있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실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소류가 심가장에 머무는 동안 바깥의 동향을 주시했으나, 그를 찾는 움직임은 없었다.


심가장에서 일부러 숨긴 걸까 의심이 들었으나, 사실 심가장에서 그럴 이유도 없었다.


밖을 나서는 소류를 말린 적도 없었으니 혜중원이 쫓고 있다는 것을 심가장도 모르거나, 애초에 추적이 없었다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복잡해진 소류를 두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연후는 금운신목에···.”


금운신목은 오목현의 다섯 신목 중 하나로 이적을 일으키는 신목이다. 혜중원에 배정된 금운신목은 왕성한 생기를 뿜어내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금운신목···.’


연교의 설명을 듣자 하니 신목 아래 시신을 두면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혼수상태의 환자를 뿌리 곁에 두면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처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한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아무나 받아들일 수는 없고, 막대한 기부를 낸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간다고.


연교의 여동생 감연후는 혜중원에서 사죄의 의미로 건넨 제안에 따라 거대한 신목의 뿌리 쪽에 안치됐다. 



‘으음?’


소류는 미간을 찌푸렸다.



“혼수상태인 네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그리 맡긴 거냐?”


동생의 육체에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혜중원이 수상하지도 않은가?


오목현의 사람들은 혜중원을 좋게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도 소류는 아니었다.


의술과 문파가 결합한 혜중원이다.


다양한 기억이 있는 그에게 의료에 종사한다고 무조건 선량할 거라고 여기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견해였다.


의술은 인체를 다루는 학문. 무력까지 보유한 그들이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금운신목의 안치소는 혜중원도 함부로 할 수 없어요. 그곳은 혜중원의 성지인지라 문파의 신뢰도를 위해서라도 감히 건들지 못할 거예요. 그것만큼은... 확실해요.”



소류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금운신목의 안치소와 환몽단.


딱 봐도 그림이 그려졌다. 한림의가보다 혜중원이 환몽단을 활용하기 좋을 터였다.


환몽단의 부작용이 한계까지 다다를 때까지 이용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을 땐 안치소로 옮긴다면 환자의 가족을 골수까지 벗겨 먹을 수 있을 터다.


도의를 떠나 실로 효과적인 장사일 터다.


연교의 제보를 듣자마자 한림의가를 친 것만 봐도···.


‘그렇다면 더더욱 방 대인의 제자인 나를 추적해야 할 텐데, 어찌?’



소류는 문득 방 대인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마황진문.


왜 그게 떠올랐을까?


혜중원의 상식적이지 않은 행보에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나친 비약이었지만.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방 대인은 분명 쫓기고 있다고 했다. 그를 쫓는 세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 세력의 목적을 모르는 이상 소류도 안전하지 않았다.


막말로 그에게서 얻었던 산해진경과 산해비록이 훔친 것이라면? 


그것을 익힌 소류를 살려둘지는 불 보듯 뻔했다.



‘속단하긴 이르다. 단순히 혜중원에서 나에 대한 것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지.’


모르고 있다면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소류가 제자라고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 있던 만큼 언제 쫓아올지 몰랐다.


어찌 됐든 둘 다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또한 당장 그가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빠르게 마륭시로 넘어가야겠어.’


그러기 위해선 믿을 수 있는 칼이 필요했다.


마륭시는 상업이 발달한 자유도시에 가까웠다. 말이 자유지, 힘이 없으면 그냥 노예 도시나 다름없다.


소류는 눈빛을 번뜩이며 연교를 바라봤다.


수척한 몰골과 공허한 동공.


그녀는 자책으로 인해 폐인처럼 지내다 심마에 빠져들었던 듯했다.



심마(心魔).


일반인에게 심마라 함은 단순히 정신병 수준에서 그친다. 심하다 해도 미쳐버리는 정도?


그것 또한 가벼운 일은 아니지만, 무인에게 있어 심마란 훨씬 더 무겁다.


무인은 심법을 익혀 자연의 기를 모아 내공을 쌓는다. 그러함에 따라 그들에게 있어 마음의 병이라 할 수 있는 심마에 대해선 훨씬 타격이 크다고 할 수 있음이라.


괜히 ‘심’법(心法)이 아닌 것이다.


허나 소류는 호재라 생각했다. 그녀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그녀를 옭아매야 했다.


소류는 잡고 있던 연교의 멱살을 놓았다.


쿵-


“으윽!”


손과 발을 주무르며 몸을 추스르는 연교를 향해 소류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나에게 네 동생을 살릴 방도가 있을지도 모른다.”

“?!”


소류의 차가운 목소리가 연교의 귀에 꽂혔다. 그 말에 그녀는 놀란 듯했으나 눈빛이 곧장 매섭게 변했다.


소류는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하기야, 아픈 환자를 둔 가족에게 낫게 해주겠다며 사기꾼이 몰려드는 일은 너무나 흔하다.


그는 그녀의 적대적인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어렸을 적, 누이에게 몇 번이나 사기꾼이 찾아왔었다.

이를 말리느라 적지 않은 품이 들었더랬지.


허나, 그런 사정까지 봐줄 만큼 소류는 만만하지 않았다.


“그딴 눈깔을 한다면 이야기는 여기서 접도록 하지.”


과격하고 냉혹한 소류의 말에 연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연교는 소류의 단호한 어투에서 조급함이 차올랐다.


그녀가 알기로 소류는 허언을 내뱉는 사람이 아니었다.


“알다시피 나는 방 대인의 진전을 잇고 있다. 제자라고 하기엔 모호하나, 그에게서 비급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거기에 환몽단에 대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소류는 산해비록을 대부분 익힌 상황이다. 산해진경을 조금씩 익힐 때마다 산해비록에 대한 깨달음이 빨라졌다. 나머지는 려려에게 시켜둔 자잘한 부분만 남아있었다.


환몽단이 산해비록에는 나와 있지 않았으니 산해진경에 수록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소류는 달콤한 미끼를 뿌렸다. 이를 들은 연교의 표정에 기대가 서렸다.


“그런데 너의 무엇을 믿고 그리해야 하지?”


소류의 간교한 목소리에 연교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환청이 들린 듯했다.


“이번 일만 봐도 너와는 함께하지 않느니만 못할 터인데?”


소류의 추궁하는 눈빛에 그녀는 몸을 움츠렸다.


연교는 한림의가에 쫓기느라 그랬다고 변명을 뱉으려다 참았다.


그의 말이 틀린 게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그의 사문이 멸문지화를 당했다.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손 쳐도 그가 그녀를 도와줄 의무도 없었다.


“···.”


그렇다고 힘으로 겁박을 하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보기에 소류는 쉽게 굴복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전보다 강해진 기세를 보아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보아라. 지금도 넌 나를 탐색하며 재고 있지 않느냐?”


연교의 눈동자가 떨렸다. 머리를 굴리려던 그녀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의 경멸이 섞인 눈초리에 입술이 덜덜 떨렸다.


“너 때문에 환몽단으로 연명하고 있던 환자들도 피해를 보았겠지.”


물론 이는 과장이 들어가긴 했다. 환몽단은 애초에 치료를 목적으로 제작되지 않았으니. 혜중원에서도 벌써 환몽단과 비슷한 영단 제조를 시작했을 터다.


허나 소류는 굳이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그녀를 몰아붙이며 죄책감을 자극했다.


연교는 소류의 언변과 분위기에 마음이 새카맣게 타기 시작했다.


소류는 연교를 내려다 보며 눈빛을 번뜩였다.



기실 소류의 속내는 위독한 환자를 가족으로 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이해만.


어니까지나 이해일 뿐, 그 마음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했다.


소류가 이렇게까지 그녀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이유는···.



쿵-


“제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연교가 부복하며 공손하게 답했다. 그 목소리는 절박함을 품고 있었다.


소류의 눈빛이 음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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