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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님의 서재입니다.

쟁선불패 수선전(修仙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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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26 23:0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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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45
추천수 :
4,665
글자수 :
280,156

작성
23.05.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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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1화. 방 대인

DUMMY

11화






‘큰일 날 뻔했군.’


무심코 반격이 나가려던 팔을 바로 했다.


지원자가 시험의 총감독관을 폭행? 말도 안 된다. 그것도 뒷배 하나 없는 소년이 그들의 본거지에서 사고를 칠 순 없었다.


염소수염은 다짜고짜 다가와 소류의 입을 거칠게 벌리며 내부를 관찰했다.


그 과정이 심히 우악스러워 모두가 의문을 가질 무렵.


“감히 나를 속여?! 본 가가 우습게 보이더냐!”



소류는 밑도 끝도 없는 염소수염의 호통에 고개를 기울였다.


‘이 녀석은 방금 자기 머리통이 터질 뻔했다는 걸 알기나 할까?’


그런 소류의 생각은 꿈에도 알지 못하는 염소수염은 무사 몇을 부르며 외쳤다.


“네 이놈! 한림의가를 능멸하느냐! 감히 나이를 속이고 시험을 치러?”


이를 바득바득 갈며 소리치는 염소수염은 정말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소류는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어서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녀석은 본 가를 우습게 보는 게 틀림없다! 치도곤을 내야 해!”


염소수염은 당장이라도 그의 따귀를 날릴 것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소류는 진실과는 별개로 고약한 상황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다.


‘죽일까?’


소류는 아직 정식 호패를 발급받지 못했다. 토박이가 아닌 이상 신분을 증명하는 호패를 발급받기에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는 소류가 열다섯이라고 아무리 진실을 말해봤자, 저 염소수염이 열여덟이라고 주장하면 증명할 방법이 없음을 뜻했다.



"네 녀석은 열다섯은 되었음이 틀림없으렷다! 그런데 나이를 속여 자신보다도 한참이나 어린 지원자들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다행히 그렇게까지 최악인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소류의 열다섯이라는 진짜 나이는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그저 염소수염이 소류에게 거짓을 고했다며 우기는 것일 뿐.


문제는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



격분하여 소리치는 염소수염은 마치 판결을 내리는 판관과도 같은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저 쫓아내는 것이라면 재수가 없었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만.


염소수염은 기어코 소류가 한림 의가를 속이고 우습게 보고 있다고 물고 늘어졌다. 이리되면 한림의가의 체면 때문이라도 그냥 넘어가기 힘들 터.


이런 부당한 일들이 싫어 이름 있는 세력의 아래로 들어가려 했건만.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소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천히 다가오는 무사들과 다른 감독관들이 보였다.


그들의 눈을 보고 깨달았다. 이들은 애초에 진실 따위에 별 관심이 없다. 그저 귀찮기만 한 일을 얼른 처리해버리고 싶어 했다.


여기까진가?


혼원마방 속에 저장된 각성제를 떠올렸다. 죽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때 누군가 나섰다.


“제가 들었어요! 열다섯이라고 말하는 것을요!! 아저씨가 잘못 들은 게 틀림없어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숨기며 말하는 여자아이, 심가장의 려려였다.


소류는 그 아이를 덤덤히 바라봤다.


도와주려는 모습은 가상하다만.


“뭐라?!”


염소수염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숫제 불을 토해낼 것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도 우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겠지.


소류는 작게 고개를 흔들고는 말했다.


“제가 목소리가 작아 제대로 말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소류는 여기서 저 염소수염이 잘못했다고 따지고 들어봤자 괜히 반발만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 정도면 진실이 어떻든 간에 소류의 소소한 잘못으로 덮고 넘어갈 수 있다.


어쨌든 괜한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은 소류로서는 저 염소수염이 적당히 빠져나갈 구실을 제공한 것이다.


문제는 염소수염이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뿐.


“여기가 심가장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여기는 한림의가다! 어디서 발칙하게 끼어들고 난리인 것이냐!”


염소수염은 되레 심가장의 심려려를 꾸짖었다.


“그리고 너는 이제 입문 시험을 치르고 있을 뿐이다! 신동이라는 소리 좀 들었다고 벌써부터 한림의가원이라고 착각하는 게냐! 되바라진 것. 나설 때와 나서지 않아야 할 때도 분간 못하는 것을 보니. 소문에 과장이 있었나 보구나.”


심려려는 폭언을 듣고는 부들부들했다. 그런 것과 별개로 소류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된 이상...’


품속으로 손이 가던 그는 난데없는 목소리에 동작을 멈추었다.


“무슨 소란인가.”


구부정한 웬 노인이 끼어들었다.


노인의 목소리에 모두가 숨을 삼키며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했다.


어기적거리며 걸어오던 무사들도 빠릿하게 뛰어와 오와 열을 맞췄다.


“방, 방 대인! 오셨습니까?”


염소수염은 아까의 태도는 어디 가고 차분하고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염소수염은 침을 꿀꺽 삼켰다.

방 대인은 객경 장로 중 가장 대우받는 인물로 정확히 무얼 하는지는 모르나 가주와 높으신 분들이 아끼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객경 장로는 보통 의가에 은혜를 입거나 대가를 받고 의가에 머물며 무력을 빌려주는 장로급 무인을 뜻했다. 그런 객경 장로 중에서도 하는 일이 비밀로 알려질 정도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염소수염은 허리를 숙이고 노인의 의중을 살폈다.



“흠, 여기서 제일 튼튼한 아이를 데려가려고 왔네.”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염소수염은 곧바로 소류를 데리고 방 대인에게 데려갔다.


“여기 이 아이가 머리가 우수하면서도 체력 평가에선 가장 뛰어났습니다.”


소류는 어이가 없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뀐 염소수염의 태도가 우스웠다.


마치 자기 자식을 소개하는 듯한 훈훈한 표정마저 짓고 있지 않은가?


사실 염소수염의 이러한 태도는 당연했다.


저 높으신 분들에게 나이가 어쩌고 누구의 잘못이고 이런 것이 중요하기나 하겠는가?


이럴 때는 그냥 납작 엎드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들어주면 된다.



“그래? 그럼 내 이 아이를 데려가겠네.”


소류는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나쁠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노인의 지위가 낮아보이지도 않았으니.


하긴, 쫓겨날 상황에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인.”


소류 또한 염소수염과 마찬가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인사를 올렸다.


눈빛에 이채를 띈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았다. 그 순간 소류는 낯설지 않은 향을 맡았다. 그러나 너무 잠깐이어서 무슨 향인지는 알 수 없었다.


“따라와라.”

노인은 그리 말하곤 걸어 나갔다. 소류도 노인을 따르며 뒤를 흘긋 보았다.


그곳에는 심가장의 아이가 소류를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소류는 피식 웃으며 노인을 뒤따랐다.


‘제 고생길이 훤히 열렸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의기로운 마음은 가상하다만 저 염소수염이 감독관 중에서도 총책임자의 위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으리라.


소류는 손을 흔들어 주고는 신경을 껐다.


아이가 뿌듯해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남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





“너는 앞으로 이곳에 지내면서 이걸 익히면 된다.”


노인은 소류에게 두꺼운 서책 하나를 던져 주었다.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장경각에 들러 알아보면 된다. 말은 해둘 테니, 알아서 익히고 있거라.”


노인은 그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소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홀로 남겨진 소류는 주위를 둘러봤다.


작은 산에 가까운 넓은 산지에 세워진 한림 의가의 장원. 그리고 그 장원에서도 구석진 곳에 자리한 오두막이었다.


비록 으리으리한 곳은 아니었으나 생필품을 비롯해 지내기에는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소류는 서책을 살폈다.


산해비록.


노인이 던져두고 간 ‘산해비록’은 산에서 나고 자란 초목을 풀이해 기록해둔 서책이었다. 그저 풀과 나무의 종류만 쓰여 있는 것이 아니었고, 어떤 이론에 근거해 산천초목을 분류해 놓은 논문에 가까웠다.

소류조차 언뜻 보고선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행구분법? 나무임에도 목(木) 속성이 아니라는 건가?’


아무래도 상세한 이론들은 장경각이라는 곳의 도움을 받아야 할 성싶었다.



일단 노인이 지시한 것은 산해비록을 익히라는 것 하나였다.


소류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아도 묵묵히 산해비록을 정독했다.



몸이 튼튼한 자를 왜 찾았는지.


정작 자신을 데려와 놓고 그 무관심한 태도는 무엇인지.


그리고 방 대인이라 불린 그 노인은 누구인지.


그 무엇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나 상관이야 있을까.


어차피 자신은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아마 노인이 말했던 장경각은 한림의가의 서적을 모아둔 곳일 테다. 장경각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목적의 반을 이룬 것과 진배없다.


소속감 따위도 없으니 이용할 것은 이용하고, 누릴 것은 누리면 된다. 그리고 그 자신은 산해비록이라는 것을 익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 정도쯤이야.’




소류는 부단히 장경각을 들리며 산해비록을 연구했다. 당연히 산해비록의 연구에만 매달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장경각에는 의술, 연단술에 관한 다양한 서적들이 있었고, 지식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바빴다.


방 대인도 소류를 잊어버린 것인지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욱 그러했다.


소류는 제집인 양 장경각을 들락거렸고, 장경각의 지박령이라고 소문날 정도로 부단히 지식을 탐했다.


특히 연단술에 대한 관심이 컸다.


다분히 약초를 배합하여 둥근 환 형태로 빚어냈던 이전의 방식은 너무나도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각종 부재료와 함께 찌고, 삶고, 다리고, 말리고, 녹이고.


약초의 다양한 가공 방법과 그 과정에서 여러 약초 간의 상관관계에 따라 그 효과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소류로서도 쉽게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산해비록에 적혀 있는 내용이 연단술과 관련된 이론들과 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혼원마방을 더욱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연단술을 알아둬야 했다.



장경각과 오두막을 오가며 공부에만 시간을 쏟길 2년.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





퀴퀴한 나무 냄새와 종이 냄새 사이로 머리를 맑게 해주는 향냄새가 섞여 있었다. 장경각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향이었다.


소류는 어두룩해지는 밖을 확인하며 읽고 있던 서책을 덮었다.


‘나머지는 내일 해야겠군.’


소류는 보던 서책을 원래의 자리에 놓아두고 밖을 향했다. 장경각의 사서는 소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으나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소류 또한 간단히 마주 인사하곤 사서를 지나쳐 입구로 향했다.


장경각은 한림의가의 중요 시설답게 중간중간 경계를 서는 무인들이 보였다. 그러나 아무도 소류를 제지하지 않았다. 다들 알음알음 방 대인의 제자라고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방 대인의 위치가 결코 낮지 않아 그 수혜를 받고 있음이라.


그러한 소문을 소류도 알고 있었다.


방 대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소류는 중간 점검 때 적당한 성취만 보여줬다.


지금의 상황이 이상적이었기에 굳이 빠른 성취를 보여주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앞당길 필요가 없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노인은 적당히 만족한 것 같았기에 잘 되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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